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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그녀도 그저 기댈 곳 없는 여인이었다.

성연신은 고청민과 시선이 마주치자 얇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비웃었다.

“뭘 무서워하는 거예요?”

고청민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성 대표님 말씀도 참. 야밤에 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누가 안 무섭겠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 아니고요?”

고청민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흠잡을 데 없는 사내의 얼굴에는 귀티가 흘렀다.

“지금 지안 씨한테서 받은 스트레스를 저한테 푸는 건가요?”

음산할 정도로 불쾌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딱 봐도 기분이 나빠 보였다.

성연신은 대꾸도 하지 않고 차갑게 그를 노려보고 더 말하기 귀찮다는 듯이 차를 운전해서 떠났다.

정원에는 고청민과 임시연만 남았다.

임시연은 이미 멀리 떠난 차를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어두컴컴한 길을 그녀 혼자 돌아가야 했다.

성연신은 아무리 품고 있어도 따뜻해지지 않는 돌덩이 같았다.

고청민은 3층을 쳐다보았다. 심지안의 방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밝은 빛이 그의 몸을 비추는 게 마치 그의 인생을 비추는 빛 같기도 하고 그의 앞길에 없어서는 안 될 빛 같기도 했다.

그는 시선을 돌렸지만, 긴 속눈썹에 소유욕이 흘러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5년이 지났는데 왜 발전이 없어요?”

성연신을 갖지 못한 건 그렇다 쳐도 성우주의 환심도 못 얻어냈다.

아주 유리한 상황이지만 임시연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요? 당신도 심지안 못 꼬셔냈잖아요!”

임시연이 똑같게 맞받아쳤다.

“안심해요. 제가 당신 같은 쓰레기는 아니라서요.”

그가 심지안을 꼬셔내지지 못한 이유는 그가 선을 넘지 않아서였다.

사실 그와 심지안의 거리는 이미 많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심지안의 성격으로 보면 절대 조바심을 내면 안 되고 적당한 타이밍이 필요했다.

고청민이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해서 임시연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김민수 잘 관리해요. 저 찾아오게 하지 말라고요.”

“앞으로 지안 씨 찾아와서 소란 피우지 마세요.”

고청민은 잠깐 머뭇거리는 듯했다. 입가에 보조개가 드러났다가 사라지더니 세상 무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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