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김지유와 반윤정은 차를 몰고 이퓨레 그룹으로 향했다. 최서준은 마침 회사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까 회의를 마친 후 남양시 정부에서 관원들이 회사에 시찰하러 왔었다. 최서준은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아예 임상아더러 접대하게 하고 그는 떠나려고 했다. 금방 차에서 내린 김지유는 그를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서준아, 여긴 무슨 일이야?”“나 회의하러 왔지.”최서준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럼 너 최 대표님을 뵌 거야? 그분을 만나 뵙고 싶은데.”김지유는 기대가 섞인 얼굴로 물었다. “만나서 뭐 할 거야?”최서준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김지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 투자 건을 도와주신 분이라 직접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그 일 때문에 그러는구나.”“빨리 알려줘. 최 대표님을 만났어?”김지유는 그를 퉁명스럽게 쏘아보고는 말했다. 곁에 있던 반윤정도 마찬가지로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만났잖아.”“어디?”김지유는 어리둥절해졌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지척인데.”최서준은 그녀를 향해 윙크를 날리며 장난 가득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 그들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를 바라보았다. 김지유는 불가사의하다는 표정을 하고는 말했다. “서준아, 설마 네가 최 대표님이란 말은 하지 마.”“누나, 솔직히 말할게. 나 사실 이퓨레 그룹 대표야.”최서준은 전혀 꺼리낌 없이 대범하게 말했다. 김지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해 있었다. 갑자기 반윤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최서준씨, 허세를 부려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당신이 이퓨레 그룹 대표라고? 당신 주제를 아셔야죠.”그녀는 경멸 어린 표정을 짓고는 최서준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사기꾼을 보는 것 같았다.최서준이 이퓨레 그룹의 대표라면 어찌 김지유에게 빌붙어 밥까지 얻어먹을 수 있겠는가?“대표님, 이놈은 상대하지 말고 우선 최 대표님부터 만나러 갑시다.”반윤정은 김지유를 잡아끌며
“보아하니 방금 그 중년 남자가 최 대표님인 것 같네.”반윤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이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흥, 최서준은 자기가 최 대표라더니, 입만 열면 거짓말이네. 그를 믿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지.”이 순간, 그녀는 최서준을 더욱 경멸하고 싫어하게 되었다.밤이 깊어졌다.지오 그룹 옥상, 최서준은 난간에 걸터서서는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불빛이 번쩍이면서 칼로 베인듯한 그의 턱선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담배를 다 태운 후에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벌써 둘째 날이야, 조씨 가문에서 아직도 노 원장네 묘비 앞에서 절을 하고 참회하는 사람이 없냐?”“도련님, 조씨 가문에는 아직 아무도 가지 않았습니다.”최우빈은 그의 뒤에서 몸을 굽혀 공손하게 말했다.“아직 덜 죽였나 보다.”최서준은 고개를 반쯤 들더니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그럼, 그들이 전율할 때까지 죽여야지.”최서준의 살기를 느낀 최우빈은 오늘밤 또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는 바로 자료를 건네주고는 말했다.“도련님, 조씨 가문의 모든 임원에 대한 자료입니다. 사소하다 못해 그들의 팬티 색깔마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들의 지난 5년 동안 있었던 일도 전부 적혀있습니다.”최서준은 건네받더니 결국 한 사람의 이름 위에 시선이 꽂혔다.“조병호, 조씨 가문 셋째, 46세, 사람이 악랄하고 푝력적이며 사사로이 고리대금을 지급하여 수많은 가정들이 산산조각났고 산하에 지하 격투기장을 운영하고 있고...”“얘가 딱 좋겠네.”최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 같았다.다른 한편김지유는 오늘 야근하지 않고 일찍 집에 돌아왔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침대에 누워 정신이 몽롱하기 짝이 없다.‘오늘 벌써 두번째날이야, 도담아, 또 사람을 죽일 거야?’김지유는 너무 괴로운 나머지 울음이 터져버렸다.“누나가 정말 미안해, 너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원장 할아버지의 피맺힌 원한을 너 혼자
