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얬다. 그녀는 눈앞의 흰색 조화를 보면서 백스테이즈 휴식실 책상에 과일칼이 있는 걸 힐끗 보았다.그녀는 고청민과 심지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다.매니저는 그녀의 눈빛이 바뀐 걸 발견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고청민을 가리키며 물었다.“고청민 씨, 저희는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의도적으로 이용당한 건 아니에요?”고청민이 입을 열기 전에 심지안이 먼저 무대 위로 올라와 헛웃음을 치더니 말했다.“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연예인으로서 팬들에게 사실을 알릴 권리는 있잖아요.”“헐, 이게 다 진짜란 말이야?”“전에 시연이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성연신은 이미 임시연 진짜 모습을 알고 있었던 거네.”“단발머리 여자, 심지안인 것 같은데, 성연신 전처 있잖아...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오늘 시연이 연주회인데 조화까지 보내고, 심지안도 악독하네.”“시연이라고 부르지 마. 역겹지도 않아? 저렇게 많은 사람들과 잤는데, 부자들은 우리가 걸레를 보배처럼 여긴다고 비웃을 거잖아.”의논 소리를 들은 임시연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더는 예술계에서 머리를 쳐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가 몇 년 동안 힘들게 유지해온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망가졌다.매니저의 상황도 임시연보다 좋지는 않았다. 그는 고청민과 맞붙을 자신이 없어 심지안을 향해 화풀이했다.“이런 일을 사적으로 얘기해도 되잖아요. 일부러 공개적인 장소를 선택해서 우리 시연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 알기나 해요? 당장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고소할 거예요!”“좋아요, 그럼 법정에서 뵙도록 하죠.”심지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말했다.화가 난 매니저는 물건을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경호원을 불러 이 일이 빨리 끝나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선 자리에 얼어붙은 임시연은 온몸의
고청민은 고개를 슬쩍 돌려 그녀의 폰 화면을 보았다.“성연신이에요?”심지안은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성연신 말고 임시연 일을 이렇게 관심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고청민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심지안의 폰이 또 울렸다. 똑같은 번호였다.심지안은 당연히 받지 않았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넣지는 않았다. 임시연이 두 사람 사이의 감정에 끼어든 건 맞지만 그녀를 제일 실망하게 만든 사람은 성연신이었다.성연신을 망쳐버리지는 못하더라도 그를 불쾌하게 만들 생각이었다....프라이빗 찻집.장학수는 폰으로 실검에 오른 기사를 보면서 박장대소했다.“너무 재밌는데. 임시연 얼굴을 봐봐.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잖아.”손남영도 옆에 다가가 보고는 장학수처럼 웃음을 터뜨렸다.“저렇게 추태 부리는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데. 지안 씨 진짜 판을 크게 깐 모양이네.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것 같네.”예전의 심지안이라면 지금과 같은 매정한 짓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장학수는 얼굴을 괴고 평가했다.“긴 머리도 단발머리로 변했고, 그런데 연신아, 될 수록이면 얼른 방법 찾아서 기사 내려. 넌 괜찮은데 우주는 아직 어리잖아. 마음도 여려서 사회 여론을 감당하지 못할 거야.”자기 친엄마의 은밀한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아들로서 얼마나 슬플까. 아마 심지안과 필사적으로 맞붙으려 할 것이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성연신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서 한기가 느껴졌다.“우주는 한 번도 대외로 임시연이 엄마라고 인정한 적이 없어.”장학수는 말문이 막혔다.“인정하지 않아도 변함없는 사실이잖아.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변호사로서 그는 인심이 험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높은 자리에 서 있을수록 하는 행위마다 확대되어 약점이 될지도 모른다.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신중하게 처리할게.”성연신은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이런 행위는 법적으로 어떻게 해?”“
