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곽정원은 갑자기 손을 뻗어 한쪽의 최서준을 가리키며 말했다.“민욱아, 이 새끼는 어떡하지? 아까 방송에서 반드시 전원 참석하라고 했는데.”오민욱도 어리둥절했다.최서준은 비록 그에 의해 해고되었지만, 아직 퇴직 절차를 마치지 못했으니 원칙대로라면 여전히 회사의 직원인 셈이다.그는 안색이 몇 번이나 바뀌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됐어. 그냥 데려가자. 회의 끝나고 꺼지라고 해도 늦지 않아.”말을 마치고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보았다.“최 씨, 너 운이 좋은 줄 알아. 꺼지기 전에 새 대표님까지 볼 수 있다니.”그리고 그들은 위풍당당하게 회의실로 향했다.이렇게 큰 회의실은 이미 직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다.오민욱이 몇 사람을 데리고 막 들어오자, 양복 차림의 중년 남자가 웃으며 앞으로 나와 인사했다.“오 사장님, 오셨어요?”중년 남자는 유승리라고 그 역시 이퓨레 그룹의 총괄 매니저였다. 오민욱과는 사이가 괜찮은 편이었다.“자, 소개할게. 이분은 유 사장님이시고 재무 담당이야.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유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도 돼.”“유 사장님, 인사드립니다!”“유 사장님께 인사 올립니다!”도연우와 진아영, 그리고 곽정원 세 사람은 즉시 예의 바르게 유승리에게 인사했다.유승리는 그들의 경외의 눈빛을 더없이 즐기며 손사래를 쳤다.“어려운 일이든 아니든 오 사장님의 사람이면 당연히 나 유승리의 친구와 마찬가지다. 친구끼리 돕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말을 마치자,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제일 뒤에 서있는 최서준을 보았다.“이분은?”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눈빛에는 언뜻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오민욱 총괄 매니저마저 그한테 굽신거리는데 최서준은 인사하기는커녕 시종일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체면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승리는 기분이 언짢았다.오민욱은 깨고소해하며 입을 열었다.“유 사장님, 이 새끼는 그저 제 밑에 새로 들어온 직원일 뿐입니다. 아직 펄이 없습니다. 제가
“유 사장님, 걱정 마세요. 다들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에요.”오민욱은 가슴을 쳐가면서 장담했다.그들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유승리는 그제야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갔다.“보름 전, 최 대표님을 뵌 적 있어요. 그때는 대표님이 금방 회사를 물려받았을 때라 갈피를 잡지 못하신 것 같았어요. 특별히 나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술자리를 마련했어요.”“별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최 대표님께서 너무 원하셔서, 정말 못 말린다니까.”말을 거침없이 이어가던 그는 거만한 표정으로 주위를 쑥 둘러보았다.“최 대표님은 나를 초대하기 위해 특별히 개인 헬기까지 보내 마중 나오셨어요. 게다가 수억짜리 별장에 초대하여 수년 동안 간직해 온 수백만짜리 와인으로 대접했어요."“진짜요?”오민욱 등은 호들갑을 떨더니 잇달아 몸을 꼿꼿이 폈다.“당연히 진짜죠.”유승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강조했다.“그거 알아요? 최 대표님의 별장은 어찌나 크고 호화로운지, 무려 열여덟 명의 하녀가 있었어요. 게다가 하나같이 피부가 눈처럼 하얗고 다리가 긴 미녀들이였어요. 제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깐요.”“그뿐만 아니라, 최 대표님네 변기마저도 순금으로 만들어졌어요.”유승리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산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상하기는커녕 부자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이 넋을 잃고 듣고 있을 때, 한쪽에서 최서준의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저 듣고만 있기에는 그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의 이 웃음은 순식간에 유승리의 적대심을 불러일으켰다.사람은 허세를 부릴 때 다른 사람이 비웃을까 봐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유승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임마, 뭘 웃어?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냐?”오민욱 등 그들도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최서준을 쳐다봤다.“아무...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하세요.”최서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유승리의 허세는 정말 그를 어이없게 만
