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팀 팀장은 정욱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비서님, 어떻게 할까요...”“가보세요.”재무팀 팀장은 바로 줄행랑을 치려 했다.“네, 그럼 부탁할게요.”“당신이 와도 소용없어. 성연신의 쫄따구 주제에.”성형찬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꾸물대지 말고 얼른 돈이나 줘. 내 기분을 잘 맞춰주면 당신을 계속 남겨 둘지도 모르잖아.”정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감옥에서 나오신 지 얼마나 되셨다고 대표님께서 당부하셨던 말씀은 다 잊으신 거예요?”회사 기밀을 누설하고 몇 년의 감옥살이를 한 성여광은 쥐새끼처럼 여기저기 숨어다니면서 오랫동안 종적을 감췄었다.옛날얘기에 성형찬의 얼굴은 순식간에 시퍼렇게 변했다.“네가 뭔데 감히 나에게 큰소리를 쳐?”“저야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쪽은 이미 성씨 집안 족보에서 제명당하셨잖아요. 그런데 지금 무슨 신분으로 보광 그룹에 들어오신 거죠?”“내가 성씨 집안 족보에서 제명당한 건 맞지만 우리 아들은 아니잖아. 게다가...”성형찬은 로또라도 당첨된 것처럼 무서운 웃음소리를 냈다.“성씨 집안의 직계 후계자는 두 사람뿐인데, 그 중 성연신은 이미 죽었으니 나머지 한 사람이 그룹을 이어받아야 하지 않겠어?”그 얘기를 들은 정욱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대표님은 여전히 잘 살아계세요. 계속 여기서 행패를 부리시면 경비원 부르겠습니다.”“안 죽었다고?”성여광은 산길에서 차량이 폭발하는 사진을 꺼내면서 까불었다.“이렇게 됐으면 아무리 신이라도 해도 빠져나오지 못할걸?”“어떻게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거죠?”정욱이 무섭게 그를 노려봤다.“그건 상관하지 말고. 아무튼 앞으로 보광 그룹과 성원 그룹은 우리 부자가 맡을 테니 넌 내 눈앞에 알짱거리지 말라고.”정욱은 달리 방법이 없어 어금니를 깨물었다.결국 그는 성씨 집안 사람이 아니었기에 내부 사안에 간섭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 외적으로 정욱은 더 노력하고 싶었다. 보광 그룹에서 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으니 아무런 능력이
“대표님 살아계세요. 그런데 이 일을 어떻게 아셨어요?”“네? 인터넷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던데...”정욱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옆에 있는 컴퓨터를 켜니 검색도 하기 전에 알림 창 헤드라인에 떴다. 그리고 성여광이 꺼내 보였었던 사진도 있었다.기사를 확인한 정욱은 역겨운 마음이 들었다. 성형찬 부자가 흘린 소식임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분명 성연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널리 알려 성여광이 회사를 이어받게 할 속셈이었다.퉤!“안 죽었다고요?”그제야 깨달은 진유진이 또 물었다.“언론에서 조작한 뉴스죠?”“언론이 아니라 성형찬이 한 짓이에요.”정욱이 미간을 문지르며 대답했다.“성형찬과 성여광 부자가 왜 갑자기 돌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누군가가 그들에게 소식을 흘렸을 거예요. 어쩌면 대표님에게 사고가 생긴 것도 그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죠.”외부인의 입장인 진유진마저 저도 모르게 몸서리쳤다.“연신 씨가 그놈들에게 당한 것 같군요. 그럼 연신 씨는 지금 어때요? 괜찮아요?”정욱은 한숨을 푹 쉬며 대답했다.“상황이 안 좋아요. 철수 씨가 찾으러 갔는데 아직 대표님을 못 발견했거든요. 지금은 아마 절벽 아래서 찾고 있을 거예요.”진유진이 입술을 씰룩거렸다.“그런데 지안이는 왜 찾아요?”“지안 씨에게 전할 중요한 소식이 있어요.”“뭔데요?”정욱은 조금 망설이며 대답했다.“정말 중요한 일이에요.”“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저도 도울 수 없어요.”진유진은 쉽게 정욱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심지안은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더 자극받게 하면 안 되었다.정욱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제가 지안 씨를 해칠까 봐 걱정이 돼요?”“아니요, 하지만 저도 무슨 일인지 알아야 도와줄 거 아니에요. 지안이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예요. 친구가 자극받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 물어본 건데, 그래도 안 되나요?”“말할게요.”정욱은 그런 진유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잠깐 고민하고는 말을 이어갔다.“두 사람의 아이에 관한 일이에요
