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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임시연이 임신한 건 사실이지만 성연신 씨의 아이는 아니에요

전혀 인상이 없었다.

심지어 민채린이라는 사람도 어렴풋하게만 기억이 되었고 첫 만남이 어땠는지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네? 지금 나랑 장난해요?”

‘겨우 이틀 만나지 못했을 뿐인데 왜 갑자기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구는 거지?’

“장난 아니에요. 이제 출근해야 해서. 그럼, 이만.”

심지안은 기본 예의만 지키는 진지한 얼굴로 차갑게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회의가 있었기에 그녀는 제시간에 도착해야 했다.

민채린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떠보았다.

“성연신 씨가 사고를 당한 것 같던데, 그것도 꽤 심각하게요.”

심지안이 멈칫하더니 덤덤한 얼굴을 보이고는 낯선 사람 얘기를 듣는 것처럼 대답했다.

“그럼 빨리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민채린은 가슴이 답답했다.

‘뭔가 이상한데?’

그렇다고 심지안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녀를 잊었을뿐더러 성연신에게도 이렇게 차갑게 굴다니.

그래도 전남편이 되는 사람인데 이런 미지근한 태도보다는 야유 몇 마디 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 아닌가?

...

심지안은 민채린의 말이 그저 뜬금없다고 생각했을 뿐, 별다른 느낌은 받지 않았다.

그녀는 회사 일 때문에 바빴다.

최근 며칠간 판매량 데이터를 보고 부서원들을 만나 회의를 했다.

점심에 음식을 사 들고 고청민을 찾아갔더니 비서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대표님께서 출근 안 하셨는데, 모르셨어요?”

심지안의 얼굴색이 조금 바뀌었다.

“몰랐어요.”

비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저도 대표님이 어디 계시는지 잘 몰라서요. 직접 대표님께 전화로 확인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그러죠.”

심지안이 조용한 곳을 찾아 음식을 내려놓고는 고청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안 씨, 무슨 일이에요?”

부드러운 고청민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는 밖에 있는지 바람이 세게 부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디 있어요?”

고청민이 잠깐 침묵을 지키고는 대답했다.

“나 공항에 있어요. 방금 비행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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