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이 가격을 제시하자 우기호가 순식간에 시선을 돌렸다.청룡이 가면을 쓰지 않았기에 우기호는 바로 청룡을 알아보았다.“청룡, 양기단은 아직 열 병 정도 있어. 이건 첫 번째 병일 뿐이고. 그런데 굳이 나랑 얼굴 붉히면서 싸우자는 거야?”“웃기는 소리. 누가 싸우겠다고 한 적이 있나? 여긴 경매장이야. 그러니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지. 원한다면 가격을 높게 부르면 돼. 언제부터 경매장이 체면을 봐줘야 하는 곳이 됐지? 양기단이 10병 정도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눠 갖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그러니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승자지.”청룡은 우기호의 질문에 전혀 굴하지 않고 얘기했다.“너... 그래. 비경에 가서 두고 봐!”우기호는 화가 나서 우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두고 보라지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우씨 가문이 전혀 두렵지 않거든.”청룡이 담담하게 얘기했다.200개 영석이라는 가격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우기호는 첫 번째 단약을 포기해 버렸다.진이군은 두 사람의 설전을 제지하지 않았다.어차피 두 사람이 싸울수록 경매가는 더욱 올라갈 것이고 그가 얻을 이익은 더 크니 차라리 좋은 일이 아닌가.두 사람이 더는 싸우지 않자 진이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210개, 210개. 210개, 낙찰입니다.”진이군은 약간 멈칫하고는 겨우 낙찰이라는 두 글자를 뱉어냈다.낙찰된 후, 그들은 돈과 물건을 주고받을 차례다.진이군은 기운을 이용하여 양기단을 허공에 띄워 바로 청룡의 앞까지 가져다주었다.그러자 청룡은 천 주머니 두 개를 꺼내 안에서 210개의 영석을 꺼냈다.최서준은 청룡의 옆에서 처음으로 영석을 보게 되었다.영석이라함은 원래 진릉에서 봤던 영기를 뿜어내던 돌이었다. 물론 최서준이 보석가에서 발견한 결정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의 영기가 있는 돌이었다.최서준은 고민하다가 생각했다. 아마도 전에 임성 호텔에서 산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연진화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네, 이번은 오늘의 두 번째 상품입니다.”진이군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두 번째 경매품을 꺼냈다. 무슨 재질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작은 바둑 7알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이것은 진법을 풀 수 있는 파진기입니다. 진법 대가가 만든 것이죠. 내일 들어가게 될 비경은 새로운 곳입니다. 그러니 곳곳에 진법이 있을 법도 하죠. 그럴 때 바로 이 파진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이미 실험해 보았는데 무후 급의 진법을 단번에 풀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무군이 만든 진법도 십분 안에 풀 수 있었습니다. 시작 판매가는 영석 300개입니다. 한번에 영석 50개씩 올라갑니다.”진이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그 바둑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이 파진기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최서준 옆에 있는 청룡도 마음이 조급해져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리고 무조건 이 파진기를 따내야 한다는 기세로 입을 열었다.“영석 500개.”“영석 600개.”“영석 700개.”청룡이 가격을 부르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점점 조용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파진기의 가격은 영석 1500개로 되었다.이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백기를 들었다.“왜요?”최서준은 청룡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물었다.“전 이번에 영석을 8천 개 밖에 챙기지 않았어요. 이건 제가 몇 년간 모은 거예요.”청룡이 설명했다.“파진기를 갖고 싶으면 그냥 사요. 나는 괜찮아요.”최서준은 청룡이 자기를 위해 영석을 남겨두려고 그러는 줄 알고 얼른 얘기했다.“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최서준 씨, 이번 경매의 중점이 뭔지 아나요?”“뭡니까?”최서준이 호기심에 물었다.“바로 4품 단약인 파경단이에요. 이 파경단을 손에 넣는다면 내일 비경에 들어가서 무군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어요!”“파경단이요?”최서준은 그런 단약을 처음 들어보았다.“파경단이라고 해도 그저 실력 향상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아마 모
