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경찰차 한 대가 아주 빠른 속도로 남원 추모 공원 입구에 도착했다.윤희은과 김지유가 차에서 내려 곧장 추모 공원 안으로 들어갔고 마침내 외딴 묘비 앞에 도착했다. 그중 가운데 있는 묘비 앞에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역시 제사를 지내러 온 거였어!”윤희은의 시선이 잿더미에 고정되었다. 곧이어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지유야, 여기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거야. 지금 쫓아가도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윤희은은 몰래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가서 총을 빼냈다.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윤희은은 김지유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친 듯이 흙을 파헤치는 걸 보았다.손가락을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김지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땅을 파헤치자 피 칠갑이 된 사람 머리가 밖으로 드러났다.“조형우의 머리네!”윤희은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김지유는 입을 힘껏 틀어막은 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도담아, 난 알고 있었어. 네가 제일 먼저 원장 할아버지랑 다른 사람들을 보러 올 줄 알았다고.”“왜 날 기다려주지 않은 거야?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거야?”“왜 이렇게 바보 같아? 왜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는 거야? 왜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냐고.”“누나가 별로 도움은 안 돼도, 그래도 난 널 지켜주고 싶어. 너 대신 죽으라고 해도 난 기꺼이 죽을 거야.”김지유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윤희은은 최서준을 쫓아갈 생각이었지만 김지유의 모습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저 멀찍이 떨어진 채로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김지유는 눈앞의 외로워 보이는 묘비를 바라보면서 흐느꼈다.“원장 할아버지, 그리고 옛 친구들아. 부디 나와 도담이가 하루빨리 만날 수 있게 도와줘.”윤희은은 김지유가 지나치게 슬퍼할까 봐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지유야, 내가 약속해. 넌 이제 곧 도담이를 볼 수 있을 거야.”“희은 언니, 나
“아니, 난 돌아가서 사건을 연구해야 해. 넌 일찍 쉬어.”윤희은은 고개를 젓더니 몸을 돌려 차를 타고 떠났다.김지유는 문을 닫은 뒤 최서준의 방 앞에 섰다.그녀는 먼저 문을 두드렸다.“최서준, 자?”아무런 대답도 없자 김지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그 순간, 김지유는 왠지 모를 실망을 느꼈다.최서준이 돌아오지 않았다.이렇게 늦은 시간인데 말이다.왜 돌아오지 않은 걸까?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그런 생각이 들자 김지유는 깜짝 놀라서 최서준에게 전화했다.김지유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동안 최서준과 동거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말이다.갑자기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남자는 평소에 말이 좀 안 통해서 그렇지, 김지유는 이미 그의 존재가 익숙해졌다.그녀가 막 통화 버튼을 눌렀을 때 아래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열렸다.최서준이 돌아온 것이다.김지유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 아래층으로 내려간 그녀는 최서준을 자세히 살펴보며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에 갔다 온 거야?”“친구랑 만나서 술 좀 마셨어. 미안.”최서준은 이미 핑계를 생각해 둔 상태였다.곧이어 그는 정장을 입은 김지유를 바라보며 말했다.“금방 돌아온 거야?”“응, 회사에서 야근하다가 돌아왔어.”김지유는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그녀는 도담이의 일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최서준이 놀랄까 봐서 말이다.그 외에도 도담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순간 최서준의 눈동자에 쉽게 알아챌 수 없는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그래. 얼른 가서 씻고 일찍 쉬어.”최서준은 말을 마친 뒤 김지유가 대꾸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왠지 모르게 김지유는 오늘 저녁 최서준이 수상했다.어쩐지 그가 자신을 멀리하는 것 같았고 태도도 조금 냉담해진 것 같았다.그러나 김지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최서준이 취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김지유는 씻고 나서 침대에
