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유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필경 지금까지 크면서 이성과의 이런 친밀한 접촉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서준이 자기의 도담이 동생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김지유는 최서준의 가슴에 귀를 대로 조용히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호흡도 살폈는데 상황이 조금 호전된 것 같아서 깜짝 놀랐다. 역시 그녀의 서툴고 불안해 보였던 일련의 행동들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그제야 김지유는 주위가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 희미한 빛이 절벽의 갈라진 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이제 곧 어두워지겠네.”김지유는 두려운 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최서준을 바라보고는 다시 용기를 내어 절뚝거리며 강을 따라 내려갔다. 어젯밤에 내려왔을 때 이곳이 밤이 되면 기온이 낮아진다는 것을 느꼈었는데 최서준의 옷이 젖어 있어 상처 회복에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김지유는 시야가 확보될 때 근처에서 장작을 찾아 불을 피우려고 했다.비록 야생 생존 경험은 없지만 지하 강이 외부와 연결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분명 나뭇가지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만의 희망이겠지만 강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여기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김지유는 무자비한 현실에 패배했다. 희망을 품었던 지하 강은 막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바위틈을 통과하고, 때로는 길고 미끄러운 경사면을 통과해야 했다. 큰 바위 틈새는 작은 그릇 한 개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서 사람은 들어갈 수도 없었고 미끌미끌한 경사면은 이끼로 덮여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지유가 끝내 얕은 강 옆에서 떠밀려 내려온 나무를 발견했다. 충격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 그녀는 안간힘을 써가며 3번 왕복하면서 겨우 나무를 옮겼다. 3번 왕복하는 동안 매번 너무 힘들었는데 도중에 한 번은 실수로 물에 빠져 수십 미터를 휩쓸려가다가 운 좋게 바위를 붙잡고 겨우 살아났다.그녀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캄캄한 밤이 되었다.떨리는 몸으로 김
“누구야? 거기 누구야?”어둠을 무서워하는 김지유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이곳은 워낙 지하의 미지의 세계이기에 그녀가 바닥에 닿은 순간 사람의 백골을 발견한 것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다.한참을 긴장하게 기다렸는데 암흑 속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그녀는 환청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그녀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멀리 어둠 속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싱크홀 밑에 살아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니, 믿을 수 없어.”그러더니 그 검은 그림자는 유령처럼 갑자기 김지유의 눈앞에 나타났다.“악!”김지유는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무의식적으로 최서준을 가리려고 앞을 막고 검은 그림자를 살폈다. 일흔 살쯤 된 백발의 노인이었는데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얼굴에는 독기가 가득했으며 눈빛은 독사처럼 차가워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김지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황급히 옆에 있는 장작 막대기를 손에 쥐고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사람이야? 귀신이야? 가까이 오지 마.”“귀신?”노인이 비웃었다.“아마 귀신이 나를 봐도 물러설 거야. 나를 뱀할멈이라고 부르면 되네.”뱀할멈?김지유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노인을 바라봤는데 더 이상 무섭지는 않았다. 그림자가 있고 이름도 있으니, 귀신은 아니고 사람인 게 분명했다.“할머니는 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김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하에서 갑자기 나타났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특별히 영과를 찾으려고 왔네.”뱀할멈이 웃으며 말했다.“영과요?”김지유가 의아해하자, 뱀할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일종의 붉은 열매인데 계란보다 조금 작고 먹으면 달콤해, 주과라고도 하지.”김지유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뱀할멈이 찾는다는 주과는 얼마 전에 최서준과 그녀가 먹은 열매와 똑같았기 때문이다.그녀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뱀할멈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이보게, 내가 말한 열매를 본 적이 있어