그가 한창 흥이 나서 큰소리를 칠 때 최서준의 비웃음 소리가 다시 들렸다.유승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최서준은 웃음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고의로 말을 끊은 게 아니라 진짜 참을 수가 없어서...”“임마, 아까부터 널 참고 있었어!”“그, 내가 바로 잡을게 있어.”최서준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첫째, 최 대표의 별장에는 열여덟명의 하녀가 없어. 비록 정상적인 혈기 왕성한 남자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태는 아니거든.”“둘째, 그의 집 변기도 순금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야. 돈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취향이 구린 건 아니거든. 게다가 졸부도 아니고.”“셋째, 최 대표에게는 여덟 명의 여자가 없어. 사실, 지금까지도 법적으로는 한 명뿐이야.”최서준은 잠깐 멈칫하더니 온 얼굴이 진지하게 굳어진 채 말을 계속 이어갔다.“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너랑 술 마신적조처 없어. 의형제를 맺을 일은 더더욱 없는거지.”“아니, 내가 뭐라 그러는 게 아니고. 너 정도 허세면 소설가를 해도 되겠어.”그의 말에 오민욱 등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고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연우도 따라서 양미간을 찌푸렸다.유승리의 말에 비하면 최서준의 말이 더욱 신빙성이 있었다.뒤늦게 반응한 유승리는 곧장 소리를 쳐댔다.“너 따위 일개 직원 주제 뭘 안다고 지껄여?”“유 사장님, 맞는 말씀이십니다.”오민욱은 최서준을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최서준, 유 사장님의 말이 허세라면 네 말은 허세가 아니야?”그는 코웃음을 치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설마 너도 최 대표님을 뵌 적 있는 건 아니겠지?”“그래, 이 녀석보다는 당연히 유 사장님을 믿지.”진아영은 이내 그들의 비위를 맞춰줬다.“최서준, 퉤,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유 사장님을 의심해?”진아영은 최서준을 담금질 해댔다.뭇사람의 멸시하는 눈길을 받으며 최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그토록 최 대표에 대해 잘 아는 이유는 아주 간단해, 바로 내가 최 대
최서준의 행동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진아영의 안색이 변했다. “최서준, 지금 뭐 하는 거야?”그 말에 오민욱 등은 일제히 최서준을 바라보았다. “최 씨, 미쳤어? 당장 앉아.”오민욱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랗게 질렸다. 이렇게 엄숙한 자리에서 모두 최 대표님이 무대에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이 새끼는 지금 일어나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최 대표님인 줄 알겠네.’도연우마저 너무 놀라 급히 소리쳤다. “최서준, 너 미쳤어? 아무리 민욱이에게 해고당했다고 해도 이렇게 복수할 필요는 없잖아.”“민욱아, 빨리 쟤 좀 말려.”곽정원은 얼른 주의를 주었다. “오 사장님, 당장 저 자식 잡아. 아니면 다들 저 새끼 때문에 망할지도 몰라.”그제야 알아차린 유승리는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 오민욱은 이를 악물고 즉시 일어나 최서준을 잡아끌고는 최대한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최서준 씨, 아까는 장난이었어요. 해고한 게 아니니까 어서 앉으세요.”“내가 왜 앉아? 임 대표가 나더러 올라가라는데.”최서준은 오민욱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지랄 하지 마. 임 대표님이 초청한 사람은 최 대표님이지 네가 아니야.”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가 아니라면 정말이지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그는 지금 내심 후회하고 있었다. 최서준이 이 중요한 순간에 뛰어나와 소란을 피울 줄 알았더라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 둘이 말하고 있을 때 회의실의 모든 사람의 눈길은 일제히 그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 지금 뭐 하는 거야?”“이 중요한 장소에서 꾸물거리며 이게 무슨 꼴이야?”“어서 제자리 앉도록 해. 괜히 최 대표님 눈에 띄어서 기분 나쁘게 하지 말고.”모든 임원은 저마다 분분히 의논하며 그들을 향해 수시로 아니꼬운 눈길을 던졌다. 끝내 회사의 신임 부장인 고상율이 초조한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최서준과 오민욱을 향해 큰소리를 쳤다. “너희 둘, 지금 뭣들 하는 거야? 어서 앉아.”“고 부장님, 이놈이 뭘 잘 못 먹었는지
