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당연히 성연신을 제고하고 싶죠. 다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제가 알아봤는데 성연신은 이틀 후에 성수광 대신 전우에게 제사를 지내러 제원 파크로 간다고 해요. 제원 파크는 산 정상에 있어 도착하려면 반드시 산길을 지나야 하죠. 거기는 인적이 드물고 신호가 좋지 않아 구조를 요청해도 도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 거예요. 그러니 제원 파크에서 손을 쓰면 분명 성원신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송석훈이 차를 마시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3일 후에 있을 심지안 씨와의 결혼식 때문인가요?”고청민은 몸을 흠칫 떨었지만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다.“불필요한 번거로움을 방지하기 위해 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이 타이밍에 성연신을 제거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그럼 저에게 무엇으로 보답할 생각인가요?”“성연신이 죽으면 찾고 계신 분을 바로 드리겠습니다.”고청민이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방매향이 입사할 때 개인 정보를 모두 똑똑히 작성하진 않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그녀의 주소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연신은 자기가 방매향을 잠 숨겨놓은 줄 알고 있고, 또 아무도 방매향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하느님도 성연신이 눈에 거슬려 나를 도와주고 계신 거 아닐까?’송석훈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찻잔을 그에게 건네고는 말했다.“그럼 앞으로 잘해봅시다. 술 대신 차로 미리 승리를 자축할까요?”고청민이 찻잔에 담긴 녹차를 바라봤다. 차향이 코끝을 스쳤고 그는 찻잔을 들어 송석훈과 살짝 잔을 부딪쳤다.“네, 앞으로 함께 잘해보죠.”하지만 그는 바로 차를 마신 게 아니었다.그는 송석훈이 차를 마신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한 모금 들이마셨다.모레 손을 쓸 구체적인 얘기를 다 나누고 고청민은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자리에 일어서자마자 머리가 어지러웠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하얗고 고운 그의 얼굴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송석훈이 곧바로 몸을 일으키고는 옷 주름을 매만지고 자리를 떴다. 마치 이곳에 일어난 모든 일이 그와 상관없는 듯이 홀가분하게 말이다.그가 떠난 걸 끝까지 지켜보고서야 송준은 카메라를 조정하고 고청민을 보더니 씩 웃음을 터뜨렸다.“아직도 참는 거예요? 임시연 씨, 적극적으로 안 움직일 거예요?”비밀 조직은 공짜로 인재를 육성하지 않는다. 조직의 혜택을 받았으니 조건 없이 명령에 따라야 한다.게다가 만약 임시연이 그때 비밀 조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 기껏해야 부자들에게 몸을 내주며 돈을 받는 꽃뱀에 불과할 것이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되는 건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임시연은 당연히 그 도리를 알았고 비밀 조직으로 들어온 후 해야 할 첫 번째 일도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더니 종종걸음으로 고청민에게 걸어가고 희고 고운 속살을 고청민의 팔에 겹쳤다.“청민 씨 많이 괴롭다는 걸 알고 있어요.”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은 탓에 고창민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러다 보니 그의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있는 힘껏 테이블 모서리를 잡은 그는 힘을 너무 준 나머지 손등의 핏줄이 부풀어 올랐다.콧속이 뜨거워지더니 코에서 피가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는데 큰 핏자국이 점점 번지면서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졌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송준이 흠칫 놀랐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욕구가 불타올라 코피까지 흘리는 거야?’“미쳤어요? 그대로 참으려고 해요?”여자와 잠자리를 갖는 게 무슨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도 아니고 말이다.임시연도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청민이 이대로 죽게 될까 봐 두려웠다.또 송석훈이 내린 미션을 완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허겁지겁 고청민의 버클을 풀어 이 일을 빨리 끝내려고 했다.고청민이 고개를 확 들더니 붉은 핏줄로 뒤덮인 두 눈을 보였다. 분노 어린 그의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긴장한 송준은 앞으로 한 발 내디뎠지만 여전히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 X끼 정말 미친 거 아니야?’송준은 고청민을 방어할 능력이 충분했지만 광기 어린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겁이 났다.고청민은 손에 힘을 더 주더니 칼끝이 그의 손바닥에 더 깊게 박혔다. 더욱 강력한 고통이 전해졌는데 대신 욕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에는 싸늘하고 음산한 빛이 감돌았다.“나까지 당신들처럼 비밀 조직에 굴복하게 하려고요?”그의 말은 정곡을 찔렀는지 송준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안 돼요? 설마 혼자의 힘으로 비밀 조직과 맞서 싸우려고요?”“맞서 싸우는 건 어렵겠죠.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비밀 조직의 꼭두각시로 되진 않을 거예요. 협력할 마음이 있다면 저도 당연히 제대로 친구 대접했겠죠. 하지만 이렇게 저를 끌어내려고 한다면 저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죠. 이미 기자들에게 연락했거든요. 내가 죽든 다치거든, 이 찻집에서 무사히 나오지 못한다면 기자들은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그럼 당신들은 어마어마한 여론에 휘말리게 되겠죠?”송준의 이름으로 된 회사는 여러 가지 불법적인 거래를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회사는 비밀 조직의 유일한 투명하고 합법적인 수입원이었다. 만약 경찰이 개입한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청민은 이미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들을 만나러 온 듯했다.자기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없다면 비밀 조직을 같이 끌어내릴 생각이었다.송준은 병약해 보이는 소년을 빤히 쳐다봤는데 놀라우면서도 답답해 마음이 착잡했다.그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송석훈마저 고청민을 과소평가한 게 아닌지 싶었다.고청민은 작정하고 칼끝으로 자신의 살갗을 찌르며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독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아프더라도 굳센 의지로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다.하긴, 성연신과 대놓고 여자를 뺏고, 게다가 그 여자와 결혼까지 앞두게
