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은 콧방귀를 뀌며 백오경을 향해 말했다. “저놈의 손목을 쳐라.”안천성이 이렇게 포악하니, 그도 이제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백오경은 진작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고, 경호원 두 명이 고함을 지르며 그를 향해 돌진했다.백오경이 주먹으로 한 방씩 먹이자 두 사람은 끙끙거리며 쓰러졌고, 백오경은 곧장 안천성한테로 달려갔다.안천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몸에는 진기가 가득 찼고, 양손에 진기를 모아 백오경의 목덜미와 옆구리를 향해 공격했다.하지만 백오경은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안천성은 자신이 고수를 만났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이때 백오경은 이미 그의 뒤에 나타나 안천성의 등을 한 대 때렸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안천성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비틀거렸다.백오경은 바싹 따라붙어 한쪽 팔을 잡고 다른 한쪽 손은 칼처럼 손바닥을 세워 강력한 영능으로 안천성의 팔을 모질게 베어버렸다.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고, 안천성의 한 손은 이렇게 잘려져 백오경에 의해 바로 밖으로 던져졌다.안천성은 비명을 지르며 구석에 쓰러져 겁에 질려 백오경을 바라보았다.백오경은 냉소를 지으며 이민혁 옆으로 돌아와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정도하도 그의 두 눈을 의심했다. 그는 이미 입도한 수행자였는데 그가 손목을 잘렸다니.이민혁은 안천성을 보며 물었다. “아직도 자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요?”“너, 너희들.” 안천성은 자신의 부러진 팔을 감싸며 소리쳤다. "우리 안가에는 영경에 오른 수행자도 있어. 우리 어르신은 이미 어젯밤에 출관하여 성역의 강자가 되셨거든. 감히 내 팔을 부러뜨리다니. 우리 가장과 어르신들이 반드시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당신들은 분명 비참하게 죽을 것이라고.”미친 듯이 울부짖는 안천성을 바라보던 이민혁은 바로 안승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전화에서 안승주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지시사항 있으십니까?”“안가에 혹시 안천성이라는 사람이 있습니까?”그러자
그 시각, 안천성은 이미 혼비백산한 상태이다. 그는 이민혁이 안씨 가문의 족장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족장이 이민혁을 선배님이라고 칭하며 이토록 공경하게 모실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족장이 이민혁을 대하는 말투만 들어도 안천성은 이민혁이 절대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안씨 가문의 족장은 그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인데 그게 아니라면 족장이 이민혁을 이토록 공손하게 모실 리는 없다.하지만 족장과 이민혁은 대체 어떻게 아는 사이란 말인가? 노조도 있지 않은가? 안씨 가문의 노조는 성역에 도달한 사람인데 가문의 족장이 이민혁을 존칭하는 것을 용납한단 말인가?족장의 등장에 안천성은 마음속에서 파도가 휘몰아치며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지만, 여전히 달갑지는 않았다.“족장님, 전 가문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돈을 벌어 왔습니다. 저를 이렇게 대하면 안 되죠. 노조 더러 당장 나오라고 하세요. 전 오늘 기필코 이민혁을 죽여버리고 말겠습니다.”“안천성, 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안천성의 목소리를 들은 안승주는 현재 무슨 상황인지 대충 파악이 되었다.틀림없이 안천성 저놈이 교만하고 횡포하게 다니다가 이민혁을 건드려 벌을 받고 있음이 틀림없었다.이민혁이 어떤 사람인데?이민혁은 노조조차 상대가 되지 않는 어마무시한 존재이고 그와 동시에 가문을 위해 신비한 공법을 얻어준 대은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안천성이 감히 그런 선배님을 건드렸다고?여기까지 생각하자 순간 화가 치밀어오른 안승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안천성, 너 지금 감히 누구한테 건방지게 구는 거야? 선배님이 어떤 분인 줄 알아? 너 딱 기다려. 내가 지금 당장 인산시로 가서 혼쭐을 내줄 테니. 넌 뼈가 산산조각이 나서 선배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줄 알아.”안천성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족장은 이미 영경 수행자인 데다가 노조도 이미 출관하여 공포의 성역 강자가 되었는데 그들 안씨 가문은 왜 이 사람을 이토록