아마 가장 격동된 것은 그 자리의 모든 싱글 여직원들이었을 것이다. 하나같이 모두 얼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들의 감격에 비해 무대아래의 오민욱 등 몇 사람은 벼락 맞은 듯 멍해지고 말았다. 눈앞의 모든 것은 너무나 충격이 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다. “최서준이 최 대표님이라고?”“이럴 수가!”순간 오민욱은 눈동자마저 극도의 경악으로 휘둥그레졌다. ‘이건 진짜가 아니야!’‘이건 꿈이야!’진아영과 오민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멍해 있었다.그들은 믿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감히 믿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그들이 믿지 않으려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게 무슨 일이야?...”도연우는 몸을 휘청거렸다.입술이 터지도록 깨문 그녀의 얼굴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시골에서 온 촌놈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최서준과 의연히 파혼하고 오민욱의 여자 친구가 되였다. 오민욱이 회사에서 그나마 잘나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너무 기뻤던 나머지, 최서준 앞에서 끝없는 거만과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최서준이 남자 친구 오민욱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했것이다. 그녀의 안목은 틀리지 않은 셈이다.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최서준이 바로 이 그룹의 최 대표님이었다. 그들 모두의 사장님이었다. 우월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끝없는 후회로 대체됐다.게다가 이처럼 젊은 스타트업회사의 대표님의 몸값은 억대라 모든 사람은 그의 미래를 감히 예측할 수조차 없었다. 만약 그녀가 최서준과 파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녀 도연우도 필연코 덕을 보게 될 것이고 나아가 도씨 가문 전체도 따라서 비약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수한 남자를 그녀는 자기 손으로 버렸던 것이다. 후회되었다.무한한 후회가 도연우의 가슴에 갈마들었다. 그들 외에도 멀리 물러나 앉아있던 유승리도 너무 놀란 나머지 걸상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는 온 얼굴이 공
최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아영과 곽정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두 사람의 얼굴은 사색이 되고 눈에는 회한의 빛이 어렸다.만약 최서준이 최 대표님이란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들은 절대로 최서준에게 맞서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후회 약은 없다.현장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저마다 고소하다는 듯이 그들을 쳐다보았다. 비록 그들이 왜 해고당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최 대표님에게 미움을 샀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최서준도 설명 대신 그저 회의장을 훑어보며 말했다. “총괄 매니저 유승리 씨는 어디 있습니까?”바닥에 앉아있던 유승리는 흠칫 놀라서는 급히 일어나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최 대표님, 저 여기에 있습니다.”최서준은 웃을 듯 말듯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언제 당신과 함께 술을 마시고 의형제까지 맺었는지 묻고 싶습니다.”유승리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는 손을 들어 자기 뺨을 세게 때렸다. “최 대표님, 잘못했습니다. 대표님을 뵌 적 있다거나 같이 술을 마셨다는 허풍을 떨지 말아야 했습니다.”“그 당시 뭐에 홀리기라도 했는지 그저 허세를 부리고 싶었을 뿐입니다.”“대표님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유승리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사정했다. 무릎까지 꿇을 지경이었다.“잘못을 안다면 고치면 됩니다.”최서준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그 대신, 올해 연말 보너스는 없습니다. 의견 있으십니까?”유승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이어 얼굴에 기쁨을 드러내며 말했다. “전혀 의견 없습니다. 대표님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그는 너무도 기뻐했다. 어쩄든 그는 해고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그저 연말 보너스만 취소했다. 대표님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셨던 것이었다. 안색이 창백하기 짝이 없는 도연우는 입술을 깨물며 최서준을 향해 말했다. “왜?”“신분이 이렇게 높으면서도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고 시골에서 왔다고 속였어?”“날 바보 취급하는 게 재밌었지?”지금 이 순간, 도연우는 알 수
