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비록 구슬의 보호가 있었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오른쪽 발이 골절되는 소리가 들리면서 몸과 바닥이 부딪히는 충격에 김지유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시간이 조금씩 흘러 김지유는 빗물을 맞으며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바닥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얼마 전에 떨어뜨렸던 채광등이 보였으며 발목으로부터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 그녀가 일어나 앉아 바지를 들어 올려보니 발목이 골절되고 많이 부은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가슴 앞에 구슬이 한 개가 남은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김지유는 도담이 동생을 구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도담이 동생이 보이지 않게 자신을 구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구슬이 자기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골절뿐만 아니라 죽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김지유는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뒤로하고 눈물을 닦으며 채광등을 집어 들고 일어났다. 채광등의 스위치를 다시 켜자 밝아지기는 했지만 전력이 거의 떨어져서인지 불빛은 계속 깜빡거렸다.그녀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채광등의 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는데 경사진 바닥이 아래로 쭉 뻗어있어 동굴 입구 같았다.채광등의 불빛을 빌어 그녀는 한 개 남은 구슬을 꼭 쥐고는 발목의 통증을 억지로 참고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앞에서 어떤 것이 기다릴지 몰랐기 때문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괴담만 토론하는 유튜브에서 탐험가들의 자서전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고대의 무덤에 내려가 본 사람도 있고 대하의 관산에 가본 사람도 있었으며, 또 한밤중에 만인갱에 가봤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모두의 경험은 온갖 기괴한 일들뿐이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 유일하게 안전감을 주는 것은 오직 구슬이었다.김지유는 걸으면서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진 동굴과 비슷한 곳을 발견했는데 사방에는 여러 가지 기괴한 모양의 종유석이었다. 가끔은 허리를 굽혀야 지나갈 수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괴이하거나 이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마음을 내
최서준을 다시 만난 김지유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그녀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고 심지어 죽음의 문턱에 몇 번이나 발을 들여놓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끝내 최서준을 찾았다는 것이다.김지유는 오로지 최서준을 빨리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물이 얼마나 깊은지, 위험은 없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뚝거리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뼈를 찌르는 듯 차가웠는데 다행인 것은 물살이 세지 않았다. 골절된 발로 물속에 들어가자 물은 발목에서 허리까지, 그리고 허리에서 가슴까지 올라왔고 몸은 천근 무게를 짊어진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김지유는 수영할 줄을 모르기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최서준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10미터...8미터...7미터...마침내 물살이 그녀의 머리를 넘기기 전에 최서준 옆에 도착했다. 그녀는 최서준을 깨워보려고 몇 번 흔들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고, 밀어보기도 했지만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김지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뭍으로 돌아가서 망설이더니 이를 이용해 너덜너덜해진 치마의 끝자락을 찢어서 끈을 만들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최서준의 허리에 묶었다. 그러고는 뭍으로 돌아와 두 손으로 끈을 꽉 잡고 온 힘을 다해 최서준을 뭍으로 끌어올렸다.김지유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끈을 버린 후 최서준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그녀는 최서준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발견했는데 물에 오랜 시간 잠겨있어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최서준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데다 가슴 쪽의 옷은 폭발에 찢어져서 흉측한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김지유는 서둘러 최서준의 가슴에 손을 대고 심장이 뛰고 있는 것을 느끼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도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울음을 터뜨렸다. 염부용이 준 약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기에 잘못 사용했다가 오히려 최서준에게 해가 될까 봐 겁이 났다.김지유는 눈물을 닦고 잠깐 진정하면서 방법을 생각했다.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최서준의 입에
아무리 무술 종사라고 해도 결국 신이 아니고 인간의 육체일 뿐이다. 최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살펴보았는데 옷과 바지는 제법 많이 찢어졌고 온몸에 상처도 많았다.그는 눈을 깜빡이며 기절하기 전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김천성을 쫓아 싱크홀까지 왔고 벼랑 끝에 몰린 김천성은 스스로 자폭을 택한 것이다. 한 무술 종사의 자폭의 위력은 지진과 맞먹었기에 지반이 무너지면서 최서준도 싱크홀에 빠졌다. 바닥에 떨어진 최서준은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겨우 지하 강물까지 왔는데 체력 고갈로 결국은 기절한 것이었다.“너무 방심했어.”당시 상황을 떠올리더니 최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김천성이 자폭할 거라는 걸 짐작했어야 했는데.’