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주현산장에 도착했고 이민혁과 이준호가 차에서 내리고 양은지더러 차에서 기다리라고 권했다.하지만 양은지는 한사코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이에 이준호가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은지야, 이 일은 어느 정도 위험이 있으니 내 말을 들어.”“갈 거예요. 당신 집안에 일인데 제가 피하는 게 말이 돼요?”양은지는 여전히 자신의 의지를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민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별다른 심보가 없다면 이 여자도 상당히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이준호도 더이상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3인은 함께 산장으로 향했다.한편 이민혁은 속으로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 재벌 2세가 여자에게 휘둘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준호도 양은지를 매우 사랑하고 있는듯싶었다.세 사람은 입구에 이르자마자 문지기에 의해 저지당했다.그러자 이준호가 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전 이준호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담판하러 왔어요.”“아닌데, 왜 당신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죠?”문지기가 따지자 이민혁이 피식 냉소를 터뜨리며 반박했다.“문지기가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자기 집안일로 왔다는데 참여도 못 해요?”문지기가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찾아오냐고 화를 내려던 찰나 이민혁은 눈빛 하나만으로 순식간에 기선을 제압해버렸다. 문지기는 순간 몸이 흠칫 떨리더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그러자 이민혁이 다시 콧방귀를 뀌며 이준호와 양은지를 데리고 산장 안으로 들어섰고 문지기는 찍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형님밖에 없네요. 대단하십니다.”이준호가 참지 못하고 감탄을 늘어놓았다.이민혁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싱긋 웃어넘겼다. 세 사람은 복도를 지나 본관 로비 입구에 이르렀다.로비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에 몇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민혁이 이준호에게 눈치를 주자 이준호가 선두에 서서
그때, 이성일이 씁쓸하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그만 말하고 앉아.”이성일은 자기 아들의 체면을 더 깎기 싫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빨리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도록 한 것이다.이준호 역시 누가 봐도 승복하지 못한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별다른 말도 할 수 없는지라 이민혁과 양은지를 데리고 아버지의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이성일이 먼저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어르신, 저희 애가 아직 철이 없어서 막말했습니다. 부디 마음에 담아두지는 말아주십시오.”이 노인은 다름 아닌 전에 대원시에서 강호 제일인자인 양승수이다.이성일의 말에 양승수는 그저 싱긋 웃으며 답했다.“괜찮네. 아직 아이일 뿐인데 뭘.”이준호도 이제야 20살이니 그들의 눈에는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이성일도 마음속으로 계속하여 한숨을 내쉬었다. 맨손으로 사업을 일으켜 세우며 여러 풍파를 모두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성일 역시 이번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여 일부러 자기 아들은 휘말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지 말라고 한 것인데 이 자식이 이토록 말을 안 듣고 멋대로 돌아온 것도 모자라 여기까지 쳐들어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한단 말인가?그리고 아들이 고수라고 소개한 사람은 애초에 이성일의 안중에도 없었다.이준호는 문화 수준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한테 사기를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이다. 이번에도 아마 누군가에게 매혹되어 적지 않은 돈을 사기 당했을 게 뻔하다.하지만 그에게는 지금 이것들에 대해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일단 눈앞에 들이닥친 관문부터 넘고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그때, 유성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르신, 약속 시각이 이미 지났는데 왕씨 가문의 허세가 너무 큰 것 아닙니까?”“서두르지 말게. 이제 십몇 분이 지난 거 아닌가. 조금 늦을 수도 있으니 우리가 조금 더 기다리면 그만이네.”유성준도 콧방귀를 뀌며 더이상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김
“아버님, 화내지 마세요. 제가 준호 씨를 잘 타일러 볼게요.”이성일이 버럭 화를 내자 양은지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리기 시작했다.미래의 며느리 앞에서 더이상 화를 내며 추태를 보일 수도 없는지라 이성일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준호야, 너 은지에게 잘해라. 은지가 너보다 훨씬 똑똑하고 학력이 높아. 앞으로 은지가 널 도우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구나.”이준호도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민혁은 이 말속에서 조금 다른 뜻을 느꼈다. 이성일이 이준호에게 하는 말들은 마치 뒷일을 맡기고 있는 느낌이었다.게다가 이 며느리는 이성일이 못난 아들을 보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고르고 또 고르며 선택한 사람이기에 양은지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듯하다.그때 이민혁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이 사장님, 너무 비관하지 마시고 궁지에 몰릴 때까지 몸을 바르게 하고 자연히 흘러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허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양승수가 고개를 돌려 이민혁을 바라보았다.“난 이성일의 얼굴을 봐서 자네를 여기에 앉게 내버려 둔걸세. 그러니 내 앞에서 쓸데없이 입 놀리지 말아. 주현산장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둬야 할 거야.”이민혁은 그저 피식 웃으며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양승수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 이놈, 지금 이게 무슨 뜻이냐?”이민혁이 입을 열려던 찰나, 문밖에서 하인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왕씨 가문 총지배인 김일우 님을 모십니다.”모두 입구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선한 인상을 지닌 중년 남성이 두 사람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김일우는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선한 웃음을 지니며 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올렸다.“정말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조금 늦었는데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김일우는 말투가 매우 정중하고 예의가 있어 마치 선하고 돈이 많은 상인처럼
