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이 고개를 돌리자 성연신과 눈이 마주쳤다. 예쁜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녀는 덤덤하게 시선을 거두고는 직원의 말에 대답하려고 했지만 성우주가 한발 먼저 대답했다.“아니에요, 고모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제 엄마가 아니세요.”직원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셔서...”게다가 방금 말을 한 꼬마는 트렌치코트에 카키색 셔츠를 입었는데 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다. 얌전하고 잘생긴 데다가 허리를 곧게 펴니 뒤에 선 남자와는 판박이였다. 분명 커서도 수많은 소녀들을 매료시킬 멋진 모습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괜찮아요, 저도 익숙해요. 어차피 저는 엄마가 없으니까요.”성우주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심지안은 가슴이 비수에 꽂히듯이 아팠다. 그리고 갑자기 성연신과 아이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성우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핫윙을 사달라며 조른 것도 아니지만 심지안은 아이의 눈빛 속에서 갈망을 읽어낼 수 있었다.당연히 보잘것없는 핫윙을 향한 갈망은 아니었다. 그가 갈망하는 건 엄마의 따뜻한 사랑, 그리고 가족애였다.진유진은 조용히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런 가족사진은 반드시 가게 홍보용으로 쓰일 것이고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띌 곳에 놓일 텐데 곧 고청민과 결혼할 사람인 심지안에게는 충분히 고사할 만한 일이었다.심지안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미간을 펴고는 바닥에 웅크려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우주에게 말했다.“너에게도 엄마가 생길 거야, 다만 엄마가 아직 일이 있어서 네 곁에 못 오고 있는 것뿐이야.”그녀의 말을 들은 성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그는 다른 여자가 엄마로 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아빠처럼 오로지 심지안만을 엄마로 원하는데 말이다.심지안은 KFC에 오랜만에 왔기에 에그타르트 한 박스와 커피 두 잔, 그리고 감
진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심지안을 향해 말했다.“환자의 돈을 뜯어먹는 개인 병원이 있는 건 알았지만 대놓고 사기 치는 병원은 처음 보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심지안의 얼굴에는 감정 하나 담기지 않았다.예쁜 그녀의 얼굴이 한껏 어두워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했다.심지안은 이상한 사람과 더 엮이기 싫어 돈을 좀 쓰려고 했는데 상대가 그녀를 바로 호구로 볼 줄이야.“2억이 없는 건 아닌데 제가 왜 돈을 줘야 하죠? 당신들, 증거 있어요? 증거도 없는데 내가 왜 돈을 내놔야 하죠?”그녀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을 이어갔다.“참, 의료 장비가 많이 비싼 거로 아는데 경찰에 신고하는 건 어떨까요? 경찰이 와서 직접 조사한 뒤에도 저보고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순순히 돈을 낼게요.”“그래요, 그렇게 하죠.”음흉한 남자가 바로 대답하고는 실눈을 뜬 채 옹졸한 목소리로 원장에게 말했다.“삼촌, 빨리 작은삼촌에게 전화해요.”“그래, 이번 달 마침 병원 수입이 좋지 않았는데 이참에 돈을 제대로 거둬야지.”남자는 심지안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어쩌면 돈도 여자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경찰과 엮이는 건 두려워할 테니 말이다.‘저년이 돈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어느 부잣집 사장님의 애인 아니야? 그래서 일이 커질까 봐 저렇게 덜덜 떠는 거겠지?’심지안은 우아하게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아는 경찰 지인에게 연락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성씨 가문도 분명 경찰서에 인맥이 있으니 말이다.“나에게 맡겨요.”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더니 곧 재미난 구경이라도 있는 듯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그래요, 아빠에게 맡겨요. 저랑 아빠가 고모를 보호해 드릴게요.”성우주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작은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심지안은 그런 아이가 너무 귀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우주가 내 아이였으면 좋겠네. 이렇게 잘생기고 사람 마음을 잘 헤아