이 순간, 그들은 경멸을 거두어들였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칼이 목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았고, 언제든 본인의 머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심지어 조씨 가문의 가주 조훈과 휠체어에 앉아있는 조명휘도 섬뜩함을 느꼈다.“형님, 이...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조씨 가문의 둘째 조천우가 창백해진 얼굴로 물었다.그는 아마 이곳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당황스럽고 두려울 것이다.넷째와 셋째가 죽었으니 다음은 그가 될지도 몰랐다.조훈의 안색은 한없이 어두웠다.그들은 이미 대외적으로 현상금까지 걸어 범인을 잡으려고 했다. 심지어 현상금은 끊임없이 올라갔다.그러나 범인을 잡기는커녕 소식조차 전혀 얻지 못했다.그는 마치 지옥에서 온 악귀처럼 끈질겼다.이때 조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몸을 흠칫 떨더니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하하하!”전화를 끊은 뒤 조훈은 조금 전의 낙담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여러분,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조금 전에 노조의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이제 곧 남양에 도착할 것이니 마중 나오라고 했습니다.”“뭐라고요? 노조의 제자가 도착했다고요?”“정말 잘 됐어요. 우리 조씨 집안에 희망이 생겼네요.”“...”사람들은 조금 전의 우울함을 잊은 채 얼굴에 흥분한 기색을 띠었다.노조는 조씨 집안의 신이었다.그의 제자라면 당연히 예사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가 조씨 집안을 돕는다면 그 빌어먹을 자식은 제멋대로 날뛰지 못할 것이다.“다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노조의 제자를 맞이하러 가죠.”조훈은 손을 휘둘렀다. 그는 조씨 집안의 임원들을 대동한 채 어둠을 뚫고 남양시 세원항으로 향했다.두 시간 뒤, 남양시의 유명한 관광 명소인 세원항에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형님, 노조의 제자가 이곳에 배를 대는 겁니까?”조천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한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노조의 제자가 해외에서 돌아오는 것인데 왜 공항으로 마중 나가지 않는 것일까
남자는 손에 피가 가득 묻은 물건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조훈 등 사람들을 보고 얘기했다.“조씨 가문 사람들이에요?”조후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존경하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혹시... 노조의 제자입니까?”“맞아요. 전 육주완입니다. 스승님의 제자 중 가장 어리죠.”남자는 씨익 웃었다. 그 미소가 소름 돋게 했다.사람들은 그제야 그가 손에 쥔 것을 발견했다. 그건 사람의 머리였다.“육주완 씨, 이건...?”조훈은 소름이 머리끝까지 뻗쳤다.“아, 이거요?”육주완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말했다.“이름이 뭐였더라... 방서한이었나? 항운 사업에서 조씨 가문의 라이벌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오는 길에 죽였어요. 이건 첫 만남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둬요.”그의 말투는 아주 담담해서, 마치 지금의 이 일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했다.“뭐? 정말 방서한이라고?”“정말 방서한이야. 남양 항운의 1인자였는데... 이렇게 죽다니.”“정말 노조의 제자인 게 분명해! 오자마자 우리를 위해 라이벌을 해치워 줬잖아.”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굳어버렸다.“조훈도 매우 놀라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육주완 씨의 선물,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조씨 가문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조씨 가문의 사업은 여러 업계에 많았다. 항운은 그저 그중 하나였다.그리고 이 방서한은 항운을 가장 먼저 시작해 이 업계를 거의 독점한 사람이었다. 배로 물건을 운수 하려면 다 그에게 돈을 줘야 했다.그래서 방서한과 오랜 기간 싸워서 양쪽 다 손해를 조금씩 입었지만 누구도 물러나지 않았다.하지만 노조의 제자가 와서 바로 그들의 라이벌을 해치워버렸다.그 생각에 조훈은 더욱 격동했다. 벌써 조씨 가문이 남양을 제패한 날을 상상하는 듯했다.육주완은 방서한의 머리를 바닥에 버리고 얘기했다.“오기 전에 스승님이 넘겨주신 임무는 다 완성했습니까?”조훈은 바로 표정이 굳어서 겨우 입을 열었다.“육주완 씨, 한성 보육원의 일은 우리도 아직...”“쓸모없는 것들
최서준이 조명휘의 손발을 부숴놓았기에 김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이틀 동안은 직접 김지유를 회사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다만 전날 저녁, 최서준은 김지유가 자기한테 거짓말을 한 후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차가워졌다. 하긴, 자기를 속인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김지유도 그 변화를 느꼈다.하지만 업무가 다망했기 때문에, 게다가 계속 윤희은 쪽의 일에 신경 썼기 때문에 최서준과의 일에 신경을 돌릴 새가 없었다.오늘 오전. 최서준은 김지유를 해성 그룹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사람들이 무리 지어 문 앞을 막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모든 경비들이 나섰지만 막을 수 없어 질서가 어지러웠다.