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준이 조명휘의 손발을 부숴놓았기에 김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이틀 동안은 직접 김지유를 회사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다만 전날 저녁, 최서준은 김지유가 자기한테 거짓말을 한 후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차가워졌다. 하긴, 자기를 속인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김지유도 그 변화를 느꼈다.하지만 업무가 다망했기 때문에, 게다가 계속 윤희은 쪽의 일에 신경 썼기 때문에 최서준과의 일에 신경을 돌릴 새가 없었다.오늘 오전. 최서준은 김지유를 해성 그룹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사람들이 무리 지어 문 앞을 막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모든 경비들이 나섰지만 막을 수 없어 질서가 어지러웠다.게다가 주변에 또 적지 않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보였다.“양심도 없는 회사! 감히 이런 저질 화장품을 팔다니! 환불해라!”“그래! 내 아내도 여기 화장품을 쓰고 얼굴이 다 망가졌어. 지금은 병원에 누워있는 신세라고!”“다들 달려들어! 양심 없는 회사는 망해라! 망해라!”사람들은 흥분해서 달려들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돌을 들고 경비들에게 던졌다.“이게 무슨 일이야...”차안의 김지유는 표정이 차갑게 굳어 얼른 최서준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가장 앞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반윤정에게 물었다.“윤정아, 이게 무슨 일이야.”“대표님, 오셨군요. 회사에 큰일이 생겼어요.”반윤정은 그녀를 보고 얼른 보고했다.“누가 우리 회사의 화장품에 유해 물질이 있어서 얼굴이 망가졌다고, 심지어 죽을 뻔했다고 하면서 우리 회사에 와서 반발하고 있어요.”“그럴 리가 없잖아!”김지유는 얼굴이 파리해져서 얘기했다.“우리 회사 화장품은 다 전문적인 기관에서 검사해서 유해 물질이 있을 리 없어. 게다가 계속 같은 제조법을 사용하고. 제조하면서도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얼굴이 망가지고, 죽을 뻔하다니?”“그러게요. 그런데 오늘 아침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우리 회사의 화장품을 써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고 있어요. 지금도 보세요.
최서준이 문신남을 풀어준 후, 김지유가 그를 보며 얘기했다.“저기요,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오해는 개뿔. 내 아내가 너희 회사 화장품을 쓰고 얼굴이 다 퉁퉁 부어올라서 병원에 실려 갔어. 지금도 병원에 누워만 있다고. 의사가 언제 죽을지 모른대.”문신남은 한편으로 욕하면서 한편으로는 눈물을 흘렸다.“내 아내의 얼굴을 돌려줘!”“저기,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희 제품은 모두 엄격한 관리를 거친 것이기에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없어요...”김지유가 천천히 해명했다.“난 이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한 중년 여자가 나타나서 얘기했다.“우리 딸도 당신 회사의 화장품을 쓰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물집이 잡혔어. 지금 매일 자살하겠다고 난리야. 말하는데, 내 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난 너희 회사 대문 앞에서 죽고 말 거야.”여자는 바닥에 꿇어앉아 가련하게 눈물을 흘렸다.“나도...”또 두 여자가 걸어 나와 울면서 김지유를 손가락질했다.김지유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자기 회사의 제품에 언제나 자신있던 그녀지만 지금은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주변에서 매체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김지유를 찍어댔다.그 모습에 문신남과 중년 여자는 사람들 모르게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둘 다 교활하고 사악한 눈을 하고 있었다.이윽고 경찰차 두 대가 도착했다.차에서 윤희은이 사람을 데리고 내려왔다. 그녀는 원래 수사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가 해성 그룹에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지유야, 무슨 일이야?”윤희은이 다가가 물었다.김지유는 모든 일의 경과를 솔직하게 얘기해 주었다.윤희은은 다 듣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현장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게다가 보는 눈이 있으니 지금 그들을 돌려보내도 소용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체포를 하면 더욱 심한 반발을 일으킬 것이다.김지유도 그런 윤희은의 마음을 알고 깊이 숨을 들이켜고 얘기했다.“여러분, 조사할 시간을 주세요. 만