김지유는 충격과 두려움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난 못 믿어. 어서 앞장서,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뱀할멈은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김지유의 어깨를 잡았는데 손톱이 그녀의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뱀할멈은 김지유의 고통을 무시한 채 강제로 잡고 훌쩍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수십 미터 넓은 강을 건너 싱크홀 아래로 갔다.김지유는 뱀할멈과 함께 자기가 떨어졌던 곳에 도착했다.“바로 저 위에 있어요.”김지유는 절망했다. 뱀할멈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무술도 강력하여 그녀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뱀할멈은 고개를 들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바라보며 잠깐 망설이더니 옷소매를 흔들었다. 그러자 청록색의 작은 뱀 한 마리가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지더니 김지유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김지유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그때 뱀할멈이 작은 뱀에게 명령했다.“올라가 봐.”청록색의 작은 뱀은 꿈틀거리며 아주 쉽게 절벽을 타고 올라가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뱀이 다시 돌아왔는데 뱀할멈의 어깨에 올라타더니 귓가에서 뭐라고 속삭이는 듯했다.뱀할멈의 표정은 순식간에 추악하게 변했다. 작은 뱀이 절벽에서 확실히 주과나무를 찾았고 김지유가 설명한 것과 똑같았는데 아쉽게도 나무에 열매가 없었다는 것이다."퍽!"그녀는 뒤돌아서 김지유의 뺨을 세게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하늘이시여!”뱀할멈은 흉측한 표정으로 울부짖었다.“주과만이 내 손녀 아람이를 구할 수 있어서 이 할망구가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다른 사람한테 빼앗겼어!”김지유는 얼굴을 가리고 바닥에 앉아 있다가 뱀할멈이 포효하는 틈을 타 도망가려고 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혔다.뱀할멈이 말했다.“이봐, 당신들이 내 손녀의 목숨을 살려줄 것을 먹었으니 이제 당신들을 어떻게 할까?”“저... 저는 그것이 손녀분의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약이라는 걸 몰랐어요.”김지유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이처럼 막무가내인 사람을 본 적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등장에 절망에 빠져 있던 김지유는 희망이 보였다.뱀할멈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김지유를 붙잡고 순식간에 뒤로 수십 미터 후퇴했다.“펑!”그때 염부용이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김지유가 내려온 후 두 사람은 잔뜩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결국 내려오기로 했다.염부용은 뱀할멈을 보며 말했다.“어르신, 김지유 씨를 풀어주세요.”“내가 싫다면?”뱀할멈이 사악하게 웃으며 물었다.“그럼,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염무용은 눈을 번뜩하더니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호랑이처럼 뛰어가며 호랑이 발톱처럼 날카로운 오른손으로 김지유를 잡은 뱀할멈의 팔을 향해 공격했다.“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뱀할멈은 차갑게 콧김을 내뿜으며 오른손을 들어 염부용을 향해 손바닥을 거칠게 뻗었는데 염부용도 손바닥으로 맞받았다.“펑!”순간 염부용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뒤로 수십 미터 날아가더니 비틀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경외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뱀할멈을 바라보며 물었다.“통맥경 고수시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요?”그는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노인이 통맥경 고수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는 당신들은 누구요?”뱀할멈이 대답은 하지 않고 되묻자, 염부용이 서둘러 답했다.“선배님, 저는 염부용이라고 하는데 현무의 사람입니다. 지금 붙잡고 있는 김지유 씨는 저희 친구이고요. 김지유 씨가 어쩌다 선배님의 기분을 상하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무의 체면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현무?”뱀할멈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차갑게 웃었다.“현무가 뭐? 아무리 현무라고 해도 이 할망구가 하고 싶은 건 상관 못해. 그리고 이 여자는 절대 풀어줄 수 없어.”“선배님...”염부용의 표정이 순간 바뀌더니 또 한 번 공격하려고 했다.“왜? 내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뱀할멈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자네 오른손 손바닥을 한 번