심지안은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그녀는 화면에 뜬 내용을 보자마자 멈칫하더니 이내 이불에서 나와 앉았다.정신이 든 그녀는 폰을 힐끗 보고는 옆에 내려놓고 씻으러 갔다.아침 먹을 때, 성동철은 눈살을 찌푸리고 심지안을 보았다.“보광 중신에서 올린 성명 나도 보았다. 성연신이 네 편에 설 줄은 생각도 못 했구나.”좋은 일이 아니었다. 심지안을 보호한다기보다 차라리 적이 되어 연을 끊는 게 더 좋았다. 성씨 집안은 그럴 능력이 있었다.그러면 고청민과 심지안이 나중에 결혼했을 때 불필요한 번거로운 일도 피할 수 있었다.심지안은 팥빵을 한입 물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성연신이 제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임시연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어요. 게다가 아들을 위해서라도 관계를 끊으려 할 거예요.”성명에는 주요하게 세 가지 관점을 표달했다.첫째, 성연신과 임시연은 결혼한 적이 없고 아이는 성연신 혼자 키우고 있다는 것.둘째,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에 간섭하지 않는 독립적인 개체라는 것.셋째, 합의는 5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고 일시적인 의도가 아니라는 것.성연신은 임시연과의 관계를 단번에 부정했다. 우스운 건, 누가 손을 썼는지 임시연에 관한 실검은 이미 사라졌다.관계를 끊으려 하면서도 도와주는 게 성우주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성동철은 심지안의 생각을 반박하지 않고 한참 고민하다가 젓가락을 놓고 말했다.“지안아, 밥 먹고 서재로 오거라.”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순순히 답했다.“네.”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고청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고개 들어 성동철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아차린 것 같았다.서재.성동철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심지안을 보며 말했다.“청민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좋은 사람이죠.”인품, 외모, 가정배경 다 뛰어났다.“난 너희 둘이 어울리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두 사람이 결혼하면 내 곁에 더 오래 있어 줄 수 있잖니
이사회 성원들만 알았을 뿐이 아니라 세움 홈페이지에서도 공지를 올렸다.세움의 유일한 상속인인 고청민의 약혼 덕분에 세움의 쥬얼리들을 모두 20% 할인한다는 공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인원들이 소식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제경 전체가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성동철은 심지안에게 물러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심 팀장님, 이렇게 좋은 소식을 왜 알리지 않으셨어요. 이젠 사모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러게요. 우리 대표님처럼 좋은 남자가 얼마나 드문데요. 회사 몇몇 여직원들이 대표님을 꼬시려고 엄청 애썼는데 대표님께서는 항상 무관심한 태도였다니까요. 결혼하고 복 누리실 일만 남으셨겠네요.”“고청민 씨랑 약혼했어요?”갑자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심지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방매향을 보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다.“네. 왜요?”“그냥 물어본 거였어요.”“다른 사람들한테서 소식 못 들었어요?”부정하지 않는 것이 간접적으로 승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방매향은 눈살을 더 세게 찌푸렸다. 그녀는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저도 모르게 물었다.“이제 성연신은 안 좋아하는 거예요?”그 말을 듣자마자 심지안의 표정이 변했다. 옆에 있던 직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방매향이 이런 일을 왜 궁금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방매향도 도를 넘었다는 걸 감지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신경 쓰지 말아요.”“제 개인적인 일에 관해서는 그만 토론하고 일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일을 잘 완성한 분은 저한테 와서 보너스 신청해도 돼요.”심지안은 웃으면서 이 화제를 종결했다. 그리고 손을 저으며 직원들을 제자리로 보냈다.방매향은 걱정스러운 듯 오전 내내 심지안의 사무실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점심 휴식시간이 되었을 때,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보광 중신.고위 임원들은 센터에 앉은 남자가 전화 한 통을 받고 얼굴빛