2400억 앞에서 60억과 100억이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그러나 김일우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어르신께서 직접 말씀하신 건데 당연히 체면을 주셔야죠. 그렇다면 40억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한편 양승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더니 갑자기 눈을 감고 수양하기 시작했다.김일우는 여전히 평화로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이성일은 화가 치밀어오르다 못해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제야 그는 왕씨 가문에서는 진즉 양승수와 말을 맞춘 상태이고 두 사람이 지금 함께 그를 놀려먹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 역시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가 아니기에 이성일은 일단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정말 너무 하시네요. 제가 보기에는 더는 담판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듯하네요. 그냥 재판소송으로 겨뤄보시죠.”“소송이요?”김일우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그러죠. 뭐. 저희 가문 김성열이 대원시에서 부시장직을 맡고 있거든요. 권력이 크진 않지만 마침 또 광산안전감찰원 책임자입니다. 게다가 김정두도 마침 감찰원에 있는데 우리 천천히 싸워봅시다.”가만히 듣고 있던 이민혁이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왕씨 가문에서 그렇게 나대는 것도 모자라 양승수까지 매수했더라니 무력을 제외하고도 역시나 조정에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씨 가문은 누가 봐도 이 방면에서의 우세가 없어 보였다.이게 바로 세가와 벼락부자의 차이이다. 만약 둘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세가가 영원히 우세에 놓일 것이다.그리고 이성일도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저 도무지 이 억울함을 삼킬 수가 없어 괜히 한 소리일 뿐이다.하지만 김일우가 이토록 선명한 협박을 하니 이성일은 정말 혈압이 솟구쳐 그 자리에서 거품 물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천천히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이성일이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 쪽에서 저희의 광석을 빼앗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저와 광산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주먹까지 휘둘렀죠.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지금은
“허허, 그렇다면 오늘 기필코 싸우고 말겠어. 어찌할 건데?”말을 이어가며 유성준의 몸이 한번 세차게 흔들리더니 웅장한 진기가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의 양손에는 진기로 이루어진 빛이 나타났다. 이윽고 그의 힘과 위압감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진기경?”유성준의 강대한 진기를 마주한 김일우는 그저 피식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이 정도 실력으로 감히 담판하러 나오다니 정말 우습기 그지없군.”그러자 유성준이 버럭 화를 냈다. 그도 강호에서는 꽤 이름을 알린 진기경 고수였고 한 쌍의 철손은 거의 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해 봤겠는가.“목숨줄을 내놓거라.”유성준도 진심으로 노하여 한 쌍의 큰 손바닥을 쫙 펴고는 김일우를 덮치고는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눌렀다.그의 손바닥에는 진기가 넘쳤고 흉포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힘은 모든 것을 으깨버릴 수 있는 정도였다.그러나 김일우는 순간 1m 정도 떨어진 곳에 가로로 순간이동을 하여 유성준의 공격을 가뿐히 피했다.유성준의 공격은 그대로 허공에서 멈췄지만, 김일우의 몸 아래에 있던 의자는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견고한 바닥에 커다란 손자국을 남겼다.허공에서 눌렀을 뿐인데 이토록 위력이 있다니, 유성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다.그러나 김일우는 그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두 손으로 계속하여 주문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허공을 덮쳐버린 유성준은 이내 몸을 휙 돌려 계속하여 두 손을 펴고 김일우를 덮쳤는데 그가 지나간 곳마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하지만 그때, 김일우는 이미 그의 주문을 완성했고 이내 큰 소리로 주문을 외쳤다.“화구술!”김일우의 외침과 함께 농구공만 한 큰 불덩이가 허공에서 나타나 유성준을 향해 돌진했다.당황한 유성준이 다급히 두 손바닥의 진기를 동원하여 불덩이를 막아섰다.쾅 하는 굉음과 함께 불덩이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동시에 유성준의 얼굴도 잿빛이 되었고 머리카락도 적지 않게 타버렸다.하지만 그런데도 유성준은 계속하여 선공