안승주는 콧방귀를 한 번 뀌고는 사람을 시켜 안천성을 그대로 마을로 데려가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이윽고 그는 여전히 겁에 질린 사장을 위로해 주며 모든 손해를 배상하고 거액의 돈을 더 쥐여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고서야 자리를 떴다.사장은 계좌에 들어온 2000만 원을 보며 그대로 넋이 나가고 말았다.이 가게를 전부 팔아도 2000만 원은 되지 않을 텐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결국, 사장은 길게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민혁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보며 감개무량했다.신이시여....이민혁과 백오경이 다시 해호섬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이민혁이 해호섬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나무 숲에서 공터를 찾은 뒤, 반쯤 떨어진 곳에 저장된 기이한 화초들은 모조리 빼내 공터에 심어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는 또 화수를 영액과 함께 빼내 정원 한가운데 심었다.잘 보존되었던 영액이 천천히 정원에 스며들었다.이민혁이 일을 마치자 그때 마침 서원, 안수연, 남지유, 그리고 양예찬까지 모조리 정원으로 뛰어 들어와 놀라운 눈빛으로 순식간에 나타난 그 물건들을 바라보았다.모든 절차를 끝내니 향긋하고 청아한 기운이 천천히 퍼져나가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몸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기분이었다.“이거 무슨 향이예요? 너무 좋은데?”남지유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러자 이민혁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거 엄청 좋은 거예요. 영능이 깃든 고대 화초와 그 영액은 영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여러분들의 수행에도 도움이 될겁니다.”“정말요? 너무 신기한데요?”모두 믿기지 않는 듯 되물었다.이민혁은 서원 등 인원들을 바라본 뒤 다시 곁에 서 있던 백오경을 흘끔 쳐다보고는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모두 내 방으로 와. 할 얘기가 있어.”곧 모든 사람이 이민혁의 방에 들어왔고 이민혁은 그들을 자리에 앉혀 놓고 이 물건들의 자초지종을 모두 털어놓자 비로소 그
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꺼냈다.“영액과 화초에서 만들어진 영기가 점차 퍼지면서 이곳도 곧바로 사람들의 눈에 띌 거야. 이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니야.”이민혁의 말에 모두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이런 보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는 순간 이곳은 영원히 평화를 되찾지 못할 것이다.“그래서 지금 난 진법을 배치하여 이곳의 영기를 봉인하기 위해 재료 하나를 찾아야 해.”이민혁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이곳의 영기도 더 이상 퍼지지 않고 점점 짙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깥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어.”“좋은 방법이네요.”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그런데 이 진법을 배치하려면 그 재료가 부문을 새기고 영능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질이 좋아야 하니 찾기가 쉽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희들도 날 도와서 좀 유의해 줘.”서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떤 등급의 재료가 필요하신데요?”“천 년 된 고옥과도 같은 재질을 뛰어넘어야 해.”그 순간, 모든 사람의 넋이 나가고 말았다. 천 년 된 고옥도 매우 드문 재료인데 이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도라니, 대체 어디에 가서 이런 희귀한 재료를 찾아야 한단 말인가?이민혁이 계속하여 입을 열었다.“그저 너희들도 평소에 많이 유의해달라는 것뿐이야. 나 혼자서 찾으러 갈 테니까.”그제야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답을 표했다.조금 얘기를 나눈 뒤 이민혁이 먼저 말을 건넸다.“오늘 내가 한 얘기들은 그냥 유의해 주기만 하면 돼. 그럼 다들 이만 볼일 봐.”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뜨려 하자 이민혁이 다시 백오경에게 말을 건넸다.“이곳에는 방이 많으니까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지내면 돼. 그런데 네 식사는 우리가 책임 못 져줘.”“네, 형님.”이윽고 백오경은 몸을 일으켜 잔뜩 신이 난 듯 자신의 방을 고르기 위해 밖으로 달려 나갔다.그러나 동시에 이민혁의 인색함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았다.모두 하나둘 자리를 비웠고 남지유만이 그 자리에 남아 이민
