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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이용당하다

임시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얬다. 그녀는 눈앞의 흰색 조화를 보면서 백스테이즈 휴식실 책상에 과일칼이 있는 걸 힐끗 보았다.

그녀는 고청민과 심지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다.

매니저는 그녀의 눈빛이 바뀐 걸 발견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고청민을 가리키며 물었다.

“고청민 씨, 저희는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 의도적으로 이용당한 건 아니에요?”

고청민이 입을 열기 전에 심지안이 먼저 무대 위로 올라와 헛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연예인으로서 팬들에게 사실을 알릴 권리는 있잖아요.”

“헐, 이게 다 진짜란 말이야?”

“전에 시연이가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성연신은 이미 임시연 진짜 모습을 알고 있었던 거네.”

“단발머리 여자, 심지안인 것 같은데, 성연신 전처 있잖아...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오늘 시연이 연주회인데 조화까지 보내고, 심지안도 악독하네.”

“시연이라고 부르지 마. 역겹지도 않아? 저렇게 많은 사람들과 잤는데, 부자들은 우리가 걸레를 보배처럼 여긴다고 비웃을 거잖아.”

의논 소리를 들은 임시연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더는 예술계에서 머리를 쳐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가 몇 년 동안 힘들게 유지해온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망가졌다.

매니저의 상황도 임시연보다 좋지는 않았다. 그는 고청민과 맞붙을 자신이 없어 심지안을 향해 화풀이했다.

“이런 일을 사적으로 얘기해도 되잖아요. 일부러 공개적인 장소를 선택해서 우리 시연이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 알기나 해요? 당장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고소할 거예요!”

“좋아요, 그럼 법정에서 뵙도록 하죠.”

심지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화가 난 매니저는 물건을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경호원을 불러 이 일이 빨리 끝나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었다.

선 자리에 얼어붙은 임시연은 온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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