하지만 어찌 보면 그가 짐작했다고 해도 김천성을 쫓아가서 죽이려고 한 이상 지금처럼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이 꼴로 오래 버티지 못할 건데”최서준은 자기 몸에 난 상처를 보며 별수 없다는 듯 웃다가 문뜩 뒤에 있는 김지유를 살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제야 최서준은 김지유도 상처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겉으로 드러난 팔은 멀쩡한 데가 하나도 없었고 손톱도 모두 닳아서 없어졌는데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손을 보는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보기만 해도 김지유가 그를 찾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서준은 그녀가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를 싫어하지 않았던가?’두 사람은 이혼 서류에 사인하고 깨끗하게 헤어졌다. 때문에 김지유는 자유로웠을 건데 말이다.그때 잠들었던 김지유가 미간을 찌푸리며 잠꼬대했다.“최서준... 최서준...”그녀가 손에 꼭 잡고 있던 구슬을 보자마자 최서준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 구슬은 그가 마법 팔찌를 만들 때 사용했던 거라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다. 최서준은 그제야 김지유가 어떻게 이곳까지 무사하게 오게 되었는지 알았다.최서준은 자면서도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김지유를 바라보며 가슴이 살짝 떨렸는데 지금 눈앞에 있
최서준의 상황을 확인하고 김지유의 마음은 엉망이 되고 당황스러웠는데 무엇보다 두려웠다.겨우 찾은 도담이 동생이 다시 자기를 떠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김지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때마침 휴대폰의 알람이 울렸는데 그제야 김지유는 정신 차리고 휴대폰을 들고 중얼거렸다.“그래, 맞아. 외부에 전화해서 지원요청 해야 해.”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119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수화기를 귀에 대자 곧바로 ‘삐’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당황해하며 휴대폰을 살펴보니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문득 그녀는 지금 자기가 신호가 전혀 닿지 않는 수천 미터 깊이의 지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절망을 느끼며 기절할 뻔한 김지유는 희망을 바라며 휴대폰을 들고 절뚝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신호는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전화를 한 번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최서준의 상처는 그녀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엄청 심각했기에 반드시 밖에 있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결국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는데 휴대폰도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다, 휴대폰으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실패했다.김지유는 절망과 무력감에 울음을 터뜨렸는데 한참이 지나 눈물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나 최서준 옆에 다가갔다.최서준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얼굴은 흰 종이처럼 창백했고 입술까지 말라서 갈라졌는데 이건 심한 탈수 증세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김지유는 스스로 침착하라고 다독이면서 과거에 배웠던 야생 자력 기술들을 떠올렸다.그녀는 최서준에게 우선 물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물통을 찾았는데 가지고 있던 물통을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강물 쪽으로 가서 먼저 마셔보고 아무 이상 반응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두 손으로 물을 떠서 절뚝거리며 최서준에게 돌아가 먹였다. 하지만 수십 미터의 거리를 절뚝거리며 오고 나니 손에는 물이 얼
김지유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필경 지금까지 크면서 이성과의 이런 친밀한 접촉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서준이 자기의 도담이 동생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김지유는 최서준의 가슴에 귀를 대로 조용히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호흡도 살폈는데 상황이 조금 호전된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 역시 그녀의 서툴고 불안해 보였던 일련의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그제야 김지유는 주위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 희미한 빛이 절벽의 갈라진 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이제 곧 어두워지겠네.”김지유는 두려운 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최서준을 바라보고는 다시 용기를 내어 절뚝거리며 강을 따라 내려갔다. 어젯밤에 내려왔을 때 이곳이 밤이 되면 기온이 낮아진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최서준의 옷이 젖어 있어 상처 회복에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지유는 시야가 확보될 때 근처에서 장작을 찾아 불을 피우려고 했다.비록 야생 생존 경험은 없지만 지하 강이 외부와 연결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분명 나뭇가지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만의 희망이겠지만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김지유는 무자비한 현실에 패배했다. 희망을 품었던 지하 강은 막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바위틈을 통과하고, 때로는 길고 미끄러운 경사면을 통과해야 했다. 큰 바위 틈새는 작은 그릇 한 개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서 사람은 들어갈 수도 없었고 미끌미끌한 경사면은 이끼로 덮여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지유가 끝내 얕은 강 옆에서 떠밀려 내려온 나무를 발견했다. 충격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 그녀는 안간힘을 써가며 3번 왕복하면서 겨우 나무를 옮겼다. 3번 왕복하는 동안 매번 너무 힘들었는데 도중에 한 번은 실수로 물에 빠져 수십 미터를 휩쓸려가다가 운 좋게 바위를 붙잡고 겨우 살아났다.그녀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 되었다.떨리는 몸으로 김