심지안은 고개를 들어 성연신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날 계속 좋아하면 그냥 말해요. 듣기 싫은 말로 비아냥거릴 필요는 없잖아요. 가스라이팅 하는 거예요?”“가스라이팅?”“다른 사람을 부정하고 비하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비심을 느끼게 하는 걸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모종 목적을 이루는 걸 말해요.”성연신은 화가 났다.“난 그렇게 비겁한 사람이 아니에요.”“그럼 왜 제가 고청민 도움을 받아 세움에 들어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잃는 게 없잖아요. 사람도 얻고 직업도 얻고 얼마나 좋아요. 진짜 날 관심해서 그런 거라면 나한테 시비 거는 것보다 날 축복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날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성연신은 멈칫했다. 그는 찌푸렸던 눈살을 다시 풀었다.‘이 여자 그제야 그 사실을 발견한 거야?’그가 심지안을 이미 내려놓았다면 왜 그녀와 고청민 사이에 일을 관심하겠는가?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성연신을 보면서 볼 옆에 있던 머리카락을 손으로 뒤로 넘기면서 새하얗고 부드러운 귀를 드러냈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쯧, 왜요? 찔려요?”성연신은 침을 한 번 넘기고 말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그는 멍청한 여자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약 올리기 위해 고청민과 약혼한다고 생각했다.“제 생각은...”심지안을 말을 길게 끌었다. 그리고 비꼬는 듯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예쁘게 생긴 저를 좋아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전남편과 다시 화해할 생각이 없어요. 특히 나이도 많은 전남편은 더 싫고요.”성연신은 순간 롤러코스터처럼 좋았던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화난 눈빛으로 심지안을 노려보았다.‘무슨 뜻이야? 나는 나이가 많고 고청민은 젊어서 된단 말이야?’심상치 않음을 느낀 심지안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려고 했다.하지만 성연신이 그녀를 보낼 리가 없었다. 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안고
말문이 막힌 성연신은 더 화가 났다.“그럼 전에는 왜 날 꼬시지 못해서 안달이나 했는데요?”“그건 오래전 얘기죠. 게다가 그 말밖에 할 줄 몰라요? 왜 매번 똑같은 말만 해요? 안 지겨워요? 난 이젠 듣는 것조차 귀찮아요.”그녀는 저도 모르게 비아냥거리며 귀 파는 동작을 했다.“심지안!”“바이!”그녀는 더는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다. 더 중요한 건 성연신의 화를 더 돋우어서는 안 되었다. 도를 넘지 않게 약을 올리고 제때 떠나야 했다.그녀는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사무실로 돌아가 보니 고청민이 있었다. 책상 위에는 그녀가 평소 즐겨 먹던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고청민은 심지안 손에 들고 있는 포장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이젠 나가 사지 않아도 돼요. 먹고 싶은 거 저한테 미리 말하면 제가 비서한테 가져오라고 하면 돼요.”“너무 민폐 끼는 거 아니에요? 아래 내려가서 먹는 것도 사실 편해요.”“알겠어요. 그럼 같이 가요. 점심 휴식시간에 데리러 올게요.”“네.”고청민은 심지안을 보면서 무언갈 발견한 듯 그녀의 빨간 입술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변했다.“립스틱이 지워진 것 같은데 화장 고쳐야 하지 않아요?”심지안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심지어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먼저 먹어요.”그녀는 다급히 화장실로 달아가 거울로 확인해보니 확실히 립스틱이 지워졌다.바림피운 현장을 잡힌 것처럼 너무 수치스러웠다.‘아니야, 바람피우다니. 난 괴롭힘 당한 거야.’진정이 되자 심지안의 빨갛던 얼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밥 먹어야 했기에 그녀는 아예 립스틱을 지워버렸다.오후부터 첫번째 마케팅 방안을 실행하는데 유명한 개그맨이 미니 비디오를 찍어 SNS에서 홍보하는 것이었다.쉽게 말하자면 연예인과 같은 셀럽들을 돈을 주면서 모셔와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개그맨이지만 젊고 잘생겨서 여자애들과 부유한 여자들을 팬으로 두고 있었다.각본은 심지안이 직접 쓴 홍보 내용이었다.얼마