파진기의 가격은 점점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결국 누군가가 영석 3천 개로 마지막 파진기를 가져갔다.진이군은 이윽고 다음 물건을 소개했다.경매회에서는 좋은 물건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졌다.무군을 상대할 수 있는 방어 도구라거나, 무군을 살해할 수 있는 독이라거나...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지막 경매품만이 남았다.진이군이 손을 흔들어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는 이번 경매회의 가장 하이라이트입니다. 아마 다들 소식을 들었을 겁니다. 이 파경단은 시작 가격이 영석 2천 개 입니다.”진이군의 말에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저 본인들끼리 수군거릴 뿐이었다.한참 지난 후, 누군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가주님, 그래도 한 번 소개해 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쓰는 파경단인 줄 알겠습니다.”입을 연 사람은 바로 무군이었다.무군의 말에 진이군이 이어서 얘기했다.“그렇군요, 제 실수입니다. 선생님께 필요하신 건 3품 단약이니 제가 어찌 구할 수 있겠습니까. 이건 4품 파경단으로, 무군이 되고 싶은 무후들이 사용합니다.”진이군이 다시 설명했다.그러자 자리에 있는 무후들의 마음이 흔들렸다.“파경단이라니! 영석 3천 개!”“그러게 말이야. 정말 파경단이 존재하다니. 난 4천 개를 부르겠어!”“저 단약만 있으면 비경은 내 것이야. 5천 개!”...“만개.”그 말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우씨 가문의 우기호였다.영석 만개라니. 거의 2조에 달하는 거금이 아닌가. 대하 전체를 놓고 봐도 이런 어마무시한 재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청룡은 입을 열지도 못했다. 그의 눈에는 불쾌한 감정이 가득 담겨있었다.아무리 모아도 명문가에 비하면 여전히 모자라다니.청룡은 진성철에게서 돈을 미리 빌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이윽고 누군가가 얘기했다.“만 2천 개.”사람들은 목소리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야! 저 사람도 올 줄이야!”“이미 40
다섯 명문가의 경쟁이라니. 일반인은 이미 그 싸움에 끼지도 못한다. 아무리 무술 가문이라고 해도 재력 면에서는 명문가에 비빌 수가 없었다.이 파경단을 갖는 사람은 곧 비경을 접수할 수 있기에 다섯 가문 모두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들은 너도나도 소리 높여 금액을 부르기 시작했다.“2만 개!”“2만 천!”“2만 2천 개!”얼마 지나지 않아 경매가는 영석 2만 5천 개가 되었다.그 가격은 한씨 가문의 가주, 한민기가 이를 악물고 부른 가격이었다/경성의 명문가라고 해도 이 가격은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다들 알다시피, 영석이 파다만 산맥이라고 해도 만개나 채굴할 수는 없다.이건 거의 두 산맥을 다 뒤져야만 찾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러니 아무리 경성의 명문가라고 해도 이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영석 2만 5천 개. 2만 5천 개. 2만 5천 개! 축하드립니다, 한민기 씨!”진이군은 웃으면서 얘기했다.갑자기 준비한 경매이긴 하나 진씨 가문은 큰돈을 벌게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 경매품은 수수료만 20%이니 영석 5천 개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그러니 진이군은 기쁠 수밖에 없었다.“이제 이번 경매는 정식적으로 끝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 주변에 기념품들도 준비해 두었으니 필요하면 챙기십시오.”말을 마친 진이군은 유유히 장내를 벗어났다.“파경단 하나에 영석 2만 5천 개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어르신께 미리 얘기 드릴 걸... 분명 우리를 도와주셨을 겁니다.”청룡은 준비가 부족했던 자신에게 실망한 듯했다.“이상함을 눈치 못 챘어요?”최서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뭐요?”“진씨 가문은 8대 가문 중 하나인데 왜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을까요? 이번 비경 쟁탈에 욕심이 없는 걸까요?”“그렇다면 파경단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예요? 진씨 가문에 더 많을 거라는 뜻인가요?”청룡은 최서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최서준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청룡은 얼른 최서준을 끌고 진이군의 뒤를 밟았다.하지만 그 생각을 하는 건 최서준뿐만이 아니
