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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의심

식사 중 케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거의 나았으니 제가 운전해서 모셔다 드릴 게요.”

시영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괜찮으니까 쉬고 있어.”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케빈은 문 앞에서 시영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영은 외투를 입고 돌아서며 문 앞에 서 있는 케빈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짓을 보냈다.

케빈이 다가오자 시영은 그의 옷깃을 다듬으며 말했다.

“낮에는 내가 일해야 하지만 밤에는 내 시간이 전부 네 거잖아.”

시영은 눈을 들어 케빈을 쳐다보며 유혹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잘 쉬고 있어. 안 그러면 밤에 어떻게 힘을 낼 수 있겠어?”

케빈은 시영의 눈을 마주치자 숨이 달아올랐고 외롭던 가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알겠습니다.”

시영이가 떠난 후 케빈은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간호사가 와서 그의 붕대를 교체해 줄 때까지.

간호사는 붕대를 풀고 상처를 정리한 후 말했다.

“몸은 거의 다 회복하셔서 더 이상 붕대를 감을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들은 될수록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셔야 하고 후두부의 상처는 아직 주의하셔야 합니다.”

간호사가 떠난 후 케빈은 욕실 안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상처들을 살펴보았다. 그중 일부는 싸움에서 생긴 상처로 보였지만 대부분 상처가 채찍이나 둔기에 의한 상처였다. 모두 치명적이지 않은 상처로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가한 것이었다.

케빈은 그 상처들을 보며 오랫동안 침묵했다.

‘내가 정말 10년 동안 아가씨와 만났었다면 왜 이런 상처들이 있을까?’

‘아가씨와 만나지 않았다 해도 아가씨의 경호원인 나한테 이렇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난밤 시영의 갑작스러운 광기를 떠올리자 케빈의 마음속에 하나의 답이 떠올랐다. 그는 아가씨의 경호원이기에 아가씨가 그를 때리고 괴롭히는 것은 상관없었다.

케빈이 신경 쓰는 것은 시영이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였다.

그의 현재 기억 속에서 시영은 순수하고 착했다. 심지어 자신이 시영을 구하려다 다쳤을 때 그녀는 울면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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