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주현산장에 도착했고 이민혁과 이준호가 차에서 내리고 양은지더러 차에서 기다리라고 권했다.하지만 양은지는 한사코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이에 이준호가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은지야, 이 일은 어느 정도 위험이 있으니 내 말을 들어.”“갈 거예요. 당신 집안에 일인데 제가 피하는 게 말이 돼요?”양은지는 여전히 자신의 의지를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별다른 심보가 없다면 이 여자도 상당히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이준호도 더이상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3인은 함께 산장으로 향했다.한편 이민혁은 속으로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재벌 2세가 여자에게 휘둘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준호도 양은지를 매우 사랑하고 있는듯싶었다.세 사람은 입구에 이르자마자 문지기에 의해 저지당했다.그러자 이준호가 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전 이준호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담판하러 왔어요.”“아닌데, 왜 당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죠?”문지기가 따지자 이민혁이 피식 냉소를 터뜨리며 반박했다.“문지기가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자기 집안일로 왔다는데 참여도 못 해요?”문지기가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찾아오냐고 화를 내려던 찰나 이민혁은 눈빛 하나만으로 순식간에 기선을 제압해버렸다. 문지기는 순간 몸이 흠칫 떨리더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그러자 이민혁이 다시 콧방귀를 뀌며 이준호와 양은지를 데리고 산장 안으로 들어섰고 문지기는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형님밖에 없네요. 대단하십니다.”이준호가 참지 못하고 감탄을 늘어놓았다.이민혁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싱긋 웃어넘겼다. 세 사람은 복도를 지나 본관 로비 입구에 이르렀다.로비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에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민혁이 이준호에게 눈치를 주자 이준호가 선두에 서서
그때, 이성일이 씁쓸하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그만 말하고 앉아.”이성일은 자기 아들의 체면을 더 깎기 싫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빨리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도록 한 것이다.이준호 역시 누가 봐도 승복하지 못한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별다른 말도 할 수 없는지라 이민혁과 양은지를 데리고 아버지의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이성일이 먼저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어르신, 저희 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막말했습니다.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는 말아주십시오.”이 노인은 다름 아닌 전에 대원시에서 강호 제일인자인 양승수이다.이성일의 말에 양승수는 그저 싱긋 웃으며 답했다.“괜찮네. 아직 아이일 뿐인데 뭘.”이준호도 이제야 20살이니 그들의 눈에는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이성일도 마음속으로 계속하여 한숨을 내쉬었다. 맨손으로 사업을 일으켜 세우며 여러 풍파를 모두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성일 역시 이번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여 일부러 자기 아들은 휘말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지 말라고 한 것인데 이 자식이 이토록 말을 안 듣고 멋대로 돌아온 것도 모자라 여기까지 쳐들어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한단 말인가?그리고 아들이 고수라고 소개한 사람은 애초에 이성일의 안중에도 없었다.이준호는 문화 수준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사기를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이다. 이번에도 아마 누군가에게 매혹되어 적지 않은 돈을 사기 당했을 게 뻔하다.하지만 그에게는 지금 이것들에 대해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일단 눈앞에 들이닥친 관문부터 넘고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그때, 유성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르신, 약속 시각이 이미 지났는데 왕씨 가문의 허세가 너무 큰 것 아닙니까?”“서두르지 말게. 이제 십몇 분이 지난 거 아닌가. 조금 늦을 수도 있으니 우리가 조금 더 기다리면 그만이네.”유성준도 콧방귀를 뀌며 더이상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김
“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제가 준호 씨를 잘 타일러 볼게요.”이성일이 버럭 화를 내자 양은지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리기 시작했다.미래의 며느리 앞에서 더이상 화를 내며 추태를 보일 수도 없는지라 이성일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준호야, 너 은지에게 잘해라. 은지가 너보다 훨씬 똑똑하고 학력이 높아. 앞으로 은지가 널 도우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이준호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민혁은 이 말속에서 조금 다른 뜻을 느꼈다. 이성일이 이준호에게 하는 말들은 마치 뒷일을 맡기고 있는 느낌이었다.게다가 이 며느리는 이성일이 못난 아들을 보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고르고 또 고르며 선택한 사람이기에 양은지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듯하다.그때 이민혁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이 사장님, 너무 비관하지 마시고 궁지에 몰릴 때까지 몸을 바르게 하고 자연히 흘러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허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양승수가 고개를 돌려 이민혁을 바라보았다.“난 이성일의 얼굴을 봐서 자네를 여기에 앉게 내버려 둔걸세. 그러니 내 앞에서 쓸데없이 입 놀리지 말아. 주현산장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둬야 할 거야.”이민혁은 그저 피식 웃으며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양승수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 이놈, 지금 이게 무슨 뜻이냐?”이민혁이 입을 열려던 찰나, 문밖에서 하인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왕씨 가문 총지배인 김일우 님을 모십니다.”모두 입구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선한 인상을 지닌 중년 남성이 두 사람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김일우는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선한 웃음을 지니며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올렸다.“정말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는데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김일우는 말투가 매우 정중하고 예의가 있어 마치 선하고 돈이 많은 상인처럼
