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중 앞에서는 남자를 유혹하지 않아요."임시연이 이를 악물었다.그러자 심지안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네 그렇겠죠. 시연 씨가 앞뒤 다른 사람이긴 하죠."사람들 앞에서는 순진한 척했지만 사실은 꿍꿍이가 많은 사람이었다.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웃기네요. 5년 동안 쥐죽은 듯 지내더니 인제 와서 왜 이래요?"그녀는 성연신의 마음을 얻지 못하더라도 계속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심지안이 돌아왔기에 기회가 더욱 사라졌다.심지안은 짧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등기하지 않은 사람이 왜 이래요?"이 부부는 그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원래 SNS에 글을 올린 후 성연신이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보호할 거라 생각했다. 네티즌들은 모두 임시연이 성연신과 결혼하지 못한 것에 조롱해댔지만 성연신은 지금까지도 그녀와 결혼하지 않고 오히려 공공장소에서 임시연과 선을 그었다.임시연도 좋은 물건이 아니었지만 성연신도 나쁜 사람이었다."닥쳐!"임시연의 아픈 곳을 건드리자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돌아서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연신아, 오늘 내가 너를 찾아온 것은 바로 인터넷 여론 때문이야. 학교에 많은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우주를 공격하고 있어. 우린 반드시 여론을 잠재워야 해."성연신은 임시연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자기 아들에 대해서는 줄곧 중요시 생각해 왔다.그리고 성연신은 성우주를 또래 어린이로 보지 않고 그의 생각을 존중해왔다.여론이 점점 뜨거워지자 그는 성우주의 생각을 물었었지만 성우주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었다. 만약 일부러 여론을 잠재우려 한다면 사람들이 더욱 의심할 게 아닌가?"내가 말했었지. 우주의 일에 더이상 상관하지 말라고. 양육권에 관해서는 변호사를 찾아서 합의서를 쓸 테니까 이의 있으면 법원에서 봐."성연신의 임시연에게 차갑게 말했다.임시연은 어리둥절해 하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연신아, 우리가 지금
"세움 그룹 면접관은 방매향 씨가 예전에 옥살이를 한 것을 모르고 있죠?"성연신은 알아낸 정보를 방매향의 앞에 갖다 놓았다.방매향은 표정 변화가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네. 감옥에 간 적이 있습니다."성연신은 실눈을 떴다.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매향은 담담한 척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표정을 감췄다."금융에 관심 있어요?"방매향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네.""정욱아."성연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밖에 있는 정욱을 불렀다."네, 대표님. 무슨 분부하실 거라도 있으세요?""매향 씨를 첫 번째 줄로 안배해."정욱은 멈칫거리며 성연신이 심지안의 체면을 봐서 그렇게 말한 줄 알고 즉시 방매향을 데리고 나갔다.방매향은 떠나기 전에 성연신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관심과 사랑이 담겨있었다."심지안 씨는 지금 고청민 씨와 함께 있지 않습니다."이 말인 즉 그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정욱은 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 여인은 과연 심지안 주변 사람이었다. 성연신에게 아직 그녀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알려줬다.성연신은 방매향을 쳐다봤다. 둘은 두 번째로 서로 눈을 마주쳤다. 남녀 사이가 아닌 마치 서로가 상대방에게 익숙하고 알고 있던 사람인 것 같았다.깜짝 놀랄만한 생각에 그는 정신을 놓을 뻔했다.겉으로 성연신은 평온한 척 행동했다. 모든 은폐는 부득이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그는 지금 상황에 협조하고 나중에 적당한 기회를 찾아 단둘이 만나려 했다.다른 곳.심지안은 꼬맹이가 찍은 내비게이션을 따라 차를 몰았다. 차는 선진 그룹 앞에 도착했다.그녀의 맑은 두 눈동자에 의심이 가득 찼다."너 내비게이션을 잘못 찍은 거 아니야?""아니에요. 바로 여기예요."성우주는 선진 그룹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사탕 가게, 기억나세요?"심지안은 아이가 말한 곳을 바라봤다. 간판에 쓰여져 있는 글씨를 본
