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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도망가는데 실패하다

소파위 검붉은 액체가 조 사장 다리 사이로 흘러나왔다.

불과 십여 초 만에 그는 이미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고 내뱉지 않았다.

동공은 수축되어 마치 다음 순간 바로 숨을 거둘 것만 같은 상태였다.

입안에 사과가 막혀 비명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쉿-”

민도준은 그를 위로하는 듯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니 칼을 홱 뽑았다.

뜨거운 피가 칼날을 따라 뿜어져 나오자 조 사장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쓰러졌다.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는 권하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손에는 여전히 사과를 쥔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

“정신 차려.”

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넋이 나간 듯 민도준의 피로 얼룩진 앞자락과 손에 든 칼을 보고 있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민도준은 권하윤의 어깨를 잡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

“무서워?”

무섭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자 저도 모르게 입술이 파르르 떨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은 민도준의 눈에 조금 귀여워 보이기 까지해 얼굴을 꼬집고 싶었다.

하지만 권하윤의 눈에 보이는 건 자신을 향해 칼을 들고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는 민도준의 모습이었다.

몸은 본능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났고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두르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민도준은 상체를 세우며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손목을 빙빙 돌렸다.

“어디까지 물러나려고?”

권하윤은 머리를 쥐어 짜내며 생각하다가 문 앞에 비친 사람 그림자를 보고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몸을 틀었다.

“저, 희연 언니 보러 가고 싶어요.”

사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방금 권희연이 그녀를 대신해 조 사장을 막아주려 하다가 그의 발에 차였기에 지금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민도준이 반대하지 않자 권하윤은 부리나케 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권희연 곁에 커다란 산 하나가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산처럼 큰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로건은 몸을 쪼그린 채 앉은 채 멍하니 배를 끌어안고 숨을 몰아쉬는 권희연을 바라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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