“그럼 청민 씨와의 결혼식은 어떻게 해?”“그대로 진행하지.”“청민 씨가 동의할까?”“그게...”심지안에게 있어서 고청민은 언제나 그녀를 사랑으로 품어주는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아이에 관한 문제이니 심지안은 괜히 겁이 났고 감히 그에게 얘기도 꺼내지 못할 것 같았다.망설이고 있는 심지안의 모습을 눈치채고 진유진은 또 한 번 물었다.“청민 씨랑 결혼할 거야? 정말로 그 사람 사랑해? 만약 아이와 청민 씨 두 사람 사이에서 한 사람만 고르라고 하면 누구를 고를 거야?”진유진의 질문 공세에 심지안은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물어보는 거야?”진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내 말에 대답해.”“나... 나 모르겠어...”심지안은 진유진의 질문을 버거워했다.특히 아이 얘기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차갑고 도도한 성연신의 얼굴을 떠올렸다.“지안아, 잘 생각해야 해. 앞으로... 이런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잖아.”“하지만 아이는 진작 죽은 게 아니었어?”심지안은 그 일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팠다.“태어난 날에 큰 불길 속에 파묻혔잖아.”“이 세상에는 기적이라는 게 존재해. 아이가 죽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그리고 아이가 죽은 걸 네 두 눈으로 직접 봤어?”진유진은 너무 많은 이야기는 할 수 없어 애매모호하게 표현했다.심지안이 입술을 감쳐물더니 결연한 눈빛을 보였다.“청민 씨는 좋은 사람이야. 나를 사랑해 주고 바라는 것 없이 내 곁에 오랫동안 있었어. 그래서 아이 때문에 청민 씨를 버릴 수 없어. 마찬가지로 내가 열 달 품고 낳은 아이를 결혼식 때문에 포기하지 못해. 청민 씨를 열심히 설득할 생각이야.”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안은 고청민을 사랑하는지, 진심으로 그와 결혼하고 싶은지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답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항상 어떤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었다. 고청민과 결혼하지 않으면 그녀의 인생은 무의미해질 것이고, 또 할아버지도 그녀에게
“당연히 사실이지. 성씨 집안에서 흘러나온 사진이라는데 설마 가짜겠어?”“아깝네. 성연신 대표님의 얼굴이 엄청 내 스타일이었는데.”“꿈 깨. 언제 네 차례가 되겠어?”“그나저나 지안 팀장님 내일 대표님이랑 결혼하시지 않아? 전남편이 오늘 죽었으니 어떤 심정일지 몰라.”“누가 알겠...”말하던 직원은 갑자기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심지안을 발견하고는 입만 뻐끔거렸다.“무슨 얘기 해요?”심지안은 손을 닦는 것마저 잊어버린 듯 물방울이 그녀의 손끝을 따라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하는 얘기예요.”직원이 어색하게 설명하면서 웃음을 쥐어짰다.“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인터넷 기사는 대부분 거짓이잖아요.”심지안은 지금 고청민과 똑같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세움 주얼리의 핵심 관리자였다.말 한마디면 직원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의 권력을 쥐고 있으니 그녀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이 대단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물었어요.”갑자기 높아진 심지안의 목소리에 직원은 깜짝 놀랐다.“그냥 인터넷에서 뜬 기사를 봤는데요. 거기에서... 성연신 대표님이 죽었다고 했어요.”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심지안은 눈만 깜빡였다.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죽었다고요?”“인터넷에서는 그렇다고 했어요. 저도 자세한 상황은 모르죠.”성연신 같이 비즈니스계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가 대단했기에 언론이나 매체에서는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려는 마음이 있지 않은 이상 함부로 성연신에 관한 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다.심지안은 어떻게 사무실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어두워진 스크린에 창백하고 투명에 가까운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자세히 보면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손을 들어 얼굴을 쓱 닦자 어느샌가 손끝이 젖어 있었다.언제부터 눈물이 흘렀지?그녀는 허둥지둥 휴지를 찾아 닦으려고 했지만 눈물을 주체
