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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기어 와

권하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옆에 놓인 손을 꽉 그러쥐었다.

조 사장은 민도준은 그가 권하윤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그녀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권희연에게 명령했다.

“희연아, 빨리 민 사장님 모시지 않고 뭐 해.”

허리를 잡힌 권하윤은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무의식적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하지만 민도준은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치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권하윤을 무시한 채 권희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귀 먹었나?”

이러한 상황에 권희연도 어색했는지 불쌍한 모습으로 민도준에게 다가갔다.

“민 사장님.”

민도준의 시선은 겁을 잔뜩 먹은 권희연을 지나 조 사장의 품에 안겨 있는 권하윤에게 떨어졌다.

‘다른 남자 옆에서도 저런 모습이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군 채 상대가 무슨 짓을 하든 모두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전에 그가 좋아했던 주제 파악하고 눈치 빨랐던 모습이 오늘은 왠지 거슬렸다.

‘하긴, 오래 먹었으니 입맛 바꿀 때도 된 건가?’

민도준은 또 단추 하나를 풀더니 권희연을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

“가까이 와 봐요.”

권희연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권씨 집안을 대표해 민도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쓸 때는 보는 체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조 사장과 왕래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오히려 그녀를 받아들이는 눈치였으니 그럴만했다.

권희연은 어리둥절했지만 감히 상대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천천히 민도준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그의 무릎에 앉으려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그녀가 앉으려고 할 때 민도준이 목을 움직였다.

전에 상대에게 걷어차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권희연은 이내 몸을 돌려 소파의 손 받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물론 다리 위에 앉은 것만큼 친밀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런 자세도 충분히 야릇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조 사장은 만족한 듯 껄껄 웃었다.

“희연이 민 사장님을 잘 모시고 있는 것 같으니 저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옆방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

말을 마친 그는 권하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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