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거기 누구야?”어둠을 무서워하는 김지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이곳은 워낙 지하의 미지의 세계이기에 그녀가 바닥에 닿은 순간 사람의 백골을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다.한참을 긴장하게 기다렸는데 암흑 속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그녀는 환청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그녀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멀리 어둠 속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싱크홀 밑에 살아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니, 믿을 수 없어.”그러더니 그 검은 그림자는 유령처럼 갑자기 김지유의 눈앞에 나타났다.“악!”김지유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최서준을 가리려고 앞을 막고 검은 그림자를 살폈다. 일흔 살쯤 된 백발의 노인이었는데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으며 눈빛은 독사처럼 차가워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김지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황급히 옆에 있는 장작 막대기를 손에 쥐고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사람이야? 귀신이야? 가까이 오지 마.”“귀신?”노인이 비웃었다.“아마 귀신이 나를 봐도 물러설 거야. 나를 뱀할멈이라고 부르면 되네.”뱀할멈?김지유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노인을 바라봤는데 더 이상 무섭지는 않았다. 그림자가 있고 이름도 있으니, 귀신은 아니고 사람인 게 분명했다.“할머니는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김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하에서 갑자기 나타났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특별히 영과를 찾으려고 왔네.”뱀할멈이 웃으며 말했다.“영과요?”김지유가 의아해하자, 뱀할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일종의 붉은 열매인데 계란보다 조금 작고 먹으면 달콤해, 주과라고도 하지.”김지유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뱀할멈이 찾는다는 주과는 얼마 전에 최서준과 그녀가 먹은 열매와 똑같았기 때문이다.그녀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뱀할멈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이보게, 내가 말한 열매를 본 적이 있어
김지유는 충격과 두려움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난 못 믿어. 어서 앞장서,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뱀할멈은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김지유의 어깨를 잡았는데 손톱이 그녀의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뱀할멈은 김지유의 고통을 무시한 채 강제로 잡고 훌쩍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수십 미터 넓은 강을 건너 싱크홀 아래로 갔다.김지유는 뱀할멈과 함께 자기가 떨어졌던 곳에 도착했다.“바로 저 위에 있어요.”김지유는 절망했다. 뱀할멈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무술도 강력하여 그녀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뱀할멈은 고개를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바라보며 잠깐 망설이더니 옷소매를 흔들었다. 그러자 청록색의 작은 뱀 한 마리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지더니 김지유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김지유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그때 뱀할멈이 작은 뱀에게 명령했다.“올라가 봐.”청록색의 작은 뱀은 꿈틀거리며 아주 쉽게 절벽을 타고 올라가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뱀이 다시 돌아왔는데 뱀할멈의 어깨에 올라타더니 귓가에서 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뱀할멈의 표정은 순식간에 추악하게 변했다. 작은 뱀이 절벽에서 확실히 주과나무를 찾았고 김지유가 설명한 것과 똑같았는데 아쉽게도 나무에 열매가 없었다는 것이다."퍽!"그녀는 뒤돌아서 김지유의 뺨을 세게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하늘이시여!”뱀할멈은 흉측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주과만이 내 손녀 아람이를 구할 수 있어서 이 할망구가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다른 사람한테 빼앗겼어!”김지유는 얼굴을 가리고 바닥에 앉아 있다가 뱀할멈이 포효하는 틈을 타 도망가려고 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혔다.뱀할멈이 말했다.“이봐, 당신들이 내 손녀의 목숨을 살려줄 것을 먹었으니 이제 당신들을 어떻게 할까?”“저... 저는 그것이 손녀분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약이라는 걸 몰랐어요.”김지유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이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을 본 적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등장에 절망에 빠져 있던 김지유는 희망이 보였다.뱀할멈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김지유를 붙잡고 순식간에 뒤로 수십 미터 후퇴했다.“펑!”그때 염부용이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김지유가 내려온 후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결국 내려오기로 했다.염부용은 뱀할멈을 보며 말했다.“어르신, 김지유 씨를 풀어주세요.”“내가 싫다면?”뱀할멈이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염무용은 눈을 번뜩하더니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호랑이처럼 뛰어가며 호랑이 발톱처럼 날카로운 오른손으로 김지유를 잡은 뱀할멈의 팔을 향해 공격했다.“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뱀할멈은 차갑게 콧김을 내뿜으며 오른손을 들어 염부용을 향해 손바닥을 거칠게 뻗었는데 염부용도 손바닥으로 맞받았다.“펑!”