성우주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알면 또 어때요? 누가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그에게 잘해 줘요. 진심은 진심과 바꾸는 거예요. 부모도 예외가 아니에요."임시연은 그에게 생명을 주었지만, 그가 원해서 준 게 아니었다.아기를 낳기로 한 이상 그 아이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때리고 욕하며 원수 사이처럼 지내라는 게 아니다.그도 자신의 시험 점수가 높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말을 안 들어서인지 진지하게 반성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우주를 좋아하지 않는 그 사람은 계속 그를 싫어했다.그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느꼈다.심지안은 성우주를 바라봤다. 그는 보기에는 쿨한 아이처럼 무슨 일이든 개의치 않아 했다.하지만 그를 잘 관찰해 본다면 성우주는 사실 임시연 얘기를 할 때마다 까만 눈동자에 씁쓸함이 비쳤다.심지안의 얼굴에 가슴 아픈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어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마음을 그녀는 공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성연신은 너에게 잘해 줘?""네. 아빠는 날 존중해주고 사랑해줘요. 그래서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성우주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우리 아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나요?""없어."심지안이 단호하게 거절하며 손을 뻗어 그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다."어른들의 일에 상관하지 마. 너는 나와 네 아빠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만 알면 돼. 데려다줄게."이 말을 들은 성우주가 미간을 찌푸려다."난 반드시 아빠를 도와서 고모를 돌아오게 만들 거예요."심지은 입꼬리를 올리고 그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웃었다.차를 반쯤 몰았을 때 그녀는 곧 기름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주요소를 들렀다. 그녀가 성우주에게 말했다."잠깐만 기다려. 기름 넣고 올게."성우주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려 바람을 쐬었다."엄마, 쟤가 우리 반 일등이예요."멀지 않은 곳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지안은 결산을 하느라고 주의하지 않았다.소녀의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성우주
성우주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여자가 바로 고자질했다.“그쪽 아이가 제 손을 물었다고요. 이건 무조건 배상하셔야죠.”심지안은 그녀 손에 난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보다가 성우주를 봤다.“이 사람 말이 맞아?”“저 사람이 먼저 저 욕하고 꼬집어서 물었다고요.”“거짓말. 너란 애는 거짓말만 하니? 어른인 내가 너를 때렸을 리가 없잖아!”여자는 있는 힘을 다해서 부정하고 자기 딸을 끌어당기며 말했다.“내가 얘 욕하는 거 본 적 있어?”여자애는 엄마가 자신에게 눈짓하는 걸 보고 작게 말했다.“저희 엄마는 쟤 안 때렸어요. 욕하지도 않았고요.”성우주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소 잘 지내던 친구가 자신을 모함할 줄 몰랐다.여자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의기양양해서 손을 내밀고 배상금을 달라고 했다.“돈 줘요.”심지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주유소의 씨씨티비를 가리키며 말했다.“돈은 문제가 아니에요. 먼저 씨씨티비부터 찾아보죠. 먼저 한번 보고 말 한대로면 달라는 대로 돈 드릴게요.”여성은 순식간에 표정이 바뀌더니 여자애를 데리고 떠났다.“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무슨 폼을 잡고 있어.”심지안은 차갑게 웃고는 의아한 눈길의 성우주를 달래줬다.“여기서 기다려. 내가 가서 씨씨티비 보고 올게. 나중에 또 딴소리할 수도 있으니까.”성우주는 핸드폰을 보면서 나지막이 읊조렸다.“저 여자보다 저를 더 믿으세요?”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엄마는 자꾸 그한테서 잘못을 찾았고 해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그와 심지안은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자신의 편을 들었다.그 기분이 꽤 괜찮았다... 심지안은 눈빛이 미묘해지더니 비웃었다.“너, 너무 쉽게 감동한다.”성우주는 자신의 감정을 들킨 것 같아서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흥, 하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며 무언가를 감추는 것처럼 굴었다.심지안이 운전한 차는 금방 중정원에 도착했다. 성우주가 별장에 들어서는 걸 보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오랫동안 음모를 꾸민 것