2400억 앞에서 60억과 100억이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그러나 김일우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어르신께서 직접 말씀하신 건데 당연히 체면을 주셔야죠. 그렇다면 40억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한편 양승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눈을 감고 수양하기 시작했다.김일우는 여전히 평화로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이성일은 화가 치밀어오르다 못해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제야 그는 왕씨 가문에서는 진즉 양승수와 말을 맞춘 상태이고 두 사람이 지금 함께 그를 놀려먹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 역시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가 아니기에 이성일은 일단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말 너무 하시네요. 제가 보기에는 더는 담판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듯하네요. 그냥 재판소송으로 겨뤄보시죠.”“소송이요?”김일우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그러죠. 뭐. 저희 가문 김성열이 대원시에서 부시장직을 맡고 있거든요. 권력이 크진 않지만 마침 또 광산안전감찰원 책임자입니다. 게다가 김정두도 마침 감찰원에 있는데 우리 천천히 싸워봅시다.”가만히 듣고 있던 이민혁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왕씨 가문에서 그렇게 나대는 것도 모자라 양승수까지 매수했더라니 무력을 제외하고도 역시나 조정에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씨 가문은 누가 봐도 이 방면에서의 우세가 없어 보였다.이게 바로 세가와 벼락부자의 차이이다. 만약 둘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세가가 영원히 우세에 놓일 것이다.그리고 이성일도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저 도무지 이 억울함을 삼킬 수가 없어 괜히 한 소리일 뿐이다.하지만 김일우가 이토록 선명한 협박을 하니 이성일은 정말 혈압이 솟구쳐 그 자리에서 거품 물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천천히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이성일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 쪽에서 저희의 광석을 빼앗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저와 광산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주먹까지 휘둘렀죠.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지금은
“허허, 그렇다면 오늘 기필코 싸우고 말겠어. 어찌할 건데?”말을 이어가며 유성준의 몸이 한번 세차게 흔들리더니 웅장한 진기가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의 양손에는 진기로 이루어진 빛이 나타났다. 이윽고 그의 힘과 위압감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진기경?”유성준의 강대한 진기를 마주한 김일우는 그저 피식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이 정도 실력으로 감히 담판하러 나오다니 정말 우습기 그지없군.”그러자 유성준이 버럭 화를 냈다. 그도 강호에서는 꽤 이름을 알린 진기경 고수였고 한 쌍의 철손은 거의 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 봤겠는가.“목숨줄을 내놓거라.”유성준도 진심으로 노하여 한 쌍의 큰 손바닥을 쫙 펴고는 김일우를 덮치고는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눌렀다.그의 손바닥에는 진기가 넘쳤고 흉포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힘은 모든 것을 으깨버릴 수 있는 정도였다.그러나 김일우는 순간 1m 정도 떨어진 곳에 가로로 순간이동을 하여 유성준의 공격을 가뿐히 피했다.유성준의 공격은 그대로 허공에서 멈췄지만, 김일우의 몸 아래에 있던 의자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견고한 바닥에 커다란 손자국을 남겼다.허공에서 눌렀을 뿐인데 이토록 위력이 있다니, 유성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다.그러나 김일우는 그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두 손으로 계속하여 주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허공을 덮쳐버린 유성준은 이내 몸을 휙 돌려 계속하여 두 손을 펴고 김일우를 덮쳤는데 그가 지나간 곳마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하지만 그때, 김일우는 이미 그의 주문을 완성했고 이내 큰 소리로 주문을 외쳤다.“화구술!”김일우의 외침과 함께 농구공만 한 큰 불덩이가 허공에서 나타나 유성준을 향해 돌진했다.당황한 유성준이 다급히 두 손바닥의 진기를 동원하여 불덩이를 막아섰다.쾅 하는 굉음과 함께 불덩이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동시에 유성준의 얼굴도 잿빛이 되었고 머리카락도 적지 않게 타버렸다.하지만 그런데도 유성준은 계속하여 선공