“누구야? 거기 누구야?”어둠을 무서워하는 김지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이곳은 워낙 지하의 미지의 세계이기에 그녀가 바닥에 닿은 순간 사람의 백골을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다.한참을 긴장하게 기다렸는데 암흑 속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그녀는 환청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그녀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멀리 어둠 속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싱크홀 밑에 살아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니, 믿을 수 없어.”그러더니 그 검은 그림자는 유령처럼 갑자기 김지유의 눈앞에 나타났다.“악!”김지유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최서준을 가리려고 앞을 막고 검은 그림자를 살폈다. 일흔 살쯤 된 백발의 노인이었는데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으며 눈빛은 독사처럼 차가워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김지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황급히 옆에 있는 장작 막대기를 손에 쥐고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사람이야? 귀신이야? 가까이 오지 마.”“귀신?”노인이 비웃었다.“아마 귀신이 나를 봐도 물러설 거야. 나를 뱀할멈이라고 부르면 되네.”뱀할멈?김지유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노인을 바라봤는데 더 이상 무섭지는 않았다. 그림자가 있고 이름도 있으니, 귀신은 아니고 사람인 게 분명했다.“할머니는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김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하에서 갑자기 나타났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특별히 영과를 찾으려고 왔네.”뱀할멈이 웃으며 말했다.“영과요?”김지유가 의아해하자, 뱀할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일종의 붉은 열매인데 계란보다 조금 작고 먹으면 달콤해, 주과라고도 하지.”김지유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뱀할멈이 찾는다는 주과는 얼마 전에 최서준과 그녀가 먹은 열매와 똑같았기 때문이다.그녀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뱀할멈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이보게, 내가 말한 열매를 본 적이 있어
김지유는 충격과 두려움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난 못 믿어. 어서 앞장서,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뱀할멈은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김지유의 어깨를 잡았는데 손톱이 그녀의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뱀할멈은 김지유의 고통을 무시한 채 강제로 잡고 훌쩍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수십 미터 넓은 강을 건너 싱크홀 아래로 갔다.김지유는 뱀할멈과 함께 자기가 떨어졌던 곳에 도착했다.“바로 저 위에 있어요.”김지유는 절망했다. 뱀할멈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무술도 강력하여 그녀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뱀할멈은 고개를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바라보며 잠깐 망설이더니 옷소매를 흔들었다. 그러자 청록색의 작은 뱀 한 마리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지더니 김지유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김지유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그때 뱀할멈이 작은 뱀에게 명령했다.“올라가 봐.”청록색의 작은 뱀은 꿈틀거리며 아주 쉽게 절벽을 타고 올라가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뱀이 다시 돌아왔는데 뱀할멈의 어깨에 올라타더니 귓가에서 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뱀할멈의 표정은 순식간에 추악하게 변했다. 작은 뱀이 절벽에서 확실히 주과나무를 찾았고 김지유가 설명한 것과 똑같았는데 아쉽게도 나무에 열매가 없었다는 것이다."퍽!"그녀는 뒤돌아서 김지유의 뺨을 세게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하늘이시여!”뱀할멈은 흉측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주과만이 내 손녀 아람이를 구할 수 있어서 이 할망구가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다른 사람한테 빼앗겼어!”김지유는 얼굴을 가리고 바닥에 앉아 있다가 뱀할멈이 포효하는 틈을 타 도망가려고 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혔다.뱀할멈이 말했다.“이봐, 당신들이 내 손녀의 목숨을 살려줄 것을 먹었으니 이제 당신들을 어떻게 할까?”“저... 저는 그것이 손녀분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약이라는 걸 몰랐어요.”김지유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이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을 본 적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등장에 절망에 빠져 있던 김지유는 희망이 보였다.뱀할멈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김지유를 붙잡고 순식간에 뒤로 수십 미터 후퇴했다.“펑!”그때 염부용이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김지유가 내려온 후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결국 내려오기로 했다.염부용은 뱀할멈을 보며 말했다.“어르신, 김지유 씨를 풀어주세요.”“내가 싫다면?”뱀할멈이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염무용은 눈을 번뜩하더니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호랑이처럼 뛰어가며 호랑이 발톱처럼 날카로운 오른손으로 김지유를 잡은 뱀할멈의 팔을 향해 공격했다.“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뱀할멈은 차갑게 콧김을 내뿜으며 오른손을 들어 염부용을 향해 손바닥을 거칠게 뻗었는데 염부용도 손바닥으로 맞받았다.“펑!”순간 염부용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뒤로 수십 미터 날아가더니 비틀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뱀할멈을 바라보며 물었다.“통맥경 고수시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그는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노인이 통맥경 고수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는 당신들은 누구요?”뱀할멈이 대답은 하지 않고 되묻자, 염부용이 서둘러 답했다.“선배님, 저는 염부용이라고 하는데 현무의 사람입니다. 지금 붙잡고 있는 김지유 씨는 저희 친구이고요. 김지유 씨가 어쩌다 선배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무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현무?”뱀할멈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차갑게 웃었다.“현무가 뭐? 아무리 현무라고 해도 이 할망구가 하고 싶은 건 상관 못해. 그리고 이 여자는 절대 풀어줄 수 없어.”“선배님...”염부용의 표정이 순간 바뀌더니 또 한 번 공격하려고 했다.“왜? 내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뱀할멈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자네 오른손 손바닥을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