최서준이 말을 끝마치자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했다.그리고 문신을 새긴 청년은 꼬리를 밟힌 토끼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누가 그래? 내가 마누라가 없다고. 아까 분명 말하지 않았나? 내 마누라는 아직도 응급병실에 누워 있다고.”“서준아, 너 저 사람 알아?”김지유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희은조차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최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앞에 있는 이 남자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그나마 가장 선했던 적을 꼽자면 자신이 지난번 터미널에서 그를 파출소로 잡아들였다가 김지유가 보석으로 그를 풀어줬던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최서준은 고개를 살짝 젓더니 말했다.“나도 몰라. 엄밀히 말하면 나도 이 사람 처음 봐.”모두들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순간 술렁이었다.‘이전에 본 적도 없으면서 그 사람한테 아내가 없다는 건 어떻게 알아?’“최 씨, 아직도 안 끝났습니까? 이 정도 난리 쳤으면 된 거 아닌가요?”최서준을 계속 달갑지 않게 바라보던 반윤정이 투덜대며 말했다.‘이 멍청한 놈, 지금 이게 무슨 자리인 줄 알고 도리어 대표님께 망신을 줘?’김지유도 덩달아 화가 났다.그렇게 마침 그녀가 최서준에게 호통을 치려고 할 즈음,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아내가 없다고 단정한 이유는 저 사람 관상을 보니 저자가 천위이기 때문이야.”“뭐? 천위?”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했다.하지만 그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문신을 새긴 청년의 얼굴색이 “천위”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변했다는 것이다.김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천위라는 게 뭔데?”그러자 최서준이 천천히 말했다.“천위라는 건 선천성 발기부전이라는 거야. 때문에 평생 여자와 그런 일을 할 수 없어.”“풉!”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크게 웃었다.‘천위라는 게 그런 거구나. 진짜 처음 들어보는데?’곧이어 일시에 많은 사람이 문신을 새긴 청년의 바짓가랑이를 살펴보았다. 설령 그가 바지를 입고 있더라도, 사람들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당연히 친딸이죠.”“거짓말하고 계시네요.”뒤이어 최서준이 피식 냉소하며 물었다.“불임인 사람이 어디서 친딸을 논하고 있습니까?”“개소리하네! 불임은 무슨 불임, 당신네 가족이 불임이겠지!”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매우 날카로웠는데 누군가에게 뭔가를 들킬까 봐 두려워하는 듯하였다.덩달아 윤희은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보았다.“이것도 네가 관상으로 알아본 거야?”“응.”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관상도 좀 봐줄래? 네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 한번 보려고.”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윤희은이 말했다.“뭘 보고 싶은데?”“우리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갖고 계시는지 말해봐.”그러자 최서준은 몇 초 동안 그녀를 자세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릴 때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는데, 왜 지금에 와서 그런 말을 하고 있어?”그가 말을 마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최서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듯 일제히 윤희은을 바라보았다.한편 김지유는 하얗게 안색이 질려 실망 가득 찬 눈빛으로 최서준을 바라보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윤희은은 벌컥 화를 냈다.“정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 부모님 아직 다 살아계시거든?”“지금 부모님은 친부모님이 아니야.”최서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만해!”그때, 김지유가 고함을 지르더니 더없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제 충분하지 않나, 최서준?”“너도 나 안 믿어?”최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지금 헛소리만 해대는 데 내가 너를 어떻게 믿어?”김지유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희은 언니 부모님은 내가 뵌 적이 있어. 내가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는 거 증명할 수 있다고.”“내 뜻은 그냥 지금 부모님이랑 혈연관계가 없다는 건데...”김지유는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어 바로 최서준의 말을 끊었다.“꺼져. 당장 꺼져! 멀리 꺼질수록 더 좋아. 더 이상 네 헛소리 못 들어주겠다.”그녀는 억울해서