격투기장 2층 난간 앞조병호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한 여인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1번, 너 씨발 밥도 안 처먹었냐? 죽을 때까지 때려, 9번을 아예 때려죽여 버려!”조병호는 욕설을 퍼부으며 손을 그녀의 가슴에 갖다 댔다.그의 힘이 셌는지 그녀는 갑자기 “앗”하고 소리를 질렀다.찰싹-조병호는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그녀는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썅년이,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따먹어달라는 거야?”“셋째 도련님, 잘...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이내 여자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애원했다.“썅년이, 나 지금 너무 열받거든? 열 좀 식혀야겠다.”조병호는 욕설을 퍼부으며 벨트를 풀어 헤치더니 여자의 머리를 거칠게 잡아당겼다.바로 이때, 정장 차림의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셋째 도련님, 가주께서 바꾸시라고 합니다.”조병호는 기분이 순식간에 망쳤지만 그래도 전화를 건네받았다. 다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형님, 무슨 일이에요?”“셋째야, 오늘 벌써 둘째 날이다. 아마 그 새끼가 또 사람을 죽일 것이다. 조심해라. 죽으면 내가 알려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말고.”조병호는 전화 너머 당부했다.“네, 알겠어요.”조병호는 전화를 끊고는 시큰둥하게 웃었다.“형님이 나이가 들더니 겁이 많아지나 봐. 보육원 따위 새끼가 세면 얼마나 세다고?”“더군다나 이 지하 격투기장에 손에 피를 묻혔던 복서가 이렇게나 많은데 그놈이 감히 오기만 해봐, 죽여버릴 거야!”이쯤 되자, 조병호의 입가에 기대가 어렸다.“오히려 나를 죽이러 왔으면 좋겠네.”“그러면 난 조씨 가문의 큰 공신이 되겠네. 나아가 노조의 인정도 받을 수 있고, 어쩌면 형님을 대신해 우리 조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도 있겠는데.”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싱클럽 대문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순간, 건장한 경호원 세 명이 비명을 지르며 거꾸로 나가떨어졌다.뭇사람들이 반응하기 전에 청동 가면을 쓰고 검은색 옷을
그들이 급히 올려다보니, 조병호가 2층 난간에 기대고 있었다.“셋째 도련님이십니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멍해 있었다.조병호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위에서 최서준을 게슴츠레 내려다보고 있었다.“건방진 새끼가, 혼자 와서 날 죽이려고 할 줄은 몰랐네.”“너 설마 모르는 거냐? 조씨 가문의 모든 사람 중에서 나 조병호의 부하가 제일 많고, 제일 만만치 않다는걸?”“널 무식하다고 하면 좋을까, 아니면 제 주제를 모른다고 하면 좋을까?”최서준 얼굴의 청동 가면을 바라보는 조병호의 눈빛은 마치 피에 굶주린 야수 같았다.‘그 아이다!’‘한성 보육원의 잔당!’조병호는 한편으로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기도 했다.‘병신, 널 찾지 못할까 봐 되려 걱정했건만 제 발로 걸어 찾아오다니!’‘하하하!’최서준은 고개를 들고 2층에 있는 조병호를 쳐다봤다. 가면 속에 감춰진 두 눈은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사람이 많으면 뭐 해? 내가 널 죽이려고 작정하면 넌 살아남을 수가 없는데.”순간 모두 멍해져서는 제자리에 굳어있었다.‘미쳤네!’‘혼자서 이 많은 복서를 대상으로 큰소리 치다니.’‘제정신이 아니네!’조병호는 얼굴빛이 싸늘해졌다.“병신새끼야, 오늘 너한테 죽지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못한 게 무슨 느낌인지 알게 해줄게.”“다들 덮쳐!”“목숨줄은 간신히 남겨둬라, 조씨 가문의 모든 사람 앞에서 저 새끼로 등불을 켤 거야.”조병호는 피에 굶주린 웃음을 지으며 명령을 내렸다.퍽.많은 복서가 즉시 칼을 휘두르며 최서준을 향해 우르르 달려들었다.그들의 눈에는 차가운 살의를 내뿜었다. 정확히 말하면 피비린내가 나는 살의였다.그들은 몇 년 동안 조병호를 따라다니며 많은 사람을 죽이다 보니 자연히 사람을 삼대 배듯 죽이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수십 자루의 칼이 최서준을 향해 빗발치듯 내리치는 것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그들은 마치 죽지는 않아도 기껏해야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처참한 최후를 본 듯했다.이를 본