“네? 우리 모두 다 벗어야 하나요?”여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들은 평소에 엄숙하고 냉정한 성연신이 남모르는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성연신은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성가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다 벗어.”그는 자신이 평생 심지안 말고 다른 여자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여자들은 수줍어하긴 했으나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 싫어 하나둘씩 옷을 벗기 시작했다.십 분 후, 성연신은 호통을 쳤다.“다 꺼져!”문밖에서 지키고 있던 정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결과를 이미 예상하였기에 황급히 들어가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여자들을 데리고 나왔다.정욱은 조심스럽게 성연신의 어두운 얼굴빛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물었다.“대표님, 마음에 안 드시나요? 몇몇 더 찾아볼까요?”“필요 없어.”마음에 이미 한 여자를 두고 있었기에 다른 여자들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그의 눈에는 그저 한 덩어리 고기로만 보일 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바보 같은 여자가 곧 고청민과 약혼하게 될 텐데 그는 그녀를 놓아줄 줄지 아니면 붙잡을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붙잡는다면 남의 여자를 빼앗으려는 고청민과 무슨 다른 점이 있는가?성연신은 컴퓨터로 세움 홈페이지에 있는 홍보사진으로 쓰인 고청민과 심지안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는데 마치 천생연분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갑자기 전례 없는 좌절감을 느꼈다.“아빠, 바빠요? 저 들어가도 돼요?”경쾌하고 애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아주 예의 발랐다.성연신은 미간을 짓누르면서 컴퓨터를 끄고 말했다.“들어와.”성우주는 귀족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어린애지만 귀엽고 잘생겨 보였다. 단정하게 정리된 단발머리는 그에게 다른 아이들과 다른 시크함을 더해줬다.“아빠, 뭐 하세요?”“일.”“그런데 아까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아줌마들이 아빠 사무실에서 나오던데, 혹시 아빠가 괴롭혔어요?”그는
“하지만 다는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할 때 홍지윤은 약간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어두운 얼굴빛에는 불안함이 섞여 있었다.“저는 살고 싶어요. 양쪽에서 다 가치를 잃은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요.”그가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루갈은 그녀에게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게다가 루갈의 의료조건이 다른 곳보다 훨씬 좋았다.그녀는 복수하기 전에 몸 안에 있는 독을 다 없애고 원래 상태로 회복하고 싶었다.성연신이 한 번에 모든 걸 알아버리면 그녀는 여기에 남아있을 가치를 잃게 된다. 그녀의 목숨을 살려둔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것이다.“먼저 말해 봐요.”성연신의 눈동자가 아주 깊었는데 그는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홍지윤은 거래할 기회가 있다는 걸 알고 더는 욕심 부리지 않고 유유히 입을 열었다.“우리가 찾던 사람은 진현수였어요. 당시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도 우리가 꾸민 일이에요. 당신 어머니가 비밀 조직에서 달아난 것도 맞아요. 그리고 송석훈은 당신을 이용해서 당신 어머니를 이끌어낼려고 했고요. 고청민도 심지안을 좋아해서 저희랑 손잡았었어요.”세 가지 일을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성연신처럼 영리한 사람에게는 충분했다. 이만큼 알려주면 그는 단서를 찾아 곧 진실을 파헤쳐낼 것이다. 홍지윤은 이 시간 안에 자신의 몸이 빨리 회복되기만을 바랐다.뒤에 두 가지 일에 관하여 성연신은 이미 생각이 있었다. 유독 한 가지만은 미처 생각 못 했던 것이다. 그는 선 자리에 얼어붙은 채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오래전 일이지만 그는 그날 일을 똑똑히 기억한다. 심지안의 억울해하며 망연자실한 표정과 그녀의 실망스러운 눈빛, 모든 것이 비수가 되어 그의 마음에 찍혀왔다.“당신들과 진현수가 함께 꾸민 일이라는 거예요?”“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에요.”“그럼 심지안 배 속의 아이도 내 아이였던 거예요?”홍지윤은 임시연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몰랐기에 나간 후에 그녀한테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멈칫하다가 두루뭉술한 답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