“나... 나 아직은 괜찮아.”염부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몇 군데 혈을 누르고 말했다.“어서 쫓아가 봐. 총에 맞았으니 멀리 못 갔을 거야.”우영원은 이를 악물고 뱀할멈이 도망간 방향으로 쫓아갔다. 10분이 넘게 핏자국을 따라가던 우영원은 지하 강에 도착했는데 주변을 샅샅이 살폈지만 뱀할멈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이 망할 할망구야, 어디 간 거야?”우영원이 화가 나서 이를 갈고 있을 때 강 맞은 쪽에 사람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강을 훌쩍 뛰어넘어가서 누워있는 사람을 확인하더니 충격을 금치 못했다.“어떻게...”우영원은 강을 따라 몇 번 더 오르내리며 살폈지만 여전히 뱀할멈과 김지유의 종적을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 최서준을 데리고 떠났다.염부용은 양반다리를 하고 눈을 감고 앉아서 호흡을 조절하여 체내에 있는 뱀독을 억제하고 있었는데 우영원이 한 사람을 업고 돌아온 것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소리쳤다.“최서준 씨?”우영원이 화를 내며 말했다.“최서준 씨 맞아. 그 할망구를 쫓아갔지만 어디로 도망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이 자식을 발견했어.”‘도망쳤다고?’염부용의 가슴이 철렁했다.‘그렇다면 김지유 씨도 사라졌다는 거잖아?’하지만 그는 어찌할 수 없었기에 우선 우영원에게 최서준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상처를 살피기 시작했다. 최서준의 상처들을 살펴보더니 그의 표정은 심각해졌다.“최서준 씨의 상처가 심각해서 빠른 시일 안에 데리고 올라가서 치료해야해.”“그래.”우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아직도 거기서 뭐 해?”염부용이 최서준을 가리키며 말했다.“지금 나더러 이 자식을 데리고 올라가라는 거야?”우영원이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어떡해? 내가 지금 최서준 씨를 데리고 올라갈 힘이 있어 보여?”그는 현재 뱀독에 시달리고 있어서 스스로 위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다.우영원은 마지못한 얼굴로 최서준을 일으켜 세우고 업으며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무거워...”두 사람은 훌쩍 뛰어 절벽에 내려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최서준은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낯익은 두 얼굴이었다.“최서준 씨, 드디어 깨어났네요.”염부용이 기뻐하며 말했다.최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낯선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부용 형님, 여기는 어디예요?”염부용이 서둘러 대답했다.“여기는 현무예요. 상처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 움직이지 말아요.”우영원이 옆에서 불친절한 태도로 말했다.“부용 씨, 말리지 마.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을 왜 말려.”그녀는 최서준만 보면 왠지 화가 났다. 싱크홀에서 현무까지 오는 동안 줄곧 우영원이 최서준을 업었다. 그리고 헬기를 탔을 때 최서준은 심지어 잠결에 그녀에게 이상한 짓까지 했는데 염부용이 말리지 않았다면 최서준을 헬기에서 차버렸을 것이다.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기 몸의 상처가 많이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사의 마음을 금치 못했다.“부용 형님,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우리가 구해준 건 아니고 최서준 씨 스스로 본인을 구한 거예요.”염부용이 상황을 설명했다.“우리가 서준 씨를 발견했을 때 엄청 크게 다친 상태였는데 이상하게도 여기로 데려온 후 다시 확인해 보니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어요. 유명한 신의를 모셔서 진찰까지 했는데 신의 말로는 서준 씨가 어떤 천재지보를 드셔서 상처가 빨리 회복되었다고 하셨어요.”천재지보?최서준은 그 말에 의아해하더니 갑자기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는데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확실히 뭔가 먹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김지유!최서준이 황급히 물었다.“부용 형님, 저를 구하실 때 다른 사람은 못 보셨어요?”“서준 씨 여자 친구인 김지유 씨요?”염부용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네, 맞아요.”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염부용은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는데 그 모습에 최서준은 가슴이 철렁했다.“무슨 일인가요?”옆에 있던 우영원이 말을 꺼냈다.“전생에 도대체 무슨 복을 쌓았길래 이번 생에 그렇게 좋은 여자를 만난
