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른손에 가방 하나를 들고 왼팔에 붕대를 감은 채 꼿꼿이 서 있었다.이민혁은 그의 얼굴을 보고는 놀라 물었다.“양예찬?”그가 빠른 걸음으로 양예찬의 앞에 와 그의 팔을 보며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왔나?”“초자연현상 연구 방위국, 1급 전투 인원 양예찬, 이 대표님께 인사드립니다.”양예찬이 거수경례하며 말했다.이민혁은 뒤의 차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뭔데?”“우리 방위국의 기구와 직원들입니다.”“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국장님께서 진무도의 관련 부문에 명령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이민혁의 말문이 막혔다. 그럼 틀림없이 서영광일 터였다. 동시에 놀라기도 했다. 방위국 권리가 너무 큰 거 아닌가? 서영광은 진무도의 총독이고 총책임자였다. 상경 고위층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인데, 고상도가 직접 그에게 명령할 수 있다니?그는 양예찬 뒤의 차들을 보며 말했다.“일단은 기다리라고 해. 넌 따라오고.”이민혁은 양예찬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온 뒤 그의 팔을 보며 물었다.“크게 다친 거로 아는데,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복귀한 거야?”“방위국에서 생물 기술로 근육을 재건해 줬어요. 지금은 그저 골절이 문제일 뿐, 별 영향은 없어요.”이민혁은 조금 놀랐다. 이 생물 기술은 정말 대단했다. 그때 양예찬의 한쪽 팔은 거의 못 쓸 지경이었는데.얼마 후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네가 사람들을 데리고 여기 온 건 무슨 뜻이야?”“일할 장소가 필요해서요. 어떤 기구들은 설치도 해야 하고요.”“설마 내가 그걸 허락할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저흰 비밀스럽고 조용한 환경이 필요해요,”“방위국이 알아서 다른 곳을 찾으라고 해. 여긴 내 개인적인 공간이야.”“임대료가 있어요. 매달 2,000만 원이요.. 활동 경비 4,000만 원도 따로 지급하고요.”“임대료고 뭐고는 안 중요하고, 업무 때문에 어렵게 허락하는 거야.”“네, 대표님.”“그리고, 활동 경비는 뭔데?”“매달 고정적인 경비입니다. 특별 행동이 있으면 특별 경비
네 명의 직원들은 이미 기구를 설치하고 있었다. 먼저 지붕에 원형 레이더를 설치하고는 각종 기구를 방 안에 늘어놓기 시작했다.“이게 다 뭔데?”이민혁이 묻자 양예찬이 답했다.“위성신호접수기, 수사망 시스템, 방위국 전용 슈퍼컴퓨터요.”“아아.”위성접수기는 당연히 위성 신호를 접수할 때 쓸 것이었다. 이는 전용 선로보다 더 안정적이었다.수사망 시스템도 알고 있었다. 이는 국가의 보안 계획으로 전국의 모든 공공 CCTV를 연결해 언제나 영상을 돌려볼 수 있었다.슈퍼컴퓨터에 대해선 잘은 몰랐지만 아주 빠른 컴퓨터라는 것은 알았다.이 기구들은 진무도청의 기구보다도 강했다. 방위국의 권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최고부문의 허락이 없다면 이는 범법행위였다.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일이었기에 결코 작은 일이 될 수 없었다.양예찬의 지휘하에 그들은 하루 종일 기구를 설치했다.이때 남지유, 성원, 안수연이 소식을 듣고 궁금해 달려왔다. 양예찬은 누군가 들어온 것을 보고는 방에서 걸어나가 성원 일행에게 말했다.“방위국 근무 지점입니다. 반경 10미터 이내 출입을 금지합니다.”성원 일행은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이민혁이 급히 말했다.“여긴 성 총독님의 아들 성원이고, 여긴 형사수사대 부대장 안수연, 여긴 내 여자친구야. 모두 우리 편이니, 걱정하지 마.”“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저와 대표님을 제외하곤 국장님의 허락이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진입할 수 없습니다.”양예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민혁도 민망해져 어떤 말을 할지 쩔쩔매고 있었다.이때 성원이 궁금한 듯 물었다.“방위국은 어떤 조직이에요? 전 왜 모르고 있죠?”“특수권리가 있는 곳이지, 아주 대단해.”안수연은 조금 씁쓸하게 답했다.이민혁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내 방에 가 얘기하자.”몇 사람은 이민혁을 따라 그의 방에 들어갔다. 이민혁이 자신의 사원증을 꺼내 두어 번 흔들고는 책상에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알아서 봐.”서원이 급히 사
