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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듣기 좋네

방안.

권하윤은 의자를 흔들며 수치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갔는지 알 수 없어 안전하게 하기 위해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것이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라고 부단히 자신을 암시했지만 옆에서 계속 자신한테로 꽂히는 시선 때문에 수치스러움이 더해졌다.

그리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

권하윤은 애써 민도준의 눈길을 피하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연기했다.

“우리 지금 당장 나가요.”

하지만 이제야 두 걸음 걸었을 때 민도준이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남자의 눈 깊숙한 곳의 뜨거운 열기를 보는 순간 권하윤은 괜히 말을 더듬었다.

“왜, 왜요?”

민도준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덜미를 느긋하게 문질렀다.

“듣기 좋던데, 더 소리 내 봐.”

“민도준 씨!”

“알았어. 농담을 못하겠네.”

민도준은 권하윤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방 안에 놓인 큰 침대를 보는 순간 권하윤의 입에서 하마터면 욕지거리가 새어나올 뻔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래요!”

민도준은 아기 고양이가 사람을 긁는 것처럼 타격감 없는 권하윤의 버둥거림을 무시한 채 그녀를 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으며 거울을 가리켰다.

“거울 봐봐. 지금 어떤지.”

권하윤은 산발이 된 머리와 얼굴을 덮고 있는 핏자국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윽고 아무 말 없이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받아 깨끗이 세수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 감각 없던 상처가 차가운 물에 닿자 갑자기 쓰라려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세수하는 동안 전해지는 고통에 그녀는 내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수건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권하윤은 세수를 끝내고 난 뒤 휴지를 뽑아 얼굴을 대충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민도준 손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민도준 씨도 씻어요.”

“씻겨 줘.”

대감님처럼 손을 슥 내미는 민도준을 보자 권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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