그 위압감이 나타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성일 등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고 양승수도 두 눈을 떠 김철산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줄곧 생글생글 웃고 있던 김일우마저 얼굴에 신중한 기색이 역력해졌다.이민혁이 김철산을 힐끗 바라보고는 싱긋 웃어 보였다. 이 사람은 확실히 실력이 꽤 있는 사람인데 아쉽게도 이 또한 결국 진기 절정일 뿐이다.김철산은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김일우를 향해 걸어갔고 김일우는 손으로 다급하게 주문을 만들어내며 부단히 변화시키기 시작했다.그러자 그때, 김철산의 몸을 감싸고 있던 진기가 무섭게 팽창하며 무서운 위압감을 주었다. 이윽고 김일우를 향해 달려가며 주먹을 높게 치켜들자 그의 주먹에서는 눈 부신 빛이 번쩍였고 홀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힘의 위압이 엄습해오고 있음을 느꼈다.“잘 왔어.”김일우는 비록 신중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절대 그 기세에 눌리지는 않았다. 이윽고 그의 외침과 함께 또다시 세 개의 불덩이가 굉음과 함께 김철산을 향해 돌진했다.조금 전 유성준이 바로 이 공격에 처참히 패하고 말았던 것이기에 이 연주화구의 위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그러나 김철산이 고함을 지르며 두 주먹으로 연거푸 공격을 퍼붓자 세 개의 불덩이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그 속에서 빠져나온 영능이 홀에서 흩날렸다. 그리고 김철산은 계속하여 김일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김철산의 기세는 마치 초원에서 달리고 있는 말을 보는 듯했고 몸에서 폭발적인 진기가 부단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우람진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막을 수 없는 위세를 떨쳤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성일이 크게 기뻐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김철산의 비범한 전투력으로 김일우를 물리치기만 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때, 김일우가 냉소를 터뜨리며 빠른 속도로 연달아 주문을 만들어내자 그의 몸에서 순간 강대한 영능의 위압이 뿜어져 나왔다.“염전.”김일우의 큰 고함과
법술의 실행은 주문이나 주술과 같은 고급스러운 술법이 필요한데 심지어 둘 다 필요한 상황도 있고 일부 금지된 술법은 그에 따른 의식까지 필요하다. 게다가 초금술법은 몇 날의 시간을 더 거쳐 완성될 때도 있다.김일우와 김철산 사이의 거리와 김철산이 달려오는 속도로 보아 김일우에게 법술을 만들어 낼 그 어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멀리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이성일은 그 광경에 크게 기뻐하였다. 무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봐도 김일우는 곧 패배할 것이었다. 그 많은 돈을 쓴 보람이 있었다.옆에 있던 양승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김철산의 실력이 염전처럼 위력이 강한 공격도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같은 시각, 김철산의 주먹은 하늘 높이 치켜들려 당장이라도 김일우를 향해 내리칠 기세였다.김일우의 몸으로는 김철산의 주먹 한 방으로도 온몸이 산산조각이 나며 살아남을 가망이 조금도 없다.그러자 양승수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했다.“그만둬!”하지만 김철산의 공격은 이미 거둘 수 없는 상태였고 김철산도 양승수의 말을 들을 의향이 없었기에 더욱 맹렬하게 김일우를 향해 돌진했다.바로 그때, 김철산의 기세에 놀란 나머지 김일우는 순간 작은 두루마리를 끄집어내 홱 잡아당기더니 거센 불길의 파도가 김철산을 덮쳐버렸다.이 정도 거리에서 김일우가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김철산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깜짝 놀라 진기를 거둬 몸을 보호하기도 전에 정면으로 불길과 부딪치고 말았다.김철산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불길의 충격으로 십여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쾅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가슴팍은 이미 검게 그을렸고 안색은 하얗게 질려있었다.비록 이 공격은 그의 목숨을 앗아가진 못했지만, 김철산도 중상을 입으며 전투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김철산.”이성일이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두 눈으로 김철산의 눈앞에 다가와 조심스레 그를 부축했다.김철산은 중상을 입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남은 기운으로 간신
이준화와 양은지는 깜짝 놀라 다급히 달려가 이성일을 부축했다.두 사람은 그제야 이런 일이 이렇게 위험하고 세상에는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성일은 먼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어쩔 수 없이 양승수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어르신, 어르신께서는 대원시의 구세대 제일인자로서 신망이 두터우시니 제발 저를 위해 공평한 말을 해주십시오. 미리 약속했던 광산은 이미 내놓기로 했는데 인제 와서 갑자기 제 모든 광산을 내놓으라니 이건 너무 한 것 아닙니까?”이성일도 양승수가 왕씨 가문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에게도 더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지라 양승수가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그를 위해 말 몇 마디를 해주어 모든 재산을 잃는 것만은 면해주길 바랐다.그런데 그때, 양승수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승수야, 형세 적으로 비할 바가 못되니 그냥 받아들이거라.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양승수의 말은 이성일의 마지막 희망을 철저히 짓밟아버렸고 완전히 절망해버린 이성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피를 토하고 말았다.소송도 이기지 못하고 싸움으로도 이기지 못하는데 그에게 무슨 수가 더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목숨까지 잃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그때, 김일우가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진즉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지. 진즉 제안을 승낙했으면 이렇게 많은 번거로움도 없지 않겠습니까? 정말 멍청이가 따로 없군. 감히 우리 왕씨 가문과 맞서려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이성일은 이제 모든 기세를 잃었고 더는 김일우와 쟁론해나가기도 지친 상태였다.결국, 그는 무기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받아들이면 될 거 아닙니까. 요 며칠 수속 절차를 밟고 전성도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비록 모든 재산을 잃었지만, 그에게도 모아둔 돈이 적지 않기에 가족 모두가 잘 먹고 살 돈은 충분했다.하지만 이 광산들은 당시 이성일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얻어온 것인데 이토록 허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