“제길,”이민혁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들어와.”양예찬이 걸어들어왔다.이민혁은 양예찬을 한참 바라보다 물었다.“무슨 일을 하려고?”“요구에 따라, 지금 사무실로 가셔서 비밀번호를 설정하시길 바랍니다.”이민혁은 놀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놀랐잖아.”이민혁은 남지유 일행더러 기다리라고 한 뒤 양예찬을 따라 사무실로 왔다. 직원들은 기구를 모두 설치하고 떠났기에 그들 둘밖에 없었다.양예찬은 먼저 이민혁에게 기구의 사용법을 알려준 뒤 비밀번호를 설정하게 했다. 위성 연결 비밀번호, 컴퓨터 비밀번호, 개인 조작 2급 비밀번호, 기계 초기화 비밀번호까지. 이민혁은 일여덟 개의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게다가 모두 길고 어려운 번호들이었다. 그가 엄청난 기억력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모두 잊어버렸을 것이다.설정이 모두 끝나자 양예찬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이민혁이 물었다.“너 밥 할 줄 알아?”“식사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습니다.”양예찬이 차갑게 답했다.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쌀쌀맞기는.“그래, 일 봐. 나 방해하지 말고.”말을 맺은 이민혁은 몸을 돌려 떠났다.양예찬은 인상을 쓰고 이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이민혁은 방으로 돌아와 남지유 일행과 방금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들은 모두 양예찬이 특이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조직은 너무도 신비해 그들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화제는 자연스럽게 돌려졌다.“형, 내일 홍보팀이 방송국에 간대요. 형은 안 가세요?”성원이 물었다.이민혁은 멍해졌다.“내가 가선 뭘 하게?”“거기서 오지윤을 복귀시키고 상까지 준대요. KP를 위해 이렇게나 고생했는데, 가서 인사라도 하고 오시죠?”이민혁은 잠깐 생각하고는 남지유를 보며 말했다.“그럼 가야지. 당신이 다녀와요. KP를 알릴 기회이기도 하고.”“네, 제가 갈게요.”남지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음 날 오전.KP와 홍보팀의 차량 몇 대가 서경 방송국에
국장 사무실에 앉은 배향미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커다란 책상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얼굴에 차차 웃음이 떠올랐다.모든 노력은 값진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곧 냉정하게 이 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은 정소희가 올린 영상 속 모자이크된 남자에게로 행했다.이 사람은 꼭 무언가 있었다. KP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일 것이었다.이 일에 서원까지 연루됐으니, 평범한 사람일 수 있겠는가?생각하던 그녀는 곧 KP와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고, 오지윤더러 이 일을 맡게 했다. 기획안을 쓴 그녀는 득의양양해졌다. 그녀와 오지윤은 모두 이 일의 수혜자였다. 그럼 이참에, KP에 좋은 이미지로 기억돼야지. 이 일로 그 신비한 남자를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 출세의 길이 열릴 테니 더없이 좋을 것이었다.남지유에 대해서는, 그녀와 아는 사이가 됐더라도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지유가 만약 여자를 좋아한다면...배향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며 입술을 축여댔다.이때, 오지윤도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감격에 겨워 있었다. 짧은 며칠 사이에 그녀의 인생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빠르게 변했다. 실직부터 부국장이 되기까지,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이 일을 통해 오지윤도 신념이 생겼다. 그녀는 좋은 사람에겐 꼭 좋은 일이 따른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오지윤은 조용히 기자로서의 신념을 다졌다....저녁.남지유는 해호섬에 돌아와 이민혁의 방에 들어갔다. 이민혁은 막 명상을 끝낸 참이었다.“왔어요?”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소영 씨와 얘기했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 한 번 가보는 건 어때요?”“소영이가 왜요?”이민혁은 이제야 최근 일이 바빠 유소영을 신경 쓰지 못한 게 생각났다.남지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물어도 대답하지 않아요. 저도 계속 묻기가 뭐해서...”“네, 내일 가볼게요.”이때 남지유가 이민혁에게 기대 그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잘해요.”“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모를 거로 생각했어요? 소영 씨는 민혁
