“아버지, 주하은을 뺏겼습니다.”진원태는 솔직하게 아까 일어난 일을 얘기했다.진이군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진작 시작했어야지. 괜히 기다린다고 설치더니만, 이제 어떡할 거냐! 다 잡은 고기를 놓쳤잖아!”“아버지, 전 로정의 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됐다.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넌 내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어.”진이군은 뭐라 더 말하려는 진원태의 말을 끊고는 최서준이 떠난 방향으로 떠나갔다.오늘 밤은 심상치 않은 밤이 될 것이다....최서준은 허공에서 방향을 읽은 후 바로 청룡 기지로 달려갔다.일반인인 주하은이 있으니 싸움을 일으키면 안 된다. 게다가 아까 연석진이 귀띔해주길, 무군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최서준은 그 무군이 진이군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래서 훼이크를 주고 바로 도망친 것이었다.“최서준 씨,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최서준 품에 안겨서 하늘을 날고 있는데도 주하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넉살 좋게 최서준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최서준은 아까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하은의 남자친구를 자칭한 사실이 떠올라 얼굴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졌다. 그래서 애써 모른 척 하면서 얘기했다.“마침 우연히 지나쳤을 뿐이에요. 맞다, 아까 남자친구라고 했던 건 내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말아요.”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분명 나를 구하러 오신 거야.’주하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요.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요.”빠른 속도로 날고 있던 터라 최서준은 제대로 듣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뭐라고요?”“그러니까, 정말 남자친구가 되어도 된다고요.”주하은은 용기를 내서 크게 외쳤다.최서준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다 들었다.하지만 최서준이 어떤 대답을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연석진이 얘기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의 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최서준이 용문비경
“너 이 자식, 종문의 보호가 있으니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로 생각한 거야? 대놓고 진씨 가문에 나타나다니, 이제 널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한태호가 담담하게 얘기했다.또 무군이라니.최서준은 자기가 무군 앞에서 반항 한 번 못하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씨 가문에서 산 파경단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파경단을 보호하지 않고 여기를 와? 한씨 가문에서 산 파경단을 다른 사람 손에 쥐여줄 건가?”“흥, 파경단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 사이에 기회를 찾아 널 죽이려고 했어. 한씨 가문은 파경단을 살 능력도, 그걸 지켜낼 능력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냥 편히 죽어!”한태호는 말을 마친 후 아무 예고도 없이 바로 최서준을 향해 달려갔다.그러자 최서준은 얼른 도망쳤다.“감히 어딜 도망가려고!”한태호는 바로 최서준의 뒤를 따라잡아 최서준의 등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최서준이 허공에서 날아가고 있을 때 한태호가 또 빠르게 그를 따라잡아 최서준의 허리를 발로 차버렸다.공격 두 번에 최서준은 큰 부상을 입었다.비경으로 들어가 숨으려고 하던 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내 동생을 괴롭히는 거야!”이윽고 먼 곳에서 한 사람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순식간에 최서준의 앞에 나타났다.“지유 누나!”최서준은 김지유를 보고 깜짝 놀랐다.흰옷을 차려입은 김지유는 마치 선녀같이 우아했다.“서준아, 괜찮아?”김지유는 최서준의 몸을 부축해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괜찮아, 죽을 정도는 아니야.”최서준은 피를 약간 토해내고 말을 이어갔다.“누나가 여길 왜 와. 얼른 가! 이 사람은 무군이라고!”최서준은 김지유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했다.하지만 김지유는 바로 돌아서서 한태호를 향해 소리쳤다.“감히 내 동생에게 손을 대? 죽어!”말을 마친 김지유는 바로 그림자로 변해 달려나갔다.그제야 최서준은 김지유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기운은 마치 일반인과 같았다.하지만 일반인
