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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병원에 가다

고청민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고는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께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는데요.”

“마침 나도 시간이 있네.”

성동철이 비서에게 말했다.

“따라올 필요 없어요. 오늘 바로 지안이랑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지분 양도 계약서를 잘 작성하세요.”

...

널찍한 사무실에서.

성동철은 전용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눈앞에 놓인 백옥 바둑알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앉아.”

고청민이 허리를 곧게 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잘못을 저질러 할아버지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제가 어찌 감히 자리에 앉겠습니까.”

성동철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 그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뭘 잘못했는데?”

“저랑 지안 씨 사이에 작은 말다툼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신 후 보게 될까 봐 그만 집사님에게 CCTV를 삭제하라고 했어요.”

“부부는 다투기 마련이지. 그렇다고 CCTV를 삭제해?”

고청민이 고개를 들자 모든 걸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한 성동철과 눈을 마주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면서 최대한 완벽한 거짓말을 지어내려고 했다.

“할아버지를 속일 수는 없네요. 사실 작은 말다툼 정도가 아니었어요. 지안 씨가... 파혼을 하고 다시 성연신 씨의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거든요. 일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제가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조처를 했어요.”

바둑알을 굴리고 있던 성동철의 손이 급작스레 멈췄다.

그는 오늘 아침 그의 앞길을 막았던 성수광을 떠올렸는데 성수광은 심지안과 고청민 사이의 결혼을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고청민은 조용히 성동철의 표정을 관찰했는데 그가 의심하지 않은 것 같아 계속 말했다.

“저는 지안 씨를 보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지안 씨를 방에 가뒀죠. 하지만 지안 씨가 계속 나가려고 했고, 또 정신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아서 제가 지안 씨를 어르고 달래며 정신과 병원으로 갔었죠.”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필요하면 진정제 주사를 맞아도 된다고요. 집에 돌아와도 지안 씨가 계속 어리광을 부리니까 저도 부득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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