“아니, 아니.”손여진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이민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무리 그해도 손여진은 이 회사의 사장인데, 누가 감히 그녀를 괴롭힌단 말인가?“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이민혁이 의문스레 물었다.손여진은 기회를 틈타 이민혁에서 신호를 보냈다. 두 사람은 외진 구석으로 이동했다. 손여진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내가 사장이 된 뒤로 회사에 안 좋은 헛소문이 퍼져서, 널 보기가 조금 그래.”이민혁은 한참을 생각해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가 손여진에게 사장 자리를 마련해줬으니, 회사에 그들의 추문이 퍼진 것이었다. 이 바닥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었다.이민혁이 작게 웃었다.“마음대로 말하라 해. 입을 막아버릴 수도 없잖아.”손여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어떻게 지내, 일은 잘되고?”이민혁이 애써 화제를 찾았다.“어떤 업무는 익숙하지 않아서, 적응 중이야.”“괜찮으니까 천천히 해. 유 사장과 할 얘기가 있어서, 이만 간다.”헛소문을 막기 위해 이민혁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손여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빨리 가, 내 내일 휴가야. 할아버지 기일이기도 해서 집에 가보려고.”말을 마친 손여진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와 상관도 없는 일을 왜 말한 거지?하지만 이민혁의 생각은 손여진의 말을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그들은 학창 시절 짝꿍이었다. 같은 마을 사람이기도 했다. 이민혁의 할아버지도 그곳에 묻혀있는데,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할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았었다.이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내일 나도 함께 갈게, 내 할아버지도 찾아뵐 겸.”“좋아.”손여진은 새빨개진 얼굴로 승낙했다.이민혁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유소영의 사무실.이민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소영아, 잠깐 시간 괜찮아?”유소영은 책상에 가득 쌓인 서류를 보다가 이민혁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네, 오빠가 어떻게 오셨어요?”이민혁은 옅게 웃으며 앉았다. 유소영이 물 한 잔을 들고는 그의 옆에
이민혁도 이 얘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이혼했기에 유소희가 무엇을 하든 그녀의 자유였다. 그는 유소영을 조금 위로하고 LP와 KP의 합병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고는 나왔다.해호섬에 돌아온 이민혁은 방 안에서 하루를 꼬박 명상했다. 다음 날 아침 손여진이 전화를 걸어왔다.“저기, 민혁아, 본가에 갈래?”손여진의 작고 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응, 가야지. 너 어디야?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갈게.”이민혁은 곧바로 손여진이 말한 주소로 달려갔다. 그녀는 이미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여진은 하얀 셔츠에 스키니진을 입었는데, 성공한 여성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이민혁은 웃으며 그녀를 차에 태우고는 그들의 본가인 도유 마을로 향했다.차 안에서 그들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려 드디어 도착했다.이민혁은 손여진을 그녀의 집 앞에 내려주고는 할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러 가려 했다.손여진이 급하게 말했다.“점심에 와서 밥 한 끼 해.”“알겠어.”이민혁은 짧게 대답하고는 할아버지의 묘소로 향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묘 앞에 앉아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여자와는 잘 안됐어요. 하지만 제 탓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절 싫다고 했어요. 그러니 제 탓을 하시면 안 돼요.”이민혁은 생각에 빠졌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어릴 적 실종돼 그는 할아버지와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도 부모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말해고 될 터였다.“아직 내 곁에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이민혁이 중얼거렸다. 아직 살아계셨다면 지금 그의 재력으론 여생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상상 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손여진이 전화로 빨리 밥 먹으러 오라고 재촉해댔다.이민혁은 할아버지께 절을 드리고는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다다르니 손여진과 그녀의 부모님, 그리고 낯선 중년의 여인까지 모두 문어구에 서 있었다.이민
