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 / 제211화 아무것도 아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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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아무것도 아닌 사랑

“임시연 씨는 자기가 항암하고 있을 때 연신 씨랑 같이 있고 싶은 거겠죠.”

심지안은 조용하게 얘기했다. 속으로 오후 내내 연습하던 말을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또박또박 얘기했다.

“우리 앞으로 조금 떨어져서 거리를 둬요. 할아버지 앞에서는 잘 연기하도록 하고요. 만약 중정원을 떠나라고 하면 떠나줄게요. 하지만 갑자기 떠나라고 할 때면 제가 묵을 곳도 알아봐 줘야 해요.”

심지안의 뜻을 이해한 성연신은 미간을 팍 찌푸리며 얘기했다.

“임시연이 원한다면 나를 아예 놔주겠다는 뜻입니까?”

전혀 빼앗으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안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가?’

한숨을 푹 내쉰 심지안이 곧이곧대로 얘기했다.

“난 구질구질해지고 싶지 않아요.”

그에게 뻔뻔하게 굴었다가 오히려 외면당할까 봐 무서웠다.

전에는 전남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차량 내부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차가운 공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쌌다.

성연신이 심지안의 어깨를 잡았던 손의 힘을 풀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사랑한다더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랑이네요.”

그 말에 심지안의 표정이 순간 굳어버렸다. 그녀는 그저 얄팍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정욱은 놀라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밖에서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보며 조용히 집에 도착할 수 있기를 빌었다.

심지안이 말했다.

“그럼, 저 중정원에 계속 있을까요... 아니면 밖에서 세를 맡을까요?”

중정원이 작은 것은 아니지만 임시연이 자주 성연신을 찾으러 오게 된다면 여러모로 어색해질 것이었다.

성연신은 주먹을 꽉 말아쥐고 물었다.

“나갈 생각까지 해요?”

“아니, 전 그냥 제가 불청객이 될까 봐...”

화가 난 성연신은 마치 털을 곤두세운 짐승과도 같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을 박찬 성연신이 얘기했다.

“그렇게 이사 가고 싶으면 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가요.”

밖의 하늘은 이미 검은 구름이 몰려왔고 보슬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차가운 빗물이 차 안으로 튀어들어 와 심지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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