순간 염부용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뒤로 수십 미터 날아가더니 비틀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뱀할멈을 바라보며 물었다.“통맥경 고수시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그는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노인이 통맥경 고수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는 당신들은 누구요?”뱀할멈이 대답은 하지 않고 되묻자, 염부용이 서둘러 답했다.“선배님, 저는 염부용이라고 하는데 현무의 사람입니다. 지금 붙잡고 있는 김지유 씨는 저희 친구이고요. 김지유 씨가 어쩌다 선배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무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현무?”뱀할멈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차갑게 웃었다.“현무가 뭐? 아무리 현무라고 해도 이 할망구가 하고 싶은 건 상관 못해. 그리고 이 여자는 절대 풀어줄 수 없어.”“선배님...”염부용의 표정이 순간 바뀌더니 또 한 번 공격하려고 했다.“왜? 내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뱀할멈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자네 오른손 손바닥을 한 번
“나... 나 아직은 괜찮아.”염부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몇 군데 혈을 누르고 말했다.“어서 쫓아가 봐. 총에 맞았으니 멀리 못 갔을 거야.”우영원은 이를 악물고 뱀할멈이 도망간 방향으로 쫓아갔다. 10분이 넘게 핏자국을 따라가던 우영원은 지하 강에 도착했는데 주변을 샅샅이 살폈지만 뱀할멈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이 망할 할망구야, 어디 간 거야?”우영원이 화가 나서 이를 갈고 있을 때 강 맞은 쪽에 사람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강을 훌쩍 뛰어넘어가서 누워있는 사람을 확인하더니 충격을 금치 못했다.“어떻게...”우영원은 강을 따라 몇 번 더 오르내리며 살폈지만 여전히 뱀할멈과 김지유의 종적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최서준을 데리고 떠났다.염부용은 양반다리를 하고 눈을 감고 앉아서 호흡을 조절하여 체내에 있는 뱀독을 억제하고 있었는데 우영원이 한 사람을 업고 돌아온 것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소리쳤다.“최서준 씨?”우영원이 화를 내며 말했다.“최서준 씨 맞아. 그 할망구를 쫓아갔지만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이 자식을 발견했어.”‘도망쳤다고?’염부용의 가슴이 철렁했다.‘그렇다면 김지유 씨도 사라졌다는 거잖아?’하지만 그는 어찌할 수 없었기에 우선 우영원에게 최서준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최서준의 상처들을 살펴보더니 그의 표정은 심각해졌다.“최서준 씨의 상처가 심각해서 빠른 시일 안에 데리고 올라가서 치료해야해.”“그래.”우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아직도 거기서 뭐 해?”염부용이 최서준을 가리키며 말했다.“지금 나더러 이 자식을 데리고 올라가라는 거야?”우영원이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어떡해? 내가 지금 최서준 씨를 데리고 올라갈 힘이 있어 보여?”그는 현재 뱀독에 시달리고 있어서 스스로 위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다.우영원은 마지못한 얼굴로 최서준을 일으켜 세우고 업으며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무거워...”두 사람은 훌쩍 뛰어 절벽에 내려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최서준은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낯익은 두 얼굴이었다.“최서준 씨, 드디어 깨어났네요.”염부용이 기뻐하며 말했다.최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낯선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부용 형님, 여기는 어디예요?”염부용이 서둘러 대답했다.“여기는 현무예요. 상처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 움직이지 말아요.”우영원이 옆에서 불친절한 태도로 말했다.“부용 씨, 말리지 마.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을 왜 말려.”그녀는 최서준만 보면 왠지 화가 났다. 싱크홀에서 현무까지 오는 동안 줄곧 우영원이 최서준을 업었다. 그리고 헬기를 탔을 때 최서준은 심지어 잠결에 그녀에게 이상한 짓까지 했는데 염부용이 말리지 않았다면 최서준을 헬기에서 차버렸을 것이다.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기 몸의 상처가 많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의 마음을 금치 못했다.“부용 형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우리가 구해준 건 아니고 최서준 씨 스스로 본인을 구한 거예요.”염부용이 상황을 설명했다.“우리가 서준 씨를 발견했을 때 엄청 크게 다친 상태였는데 이상하게도 여기로 데려온 후 다시 확인해 보니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어요. 유명한 신의를 모셔서 진찰까지 했는데 신의 말로는 서준 씨가 어떤 천재지보를 드셔서 상처가 빨리 회복되었다고 하셨어요.”천재지보?최서준은 그 말에 의아해하더니 갑자기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확실히 뭔가 먹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김지유!최서준이 황급히 물었다.“부용 형님, 저를 구하실 때 다른 사람은 못 보셨어요?”“서준 씨 여자 친구인 김지유 씨요?”염부용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네, 맞아요.”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염부용은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는데 그 모습에 최서준은 가슴이 철렁했다.“무슨 일인가요?”옆에 있던 우영원이 말을 꺼냈다.“전생에 도대체 무슨 복을 쌓았길래 이번 생에 그렇게 좋은 여자를 만난