최서준은 청룡과 함께 진씨 가문에서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 때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저 사람은...’최서준이 확인하려고 할 때, 그 사람은 이미 사람들에 섞여 진씨 가문 안으로 들어갔다.“먼저 들어가요. 나는 일이 좀 있어서요.”최서준은 청룡을 내버려 두고 설명을 덧붙인 채 그 뒷모습을 따라갔다.만약 제대로 봤다면 그 사람은 바로 주하은이다. 주하은이 왜 여기에 있을까. 최서준은 호기심을 갖고 뒤를 따랐다.진씨 가문 저택.누군가가 주하은을 끌고 이곳으로 왔다.안에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도련님,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안에 앉아있는 사람은 바로 진씨 가문의 첫째 아들 진원태와 둘째 아들 진원화였다.진원태가 손을 저어 사람들을 내보낸 후 주하은을 보면서 얘기했다.“하은아, 생각은 끝났어?”“사촌 오빠, 아무리 내가 경성에 온 후 오빠들이 나한테 계속 잘해줬다고 해도... 오빠한테 시집가는 건 안 될 일이야. 우리는 사촌이잖아!”주하은이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그게 뭐 어때서. 사촌끼리 결혼하는 건 가문 내에도 종종 있는 일이야. 게다가 너는 우리랑 먼 친척이잖아. 네 할아버지는 우리와 거의 피도 안 섞였어. 그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어.”“사촌 오빠, 이러지 마, 난...”주하은이 난감한 표정으로 얘기했다.“하은아, 도대체 뭘 걱정하는 거야. 경성 진씨 가문 도련님도 너의 눈에는 안 차는 거야?”진원태가 자리에 앉아 주하은을 보면서 압박을 가했다.“사촌오빠, 난 남자친구가 있어.”주하은은 결국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남자친구가 있는 게 뭐 어때. 그 사람이 나보다 잘났어? 하은아, 네가 나한테 시집오기만 하면 넌 진씨 가문 도련님의 아내가 되는 거야. 몇십 년 후면 넌 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는 거고. 그런데 뭘 더 고민할 게 있어.”진원태가 자신만만하게 얘기했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주하은의 말은 귓등으로 들은 것만 같았다.그는 머리가 정상인 여자라면 무조건 자신을 고를 것이라고 생각
본색을 드러낸 진원화가 주하은을 비웃으면서 차갑게 얘기했다.“흥, 네가 전설 속의 로정 체질에다가 진씨 가문 사람만 아니었어도 우리 형이 너한테 친절을 베풀 이유 따위는 없었어. 넌 모르겠지만 우리 형이 네 첫 경험을 가져가기만 하면 형은 무조건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거야.”“이게 무슨 소리야.”주하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원태를 쳐다보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를 사촌 오빠로 생각해 왔다니.진원태가 이런 더러운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렇지 않으면 네가 정말 예뻐서 너한테 한눈에 반한 줄 알았어? 경성에 널리고 널린 게 미녀들이야. 흥.”주하은의 질문에 진원태도 부인하지 않고 주하은을 향해 걸어오면서 얘기했다.주하은은 놀라서 뒤로 물러나면서 물었다.“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어떻게 하긴, 이미 알고 있잖아. 걱정하지 마. 안 아프게 할게.”진원태는 웃으면서 주하은 옆으로 천천히 다가왔다.“너... 너 꿈도 꾸지 마! 죽는 한이 있어도 너한테 놀아나지 않을 거야!”주하은은 갑자기 비수를 꺼내 자기 목에 갖다 댔다.그 모습을 본 진원태는 진원화를 돌아보더니 이윽고 큰 소리로 웃었다.“하하하, 네가 일반인이 아니라 무술을 배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 앞에서는 쉽게 죽지 못할걸?”진원태는 크게 웃으면서 기운을 내뿜어 주하은을 압박했다.진원화는 그 기운을 느끼고 얘기했다.“형, 실력이 또 늘었네? 무후 네 번째 단계인 나는 형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무후도 견뎌내기 힘든데, 일반인인 주하은은 얼마나 힘들까.주하은은 마치 온몸에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칼을 목에 찔러넣기는커녕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진원태는 주하은의 곁으로 와서 비수를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손바닥으로 주하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이 얼굴이 아깝게 되었네. 아까 내 말을 들었더라면 결혼을 해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내가 널 먹고 버렸다는 소문이 나면 나한테도 안 좋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네가