심지안은 설계도를 받아 들고 살펴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설계도를 성연신에게 돌려주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평온했다.“고청민 씨가 미리 이걸 알았다고 해도 저는 신경 안 써요.”고청민이 그녀를 해치려고 했으면 애초에 그녀를 안 구하면 될 일이었다.하지만 고청민은 그녀를 구한 뒤 그녀의 신분을 조사해서 성씨 가문에 데려다 줬다.성씨 집안은 재산이 어마어마했다. 고청민은 어릴 때부터 경영 일을 하던 사람이고 일반적으로 사람은 모두 야심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고청민이 진심으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한마음 한뜻으로 그녀에게 잘해줬다.성연신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눈치채고 눈살을 찌푸렸다.“고청민은 계략이 많은 사람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한테 사기당해서 뼈도 못 추릴걸요. 믿지 않으면 후회할 거예요.”“예전에 믿어도 후회했는데, 결과는요?”심지안은 더없이 찬란하게 웃었지만, 눈동자는 그를 비난하고 있었다.“대표님은 교통사고나 처리해 주세요. 제대로 된 결과가 없으면 일 크게 키울 생각이에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와인잔에 있는 와인을 원샷해버리고 산뜻하게 떠나버렸다....성연신은 화가 나서 임시연을 찾아왔다. 긴 다리로 우악스럽게 문을 걷어차는 모양이 분노를 쏟아내는 것 같았다.임시연은 테이블에 앉아서 아이 간식을 만들고 있었다. 그가 온 걸 보고는 허둥거렸다.“연신아, 네가 무슨 일로...”“심지안한테 가서 사과해.”그는 거절은 없다는 듯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임시연은 멋쩍게 웃었다.“내가 왜 사과해야 해?”성연신은 점점 인내심이 사라졌다.“너, 김슬비 차로 심지안 뒤밟았잖아. 교통사고로 그 사람 해치려고 했잖아. 내가 이렇게 직접 말해야 해?”사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는 그저 의심만 하고 있었다.그는 임시연이 심지안을 질투할 수는 있어도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극단적인 행보를 보일 줄은 몰랐다.김슬비는 현재 한창 인기 있는 예술가였고 사회적 평판을
심지안은 성연신이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작게 웃었다.“볼 만큼 봤어요?”그는 욕망을 숨기고 표정을 가다듬었다.“옷 갈아입고 내려와요.”“내려가서 뭐 하는데요?”“임시연이 밑에서 기다려요.”심지안은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는 장난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알았어요.”오늘은 세움 이사회 회의가 있었다. 할아버지와 고청민은 모두 회사에 있었지만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 만약 마주치면 어색해질 게 뻔하니 확실히 옷은 갈아입어야 했다.기다리는 동안, 성연신의 머리속에는 온통 심지안의 촉촉한 모습이었다. 애초에 그는 그녀를 내려놓지 못했는데, 그 정도로 유혹적인 장면을 보자 차갑고 매력적인 성연신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드리워졌다.심지어 임시연이 옆에서 뭐라 말해도 그는 제대로 대꾸하지 않았다.임시연은 혼이 빠진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오늘 자기가 와서 해결을 봐야 둘이 만날 기회를 줄일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지안은 아무렇게나 샤워가운을 걸치고 여유 넘치는 발걸음으로 나타났다.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나무 의자에 앉아 차갑게 말했다.“시작해요.”임시연은 전혀 원치 않았지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오늘 제 친구 슬비가 운전하다가 실수로 지안 씨를 쳤네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성연신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더 찌푸려졌다.심지안은 흥미진진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친구 슬비요? 하지만 제가 본 뒷모습은 당신이었는데요.”말하면서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열고 그 자리에서 임시연과 비교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키, 체형, 어머... 신발도 같네요.”임시연은 창백해져서 순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비틀거리면서 테이블을 잡은 그녀는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것 같았다.“신발은 슬비가 저한테 준 거예요. 걔도 같은 거로 한 쌍 있어요. 저는 진심으로 슬비를 대신해서 사과하러 온 거에요. 모든 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시지 마세요.”“아, 네. 사과받을게요.”심지안은 당황