피를 부르는 최서준의 눈빛에 조병호는 온몸의 털마저 다 서버렸다.그는 마침내 두려워졌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지금 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결정적인 순간, 그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남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어서 모든 쇠창살을 열고, 사람을 다 풀어버려!" 쾅쾅쾅!철장이 열리자, 맹수 같은 열여덟 명의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키가 190cm는 훌쩍 넘고 팔뚝은 최서준의 허벅지보다 더 굵은 것이 마치 거인 같은 사내들이었다.그들은 모두 조병호가 수년간 모은 일등 싸움꾼들로서, 그 누구든 1대10으로 이길 수 있다.“저 새끼를 죽이는 자에게 자유를 돌려주겠다, 그리고 현금 20만 원까지”조병호의 지시하에 현금으로 가득 찬 박스들은 이 열여덟 명의 건장한 사내 앞에 놓였다.“죽여버려!”열여덟 명의 사내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최서준을 향해 덮쳤다.‘이 자식 이번엔 안 되겠지?’모두가 황급히 최서준을 바라보며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최서준은 시종일관 변함없이 한 손은 뒤로 짊어지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고는 가볍게 내뱉었다.“남아호걸은 적 앞에 겁내지 않는다!”“두려움 모르는 열혈남아의 피를 보라!”“남아의 호기가 가슴을 파고든다.!”“사나이는 일과 인을 양립할 수 없다!”그들은 이 상황을 보고 놀란 나머지 턱이 덜덜 떨렸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 녀석이 아직도 시를 읊다니.’“죽기 직전인데 시를 읊을 기분이 나냐?”조병호는 최서준을 한사코 바라보며 씩 웃었다.누군가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아니, 이건 구성이가 쓴 '살인의 노래'잖아!”“세상에, 살기가 느껴져!”모두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한 건장한 몸집의 사내가 앞장서서 최서준의 명치를 향해 모래주머니만 한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갔다.“인마, 죽어!”최서준은 당황하지 않고 그저 가볍게 손을 뻗어서는 상대의 머리로 내리쳤다.순간 그의 머리는 그대로 가슴팍에
그들은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눈앞에서 무자비하게 벌어지고 있는 살인 현장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놀라움과 충격, 심지어는 전율이 있었다. 그의 한걸음에 한 명씩 죽어 나갔다.진짜로 한걸음에 한 명씩 죽어 나갔다. 살신!이는 희대의 살신이었다.조씨 가문은 어쩌다가 이처럼 공포스러운 존재를 건드린 거지!조병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바지에 소변을 지릴 지경이였다. 이 순간에야 그는 이 따위 녀석이 형님을 그토록 긴장하게 하는 이유를 알아챘다. 심지어 조씨 가문의 노조에서까지 특별히 사람을 보내 그를 상대했다.“아니야, 난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없단 말이야!”조병호는 속으로 미친 듯이 부르짖었다.“내가 바로 명성이 자자한 조씨 가문의 셋째야. 무상의 권력과 재부를 갖고 있다고! 난 아직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는데, 절대 죽을 수 없어!”“문산!”“어서 문산을 풀어라!”갑자기 그는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탕!”마지막 하나의 커다란 쇠창살이 열리며 발목에 무거운 족쇄를 찬 남자가 걸어 나왔다. “문산!”“문산!”그 순간 몰려섰던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문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더 없는 경외와 숭배로 가득 차 있었다. 문산은 이 지하 격투기장의 격투 왕으로서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져본 적 없이 백전백승이었다. 그의 손에 죽은 사람만 해도 백 명은 아니여도 팔십 명 정도는 되였다. 그가 나선다는 것은 곧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조병호는 거금을 들여 쇠사슬을 만들어 그의 팔다리를 묶었으며 견고하기 그지없는 쇠창살에 그를 가두었다. 조병호는 손을 뻗어 최서준을 가리키며 문산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문산, 저 새끼를 죽여버려. 무슨 조건이든 들어주마.”“난 이백만 원 더.”문산은 웃통을 벗은 채 느긋하게 말했다. “좋아, 이백만 원. 바로 계좌로 보낼게.”조병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딜!”곧 문산의 팔다리에 묶여있던 쇠사슬이 풀렸다. “탕.”문산이 발을 내디디자 땅 전