게다가 주변에 또 적지 않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보였다.“양심도 없는 회사! 감히 이런 저질 화장품을 팔다니! 환불해라!”“그래! 내 아내도 여기 화장품을 쓰고 얼굴이 다 망가졌어. 지금은 병원에 누워있는 신세라고!”“다들 달려들어! 양심 없는 회사는 망해라! 망해라!”사람들은 흥분해서 달려들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돌을 들고 경비들에게 던졌다.“이게 무슨 일이야...”차안의 김지유는 표정이 차갑게 굳어 얼른 최서준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가장 앞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반윤정에게 물었다.“윤정아, 이게 무슨 일이야.”“대표님, 오셨군요. 회사에 큰일이 생겼어요.”반윤정은 그녀를 보고 얼른 보고했다.“누가 우리 회사의 화장품에 유해 물질이 있어서 얼굴이 망가졌다고, 심지어 죽을 뻔했다고 하면서 우리 회사에 와서 반발하고 있어요.”“그럴 리가 없잖아!”김지유는 얼굴이 파리해져서 얘기했다.“우리 회사 화장품은 다 전문적인 기관에서 검사해서 유해 물질이 있을 리 없어. 게다가 계속 같은 제조법을 사용하고. 제조하면서도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얼굴이 망가지고, 죽을 뻔하다니?”“그러게요.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우리 회사의 화장품을 써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고 있어요. 지금도 보세요.
최서준이 문신남을 풀어준 후, 김지유가 그를 보며 얘기했다.“저기요,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오해는 개뿔. 내 아내가 너희 회사 화장품을 쓰고 얼굴이 다 퉁퉁 부어올라서 병원에 실려 갔어. 지금도 병원에 누워만 있다고. 의사가 언제 죽을지 모른대.”문신남은 한편으로 욕하면서 한편으로는 눈물을 흘렸다.“내 아내의 얼굴을 돌려줘!”“저기,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희 제품은 모두 엄격한 관리를 거친 것이기에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없어요...”김지유가 천천히 해명했다.“난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한 중년 여자가 나타나서 얘기했다.“우리 딸도 당신 회사의 화장품을 쓰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물집이 잡혔어. 지금 매일 자살하겠다고 난리야. 말하는데, 내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난 너희 회사 대문 앞에서 죽고 말 거야.”여자는 바닥에 꿇어앉아 가련하게 눈물을 흘렸다.“나도...”또 두 여자가 걸어 나와 울면서 김지유를 손가락질했다.김지유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자기 회사의 제품에 언제나 자신있던 그녀지만 지금은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주변에서 매체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김지유를 찍어댔다.그 모습에 문신남과 중년 여자는 사람들 모르게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둘 다 교활하고 사악한 눈을 하고 있었다.이윽고 경찰차 두 대가 도착했다.차에서 윤희은이 사람을 데리고 내려왔다. 그녀는 원래 수사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가 해성 그룹에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지유야, 무슨 일이야?”윤희은이 다가가 물었다.김지유는 모든 일의 경과를 솔직하게 얘기해 주었다.윤희은은 다 듣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현장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게다가 보는 눈이 있으니 지금 그들을 돌려보내도 소용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체포를 하면 더욱 심한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김지유도 그런 윤희은의 마음을 알고 깊이 숨을 들이켜고 얘기했다.“여러분, 조사할 시간을 주세요. 만
최서준이 말을 끝마치자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했다.그리고 문신을 새긴 청년은 꼬리를 밟힌 토끼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누가 그래? 내가 마누라가 없다고. 아까 분명 말하지 않았나? 내 마누라는 아직도 응급병실에 누워 있다고.”“서준아, 너 저 사람 알아?”김지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희은조차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최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앞에 있는 이 남자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그나마 가장 선했던 적을 꼽자면 자신이 지난번 터미널에서 그를 파출소로 잡아들였다가 김지유가 보석으로 그를 풀어줬던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최서준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말했다.“나도 몰라. 엄밀히 말하면 나도 이 사람 처음 봐.”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순간 술렁이었다.‘이전에 본 적도 없으면서 그 사람한테 아내가 없다는 건 어떻게 알아?’“최 씨, 아직도 안 끝났습니까? 이 정도 난리 쳤으면 된 거 아닌가요?”