“최서준 씨는 역시 대단한 분이시네요.”기홍은 놀란 표정으로 최서준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염부용 씨가 무술 고수여서 원기로 제가 해독해 드릴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예요.”염부용 얼굴에 뒤늦은 후회가 가득했다.최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신의님, 혹시 치랑독의 주인을 아세요?”“네. 제가 알기로 치랑을 키우는 사람은 뱀할멈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사악하고 고약한 무술 고수예요. 뱀할멈의 독에 죽은 사람이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해요. 그 때문에 감히 그분을 건드리는 사람도 없어요.”“신의님은 그분의 행방을 아시나요?”최서준이 다급하게 물었다. 뱀할멈이 김지유를 붙잡아 갔기에 이미 그는 살의를 품었다.“최서준 씨, 이 늙은이 그 정도 능력은 안 됩니다.”기홍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뱀할멈의 행방은 매우 신비로운데 변장술까지 능해서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현무도 아마 종적을 찾지 못할 겁니다.”최서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서준 씨, 우선 서두르지 마세요. 저희가 뱀할멈의 행방을 꼭 찾아내도록 할게요.”염부용은 위로의 말을 이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확신이 없었다. 뱀할멈의 행방을 찾는 사이에 김지유 씨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염부용은 최서준의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사람을 시켜 배웅했다....현무에서 나온 최서준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고 머릿속에는 김지유의 얼굴이 미친 듯이 떠올랐다. 김지유는 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해줬는데 그녀가 아니었다면 최서준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착하고 고집 센 김지유는 현재 행방은 물론이고 생사도 확인이 안 된다. 만약 김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최서준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뱀할멈...”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최서준의 눈동자에는 끝없는 한기가 솟
최서준은 방에 들어간 후 사람을 시켜 그릇과 냄비를 가져오게 했다.이번에 경주시에서 그는 드디어 백년혈삼과 천령꽃을 찾아냈다. 이제 남은 건 생생조화단을 연단하는 일이다.여섯째 누나의 현빙 체질 때문에 생긴 문제는 오로지 생생조화단만이 없앨 수 있다.하지만 단란로가 없기에 그는 그릇과 냄비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효율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연단하기에는 충분했다.그는 백년혈삼과 천령꽃을 꺼낸 후 인덕션의 전원을 켰다.인덕션은 연단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저 가열하는 작용만 있다. 진정으로 연단에 작용하는 것은 최서준 몸 안의 원기다.그는 더 머뭇거리지 않고 생생조화단을 만드는 약재들을 처방 순서에 따라 하나씩 넣었다.냄비 속의 내용물이 끓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약재들은 거의 다 녹았고 방안에는 그윽한 약 냄새가 가득 찼다. 그동안 최서준 몸 안의 원기는 계속해서 연단에 집중하고 있었다.그는 이 약간의 잡질을 제거함과 동시에 약물의 순도를 높이고 또 약물이 타지 않게 조심도 해야 했다.그래서 원기 소모가 엄청났다.반 시간이 지난 후, 최서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런 그 앞의 냄비 속에는, 어느새 오색찬란하고 끈적한 액체가 들어있었다.“이 정도면 됐어!”최서준은 마음을 다잡고 두 손을 모으고 원기로 이 끈적한 액체들을 융합시켰다.이 과정을 응단이라고 한다.또 반 시간이 지났다. 최서준 몸 안의 원기가 거의 다 사라질 때쯤, 그의 눈앞에는 여덟 개의 파란색 단약이 나타났다.단약은 살구씨만 한 크기였는데, 원기에게 휩싸여 고요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단약 특유의 좋은 냄새도 났다.“드디어 만들어졌네.”최서준은 원기를 갈무리하고 손을 내밀어 여덟 개의 단약을 손에 꼭 쥐었다.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 보람찬 표정이 드러났다.“단약 여덟 개면 성공률이 나쁘지 않네. 원기를 너무 쓴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나중에 단란로를 하나 구해야겠어.”최서준은 한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고 단약 하나를 병상의 최아현에
최아현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이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그를 자세히 쳐다보았다.최서준은 확실히 꽤 잘생겼다. 티브이 나오는 아이돌보다도 말이다. 중요한 건 남자답게 생겼다는 것이다.나중에 어느 여자가 채갈란지.최아현은 혼잣말을 했다.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어렸을 때 일곱 누나들은 다 이제 크면 서준이한테 시집가서 애를 많이 낳아주겠다고 했었다.이런 약속은 사실 아이들의 철없는 말이었을 뿐이다.하지만 지금 다시 떠올리니 최아현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그는 최서준의 잘생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붉은 입술이 최서준의 입술에 거의 닿을 듯했다.그때, 최서준이 갑자기 눈을 떴다.최아현은 놀라 몸이 굳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최아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토마토처럼 빨개졌고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몰라 가만히 있을 때, 최서준은 다시 눈을 감았다.“후...”최아현은 바로 고개를 들고 얼굴을 돌린 채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창피했다.너무 창피했다!그녀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렸다. 손바닥에 뜨거운 뺨의 기운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이성한테 몰래 뽀뽀하려는 충동이 생긴 건 인생에서 처음이다.심지어 이걸 들켜버렸다.그녀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 자는 척하는 최서준을 보며 말했다.“됐어, 자는 척하지 마.”“누나, 저 맹세코 아무것도 못 봤어요.”최서준은 눈을 뜨고 웃음기를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그래?”최아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럼 왜 또 눈 감았는데?”“난 누나가 내가 눈 뜨고 있으면 뽀뽀하기 힘들어할까 봐 그런 거에요.”최서준이 바로 말했다.“허!”최아현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너 이 자식, 죽어볼래?”그녀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최서준을 때리려고 했다.최서준은 재빨리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 그 뒤로 최아현이 그를 따라 나갔다.계속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허란희와 다른 사람들은 최아현을 보고 놀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