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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기억

창밖에는 바람이 몰아치고 습한 공기가 곧 쏟아질 폭우를 예고하고 있었다.

창문을 닫지 않아 물기 어린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빗방울이 침대 가장자리를 적셨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번쩍이는 번개 속에서 침대 위의 남녀는 서로 뒤엉켜 있었다.

케빈의 건장한 등에 가득한 상처는 마치 하늘을 가로지르는 번개 같았다. 시영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그 상처를 헤집으며 새로운 상처를 만들었다.

케빈은 잠깐의 고통을 느낀 후 곧 깊이 파고드는 가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마치 새 살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케빈은 침대 위에 흩어진 검은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유혹적인 웨이브 머리 너머로 어둠 속에서 갈망했던 달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항상 보호하던 시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아래에서 매혹적인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치 혼을 빼앗는 요정 같았다.

어떻게 케빈을 미치지 않게 할 수 있었겠는가.

마침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폭우는 창문을 때리며 내리쳤다. 그것은 방 안의 광란과 혼란을 덮어버렸다.

케빈은 경건하게 고개를 숙이고 시영에게 입을 맞췄다. 그는 쉰 목소리로 시영을 반복해서 불렀다.

“아가씨.”

“아가씨.”

그것은 케빈의 집착을 쏟아내는 것 같기도 했고 시영의 부름에 대한 응답 같기도 했다.

열정에 휩싸여 시영은 케빈의 등을 다시 피가 나도록 긁었고 그의 목덜미를 물어 피와 살이 뭉개지게 만들었다.

케빈은 움직이지 않았고 저지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영이가 이를 다치지 않게 근육을 이완시켰다. 그리고 서툴게 시영의 등을 두드렸다. 한 번 또 한 번.

두 사람은 번쩍이는 번개 속에서 눈을 마주치고 길게 울리는 천둥소리 속에서 서로 뒤엉켜 있었다. 극도의 환희 속에서 시영은 케빈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케빈은 시영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케빈은 시영을 단단히 안고 한 번 또 한 번 그녀를 두드렸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케빈은 몇 가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은 같은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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