최서준을 계속 달갑지 않게 바라보던 반윤정이 투덜대며 말했다.‘이 멍청한 놈, 지금 이게 무슨 자리인 줄 알고 도리어 대표님께 망신을 줘?’김지유도 덩달아 화가 났다.그렇게 마침 그녀가 최서준에게 호통을 치려고 할 즈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아내가 없다고 단정한 이유는 저 사람 관상을 보니 저자가 천위이기 때문이야.”“뭐? 천위?”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했다.하지만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문신을 새긴 청년의 얼굴색이 “천위”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변했다는 것이다.김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천위라는 게 뭔데?”그러자 최서준이 천천히 말했다.“천위라는 건 선천성 발기부전이라는 거야. 때문에 평생 여자와 그런 일을 할 수 없어.”“풉!”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크게 웃었다.‘천위라는 게 그런 거구나. 진짜 처음 들어보는데?’곧이어 일시에 많은 사람이 문신을 새긴 청년의 바짓가랑이를 살펴보았다. 설령 그가 바지를 입고 있더라도, 사람들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당연히 친딸이죠.”“거짓말하고 계시네요.”뒤이어 최서준이 피식 냉소하며 물었다.“불임인 사람이 어디서 친딸을 논하고 있습니까?”“개소리하네! 불임은 무슨 불임, 당신네 가족이 불임이겠지!”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매우 날카로웠는데 누군가에게 뭔가를 들킬까 봐 두려워하는 듯하였다.덩달아 윤희은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보았다.“이것도 네가 관상으로 알아본 거야?”“응.”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관상도 좀 봐줄래? 네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 한번 보려고.”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윤희은이 말했다.“뭘 보고 싶은데?”“우리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갖고 계시는지 말해봐.”그러자 최서준은 몇 초 동안 그녀를 자세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릴 때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는데, 왜 지금에 와서 그런 말을 하고 있어?”그가 말을 마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최서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듯 일제히 윤희은을 바라보았다.한편 김지유는 하얗게 안색이 질려 실망 가득 찬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윤희은은 벌컥 화를 냈다.“정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 부모님 아직 다 살아계시거든?”“지금 부모님은 친부모님이 아니야.”최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만해!”그때, 김지유가 고함을 지르더니 더없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제 충분하지 않나, 최서준?”“너도 나 안 믿어?”최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지금 헛소리만 해대는 데 내가 너를 어떻게 믿어?”김지유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희은 언니 부모님은 내가 뵌 적이 있어. 내가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는 거 증명할 수 있다고.”“내 뜻은 그냥 지금 부모님이랑 혈연관계가 없다는 건데...”김지유는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어 바로 최서준의 말을 끊었다.“꺼져. 당장 꺼져! 멀리 꺼질수록 더 좋아. 더 이상 네 헛소리 못 들어주겠다.”그녀는 억울해서
“왜 그럽니까? 정말 화가 난 겁니까? 이제 시작인데 가려고 하다니요.”청룡이 그를 붙잡았다.“비경에서 며칠 동안 있었더니 집의 일이 밀려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겁니다.”최서준이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경성에 집이 있어요? 경성에 자주 오갈 건가 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중에 찾아가면 날 내쫓지 말고요.”청룡은 최서준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연히 환영할 거예요.”인사를 마친 후, 최서준은 김지유와 함께 기지를 떠나 하늘로 날아올랐다.그제야 두 사람은 단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하늘 위에서. 최서준이 멈춰 섰다. 그러자 김지유가 그대로 최서준의 등에 이마를 박았다.“왜 그래, 서준아?”김지유가 가볍게 물었다.“누나, 보육원 사건의 원수를 알아냈어.”그 말에 김지유의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물었다.“누구야. 어디 있는데?”그 말에서 김지유의 살기가 흘러나왔다.“누나, 내가 할게. 누나는 가만히 있어. 누나한테 이 얘기를 하는 건 그저 누나한테 비밀로 하고 싶지 않아서야.”최서준은 약간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서준아, 예전 같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어떻게 네 뒤에 숨어만 있겠어. 보육원의 복수는 너 혼자 할 게 아니야. 말해. 도대체 누구인지. 누가 인간의 탈을 쓰고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건지.”김지유는 담담한 척 말하고 있었지만 최서준은 김지유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경성 진씨 가문이야.”“가자.”김지유는 바로 최서준을 끌고 진씨 가문으로 가려고 했다.무군의 속도는 아주 빨라서 두 사람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경성 진씨 가문 상공에 도착했다.북적거리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의 진씨 가문은 아주 조용했다. “최서준, 정말 다 죽일 거야? 미리 얘기해 주는데, 이곳에만 해도 무군이 수두룩해. 게다가 진씨 가문 비경 안에 괴물이 잠들어있을