“작은삼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피해자라고요...”“조용히 하세요.”오지석은 짜증 섞인 얼굴로 음흉한 남자 의사를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뒷수습을 하려고 했다.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었다.오지석은 전에 다른 큰 사건 때문에 바빠서 이런 자질구레한 일에는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오늘 마침 큰 사건을 끝낸 그에게 성연신은 문자를 한 통 보냈다.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동료가 그와 같은 곳으로 가는 걸 보고 대충 일의 자초지종을 짐작할 수 있었다.나이도 많은 동료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폐만 끼치고 있으니 그는 여간 짜증이 나지 않았다.“아니... 작은삼촌, 저 사람 누구예요? 왜 사람들이 다 굽신거리죠?”음흉한 남자 의사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몰라, 그런데 호락호락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아.”“성연신이잖아요, 성원그룹 대표님.”어떤 젊은 경찰이 재미난 구경이라도 하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두 분, 큰일 난 것 같은데요?”음흉한 남자 의사와 그의 삼촌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다리에 힘이 털썩 풀렸고 곧바로 얼굴색도 어두워졌다.젊은 경찰이 가볍게 말했으니 일부러 그들에게 겁주는 줄 알았다.오만방자하기로 소문이 난 성원그룹 대표이자 제경에서 남다른 권력을 누리고 있는 성연신은 분명 성격이 화끈할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가만히 있고 참는 걸 보면 젊은 경찰이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성연신은 참고 있는 게 아니라 심지안을 만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처럼 바보 같은 인간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성연신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으니 어마어마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제경에 발령 나셨어요?”심지안은 오랜만에 오지석을 만나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네, 몇 년 전에 큰 사건 하나 해결하고 승진했어요.”오지석이 남자 의사와 원장을 노려보며 물었다.“괜찮으시죠? 괴롭힘당한 건 아니죠?”성우주가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만만
“참견하지 말아요.”심지안이 그를 흘겨보고는 곧바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성우주에게 말했다.“나 갈게, 안녕.”“고모, 조심히 가세요.”성연신은 멀어져 가는 심지안을 빤히 지켜봤다. 가녀린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서야 그는 자신의 허벅지를 움켜쥔 작은 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말해봐, 왜 나를 못 쫓아가게 하는 거야?”“그러니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아서요.”“그게 무슨 말이야?”“홍지윤이라는 아줌마가 아직 우리 집에 갇혀있는 거 아니에요? 돌아가서 고모의 아이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잘 물어봐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실한 대답을 듣고 고모를 찾아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성연신이 흠칫했다.“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성연신은 홍지윤에 관한 일을 모두 성우주에게 숨겼었다. 그런데 아이가 이 정도로 예민할 줄이야...“아빠가 변 아저씨랑 얘기하는 거 다 들었어요.”성우주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도 친구가 하나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동생이든 누나든 형이든 다 좋아요. 그러면 저랑 재한이랑 같이 놀 사람이 한 명 더 생기는 거잖아요.”‘무엇보다 고모와 아빠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두 사람이 화해할 가능성이 더 크겠지?’...진유진과 심지안은 서로 목적지가 달랐기에 진유진이 먼저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떴다.그리고 오지석은 경찰차로 심지안을 성씨 가문에 데려다줬다.가는 길에 그는 몇 번이고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심지안은 인내심 있게 조용히 기다렸고 오지석을 재촉하지 않았다.“연신이는 좋은 사람이에요.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지안 씨를 걱정하고 있다고요. 그때 지안 씨가 수술실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도 연신이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어요. 지안 씨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걱정해서요.”심지안이 눈을 끔뻑거렸다.“지석 씨도 나와 연신 씨가 화해하길 바라는 거예요?”“그게 아니라.”오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혹시 지안 씨에게 연신이가