심지안은 창밖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기분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점점 더 타들어 갔다. 성연신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으니 말이다.‘나쁜 놈, 설마 그렇게 재수 없이 죽겠어?’“지안 씨,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방매향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알아요. 병원에 갈 거예요.”심지안은 결연하게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녀는 병원에 가야 했다. 몸 상태가 이렇게도 좋지 않으니 분명 병이 난 것이 틀림없다. 지난번에 갔던 개인 병원은 실력이 부족해 진단을 잘못 내렸었다.게다가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성연신과 관한 일이었으니 주의를 돌려야 했다.“나도 같이 갈게요.”서류를 테이블 위에 놓은 후 방매향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아들이라도 있었으면 심지안을 잘 챙겨줬을 텐데 말이다.심지안은 방매향을 힐끔 쳐다볼 뿐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자신이 또 의식을 잃을 수도 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방매향과 함께 병원에 도착한 심지안은 접수한 후 뇌CT 검사를 받았다.의사가 검사 결과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문제없어요. 일찍 쉬고 밤을 새우지 말고, 또 식사를 담백하게 드시면 됩니다.”심지안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정말 문제없는 거 맞아요? 하지만 저 요즘 두통이 심하고 잦아요. 한 번 아플 때면 진짜 머리가 깨질 것만 같거든요.”“그럼 정신과로 가보세요.”의사가 제안했다.우울증이나 조울증은 모두 두통을 유발할 수 있고,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심지안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또 물었다.“선생님도 제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다른 병원에 가보셨어요?”진료 기록을 펼쳐보던 의사가 사뭇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그럼 정신 질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제가 정신과에 전화해서 접수할 수 있는지 물어봐 드릴게요.”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심지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니요! 제가 정신병이 있다니요!”의사가 대답을 하기도
반응이 없자 임시연은 어금니를 깨물면서 또 말을 이어갔다.“뉴스를 봤어요? 연신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은 것 같더라고요.”심지안의 눈빛에 고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임시연을 응시하며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해요, 이상하게 말 돌리지 말고.”“딱히 할 얘기는 없고요. 그냥 우리 두 사람 모두 성연신과 결혼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임시연 씨는 결혼은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잖아요.”임시연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냥 사람 일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렇게 날을 세울 필요 있나요?”“뭐가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 임시연 씨는 과부가 될 자격도 없잖아요.”“누가 과부 따위를 앞다투어 하나요?”임시연이 피식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녀가 성연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사실이었다. 실력이면 실력, 얼굴이면 얼굴, 분위기면 분위기, 그보다 더 훌륭한 남자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다만 성연신은 안목도 없지, 임시연도 아니고 하필 심지안을 좋아했다.만약 성연신이 임시연과 결혼했더라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비밀 조직에서도 이렇게 빨리 그를 죽이려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임시연은 남은 평생을 함께하는 남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우쭐거렸다. 그리고 허리를 곧게 펴고는 오만한 눈빛으로 심지안을 바라봤다.“널리고도 널렸죠. 연신 씨가 가진 전 재산은 어쩌면 왕실보다도 더 많을 거예요. 작년에 보광 그룹에서 왕실에 투자한 프로젝트만 20조가 넘는데요.”심지안은 임시연의 말에 더 대꾸하기 싫었지만 임시연이 머리를 쥐어짜면서까지 불을 지폈으니 그녀도 더는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마침 답답한 마음을 분출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었는데 말이다.임시연은 화내기는커녕 입꼬리를 올렸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걸 누릴 운명은 아닌가 보죠. 지안 씨는 청민 씨와, 나는 석환 씨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잘된 일이에요. 인생 그렇게 집착하면서 살 필요 있어요? 순리에 따라야 하지.”