진씨 가문 저택 속의 비경.한 노인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폐관 수련 중이던 방문을 다 열어젖혔다.“무슨 일이야!”그는 바로 전대 가주, 즉 진이군의 아버지인 진정수였다.진정수는 진씨 가문 비경에서 계속 폐관 수련하면서 무왕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아까 이상한 점을 느끼고 갑자기 나온 것이었다.진정수가 나오자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인데 이러는 거야. 체통을 지켜야지.”가문의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얘기하는 것을 본 진정수가 가볍게 꾸짖었다.“가주님이... 가주님이 돌아가셨습니다.”“뭐라고?”진정수가 멍해서 되물었다.“가주님뿐만이 아니라 첫째 도련님과 둘째 도련님도 사망하셨습니다.”사람들이 보고했다.그러자 진정수가 분에 차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아들도 죽었고 손자도 죽었다.“누구냐. 말해. 경성의 다른 가문이야? 아니면 종문이야?”진정수가 물었다.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적수는 이들밖에 없었다.“아닙니다. 최서준입니다.”“최서준이 누구지?”진정수는 기억을 되짚었다. 하지만 그 이름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최서준은 현재 대하 현무의 수장입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죠.”“뭐? 그럴 리가 없어!”진정수가 놀라서 대답했다.진이군이 가주를 맡으면서 수련을 게을리했다고 해도 무군 세 번째 단계의 고수다.그런데 20대 초반의 젊은이한테 살해당하다니.이런 일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사실입니다. 가주님은 사람들 앞에서 머리가 잘려서 살해당했습니다. 현재 모든 무술계에서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최서준은 어디 있는 거야!”진정수는 몇 십년 동안 수련을 하면서 정신력을 키웠지만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당장 최서준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싶었다....경성의 한 기지.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이곳은 최서준의 공로를 축하하는 연회장이었다.진성철은 먼저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진성철이 간 후 청룡이 나서서 연회를 이끌었다.현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
진성철은 최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최서준, 여기서 멈춰야 해. 날 죽인다면 한씨 가문은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한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지?”한민기가 얘기했다.“멈추라고? 웃기네. 난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어. 모두 너희가 먼저 시작해서 날 죽이려고 든 거지. 지금 와서 멈추라는 것도 웃기지 않아? 당신이야말로 대단하네. 두 아들이 다 내 손에서 죽었는데 이렇게 침착하다니. 보니까 아들도 별거 아니었나 봐?”최서준이 차갑게 말하면서 비웃었다.그 말을 들은 한민기는 미간을 팍 좁혔다.최서준의 말투를 들어보니 한민기를 놓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러자 한민기는 생각을 바꿨다.“최서준,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실력으로 우리 한씨 가문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한민기가 그렇게 얘기하고 바로 자기 기운을 뿜어냈다. 도망가지 않고 마지막으로 최서준과 싸우기 위해서였다.하지만 한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한민기의 가슴을 팍하고 쳤다.한민기의 가슴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그사이에 작은 벌레가 한민기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네가 서준이를 괴롭힌 사람이야?”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바로 김지유였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한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너는 누구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한민기는 하얀 벌레 한 마리가 자기 피부를 찢고 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김지유를 가리키며 말했다.“계속해서 서준이를 괴롭히다니. 서준이한테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나 봐?”김지유가 차갑게 얘기했다.한민기의 몸은 눈에 띄게 말라갔다. 그러더니 마지막에는 가죽만 남았다.김지유는 그제야 최서준을 향해 걸어갔다.“누나가 왜 왔어?”최서준이 다가가 먼저 물었다.“서준아, 오늘은 네가 오는 날이잖아. 내가 안 올 수 없지. 어디로 오는지 몰라서 헤맸는데 아까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봤어. 그래서 바로 달려온 거야.”김지유가 해명했다.“누나, 소개해 줄게. 여기는 청룡이야. 그리고 여기는