회사의 문어구로 한 무더기의 물건이 거칠게 던져져 나왔다.경호 팀장 조규찬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오민욱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물건 갖고 썩 꺼져.”“조 씨, 싸가지 없게 말하지 마. 나도 어쨌든 총괄 매니저까지 맡았던 사람인데...”오민욱은 못마땅한 듯 말을 이어갔다.“퍽!”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조규찬에게 호되게 한 대 얻어맞았다. “꺼져. 한 번만 더 지껄이면 죽여버린다.”오민욱은 그제서야 얌전해져서는 자신의 물건을 집어 들고 풀이 죽은 채 회사 문을 나섰다. “민욱아, 우리 이대로 끝내야 해?”곽정원은 분개하기 짝이 없어서는 말했다. “그러게. 민욱아, 그 최 씨 새끼가 허세 부리는 면상을 볼 때면 화가 나 죽을 지경이야.”진아영도 미움을 드러내며 말했다. 오민욱은 이마에 부어오른 자국을 만지며 이를 갈며 말했다. “끝내다니?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없어.”“그 새끼가 아무리 세다 해도 회사안에서뿐이지. 회사만 나가면 그를 상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기다려봐. 곧 아버지한테서 몇천만 원만 구해서 사람을 시켜 그놈의 다리를 부러뜨려놓을 테야.”그는 욕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바로 이때 그들의 앞에 우람진 체격의 몇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들의 손에는 칼이며 야구방망이 같은 것들이 들려있었다. 앞장선 사내는 놀랍게도 황지훈이었다. 그의 뒤에는 황지예가 따르고 있었다. 황지훈은 손에 든 야구방망이를 움켜쥐고 얼굴에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민욱, 오래 기다렸다. 너 씨발 드뎌 나왔네?”“너... 너 뭐 하는 거야?”오민욱은 저마다 손에 연장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황지훈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넌 나를 엿 먹였는데, 내가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게 피해서 다니라고 했던 말 기억하냐?”“지훈아, 내 말 좀 들어봐. 오해야.”오민욱은 다급하게 말했다. “오해는개뿔.”“얘들아, 덮쳐. 저 새끼 다리를 아예 부러뜨려.”황지훈이 손을 내
곧 김지유와 반윤정은 차를 몰고 이퓨레 그룹으로 향했다. 최서준은 마침 회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까 회의를 마친 후 남양시 정부에서 관원들이 회사에 시찰하러 왔었다. 최서준은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아예 임상아더러 접대하게 하고 그는 떠나려고 했다. 금방 차에서 내린 김지유는 그를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서준아, 여긴 무슨 일이야?”“나 회의하러 왔지.”최서준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럼 너 최 대표님을 뵌 거야? 그분을 만나 뵙고 싶은데.”김지유는 기대가 섞인 얼굴로 물었다. “만나서 뭐 할 거야?”최서준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김지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 투자 건을 도와주신 분이라 직접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그 일 때문에 그러는구나.”“빨리 알려줘. 최 대표님을 만났어?”김지유는 그를 퉁명스럽게 쏘아보고는 말했다. 곁에 있던 반윤정도 마찬가지로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만났잖아.”“어디?”김지유는 어리둥절해졌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지척인데.”최서준은 그녀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장난 가득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그들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김지유는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서준아, 설마 네가 최 대표님이란 말은 하지 마.”“누나, 솔직히 말할게. 나 사실 이퓨레 그룹 대표야.”최서준은 전혀 꺼리낌 없이 대범하게 말했다. 김지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 있었다. 갑자기 반윤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최서준씨, 허세를 부려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당신이 이퓨레 그룹 대표라고? 당신 주제를 아셔야죠.”그녀는 경멸 어린 표정을 짓고는 최서준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사기꾼을 보는 것 같았다.최서준이 이퓨레 그룹의 대표라면 어찌 김지유에게 빌붙어 밥까지 얻어먹을 수 있겠는가?“대표님, 이놈은 상대하지 말고 우선 최 대표님부터 만나러 갑시다.”반윤정은 김지유를 잡아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