놀란 손여진을 본 이모 영란은 손여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놀라긴 뭘 놀라, 네 나이가 몇인데, 남자친구도 없어? 오늘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은 우리 마을의 청년 기업가야. 공장장이라고. 그 사람 재산도 어마어마해. 그래도 싫어?”“맞아, 여진아.”손여진의 엄마 영애도 덧붙였다.“집안이 정말 좋아. 우리가 널 대신해 이미 다 봐놨다.”손여진의 아빠 손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하지만 손여진은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저는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어요. 민혁아, 차 세워. 나 안 가.”손여진은 이 자리가 그녀의 소개팅 자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애초에 연애할 생각이 없었고 이민혁도 자리에 있었기에 당장이라도 숨고 싶었다.이민혁도 난처해졌다. 차를 세우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세울 수도 없었다. 이는 그녀의 가정사였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이때 영란이 소리쳤다.“기사 양반, 쟤 말은 듣지 말게. 오늘은 우리가 알아서 해. 여진아, 우리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데, 가기 싫다면 다인 줄 알아?”이민혁은 하는 수 없이 천천히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손여진은 많은 말을 해 반박하려 했지만, 그녀의 엄마와 이모는 이번 소개팅을 꼭 성사하려고 마음먹은 듯 미동도 없었다.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차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다.영란은 이민혁에게 차를 세우라 명령하고는 손여진을 끌고 차에서 내렸다.이어 손여진의 부모도 내렸다. 손의준이 이민혁에게 말했다.“너도 내려. 다 같이 밥이나 먹자.”“아...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이민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소개팅 자리에 “기사”가 끼는 것도 이상했다.하지만 이때 손여진이 외쳤다.“민혁이 너 이리 와, 넌 꼭 있어야 해.”손여진의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원래는 본가에 왔을 때 이민혁에게 밥이나 한 끼 해먹이려고 했다. 자신과 이민혁은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일어난 돌발 상황은 그녀의 짜증을 솟구치게 했
이민혁도 서의준에게 끌러 따라 들어갔다. 그들은 예약한 방에 들어가 앉았다.손여진은 일부러 이민혁의 옆에 앉았다. 영란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이민혁은 어쩔 바를 모르고 손여진의 옆에 조용히 앉아있었다.그가 뭘 할 수 있겠는가?자리를 뜨자니 손여진이 그를 잡고, 뜨지 않자니 영란이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쥐 죽은 듯 앉아있는 게 그에게는 최선이었다.이때 직원이 차를 내놨다. 이민혁은 분위기를 풀려고 급히 일어나 사람들에게 차를 따르며 물었다.“그 기업가분은 왜 아직도 오지 않죠?”소개팅이란 본래 남자 쪽에서 일찍 도착해 모든 준비를 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쪽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민혁이 말을 꺼내자, 영란이 건방진 말투로 대답했다.“네가 뭘 알아, 상대는 기업가야. 아주 바쁘신 분이라고.”“아, 네네.”이민혁은 웃음을 참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때 영란이 손여진에게 말했다.“여진아, 지금 네가 대도시에서 사장까지 했지만, 상대도 나쁘지 않아. 돈이 있는 건 물론이고 그 사람 삼촌은 우리 마을 총책임자야. 우리 마을에선 상대할 자가 없다고. 이 사람과 결혼하면 꼭 잘될 거야.”이민혁은 그제야 깨닫고는 손여진을 흘깃 쳐다보았다.손여진은 키는 크지 않았지만, 귀여운 얼굴에 S라인의 몸매를 자랑하는 미인이었다.이민혁은 돌연간 이해했다.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구경하면 된다. 손여진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것은 그녀의 일이지 자신과는 무관했다.마음을 편하게 먹은 그는 손여진의 찻잔을 그녀의 앞으로 끌어다 주며 웃었다.“손 사장님, 한번 보시고 결정하세요.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뭐?”손여진은 이민혁을 흘겨보다가 격에 어긋나는 행동임을 자각하고는 급히 머리를 돌렸다.손여진은 이민혁의 신분을 잘 알고 있었다. LP와 KP는 모두 그의 손안이었다. 그의 재력이란 무궁무진했다.영란이 말하는 기업가도 이민혁에겐 그저 아이들 장난이었다. 그런데 이민혁이 이렇게 놀리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