‘노조는 어디 간 거지?’진이군은 그제야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최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설마...? 아니, 그럴 수가 없어!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야! 그저 잠시 무슨 사정이 생겨서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진이군은 그제야 본인이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얘기했다. 지금 반드시 도망쳐야 한다. 그 생각에 진이군이 입을 열었다.“현무, 너 미쳤어? 난 진씨 가문 가주야! 날 죽이려고 하다니. 정말 진씨 가문과 끝까지 가보자는 거야?”진이군은 진씨 가문을 핑계로 최서준을 진정시키고 싶었다.하지만 최서준은 진씨 가문을 다 죽이려고 하고 있다.최서준은 진이군을 향해 달려들었다.먼지 속에서, 최서준은 더욱 쉽게 상대를 죽일 수 있었다.결계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최서준은 용연검을 꺼내더니 바로 진이군을 쫓아갔다.“저렇게 빠르다고?”사람들은 최서준의 속도를 보고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이 속도는 무군 세 번째 단계의 속도가 아니다.“너희 노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 지금 그곳으로 보내줄게.”최서준은 진이군을 쫓아갔다. 진이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자기 목에 검이 꽂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용연검을 빠르게 진이군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진이군은 머리가 잘린 채 바닥에 툭 쓰러졌다.“뭐야! 진씨 가문 가주가 죽었어!”“큰일이다. 앞으로 경성에 피바람이 불겠어.”“그러게 말이야. 진씨 가문 가주가 사람들 앞에서 죽다니. 진씨 가문이 현무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씨 가문에 숨겨진 실력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무는 이제 끝장이야.”“가자, 더 이상 이 일에 엮이면 안 돼.”사람들은 최서준이 그들 앞에서 진이군을 죽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가문의 가주이고 실력도 비슷하니 그저 잠깐의 헤프닝으로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얼른 도망가려고 했다.어느새 이곳에는 한씨 가문 가주 한민기만 남았다.도망가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그는
“그래?”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겼다.한씨 가문 노조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본인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이,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이렇게 쉽게 죽다니.“이건 네 결계가 아니라 네 세계인 거야?”죽기 전, 한씨 가문 노조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최서준은 세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분명 결계보다 더욱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게 세계라는 것이었구나.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최서준은 차가운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쳐다보았다.“살려줘, 내가 아까 말한 건 다 가짜야. 내가 널 속인 거야. 제발 날 살려줘. 원하는 건 내가 다 줄게!”진씨 가문 노조는 한씨 가문 노조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최서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잘못된 것을 느끼고 벌벌 떨면서 사과를 빌었다.“지금 빌어도 늦었어. 나만 죽이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넌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보육원의 아이들을 죽였어. 걱정하지 마. 내가 얘기했잖아. 진씨 가문 전체를 죽일 거라고. 먼저 가서 기다리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최서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진씨 가문 노조를 노려보면서 손을 휘저었다.그러자 진씨 가문 노조의 몸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최서준은 바로 비경 입구 쪽에 다시 나타났다.최서준이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나자 사람들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봐, 현무야! 아까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그런데 진씨 가문 노조는 어디 가고 최서준만 나타난 거지?”“설마 최서준이 이긴 건가?”“그럴 리가 없어. 아마 진씨 가문 노조가 현무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먼저 떠난 거 아닐까?”두 사람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얘기했다.“그런 것 같아.”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씨 가문 노조도 참여했다는 것을 몰랐기에 한씨 가문 노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사람들은 그저 진씨 가문 노조가 떠났다고 생각하지 최서준이 그를 죽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하긴 두 사람이 다 무