“그 사람들이 아직 날 죽이러 오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하지만 내가 보장하는데 내가 서경을 떠나는 순간 곧바로 날 죽이러 올 거야.”그러자 이민혁이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마음대로 해. 그런데 절대 나 귀찮게 하지 마. 아니라면 매우 심각한 후과를 감당해야 할 거야.”“당연히 알지. 나 지금은 아주 얌전하다고. 게다가 나 일자리도 찾았다.”그러자 이민혁이 멍한 표정으로 백수지를 바라보았다. 킬러도 돈이 없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 건가?백수지는 그러한 이민혁의 눈빛을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정말 돈 없어. 난 돈만 있으면 탕진해 버리는 스타일이라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어.”백수지의 말에 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아침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백수지도 그를 따라 말없이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이민혁은 식사하고 계산을 마친 상태였고 백수지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내 밥값도 내주면 안 돼? 나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월급 못 받았는데.”“젠장.”이민혁은 욕지거리를 툭 내뱉고는 백수지의 몫까지 계산을 마친 뒤, 몸을 돌려 곧바로 가게를 나섰다.한편, 백수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그리고 이민혁은 가게를 나와 차를 몰고 팔선궁으로 곧장 달려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다.이곳은 서북에서 가장 큰 골동품 시장으로 별의별 물건들을 모두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짝퉁도 상당히 많다.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그 많은 골동품이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값진 골동품은 진작에 부자들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 가게, 저 가게를 들락거리다 보니 오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렸다.그때 이민혁은 기석을 운영하는 가게 입구에 도착했고 그래도 구경이나 해보고 점심을 먹자는 생각에 가게 내부로 향했다.가게 안에 들어서니 사장은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이었고 이민혁을 매우 열정적으로 맞이했다.그러자 이민혁은 그저 한마디만 내뱉을 뿐이었다.“한번
“저기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남자의 비웃음에 사장은 순간 불쾌해졌다.그러자 남자는 계속하여 허허 웃으며 이민혁에게 말을 건넸다.“어이, 형씨, 이 가격이면 우리 집에 널리고 널렸거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말이죠.”이민혁은 순간 멈칫했다.이렇게 좋은 일이 또 있다고?“저기요, 정말 이런 게 있어요?”이민혁은 여전히 의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어찌 됐든 골동품 시장에는 사기꾼들이 적지 않기에 항상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그러자 남자는 허허 웃으며 경멸의 눈초리로 이민혁을 바라보았다.“우리 집이 광산 채굴을 하는데 반년 전에 이런 것들을 몇십 톤 파내고 아직도 광산에 버려져 있거든요.”몇십 톤?이민혁은 순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몇십 톤이라면 진법은 물론이고 무기도 한가득 만들 수 있는 양이다.그러자 그는 곧바로 남자에게 담배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제가 전부 사겠습니다. 이 돌의 무게를 기준으로 계산하죠. 어떻습니까?”“그러죠. 어차피 우리한테도 쓸데가 없으니까.”남자가 통쾌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한편, 이민혁은 마음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는데 그의 손에 들려진 금정석의 무게는 30근 정도 되는듯했고 가격은 400만 원이다.그렇다면 1톤에는 1억 2천만 원이고 50톤은 60억 정도 되니 이 또한 가치가 상당히 높았다.하지만 이런 돌은 일반인한테는 기껏해야 조금 예쁠 뿐 별다른 소용이 없지만, 수행자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큰 유혹이었으므로 이 정도 가격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이민혁은 기뻐하며 먼저 말을 건넸다.“그쪽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전성도 대원시 이준호입니다. 대원시에 가서 알아보시면 저 이준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이준호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자랑했다.그러자 이민혁도 다급히 그의 말을 받았다.“그럼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거래는 언제 하죠?”“잠시만요. 먼저 집에 전화 좀 하고요.”이민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준호를 기다려주었고 이준호는 핸드폰을 꺼내