“저는 정신과 의사인데요, 방금 두 분의 대화를 들었는데 진료를 해드릴 수 있어요. 제 진료실로 와서 진료받으실래요?”빡빡이 머리를 가진 남자의 얼굴에는 느끼한 기름이 떠 있었다.그는 마치 은혜로운 기회를 선사하는 듯 그녀를 훑어보며 거만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 건강하거든요.”심지안은 이 대화가 불편했지만 여전히 예의를 지키면서 거절했다.“기회가 귀한 줄 모르네요. 나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저는 당신을 위해서 한 말인데 나중에 진료받아달라고 애원하지나 말아요.”“의사면서 말을 왜 그렇게 안 가리고 해요? 내 친구 안 아프니까 괜한 소리 하지 마요, 부정 타니까.”의사가 예의도 지키지 않고 말을 막 내뱉자 진유진은 화난 얼굴로 반박했다.“안 아픈데 병원에는 왜 와요?”남자는 턱을 만지면서 그들을 지켜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사생활이 문란해서 이상한 성병 있는 거 아니에요?”“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봐요.”심지안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머리가 아파서인지 심지안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평소였으면 이런 무례한 인간들을 상대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따지고 싶었다.한발 물러서면 일은 더 커지지 않겠지만 그 화를 굳이 참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그러면 내가 무서워서 말 못 할 줄 아는데, 당신 몸 파는 여자죠? 젊은 나이에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남자에게 제대로...”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지안은 뾰족한 힐로 남자의 발등을 내리찍었다.남자는 극심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는 팔을 뻗어 심지안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려고 했다.심지안은 남자가 반격할 걸 진작 예상했기에 이미 도망갈 준비를 마쳤다.그녀는 진유진의 팔을 잡고 냅다 뛰기 시작했는데 몸을 돌리자마자 어떤 남자의 뜨거운 가슴팍에 부딪히고 말았다.“당장 꺼져! 네 몸에 손 쓰는 것도 손을 더럽히는 거야.”성연신이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고는 카리스마 있게 심지안을 품에
하지만 성연신은 덤덤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 때문에 불쾌한 마음이 들어 목소리를 높였다.“아니요, 난 지안 씨를 지켜야 해요. 고청민의 옆에 있는 한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고청민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심지안이 기억을 잃은 양 진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게 했는지 성연신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심지안을 이대로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었다.물론 다시 그녀와 만나길 바라는 사심도 있었다. 아무리 그 가능성이 작다고 하더라도 말이다...심지안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내가 연신 씨 옆에 있으면 마음이 놓여요? 전에 연신 씨도 나 많이 괴롭혔잖아요.”“그게...”5년 전에 있었던 얘기만 꺼내면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젊고 철없을 때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그도 똑같이 잘못을 저질렀었지만 그래도 고청민처럼 겉과 속이 다른 비겁한 인간은 아니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순수한 척하지만 사실은 남몰래 음흉하고 더러운 거래나 하고 말이다.성우주는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심지안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고모, 화내지 마세요. 아빠가 말을 정말 못하시거든요.”진유진은 어이가 없었다.성연신이 벙어리로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말을 못 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응, 괜찮아.”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심지안은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이제 가야 하니까 다음에 다시 보자.”성우주는 다급한 마음에 자기 팔을 힘껏 꼬집으며 눈물을 겨우 짜내더니 이내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터뜨렸다.“엉엉, 고모, 가지 마요. 가지 마세요.”깜짝 놀란 심지안은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웅크려 앉아 아이의 눈물을 닦아줬다.“왜 그래?”아이는 심지안의 품에 쏙 안기더니 거짓말을 해서인지 얼굴이 불그스름해져 그녀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로 말했다.“저 팔이 아파요...”‘정말 창피하네. 평소에 거짓말하는 애들 제일 싫어했는데. 오늘 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겠네. 어휴. 아빠