무후 두 명이 싸움에 일반인인 주하은이 휘말린다면 죽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최서준은 주하은부터 보호해야 했다.큰 소리에 주하은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이윽고 최서준을 본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서준 씨... 에요?”최서준은 주하은의 표정을 보고 대답했다.“그럼 내가 귀신으로 보여요?”“정말 서준 씨에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요!”주하은은 바로 최서준의 품으로 안겼다.기뻐하는 주하은과는 달리, 진원태와 진원화의 표정은 흙빛이 되어있었다. 진원태는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물었다.“너 도대체 누구야! 여기가 어딘지 알고 쳐들어온 거야? 감히 진씨 가문에 쳐들어오다니! 죽여버리겠어!”진원태는 경성에서 이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 젊은 사람들의 얼굴을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이 낯선 얼굴은 타지인이거나 다른 종문의 제자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 다 자기를 못 알아보자 최서준은 자기소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그는 그저 씩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바로 하은 씨 남자친구다.”품에 있던 주하은은 최서준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서준 씨가 내 남자친구라고 했어!’그 순간, 주하은은 온몸에 열이 오르고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최서준의 몸에 자기를 새겨넣을 것처럼 더욱 세게 그를 그러안았다.“남자친구라고? 그럴 리가.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주하은은 쭉 남양에서 살았어. 너 같은 놈이랑 알고 지낼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넌 도대체 어느 종문이야. 말해! 그러면 종문을 생각해서라도 봐 줄 수 있으니까.”진원태는 최서준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최서준의 출신을 알아내려고 했다.하지만 최서준은 출신이 없는 사람이다.“믿을지 말지 마음대로 해.”최서준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었기에 바로 떠나려고 했다.진원태는 순식간에 최서준의 앞에 나타나서 그를 막으면서 말했다.“가고 싶으면 가도 되지만 이 여자는 두고 가.”“싫다면?”“여기는 진씨 가문 저택이야. 정말 우리 가문의 일에
“아버지, 주하은을 뺏겼습니다.”진원태는 솔직하게 아까 일어난 일을 얘기했다.진이군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진작 시작했어야지. 괜히 기다린다고 설치더니만, 이제 어떡할 거냐! 다 잡은 고기를 놓쳤잖아!”“아버지, 전 로정의 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됐다.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넌 내일을 위해 준비하고 있어.”진이군은 뭐라 더 말하려는 진원태의 말을 끊고는 최서준이 떠난 방향으로 떠나갔다.오늘 밤은 심상치 않은 밤이 될 것이다....최서준은 허공에서 방향을 읽은 후 바로 청룡 기지로 달려갔다.일반인인 주하은이 있으니 싸움을 일으키면 안 된다. 게다가 아까 연석진이 귀띔해주길, 무군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최서준은 그 무군이 진이군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래서 훼이크를 주고 바로 도망친 것이었다.“최서준 씨,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예요?”최서준 품에 안겨서 하늘을 날고 있는데도 주하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넉살 좋게 최서준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다.최서준은 아까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하은의 남자친구를 자칭한 사실이 떠올라 얼굴이 저도 모르게 뜨거워졌다. 그래서 애써 모른 척 하면서 얘기했다.“마침 우연히 지나쳤을 뿐이에요. 맞다, 아까 남자친구라고 했던 건 내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말아요.”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 ‘분명 나를 구하러 오신 거야.’주하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속삭였다.“괜찮아요.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요.”빠른 속도로 날고 있던 터라 최서준은 제대로 듣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뭐라고요?”“그러니까, 정말 남자친구가 되어도 된다고요.”주하은은 용기를 내서 크게 외쳤다.최서준은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다 들었다.하지만 최서준이 어떤 대답을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연석진이 얘기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의 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최서준이 용문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