“최서준 씨는 역시 대단한 분이시네요.”기홍은 놀란 표정으로 최서준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염부용 씨가 무술 고수여서 원기로 제가 해독해 드릴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예요.”염부용 얼굴에 뒤늦은 후회가 가득했다.최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신의님, 혹시 치랑독의 주인을 아세요?”“네. 제가 알기로 치랑을 키우는 사람은 뱀할멈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사악하고 고약한 무술 고수예요. 뱀할멈의 독에 죽은 사람이 셀 수도 없이 많다고 해요. 그 때문에 감히 그분을 건드리는 사람도 없어요.”“신의님은 그분의 행방을 아시나요?”최서준이 다급하게 물었다. 뱀할멈이 김지유를 붙잡아 갔기에 이미 그는 살의를 품었다.“최서준 씨, 이 늙은이 그 정도 능력은 안 됩니다.”기홍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뱀할멈의 행방은 매우 신비로운데 변장술까지 능해서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현무도 아마 종적을 찾지 못할 겁니다.”최서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서준 씨, 우선 서두르지 마세요. 저희가 뱀할멈의 행방을 꼭 찾아내도록 할게요.”염부용은 위로의 말을 이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확신이 없었다. 뱀할멈의 행방을 찾는 사이에 김지유 씨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염부용은 최서준의 단호한 태도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사람을 시켜 배웅했다....현무에서 나온 최서준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고 머릿속에는 김지유의 얼굴이 미친 듯이 떠올랐다. 김지유는 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해줬는데 그녀가 아니었다면 최서준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착하고 고집 센 김지유는 현재 행방은 물론이고 생사도 확인이 안 된다. 만약 김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최서준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뱀할멈...”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최서준의 눈동자에는 끝없는 한기가 솟
최서준은 방에 들어간 후 사람을 시켜 그릇과 냄비를 가져오게 했다.이번에 경주시에서 그는 드디어 백년혈삼과 천령꽃을 찾아냈다. 이제 남은 건 생생조화단을 연단하는 일이다.여섯째 누나의 현빙 체질 때문에 생긴 문제는 오로지 생생조화단만이 없앨 수 있다.하지만 단란로가 없기에 그는 그릇과 냄비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효율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연단하기에는 충분했다.그는 백년혈삼과 천령꽃을 꺼낸 후 인덕션의 전원을 켰다.인덕션은 연단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저 가열하는 작용만 있다. 진정으로 연단에 작용하는 것은 최서준 몸 안의 원기다.그는 더 머뭇거리지 않고 생생조화단을 만드는 약재들을 처방 순서에 따라 하나씩 넣었다.냄비 속의 내용물이 끓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약재들은 거의 다 녹았고 방안에는 그윽한 약 냄새가 가득 찼다. 그동안 최서준 몸 안의 원기는 계속해서 연단에 집중하고 있었다.그는 이 약간의 잡질을 제거함과 동시에 약물의 순도를 높이고 또 약물이 타지 않게 조심도 해야 했다.그래서 원기 소모가 엄청났다.반 시간이 지난 후, 최서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런 그 앞의 냄비 속에는, 어느새 오색찬란하고 끈적한 액체가 들어있었다.“이 정도면 됐어!”최서준은 마음을 다잡고 두 손을 모으고 원기로 이 끈적한 액체들을 융합시켰다.이 과정을 응단이라고 한다.또 반 시간이 지났다. 최서준 몸 안의 원기가 거의 다 사라질 때쯤, 그의 눈앞에는 여덟 개의 파란색 단약이 나타났다.단약은 살구씨만 한 크기였는데, 원기에게 휩싸여 고요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단약 특유의 좋은 냄새도 났다.“드디어 만들어졌네.”최서준은 원기를 갈무리하고 손을 내밀어 여덟 개의 단약을 손에 꼭 쥐었다.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 보람찬 표정이 드러났다.“단약 여덟 개면 성공률이 나쁘지 않네. 원기를 너무 쓴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나중에 단란로를 하나 구해야겠어.”최서준은 한시름 놓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고 단약 하나를 병상의 최아현에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