“지안 이모, 엉엉, 혹시 저 데리러 오실 수 있나요?”전화기 너머로 성우주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흐느끼며 말하는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마음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심지안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물었다.“어디야? 누가 괴롭혔어?”“저도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혹시 위치 보내드려도 될까요?”“그래.”위치를 확인한 후 심지안은 곧바로 성우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방매향은 정체가 탄로 날까 봐 더 따라가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폐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연신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방매향은 떠나기 전에 또 심지안에게 성형찬과 성여광이 회사로 찾아온 얘기를 알렸다. 두 사람은 분명 꿍꿍이가 있을 테니 심지안더러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했다....목적지로 도착한 심지안은 눈앞에 펼쳐진 적막하고 쓸쓸한 공원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몸을 웅크려 앉고는 성우주를 보며 물었다.“여기는 왜 왔어?”“둘째 할아버지가 데리고 오셨어요. 이곳에 아빠가 있다고 하셨어요.”성우주는 귀족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진한 네이비 색은 고귀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책가방을 멘 그는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럽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심지안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한참 동안 고민하고는 물었다.“기사 봤어?”“네.”성우주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우리 아빠, 정말 죽었어요?”“아니.”“그럼 살아계세요?”심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또래보다 똑똑하다고 하지만 성우주는 여전히 어린 아이였다.인터넷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씩씩한 아이였다. 그리고 성형찬은 희망을 놓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이용해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성우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심지안을 보더니 검은 눈동자에 점점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아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심지안은 그런 성우주를 보며 너무나도 속상했다.“성형찬 할아버지가 널
심지안은 깜짝 놀라며 손을 꼭 움켜쥐고 말했다.“누가 말했어?”성우주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는 풀이 죽어서 말했다.“사실 저도 제가 집안의 재앙인 것 같아요.”어려서부터 어머니도 없고 증조할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겨우 깨어났는데 이제 아버지까지 일이 터지다니.그는 태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집에 행운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명실상부한 재앙이었다.“아니, 예전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야. 그리고 앞으로는 더더욱 아닐 거야.”심지안은 결연한 눈빛으로 성우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팥죽을 먹은 듯 따뜻했다.“모든 아이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선물을 가진 사람은 가장 행운스러운 사람이야. 그들은 너희들이 있어서 삶이 더 다채로워졌고 너희들 덕분에 진정한 가정을 이룰수 있었어.”성우주의 눈이 보석마냥 반짝였다. 그는 아이만이 가질수 있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진짜예요? 제가 진짜 재앙이 아니라 하늘이 주신 선물이에요?”“당연하지. 가끔은 무소식이 희소식이야. 성연신은 안전하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어.” 심지안은 웃으며 성우주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성우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위로해 줘서 고마워요, 고모.”그를 잘 대해 주는 건 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 외에 고모밖에 없었다.어떡하지, 방금 고모와 아버지의 재결합을 반대한다고 했는데 이제 좀 후회스러웠다.“위로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거야.”심지안이 참을성 있게 물었다.“누가 너한테 재앙이라고 했는지 말해 줄 수 있어?”“둘째 할아버지요.”성우주는 모두 솔직하게 대답했다.미간을 찌푸린 그녀의 눈가에는 차가움이 스쳐 지나갔다.“날이 어두워졌으니 집에 데려다줄게.”그녀와 같이 가는 건 안전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보호할수 없기 때문이다.더욱이 내일이 바로 결혼식이라서 적합하지 않았다.“네, 고마워요, 고모.”이때, 성우주의 정서가 안정되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