그 순간, 커다란 비경이 두 사람을 덮었다.두 사람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런 애송이도 못 처리해서 날 부른 거야?”한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게 말이야. 우리 둘이 동시에 나섰던 건 최씨 가문을 상대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진씨 가문 노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럼 진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가짜인 모양이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최서준이 얘기했다. “사이가 안 좋다고? 그건 지금 세대의 아이들이지.”한씨 가문 노조가 웃으면서 얘기했다.두 사람은 최서준은 제압한 채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진씨 가문 노조도 얘기했다.“이렇게 해야 대하도 마음 놓고 보고만 있지. 됐어. 설명해도 넌 모르잖아.”“넌 이미 내 결계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말할게. 신의 결정을 내놔. 그러면 살려줄지도 모르니까.”“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저 자를 죽이고 시체를 뒤지면 나올 것 아니야.”한씨 가문 노조가 얘기했다.“결계? 이거 말하는 건가?”최서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늪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도 그대로 파멸했다.그러자 힘의 반동 때문에 진씨 가문 노조가 가슴을 부여잡고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이럴 수가!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내 결계를 파한 거지? 도대체 무슨 수단을 쓴 거야!”진씨 가문 노조는 놀란 표정으로 얘기했다.진씨 가문 노조의 결계 밖에는 한씨 가문 노조의 결계가 한층 더 있었다.그래서 한씨 가문 노조는 바로 최서준의 몸을 묶었다. “네 결계와 상성이 안 맞나보지. 내가 처리할게.”한씨 가문 노조가 나섰다.“그렇게 생각해?”최서준이 또 손가락을 튕겼다.쩌적.결계에 금이 가더니 이내 완전히 깨져버렸다.그러자 한씨 가문 노조도 똑같이 피를 뿜어내며 힘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경성이 아니다!“여긴 어디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
“그러게 말이야. 현무가 저렇게 이성을 잃은 모습은 처음 봐. 이번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비경을 손에 넣고 다른 명문가들을 이길 수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젊은 사람이 좀 참지.”사람들은 저마다 안타까워하면서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서준의 표정을 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구경꾼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옆에 있던 청룡과 진성철도 이상함을 느꼈다.무슨 일이기에 최서준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든단 말인가.하지만 지금 머리를 짠다고 해서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감히, 우리 진씨 가문 노조한테 달려들다니. 최서준 넌 죽었어.”진이군은 차갑게 웃고 청룡과 진성철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두 가문이 의견이 자주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한민기도 옆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얘기했다.하늘 위.진씨 가문 노조는 최서준을 죽이려고 일부러 최서준을 유인했다.뒤로 따라오는 최서준을 보면서 진씨 가문 노조는 차갑게 최서준을 노려보았다.한순간. 노조가 뒤를 돌자 두 사람이 하늘에서 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기운이 부딪혀 파문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기운이 튕겨 나갔다.“뭐? 이게 뭐야! 현무는 그저 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진씨 가문 노조의 공격을 막아냈어!”“막아낸 게 아니라 튕겨 난 거잖아.”두 사람의 그림자를 본 사람들이 밑에서 수군거렸다.청룡과 진성철의 얼굴에도 놀란 표정이 드러났다.현무가 이렇게 강했다니.두 사람은 어느새 희망을 품게 되었다.‘현무, 당신은 무사해야 해!’하늘 위.튕겨 난 진씨 가문 노조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드러냈다.무군 세 번째 단계일 뿐인데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진씨 가문 노조는 무군 여섯 번째 단계인데 말이다.“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노조가 되었다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누나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야.”최서준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