그 모습을 본 최서준은 크게 놀랐다.한태호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인데, 김지유의 공격 한 방에 이렇게 죽다니.비경 속의 연석진도 놀라서 감탄했다.“이건 도대체 무슨 독이지?”금침독벌레가 천천히 김지유의 몸에 들어가자 최서준이 호기심에 물었다.“누나, 어떻게 된 거야.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강해진 거야.”“이따가 얘기해. 지금은 한가하게 얘기할 시간이 아니야.김지유는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최서준을 끌고 가려고 했다.“잠깐.”최서준이 얘기했다.김지유가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주하은 씨가 아직 아래에 있어.”최서준이 발아래를 가리키면서 얘기했다.김지유는 그제야 산 아래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바로 주하은이었다.최서준만 걱정하느라 자기의 친구인 주하은이 있었다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왜 같이 이곳에 나타난 것인지 궁금했지만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김지유는 얼른 두 사람을 데리고 멀리 떠났다.얼마 후.“우리 어디 가?”김지유는 최서준과 주하은을 데리고 날면서 물었다.최서준은 그제야 자기가 경성에서 묵을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청룡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쪽에 머물 곳 있습니까?”최서준은 바로 용건을 얘기했다.“왜요? 최현무가 설마 경성에 머무를 곳 하나 없는 건 아니겠죠? 괜찮다면 청룡 기지로 오세요. 방을 내어드리죠.”청룡이 비웃는 말투로 얘기했다.옆에 있는 두 절세미인을 본 최서준은 그들을 데리고 기지로 가는 것은 약간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그럼 됐어요. 내일 봐요.”내일이면 비경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김지유와 주하은이 머물 곳을 찾아봐야 했다.최서준은 경성에 집을 하나 살까, 생각하기도 했다....로얄 부동산 회사. 이름만 들어도 일반인들이 살 수 있는 집이 아닌 것 같았다.세일즈맨인 장기성은 프런트에서 졸고 있었다.“기성 씨, 지금 밤 열 시인데, 아직도 퇴근 안 해요?”경비원이 장기성에게 귀띔해주었다.시간이 몇 시인데,
뭐라고?그 말을 들은 장기성은 이 사람이 장난을 치러 온 줄로만 알았다.집이 채소도 아니고. 사자마자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집에 어디 있냔 말이다.“그런 집은 없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며칠 기다려야 해요.”장기성은 예의 있게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됐어요.”최서준은 그 말을 듣고 돌아섰다.세 사람이 떠나려고 하자 장기성은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장난치러 온 것도 아니고,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와서 재미없는 질문이나 하다니. 마침 적당한 곳이 떠올랐던 장기성이 말했다.“바로 입주할 수 있는 곳이 있긴 한데, 살 능력이 있으신지는 모르겠네요.”장기성이 차갑게 얘기다.경성의 사합원이 얼마나 비싼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최서준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멈춰서서 물었다.“그러니까 지금 사면 오늘 밤 바로 입주 가능한 거죠?”“네. 하지만 조금 비쌉니다. 아시다시피 사합원은 경성에서 가장 높은 신분의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집이잖습니까. 경성 시내에 있을 뿐만 아니라 면적도 몇천 평입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모든 수속을 거의 마쳐놓았고 집 내부에 생활용품도 다 구비해 놓았습니다. 다만 가격이...”장기성은 약간 머뭇거렸다.“가격은 괜찮아요. 얼른 우리를 데리고 가요.”최서준이 얘기했다.“일단 들어보세요. 가격이 몇천억입니다. 만약 그래도 괜찮다면 같이 가시죠.”장기성은 최서준이 이 집을 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말을 이었다.“가격은 정말 괜찮다니까요. 얼른 우리를 데리고 가요.”“말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혹시 증명해주실 수 있나요? 몇천억짜리 집이다 보니 일반인은 들어가서 구경할 자격도 없거든요.”장기성이 다시 얘기했다.“자, 됐죠?”최서준이 바로 블랙카드를 꺼냈다.그 카드를 받은 장기성은 바로 최서준을 믿게 되었다. 이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몇천억은 그저 껌일 것이다.장기성은 얼른 차를 몰고 세 사람을 앉힌 채 출발하여 사합원에 도착했다.땅값이 금값인 이곳에 이렇게 큰 집이 있는 것도 놀라웠다.세 사람