그 위압감이 나타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성일 등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고 양승수도 두 눈을 떠 김철산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줄곧 생글생글 웃고 있던 김일우마저 얼굴에 신중한 기색이 역력해졌다.이민혁이 김철산을 힐끗 바라보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 이 사람은 확실히 실력이 꽤 있는 사람인데 아쉽게도 이 또한 결국 진기 절정일 뿐이다.김철산은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김일우를 향해 걸어갔고 김일우는 손으로 다급하게 주문을 만들어내며 부단히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그러자 그때, 김철산의 몸을 감싸고 있던 진기가 무섭게 팽창하며 무서운 위압감을 주었다. 이윽고 김일우를 향해 달려가며 주먹을 높게 치켜들자 그의 주먹에서는 눈 부신 빛이 번쩍였고 홀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힘의 위압이 엄습해오고 있음을 느꼈다.“잘 왔어.”김일우는 비록 신중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절대 그 기세에 눌리지는 않았다. 이윽고 그의 외침과 함께 또다시 세 개의 불덩이가 굉음과 함께 김철산을 향해 돌진했다.조금 전 유성준이 바로 이 공격에 처참히 패하고 말았던 것이기에 이 연주화구의 위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그러나 김철산이 고함을 지르며 두 주먹으로 연거푸 공격을 퍼붓자 세 개의 불덩이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그 속에서 빠져나온 영능이 홀에서 흩날렸다. 그리고 김철산은 계속하여 김일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김철산의 기세는 마치 초원에서 달리고 있는 말을 보는 듯했고 몸에서 폭발적인 진기가 부단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우람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막을 수 없는 위세를 떨쳤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성일이 크게 기뻐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김철산의 비범한 전투력으로 김일우를 물리치기만 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때, 김일우가 냉소를 터뜨리며 빠른 속도로 연달아 주문을 만들어내자 그의 몸에서 순간 강대한 영능의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염전.”김일우의 큰 고함과
법술의 실행은 주문이나 주술과 같은 고급스러운 술법이 필요한데 심지어 둘 다 필요한 상황도 있고 일부 금지된 술법은 그에 따른 의식까지 필요하다. 게다가 초금술법은 몇 날의 시간을 더 거쳐 완성될 때도 있다.김일우와 김철산 사이의 거리와 김철산이 달려오는 속도로 보아 김일우에게 법술을 만들어 낼 그 어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멀리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이성일은 그 광경에 크게 기뻐하였다. 무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봐도 김일우는 곧 패배할 것이었다. 그 많은 돈을 쓴 보람이 있었다.옆에 있던 양승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김철산의 실력이 염전처럼 위력이 강한 공격도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같은 시각, 김철산의 주먹은 하늘 높이 치켜들려 당장이라도 김일우를 향해 내리칠 기세였다.김일우의 몸으로는 김철산의 주먹 한 방으로도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며 살아남을 가망이 조금도 없다.그러자 양승수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그만둬!”하지만 김철산의 공격은 이미 거둘 수 없는 상태였고 김철산도 양승수의 말을 들을 의향이 없었기에 더욱 맹렬하게 김일우를 향해 돌진했다.바로 그때, 김철산의 기세에 놀란 나머지 김일우는 순간 작은 두루마리를 끄집어내 홱 잡아당기더니 거센 불길의 파도가 김철산을 덮쳐버렸다.이 정도 거리에서 김일우가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김철산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깜짝 놀라 진기를 거둬 몸을 보호하기도 전에 정면으로 불길과 부딪치고 말았다.김철산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불길의 충격으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쾅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가슴팍은 이미 검게 그을렸고 안색은 하얗게 질려있었다.비록 이 공격은 그의 목숨을 앗아가진 못했지만, 김철산도 중상을 입으며 전투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김철산.”이성일이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두 눈으로 김철산의 눈앞에 다가와 조심스레 그를 부축했다.김철산은 중상을 입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남은 기운으로 간신
이준화와 양은지는 깜짝 놀라 다급히 달려가 이성일을 부축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런 일이 이렇게 위험하고 세상에는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성일은 먼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어쩔 수 없이 양승수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어르신, 어르신께서는 대원시의 구세대 제일인자로서 신망이 두터우시니 제발 저를 위해 공평한 말을 해주십시오. 미리 약속했던 광산은 이미 내놓기로 했는데 인제 와서 갑자기 제 모든 광산을 내놓으라니 이건 너무 한 것 아닙니까?”이성일도 양승수가 왕씨 가문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에게도 더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지라 양승수가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그를 위해 말 몇 마디를 해주어 모든 재산을 잃는 것만은 면해주길 바랐다.그런데 그때, 양승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승수야, 형세 적으로 비할 바가 못되니 그냥 받아들이거라.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양승수의 말은 이성일의 마지막 희망을 철저히 짓밟아버렸고 완전히 절망해버린 이성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피를 토하고 말았다.소송도 이기지 못하고 싸움으로도 이기지 못하는데 그에게 무슨 수가 더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목숨까지 잃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그때, 김일우가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진즉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지. 진즉 제안을 승낙했으면 이렇게 많은 번거로움도 없지 않겠습니까? 정말 멍청이가 따로 없군. 감히 우리 왕씨 가문과 맞서려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이성일은 이제 모든 기세를 잃었고 더는 김일우와 쟁론해나가기도 지친 상태였다.결국, 그는 무기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받아들이면 될 거 아닙니까. 요 며칠 수속 절차를 밟고 전성도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비록 모든 재산을 잃었지만, 그에게도 모아둔 돈이 적지 않기에 가족 모두가 잘 먹고 살 돈은 충분했다.하지만 이 광산들은 당시 이성일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얻어온 것인데 이토록 허무한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