성연신은 고청민과 시선이 마주치자 얇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비웃었다.“뭘 무서워하는 거예요?”고청민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성 대표님 말씀도 참. 야밤에 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누가 안 무섭겠어요?”“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 아니고요?”고청민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흠잡을 데 없는 사내의 얼굴에는 귀티가 흘렀다.“지금 지안 씨한테서 받은 스트레스를 저한테 푸는 건가요?”음산할 정도로 불쾌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딱 봐도 기분이 나빠 보였다.성연신은 대꾸도 하지 않고 차갑게 그를 노려보고 더 말하기 귀찮다는 듯이 차를 운전해서 떠났다.정원에는 고청민과 임시연만 남았다.임시연은 이미 멀리 떠난 차를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어두컴컴한 길을 그녀 혼자 돌아가야 했다.성연신은 아무리 품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는 돌덩이 같았다.고청민은 3층을 쳐다보았다. 심지안의 방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밝은 빛이 그의 몸을 비추는 게 마치 그의 인생을 비추는 빛 같기도 하고 그의 앞길에 없어서는 안 될 빛 같기도 했다.그는 시선을 돌렸지만, 긴 속눈썹에 소유욕이 흘러 눈빛이 날카로워졌다.“5년이 지났는데 왜 발전이 없어요?”성연신을 갖지 못한 건 그렇다 쳐도 성우주의 환심도 못 얻어냈다.아주 유리한 상황이지만 임시연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요? 당신도 심지안 못 꼬셔냈잖아요!”임시연이 똑같게 맞받아쳤다.“안심해요. 제가 당신 같은 쓰레기는 아니라서요.”그가 심지안을 꼬셔내지지 못한 이유는 그가 선을 넘지 않아서였다.사실 그와 심지안의 거리는 이미 많이 가까워졌다.하지만 심지안의 성격으로 보면 절대 조바심을 내면 안 되고 적당한 타이밍이 필요했다.고청민이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해서 임시연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김민수 잘 관리해요. 저 찾아오게 하지 말라고요.”“앞으로 지안 씨 찾아와서 소란 피우지 마세요.”고청민은 잠깐 머뭇거리는 듯했다. 입가에 보조개가 드러났다가 사라지더니 세상 무해한
고청민은 그녀의 망설임을 발견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타이르듯이 말했다.“뭔데요? 성연신이 또 괴롭혔어요?”심지안은 멈칫했다. 작고 하얀 얼굴에 감동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고청민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챙기는 사람인데 무엇을 망설이나 싶었다.그녀는 잡지에 끼워둔 설계도를 꺼냈다.“사실 별거 없어요. 그 사람이 저한테 이걸 줬어요.”고청민은 그 설계도를 받아 들고 보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당시 사고가 발생했던 병원 설계도라는 걸 눈치챘다..심지안은 고청민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연신 씨가 말했어요. 당신이 나를 구한 건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요.”고청민은 고개를 들어 맑은 눈으로 물었다.“그 말을 믿어요?”“안 믿어요.”그녀의 대답에 망설임은 없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했고, 좋고 나쁜지는 속으로 알 수 있었다.“거짓말은 안 할게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 병원의 특수 설계된 곳을 알고 있었어요.”“네?”고청민은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해명했다.“이 병원을 설계한 사람이 제 고등학교 동창 아버지세요. 늘 같이 놀다가 우연한 기회로 설계도를 봤고 원래는 응급 통로로 쓰다가 나중에는 응급상황이 적어졌죠. 그렇게 원장이 몇 번 바뀌고는 알고 있는 사람도 점점 적어졌어요.”“그랬군요.”심지안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눈웃음을 지었다.“당신이 나를 속일 리 없다는 거 알아요. 성연신은 그냥 남 잘되는 꼴을 보기가 싫었나 보죠.”고청민은 그녀의 선명한 웃음을 보면서 손끝을 매만지다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했다.“그 사람도 당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지안 씨가 사기 당할까 봐.”심지안은 하품 했다.“성연신 편 들어주지 마요.”정말 그녀를 위한다면 왜 인제 와서야 말하겠는가?“네, 네. 피곤하죠? 얼른 쉬어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네. 잘 자요.”고청민은 가볍게 웃고 불을 껐다.“잘 자요.”...이틀 연속으로 평온한 나날이 지속됐다.심지안은 퇴근한 뒤 옷을 갈아입고 임시연의 연주회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