이 거래가 정말 성사된다면 그럼 수수료는...1%만 갖는다고 해도 그건 장기성에게 있어서 평생 만져보지 못할 액수다.장기성은 가슴을 툭툭 치면서 자기를 믿으라고 하고 열쇠를 바로 건네주었다.“계속 거기 서 있을 거예요?”최서준은 열쇠를 건네받고 장난스레 얘기했다.“아닙니다! 지금 가서 처리하겠습니다!”장기성은 바로 카드를 들고 이곳을 빠져나갔다.“됐어. 이제 이곳은 경성에 있는 내 집이야. 누나, 앉아서 얘기 좀 해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자리에 앉자마자 최서준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준아, 네 상처는?”김지유는 대답하지 않고 피 가득한 최서준을 보더니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 이미 다 나았어.”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약종에서 그 신비한 힘을 흡수한 후로부터, 최서준은 상처 회복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김지유는 그제야 두 사람이 헤어진 후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무독교의 노인이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무강은 정말 메마르고 척박한 곳이었다.무독교는 다른 종문들과 달랐다. 무독교의 교주는 죽기 직전 모든 지식을 김지유에게 전수해주고 자기의 내공을 모두 김지유에게 줘버렸다.그 이후 김지유는 계고해서 결계를 공고하게 만든 후 바로 나와서 최서준을 찾으러 왔다.“누나, 지금 도대체 어떤 실력인 거야.”최서준이 호기심에 물었다.“무군 여덟 번째 단계야. 하지만 그분은 무왕이셨어. 다만 내공을 전수해줄 때 내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손실이 생겼지.”김지유가 웃으면서 설명했다.최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눈 깜빡할 사이에 김지유에게 이런 능력이 생기다니.전까지만 해도 김지유는 금방 종사가 되었는데 말이다.“근데 누나가 왜 경성에 있는 거야?”최서준이 또 물었다.“남양에 있었지만 네가 떠난 이후로 난 무독교의 교주가 되었어. 그리고 무독교를 시켜 너의 상태를 주시하게 했지. 그리고 며칠 전에 네가 경성에서 포위당한 채로 싸우고 있다고 하길래 남양에서 나와 경성으로 달려왔어. 내가 제때 와서
“무슨 심산?”김지유는 아까 진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몰랐다.“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냥 짐승보다도 못한 놈들이야!”주하은의 일을 들은 김지유는 바로 욕을 뱉어냈다. 그리고 물었다.“네가 무슨 체질이길래 그런 작용을 한다는 거야?”주하은은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다.“나, 나도 잘 몰라….”김지유는 더 묻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있던 그녀는 주하은을 보면서 말했다.“서준이가 내일 비경에 들어가는데 혹시...”“혹시 뭐?”주하은은 되물은 것을 금세 후회했다.김지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주하은도 예상한 말이었다.“이번 기회를 틈타서 서준이랑 잘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그 말에 최서준은 어색해져서 헛기침하면서 말했다.“콜록, 콜록. 누나, 무슨 소리 하는 거야.”“흥, 싫어?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니까 이러는 거야. 걱정하지 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주하은은 잘 알고 있으니까. 전에도 계속 서준이가 아니면 결혼 안 하겠다고 했어. 그렇지, 하은아?”김지유는 이미 고개를 푹 숙인 주하은을 보면서 물었다.“몰라. 너희랑 말 안 할 거야. 두 사람이 같이 날 괴롭히잖아!”주하은은 일어나서 도망쳐버렸다.원래는 친구끼리 한 말이었는데 그걸 최서준 앞에서 얘기해 버리다니. 주하은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었다.“쯧쯧, 결국 이렇게 됐잖아.”최서준은 말만 그렇게 할 뿐, 표정에서나, 동작에서나 화가 나 보이지는 않았다.김지유의 손을 잡자 그녀의 손에 상처가 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김지유가 전에 자기를 위해 한 일을 떠올리고, 또 이번에 자기를 구하러 와준 것을 생각하니 감동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결혼을 약속한 사이니까 말이다.“누나.”“응?”“우리 재혼할까?”“뭐?”너무 갑작스러운 말에 김지유는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깜짝 놀라버렸다.“싫어?”최서준이 물었다. 어느새 그의 심장도 점점 빠르게 뛰고 있었다.설마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건가?“어떤 바보가 프러포즈하는데 준비 하나 없이 하냐!”
