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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그녀만 원한다면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

덤덤한 표정의 성연신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왔어요.”

홍지윤이 멈칫하더니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

“왜 안 왔어요? 아이의 행방을 알고 싶지 않은 건가요?”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말문이 막힌 홍지윤은 한참 지나 코웃음을 치고는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당연히 상관있죠. 만약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으면 내가 당신에게 모든 걸 털어놓는다고 해도 당신은 약속을 안 지킬 수도 있잖아요.”

성연신보다 홍지윤은 심지안을 더 믿었다.

그녀를 루갈에 5년이나 가둔 걸로 봐선 성연신이 얼마나 매정하고 모진 마음을 먹은 사람인지 잘 보아낼 수 있었다.

성연신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테이블 서랍에서 박스 하나 꺼내고는 말했다.

“이 안에 출국할 수 있는 비자, 현금, 신분증 다 있어요. 당신에게 10분밖에 안 주어졌으니 말할지 안 할지는 당신 마음대로 해요.”

홍지윤은 멈칫하더니 그 박스를 열어보려고 다급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중심을 잃어서인지 그녀는 걸음을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해 겨우 똑바로 섰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박스를 열어 꿈에서도 그리던 신분증을 들어 올렸다. 그 위에는 새로운 이름이 쓰여 있었다.

그녀만의 이름이었다. 앞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과거와 완전히 작별할 수 있는 신분이었다. 그녀에게는 실로 사치스러운 것들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홍지윤은 설레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성연신에게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출국하는 비행기를 먼저 준비해 줘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줄게요.”

솔직히 그녀는 성연신이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거란 확신이 없었다. 그들은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비밀 조직에 몸을 담갔던 그녀가 이 비밀을 알지 못했더라면 성연신은 그녀를 지금까지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죠.”

의외로 성연신은 빠르게 동의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기지 않고 거의 무관심하다 싶을 정도로 덤덤했다.

지금 그에게는 더 중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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