심지안이 고개를 돌리자 성연신과 눈이 마주쳤다. 예쁜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녀는 덤덤하게 시선을 거두고는 직원의 말에 대답하려고 했지만 성우주가 한발 먼저 대답했다.“아니에요, 고모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제 엄마가 아니세요.”직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셔서...”게다가 방금 말을 한 꼬마는 트렌치코트에 카키색 셔츠를 입었는데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다. 얌전하고 잘생긴 데다가 허리를 곧게 펴니 뒤에 선 남자와는 판박이였다. 분명 커서도 수많은 소녀들을 매료시킬 멋진 모습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괜찮아요, 저도 익숙해요. 어차피 저는 엄마가 없으니까요.”성우주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가슴이 비수에 꽂히듯이 아팠다. 그리고 갑자기 성연신과 아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성우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핫윙을 사달라며 조른 것도 아니지만 심지안은 아이의 눈빛 속에서 갈망을 읽어낼 수 있었다.당연히 보잘것없는 핫윙을 향한 갈망은 아니었다. 그가 갈망하는 건 엄마의 따뜻한 사랑, 그리고 가족애였다.진유진은 조용히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런 가족사진은 반드시 가게 홍보용으로 쓰일 것이고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띌 곳에 놓일 텐데 곧 고청민과 결혼할 사람인 심지안에게는 충분히 고사할 만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미간을 펴고는 바닥에 웅크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우주에게 말했다.“너에게도 엄마가 생길 거야, 다만 엄마가 아직 일이 있어서 네 곁에 못 오고 있는 것뿐이야.”그녀의 말을 들은 성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그는 다른 여자가 엄마로 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아빠처럼 오로지 심지안만을 엄마로 원하는데 말이다.심지안은 KFC에 오랜만에 왔기에 에그타르트 한 박스와 커피 두 잔, 그리고 감
진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심지안을 향해 말했다.“환자의 돈을 뜯어먹는 개인 병원이 있는 건 알았지만 대놓고 사기 치는 병원은 처음 보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심지안의 얼굴에는 감정 하나 담기지 않았다.예쁜 그녀의 얼굴이 한껏 어두워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했다.심지안은 이상한 사람과 더 엮이기 싫어 돈을 좀 쓰려고 했는데 상대가 그녀를 바로 호구로 볼 줄이야.“2억이 없는 건 아닌데 제가 왜 돈을 줘야 하죠? 당신들, 증거 있어요? 증거도 없는데 내가 왜 돈을 내놔야 하죠?”그녀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어갔다.“참, 의료 장비가 많이 비싼 거로 아는데 경찰에 신고하는 건 어떨까요? 경찰이 와서 직접 조사한 뒤에도 저보고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순순히 돈을 낼게요.”“그래요, 그렇게 하죠.”음흉한 남자가 바로 대답하고는 실눈을 뜬 채 옹졸한 목소리로 원장에게 말했다.“삼촌, 빨리 작은삼촌에게 전화해요.”“그래, 이번 달 마침 병원 수입이 좋지 않았는데 이참에 돈을 제대로 거둬야지.”남자는 심지안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어쩌면 돈도 여자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경찰과 엮이는 건 두려워할 테니 말이다.‘저년이 돈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어느 부잣집 사장님의 애인 아니야? 그래서 일이 커질까 봐 저렇게 덜덜 떠는 거겠지?’심지안은 우아하게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아는 경찰 지인에게 연락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성씨 가문도 분명 경찰서에 인맥이 있으니 말이다.“나에게 맡겨요.”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더니 곧 재미난 구경이라도 있는 듯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그래요, 아빠에게 맡겨요. 저랑 아빠가 고모를 보호해 드릴게요.”성우주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작은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심지안은 그런 아이가 너무 귀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우주가 내 아이였으면 좋겠네. 이렇게 잘생기고 사람 마음을 잘 헤아
“작은삼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피해자라고요...”“조용히 하세요.”오지석은 짜증 섞인 얼굴로 음흉한 남자 의사를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뒷수습을 하려고 했다.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었다.오지석은 전에 다른 큰 사건 때문에 바빠서 이런 자질구레한 일에는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오늘 마침 큰 사건을 끝낸 그에게 성연신은 문자를 한 통 보냈다.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동료가 그와 같은 곳으로 가는 걸 보고 대충 일의 자초지종을 짐작할 수 있었다.나이도 많은 동료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폐만 끼치고 있으니 그는 여간 짜증이 나지 않았다.“아니... 작은삼촌, 저 사람 누구예요? 왜 사람들이 다 굽신거리죠?”음흉한 남자 의사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몰라, 그런데 호락호락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아.”“성연신이잖아요, 성원그룹 대표님.”어떤 젊은 경찰이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두 분, 큰일 난 것 같은데요?”음흉한 남자 의사와 그의 삼촌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다리에 힘이 털썩 풀렸고 곧바로 얼굴색도 어두워졌다.젊은 경찰이 가볍게 말했으니 일부러 그들에게 겁주는 줄 알았다.오만방자하기로 소문이 난 성원그룹 대표이자 제경에서 남다른 권력을 누리고 있는 성연신은 분명 성격이 화끈할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고 참는 걸 보면 젊은 경찰이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성연신은 참고 있는 게 아니라 심지안을 만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처럼 바보 같은 인간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성연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으니 어마어마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제경에 발령 나셨어요?”심지안은 오랜만에 오지석을 만나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네, 몇 년 전에 큰 사건 하나 해결하고 승진했어요.”오지석이 남자 의사와 원장을 노려보며 물었다.“괜찮으시죠? 괴롭힘당한 건 아니죠?”성우주가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