최서준은 진씨 가문 노조가 결정을 달라고 해서 그대로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대답했다.“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감히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정말 현무라고 해서 내가 널 못 건드릴 줄 알아? 좋게 얘기할 때 못 알아듣는 거야?”진씨 가문 노조가 금세 화를 냈다. 아무리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모욕은 참을 수 없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먼저 그런 태도로 나오셨으니 저도 어쩔 수 없죠.”최서준이 담담하게 얘기했다.그의 말에는 비웃음이 가득 담겨있었다.“너 이 자식...! 애초에 최씨 가문의 씨를 다 말려버렸어야 했는데. 역시 최씨 가문 핏줄이라 알아서 죽음의 길을 걷는구나!”진씨 가문 노조는 비웃음 앞에서 갑자기 화를 거두고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이 바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무슨 뜻인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그럼 그때 보육원의 일, 진씨 가문이 한 겁니까?”“그렇다면 어쩔 건데. 최서준, 그 보육원의 일은 진씨 가문이 시킨 거야. 게다가 최씨 가문이 망한 것도 우리 진씨 가문이 개입했던 일이야.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진씨 가문 노조는 그저 머릿속으로 최서준에게 얘기할 뿐이었다.아무리 노조라고 해도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그 순간 눈이 충혈되고 피눈물이 흘렀다.‘드디어, 드디어 찾았다!’무후 세 번째 단계인 그의 기운이 폭발했다.“현무! 진정해!”청룡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성철을 보호하면서 최서준의 귓가에 얘기했다.“현무, 저 자는 그저 당신을 도발하려고 하는 겁니다. 당신이 먼저 공격하면 저 자는 당신을 바로 죽일 겁니다. 제발 진정해요! 이 함정에 빠지지 말란 말이에요!”오랫동안 찾은 범인이 이곳에 있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최서준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장님, 같이 놀던 친구들... 적어도 100여 명은 되었다.“날 죽이고 싶었으면 나만 죽일 것이지
“이런 존재가 있다니! 수련계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을 내뱉었다.하늘에 있던 두 무군도 최서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왔다.“무군 세 번째 단계라니. 그래, 네가 이 비경을 가지게 되었구나.”그중 한 사람이 최서준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어쩔 건데요?”최서준이 대답했다.최서준은 비경 입구 쪽에 있는 두 무군의 실력을 대충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군 중기일 뿐이다. 아무리 높다고 해도 무군 여섯 번째 단계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역시 너였어! 무군이 되자마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다니. 선배를 향한 존경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무군이 되면 우리와 맞서 싸워 이길 줄 알았어?”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컥 화를 냈다.“당신들이야말로 계속 우리를 깔보는 식으로 얘기했잖아요.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왜요? 내가 비경을 갖고 나니까 날 죽이기라도 하게요?”최서준은 노인의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얘기했다.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뭐? 최서준이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마지막 승자가 최서준일 줄이야!”“그러게 말이야. 명문가가 아니면 정양부가 비경의 주인이 될 줄 알았는데, 최서준이 혼자서 이 비경을 손에 넣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사람들은 놀라서 감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그 상황을 보면서 얘기했다.“아무리 비경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지키지는 못할걸?”그러자 다른 사람이 되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최서준을 괴롭히고 있잖아. 아무리 비경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도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 시작이야.”“하긴, 진씨 가문뿐만이 아니라 한씨 가문도 옆에 있잖아. 아무리 최서준이 대하 현무라고 해도 동시에 두 가문을 상대하기는 어려울 거야.”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어느새 그들의 귀에까지 들려왔다.진씨 가문 노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억지로 막아 나서도, 이대로 보내도 속이 시원치 않았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