심지안의 얼굴을 쓰다듬던 손이 멈칫했다.고청민은 믿을 수 없었는지 눈이 커졌고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비몽사몽인 채로 눈을 뜬 심지안은 침대 옆에 있던 고청민을 발견하고는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돌아왔어요?”고청민이 그녀를 덥석 껴안고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체향을 마음껏 탐닉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심지안을 몸 안에 녹일 듯이 힘을 줬다.심지안이 정신을 차리자 코를 찌르는 술 냄새를 맡았다.“술을 마셨어요?”“지안 씨, 말하지 마요. 조금만 더 안고 있을게요.”심지안이 얼어붙었다.“얼른 돌아가서 자요.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그러니까 내가 지안 씨를 안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뜨거운 숨결이 심지안의 목덜미 사이로 뿌려져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머리털이 곤두서 불편함을 느꼈다.“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청민 씨도 술을 마셨으니 일찍 돌아가서 쉬어야죠. 아니면... 혹시 회사에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생겼나요? 말해봐요,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면 훨씬 홀가분해질 거예요.”심지안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동문서답했다.고청민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좁히고 싶지 않았다.“내가 싫어요?”고청민이 뜬금없이 물었다.그의 가련한 눈에서 따뜻함이라고 찾아볼 수 없었다.심지안은 마음이 찔렸는지 빠르게 대답했다.“아니에요. 청민 씨는 내 약혼자인데 왜 싫겠어요?”그녀를 안고 있던 고청민의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잇따라 한껏 잠긴 그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오늘 밤 돌아가기 싫어요. 나 여기에 머물러도 될까요?”고청민은 지금 바로 심지안을 자기의 여자로 만들어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몸을 완전히 차지해 버리면 더는 성연신을 생각하지 않겠지?심지안은 몸이 굳어져 저도 모르게 그를 밀어내고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나 지안 씨를 가지고 싶어요. 지금 말이에요.”고청민이 그녀의 허리를 꽉 껴안고는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안... 안 돼요.”심지안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청민이 입술을 그녀의 볼에 겹쳤을 때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그를 밀어냈다.“미안해요.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심지안은 이런 자신이 답답했다. 이기적인 걸 알면서도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청민의 얼굴색이 어두워졌고 그의 눈빛은 실망과 분노로 뒤섞여 있었다.억눌렸던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그는 이성을 잃고 다시 그녀를 덮치면서 그녀의 얇은 잠옷을 힘껏 찢었다.“지안 씨가 성연신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었어요. 지안 씨는 내가 그렇게 싫어요? 5년이나 지났는데 내가 꼭 지안 씨를 강요해야 할까요?”심지안은 눈이 커지더니 뽀얀 속살이 드러난 가슴팍을 가리고는 말했다.“안 돼요! 이러지 마세요! 나 일부러 청민 씨 거절하는 거 아니에요.”그녀조차도 왜 성연신에 관한 꿈을 꿨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고청민이 왜 오늘에 돌변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고청민에게 상처를 준 듯하다.“일부러가 아니라고요? 그럼 도대체 왜 나를 밀어내는 거예요? 말해봐요!”벌게진 고청민의 눈에 광기가 서렸있었다. 뻔히 대답을 알고 있는 물음을 물어본 거나 다름없었다.지금 고청민은 평소 점잖은 소년미가 가득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심지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이내 자책감이 들었다.고청민이 이렇게 된 건 그녀의 책임이 없지 않았다.“나 청민 씨 밀어내지 않을게요. 청민 씨 말이 맞아요. 우린 어차피 부부가 될 거예요.”심지안은 몸부림을 멈추고는 벌게진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무고하고도 불쌍한 눈빛을 본 고청민은 가슴이 아팠다. 그도 이렇게 심지안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지만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잠결에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약혼녀를 용납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이건 고청민에게 치욕을 안겨준 거나 다름없었다.고청민은 술김에 심지안의 마지막 옷까지 찢었다. 보드라운 살결이 드러난 심지안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심지안과 눈을 마주치자 고청민은 살짝 마음