“뭐라고요?”이민혁은 도무지 자신의 두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아직도 이렇게 대놓고 강탈한단 말인가?“누가 빼앗아 갔는데요? 왜 빼앗았는데요?”이민혁이 계속하여 캐묻자 이준호는 짜증 섞인 말투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당신한테 말해서 뭐해요. 저 지금 빨리 가봐야 해요. 저희 아버지까지 다치셨다니까요.”그러자 이민혁은 잠깐 사색에 잠겼다. 집안에서 채광 업을 운영할 정도면 갑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부자라는 말인데 어떻게 이리도 쉽게 습격을 당하고 얻어맞는다는 말인가. 여기에는 분명 다른 일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민혁이 다시 한번 이준호를 붙잡았다.“저도 함께 갈게요.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당신이 뭘 도울 수 있는데요? 저 좀 그만 귀찮게 해요.”그러나 이민혁은 여전히 이준호를 가로막은 채 입을 열었다.“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물건이 저한테 무척 중요하거든요. 게다가 당신 아버지가 습격을 당하고 물건을 모조리 빼앗겼다는 건 상대방의 신분이 범상치 않겠죠?”이준호가 이민혁을 멍하니 바라보자 이민혁은 곧바로 자신의 말이 맞았음을 확신했다.“제가 함께 가줄게요. 제 무술 솜씨가 엄청나거든요. 저 1대10도 끄떡없는데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결국, 이민혁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숨겨둔 실력을 보여주며 허풍을 떨어볼 수밖에 없었다.이준호가 잠깐 멈칫했고 이민혁은 순간 손에 힘을 꽉 주어 손에 쥐어져 있던 금정석을 산산조각내버렸다.난생처음 보는 맨손으로 돌을 깨버리는 광경에 이준호의 턱은 그대로 바닥에 닿을 지경이었다.“형님, 갑시다. 가면서 얘기하시죠.”이준호가 즉시 자신의 태도를 바꿨다.이민혁은 바닥에 부서진 금정석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너무 아파져 왔지만 이준호의 집에 몇십 톤의 금정석이 있을 생각을 하니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 즉시 3인은 팔선궁을 나와 이준호의 긴 험버를 타고 고속도로로 향했다.이준호의 두 명의 경호원이자 기사인 사람들이 앞 좌석에서 번갈아 운
이씨 가문의 경솔함에 이민혁이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상대가 만약 수행자라면 일반 무림고수로는 턱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세가는 일반적으로 한 지역에서 연대감이 길고 뿌리가 깊기에 그 세력은 진즉 여러 방면에 침투되어 있을 것이고 조정에 사람이 있는 것 또한 기본이다. 아니라면 그들이 이토록 대범하게 행동할 리도 없다.이준호의 집안에는 비록 돈이 많지만, 그저 광석을 캐내며 이루어낸 졸부일 뿐이지 가문의 기초가 튼튼하지 않아 이들 세가에 비할 바가 못 된다.그뿐만 아니라 세가는 무력의 가치 또한 이미 증명되었고 조정에는 사람이 있으며 싸움까지 잘하니 이준호의 집안이 왕씨 가문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정원과 서규호 두 집안, 그리고 전에 민씨 가문까지, 서경에서 누가 정녕 그들을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 기껏해야 이민혁이 다스릴 수 있는 그들이 고분고분하게 행동할 뿐이다.하지만 상관없다. 이민혁은 반드시 금정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협상할 수 있다면 협상하고 그게 안 된다면 바로 빼앗아버리면 그만이다.왕씨 가문이 타인의 물건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왕씨 가문의 물건을 빼앗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게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것이다.그렇게 그들은 이튿날 점심이 되어서야 대원시에 도착했다.고속도로를 나서자마자 이준호의 아버지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이준호는 울상을 지으며 시무룩하게 입을 열었다.“저희 아버지께서 저더러 이 일에 관하지 말고 멀리 숨어서 여행이나 마저 하래요.”그 말을 듣자마자 이민혁은 이준호의 아버지도 이 일에 대해 확신이 없기에 이준호까지 휘말려 들까 걱정되어 그렇게 말했음을 눈치챘다.이민혁은 잠깐 사색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괜찮습니다. 일단 먼저 묵을 곳을 찾읍시다. 담판은 저녁이라면서요. 저녁에 그냥 직접 절 데리고 가세요. 만약 상대측에서 좋은 말로 협상을 한다면 잘 협상하면 되고 만약 억지를 부린다면 제가 나설 겁니다. 고분고분 말을 들을 때까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