“왜 다들 죽기 전에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거지? 좀 신선한 건 없어?”그의 앞에 선 최서준은 고개를 젓더니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억지로 비틀어 뽑았다.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봉투 하나를 꺼내 그 안에 조병호의 머리를 넣은 뒤 훌쩍 떠났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장내의 사람들은 머리가 사라진 조병호의 시체와 피로 물든 바닥을 보았다.더는 참지 못한 그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사람들을 밀치며 도망치려 했고 어떤 이들은 벽을 붙잡고 토했다.격투기장 밖에서는 경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다.“빨리, 빨리빨리!”제복을 입은 윤희은이 차에서 내려 두 명의 부하를 데리고 격투기장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러다 문득 10걸음 정도 되는 거리 밖에 한 사람이 봉투 하나를 들고 걸어가는 걸 보았다.그가 들고 있는 봉투에서 핏물이 뚝뚝 흘러 아주 섬뜩했다.“탕!”윤희은은 서둘러 총을 꺼내 들어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 윤희은이 큰 소리로 외쳤다.“거기 너! 지금 당장 멈춰 서!”윤희은의 등 뒤에 있던 두 사람은 그제야 최서준을 발견하고 총을 꺼내 그를 겨눴다.최서준은 담배를 문 채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가면 아래 숨겨진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가면을 쓰고 있군. 또 너야?”윤희은은 안색이 달라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들고 있는 건 뭐지?”“알고 싶어? 이걸 보면 겁을 먹을까 봐 걱정되는데.”최서준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봉투를 흔들거렸다.“움직이지 마!”윤희은은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서 다급히 호통을 쳤다.“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당장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뒤 무릎 꿇고 앉아!”그러나 최서준은 가만히 있었다.윤희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말 반복하지 않을 거야. 감히 멋대로 움직이려 한다면 당장 총으로 쏴 죽이겠어!”말을 마친 뒤 윤희은은 조금 부드러워진 어조로 말했다.“우리는 12년 전 한성 보육원 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어. 네가 그들을 위해 복
윤희은이 말을 마치자마자 담배꽁초 하나가 아주 빠른 속도로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윤희은은 본능적으로 옆으로 피했고 뒤이어 귓가에서 총소리가 두 번 들렸다.그녀가 중심을 잡고 고개를 들었을 때, 최서준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빌어먹을, 그 자식 또 도망쳤어!”윤희은은 최서준이 서 있던 곳으로 걸어가서 발을 쿵쿵 굴렀다.그녀는 두 부하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조금 전에 총 쐈었지? 맞춘 것 같아?”두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저희도 모르겠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요.”윤희은은 경악했다.조금 전 그들은 최서준과 기껏해야 10걸음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탄환을 피해 도망칠 수 있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한 실력인가?윤희은은 갑자기 조금 전의 그 담배꽁초를 들었다. 그녀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걸렸다.“결국엔 증거를 남기고 갔네!”“감식반으로 가져가서 여기에 남겨진 DNA를 검사해 보라고 해. 최대한 빨리!”윤희은은 봉투를 하나 꺼내 그것을 담은 뒤 조심스럽게 부하에게 건넸다.뒤이어 그녀는 남은 부하 한 명을 데리고 함께 지하 격투기장으로 들어갔다.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마주했을 때, 강한 멘탈을 가진 두 사람도 등골이 오싹했다.윤희은은 울렁거림을 참으며 중얼거렸다.“조씨 집안도 참, 저런 미치광이를 건드렸으니 이제 곧 멸문당하겠네.”그녀는 피바다가 된 조씨 집안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하지만 윤희은은 직책이 있었고, 또 김지유라는 좋은 친구를 고려해야 했기에 최대한 빨리 최서준을 잡아야 했다.30분 뒤, 김지유는 잠결에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서 깼다.“지유야, 얼른 문 열어. 나 윤희은이야!”김지유는 서둘러 문을 열었다.“희은 언니, 무슨 일이에요?”살짝 창백해진 얼굴을 보니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듯했다.윤희은은 솔직히 얘기했다.“네가 그렇게 아끼던 도담이가 또 사람을 죽였어. 이번에는 조씨 집안의 셋째 조병호를 죽이고 그의 머리를 뜯어서 가져갔어.”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