덤덤한 표정의 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안 왔어요.”홍지윤이 멈칫하더니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왜 안 왔어요? 아이의 행방을 알고 싶지 않은 건가요?”“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말문이 막힌 홍지윤은 한참 지나 코웃음을 치고는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상관있죠. 만약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으면 내가 당신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다고 해도 당신은 약속을 안 지킬 수도 있잖아요.”성연신보다 홍지윤은 심지안을 더 믿었다.그녀를 루갈에 5년이나 가둔 걸로 봐선 성연신이 얼마나 매정하고 모진 마음을 먹은 사람인지 잘 보아낼 수 있었다.성연신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테이블 서랍에서 박스 하나 꺼내고는 말했다.“이 안에 출국할 수 있는 비자, 현금, 신분증 다 있어요. 당신에게 10분밖에 안 주어졌으니 말할지 안 할지는 당신 마음대로 해요.”홍지윤은 멈칫하더니 그 박스를 열어보려고 다급하게 앞으로 걸어갔다.중심을 잃어서인지 그녀는 걸음을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해 겨우 똑바로 섰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박스를 열어 꿈에서도 그리던 신분증을 들어 올렸다. 그 위에는 새로운 이름이 쓰여 있었다.그녀만의 이름이었다. 앞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과거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 그녀에게는 실로 사치스러운 것들이었다.눈시울이 붉어진 홍지윤은 설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성연신에게 물었다.“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출국하는 비행기를 먼저 준비해 줘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줄게요.”솔직히 그녀는 성연신이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거란 확신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비밀 조직에 몸을 담갔던 그녀가 이 비밀을 알지 못했더라면 성연신은 그녀를 지금까지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그러죠.”의외로 성연신은 빠르게 동의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고 거의 무관심하다 싶을 정도로 덤덤했다.지금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
성연신이 눈썹을 치켜들었다.“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죠.”“지금 나랑 장난해?”성수광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왜 지금까지 끌고 있단 말인가?“지안 씨도 임시연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어요. 계획은 반쯤 진행됐어요.”“아, 그러니까 임시연을 혼내기 위해 지금 줄 서고 있다는 거야?”‘지안이도 제대로 화풀이를 해야지. 임시연 그 나쁜 년 절대 가만히 내버려두면 안 돼. 그리고 마지막에 내가 마무리를 지어야지.’성수광은 나이를 좀 먹었을 뿐이지 노망이 든 건 아니었기에 이 일을 순순히 넘길 수 없었다.성연신이 그의 말을 듣고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갈게요.”“자식아, 조심해서 가. 산길이 가파르니 차를 이상한 구덩이에 몰지 말고.”성연신은 손에 든 차 키를 흔들고는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뒤도 안 돌아보고 알겠다며 대답했다.성수광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더니 이상하게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해 숨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서백호가 이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고는 다급하게 그에게 산소통을 건넸다.“어르신, 괜찮으세요? 지금 바로 의사를 불러올게요.”성수광은 산소를 몇 모금 들이마시더니 희끗희끗한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괜찮아. 사람이 나이가 드니까 걱정거리도 많아진 모양이야.”성연신은 워낙 일도 똑 부러지게 하고 운전면허도 성인이 된 후로 한 번에 땄다. 지금까지 운전 경력만 10년이 넘었으니 그 대신 제사 지내는 것쯤이야 분명 별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오늘은 토요일이라 본가 저택에서 시내를 벗어나는 데 40분이 걸렸다.톨게이트를 지나니 차가 점점 줄어들어 성연신은 속도를 높였다.마디가 뚜렷한 손을 핸들 위에 걸친 성연신은 여유가 철철 흘러넘쳤다.그는 무심코 사이드미러를 통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속도로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는 SUV 한 대를 발견했다.운전석에는 어떤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차 안에 세 명쯤 더 있어 운전자까지 포함해 모두 네 명이 타고 있었다.이 길에는 그들 외에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