“김주호 씨, 저 사람 알아요?”윤희은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김주호는 피식 웃었다.“알다마다요. 윤 팀장님, 저놈은 먼 친척의 아이인데 선천적인 발기부전을 겪어서 30살이 되도록 아내도 없었죠. 그래서 자포자기했는지 남자와 몸을 섞더니 당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러더군요.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마약도 했고요. 그러다가 에이즈에 걸렸는데 반년 전에 마약 중독자 재활원에 들어갔어요. 그곳은 강제적으로 마약을 끊게 해준다던데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네요.”그 말을 들은 윤희은과 김지윤은 어안이 벙벙했다.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김주호는 최서준이 말했던 것과 한 글자도 빠짐없이 똑같았다.“정말 얼굴만 보고 알아냈다고? 말도 안 돼.”윤희은은 믿기지 않았다.김지유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그러고는 정신을 차리더니 두리번거리면서 최서준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았다.하지만 최서준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어쩐지 후회가 되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화냈으니 최서준이 화날 법도 했다.김주호라는 형사는 그들의 낯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더니 이내 물었다.“윤 팀장님, 원혁이 또 무슨 사고를 친 겁니까?”“치다마다요.”윤희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원혁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고의로 헛소문을 지어내고 사람을 모아 소동을 일으켰죠. 그 바람에 해성 그룹의 명예가 실추되었으니 최소 2, 3년은 콩밥 먹어야겠네요. 만약 해성 그룹에서 명예권 침범으로 원혁을 고소한다면 벌금은 면치 못할 겁니다. 원혁 씨, 20억 없이는 합의도 못 볼 겁니다.”말을 들은 원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금방 마약 중독자 재활원에서 나왔는데 감옥까지 들어가게 되면 집에 있는 두 노인은 절망스러울 것이다.또한 은행카드에 돈이라고는 몇만 원뿐인데 20억을 어떻게 갚는단 말인가.원혁은 무릎을 꿇더니 싹싹 빌었다.“형사님,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윤희은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말해보세요. 왜 해성 그룹의 소문을 지어낸 거죠?”
중년 여성은 당황해하더니 통곡했다.“말할게요. 다 말할게요! 조명휘가 저희를 시킨 거예요. 저… 저 다시는 안 그럴게요.”그 여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 사실대로 말했다.요행 심리는 버려야 한다.윤희은은 중년 여성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정말 딸이 있어요?”중년 여성은 풀썩 주저앉아서 흐느꼈다.“아니요. 없어요. 전에 그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 저는 16살 때 빈번하게 유산해서 더 이상 임신할 수 없어요.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지… 가지지 못했어요.”윤희은은 미리 심리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최서준이 또 맞췄다.정말 면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최서준한테서 그 여성의 부모가 다 세상을 떠났던 말을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마음이 무거워졌다.“이 사람들 모두 데리고 가. 그리고 당장 조명휘를 소환해.”윤희은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사람들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또한 소비자가 실시한 권리 보호 운동은 막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도 다 가버렸다.하지만 김지유는 기뻐할 수가 없었다.회사의 명예는 지켰지만 마음 한편이 공허했다.아까 최서준한테 소리를 지르면서 험한 말을 내뱉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해 보다가 결국 최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통화 중이라는 연결음이 들려왔다.김지유는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자책했다.“설… 설마 화난 거야?”이때 반윤정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조명휘가 도착했습니다.”김지유가 고개를 들어보니 조명휘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인 채 당당하게 걸어왔다.“조명휘, 그 짓을 벌이고도 감히 내 앞에 나타나?”김지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그러나 조명휘는 배시시 웃었다.“지유야, 아까 그 일은 내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경고야. 내 여자가 되기 싫다면 한 달 안에 해성 그룹을 파산시키겠다고 장담하지!”“이… 이 파렴치한 놈!”김지유는 화가 나서 손이 덜덜 떨렸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반윤정은 놀란 얼굴로 조명휘를 쳐다보았다.