“양보한다고 한 적 없어.”김지유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그럼...”주하은이 호기심에 물었다.“너만 서준이를 좋아하는 줄 알아? 너뿐만이 아니야. 난 언니가 여섯 명이나 있어. 우리는 모두 나중에 서준이랑 결혼하기로 약속했어.”그 말에 주하은이 놀라서 멍해졌다.“아내가 일곱 명... 그게 어떻게...”주하은이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안 될 게 뭐가 있어? 하은아, 넌 일반인이지만 무술인들을 많이 접해봤잖아. 그러니 알 거야. 서준이 같은 사람은 일부일처제로는 안되는 사람이야.”김지유의 말에 주하은은 세계관이 흔들리는 기분이었다.하긴, 최서준 같은 사람을 어찌 일반인과 같이 취급하겠는가.그 점을 생각한 주하은은 김지유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확실한 어투로 물었다.“그러니까 첩이 되어라는 거야?”주하은의 머릿속에는 드라마의 줄거리가 펼쳐지고 있었다.“하하, 하은아. 난 그런 뜻이 아니야. 우리가 다 서준이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건 맞지만 우리는 다 자매야. 물론 네가 그런 취향이라면... 반대는 안 하겠지만.”김지유가 작게 웃었다.“너... 짜증 나.”주하은은 부끄러워서 화가 날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대로 김지유에게 방을 내주고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최서준의 방으로 갔다.“저 여자는 용음지체야!”연석진이 갑자기 최서준의 머릿속에서 얘기했다.“네? 용음지체요?”최서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진씨 가문에서 구해온 그 여자, 바로 용음지체야! 이런 체질은 만 명 중 하나로 나타나기에 엄청 희귀해.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어마어마한 재능을 이어받을 텐데, 안타깝게도 여자로 태어났구나.”연석진이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그러니까, 진씨 가문에서 하은 씨의 체질을 눈치채고 경성으로 데려온 거라는 뜻이죠?”최서준은 바로 연석진의 뜻을 이해했다.“그래! 내 생각이 맞다면 진씨 가문의 비경 속에 무황이 존재하고 있을 거야. 이런 것들은 우리 같은 늙은이들만 아는 것이거든.”최서준은 고민에 빠졌다.이윽고 방문이 열리
최서준은 주하은이 자기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최서준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고민하는 동안, 주하은은 최서준의 옆으로 와서 옷을 하나둘씩 벗기 시작했다.“하은 씨, 이러지 말아요.”최서준은 급급히 옷을 주워서 주하은에게 걸쳐주었다.“서준 씨, 제가 싫은가요?”주하은은 얼굴이 붉어져서 부끄러운 말투로 최서준을 향해 물었다.“아니요, 난...”“싫은 게 아니라면 제 몸으로 서준 씨를 도울래요. 전... 전 좋아요.”주하은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최서준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전 서준 씨가 주씨 가문에 나타났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후에 지유랑 약혼했다는 걸 알고 엄청 속상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이혼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지유가 나한테 얘기해줬어요. 괜찮다고. 그러니까 서준 씨, 좋아해요.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서준 씨는 어때요?”주하은은 옷을 걸쳐주는 최서준의 손을 꽉 잡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주동적인 주하은을 보면서 최서준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최서준의 표정이 약간 변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얘기했다.“하은 씨, 마음은 고마워요. 하지만 지금의 나는 사랑이나 감정을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아직 보육원의 복수를 다 하지 못했으니까요. 아직 누나들도 다 찾지 못한 상태고 가문의 멸망 때문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 얘기는 나중에 해요. 네?”그 말을 들은 주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준 씨, 기다릴게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최서준의 방을 떠났다.멀어지는 주하은을 보면서, 최서준은 그제야 숨을 돌렸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연석진에게 물었다.“용음지체는 어떻게 해결합니까?”“이런 체질은 원래도 희귀한 체질이라 해결 방법이 없어. 하여튼 난 못 들어봤어. 넌 왜 저 여자를 거절한 거야. 두 사람이 밤을 보내고 나면 체질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잖아.”연석진의 장난스러운 말에 최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더 묻지도 않았다.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