“어르신한테 무슨 일 있어요?”최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하… 할아버지께서 폭행당하셨어요…”주하은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최서준은 의아해하더니 물었다.“어르신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저희 주씨 일가에 있어요.”“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최서준은 재빨리 주씨 일가로 향했다.그러고는 주씨 일가 3층에 있는 주동필의 병실로 들어갔다.그곳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었는데 주동필은 창백한 얼굴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숨이 붙었는지 아닌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분위기는 아주 심각했다.병실 침대맡에 있던 주하은은 최서준을 보더니 울먹이면서 말했다.“최서준 씨, 오셨어요.”“최서준 씨!”이와 동시에 주씨 일가의 사람들도 최서준에게 예의를 갖추면서 인사했다.지난번에 조훈이 수하들을 데리고 주씨 일가에 와서 한바탕 소동을 친 후, 그들은 최서준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그래서 공손하고도 예의 있게 대했던 것이다.“주하은 씨를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나가주세요. 제가 어르신의 상태를 살피겠습니다.”최서준이 손을 내저으면서 나가라고 했다.그러고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 주동필 몸에 덮여 있던 담요를 벗겼다.순간, 최서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주동필의 가슴팍은 꺼져있었는데 갈비뼈가 여덟 군데 부러져있었다.그중 한 개가 부러지면서 틀어졌는데 하마터면 심장을 관통할 뻔했다.“어르신은 누구한테 맞은 거죠?”최서준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상처의 흔적을 보면 고수가 손바닥으로 주동필의 가슴팍을 쳤기에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주씨 일가는 남양에서 손꼽히는 재벌이었다.더군다나 주동필은 군대를 나왔기에 정년퇴직 후에도 군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그런데 감히 그런 주동필을 때리다니…“저… 저도 모르겠어요.”주하은은 눈물만 흘렸다.“할아버지께서는 아침에 제사를 지내러 갔는데 이 모습으로 돌아오셨어요. 할아버지의 보디가드 이태현 씨는 현장에서 즉사하셨고요…”조씨 가문의 짓이다.최서준은 금방 알아차렸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
“최 신의님, 그런 말 마세요. 저희 주씨 일가와 조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적대적인 관계였어요. 신의님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일어날 일이죠.”주동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최 신의님, 최근 조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조씨 가문에서 찾은 무술 고수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저의 보디가드는 몇십 년간 무술을 연습했지만 그 사람의 상대가 아니었죠.”주동필은 걱정되는 마음에 말했다.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두려움에 손이 떨렸다.“알겠어요. 어르신은 먼저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세요. 내일 다시 와서 치료해 드릴게요.”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씨 일가를 떠났다.잠시 후, 주동필은 주하은한테 물었다.“하은아, 네 태현 할아버지의 시체는 어떻게 되었느냐.”“할아버지, 태현 할아버지의 시체는 장례식장에 있는데 삼촌이 이 일을 도맡고 있어요.”주하은의 대답을 들은 주동필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난 태현이한테 정말 미안해. 무단에 소식을 전하거라. 그쪽 사람들만이 무술 고수를 이길 수 있을 거야.”주씨 일가에서 나온 최서준은 근처에 있는 가장 큰 한의원으로 향했다.주동필의 상처가 깊긴 했으나 최서준이 원기를 이용해 회복했다.하지만 완전히 나으려면 단약이 필요했다.최서준이 산에 있을 때부터 늙은이한테서 단약 처방을 배웠었다.이번에는 소환단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것은 특효약이라 주동필한테 알맞았다.최서준은 한 시간 내로 주변의 중약 시장을 다 돌았는데 소환단을 만들 약재를 대부분 구했다.마지막으로 새박뿌리만 남았는데, 이것은 소환단을 만들 때 쓰이는 주요한 약재였다.최서준은 재빨리 한의원으로 들어가서 물었다.“원장님, 백년 된 새박뿌리 있어요?”원장은 최서준의 앳된 얼굴을 쳐다보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있어요. 4억이에요.”원장은 애송이가 무슨 돈이 있겠냐며 고개를 흔들었다.4억이라는 말에 최서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비싸긴 해도 주동필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꼭 필요한 약재였다.그러더니 은행카드 한 장을 뽑아서 주었다.“알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