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서원이 말했다.“TL이 확실한 증거를 공식에, 또 KP에 남겨주진 않았지만 하우진이 KP를 모함하고, 최도현이 사람을 죽여 입막음하려 했다는 건 모두 엄연한 사실이에요. 이 점에 있어서는 TL이 어느 정도 양보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KP는 이 기회를 틈타 그들에게 트집 잡고, 큰 비즈니스 위기를 만들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러니 형님 말이 맞아요.”안수연은 바로 이해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은 KP가 유리하겠네.”“그것도 형님의 실력이지, 최도현이 사람을 죽이고 떠나버리게 뒀으면 기껏해야 비긴 거지, TL은 양보하지 않을뿐더러 우쭐해할 수도 있어.”안수연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그런 복잡한 거 몰라.”서원이 굳은 얼굴로 외쳤다.“이건 정치적 전략이야, 네 머리로는...”“지금 내가 멍청하다는 거야?”안수연이 화난 눈으로 서원을 노려봤다.이민혁은 금방이라도 싸울 기세인 두 사람을 급히 제지했다.“그만해, 이런 거로도 싸우다니.”이민혁의 말은 어느 정도 힘이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았다.이민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남매 정말 대단해...이때 안수연이 이민혁을 쳐다보며 비밀스레 말했다.“오빠, 물어볼 게 있어요.”“뭔데?”“어젯밤에 보여주신 거 말이에요, 뭐랄까, 법술이요. 번개 폭탄이랑, 그 뭐더라, 감옥 같은 거요. 정말 대단하던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그건 수행자들만 할 수 있는 거야.”“알아요, 제게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저는 수행자에겐 안 되는 것 같아서.”“그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그리고 네 나이는 이미 최적의 나이를 지났어.”“서원이도 수행에 들어갔잖아요.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이민혁은 말문이 막힌 채 서원을 쳐다보았다.서원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지난번에 형도 말했잖아요, 저도 지나가는 말로 한 것뿐이에요.”이민혁도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행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집
이민혁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결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하죠. 이 바닥에서 죽고 죽이는 건 어쩔 수 없을 때만 쓰는 최후의 수단이에요.”서원이 말했다.“그럼 일단은 놓아주도록 해요. 이렇게나 좋은 일인데, 밤에 소소하게라도 축하주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남지유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KP가 쏩니다. 마음껏 먹고 마시세요.”“좋아요.”서원과 안수연이 동시에 외쳤다.이민혁도 웃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무리 빌어도 불러내지 못했을 두 사람이 제 일에 이렇게나 열정을 가지고 임해주다니, 정말 자기 사람이 된 듯싶었다.이때 유진월이 갑자기 문밖에서 이민혁을 불렀다. 이민혁은 그더러 들어오게 했다.“대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유진월은 방 안의 사람들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눌러 담았다.“괜찮아요, 모두 우리 편입니다. 하시려던 말씀 하세요.”“네. 도영찬 수장님이 200억을 보내왔습니다. 구해주신 보답이라고 하더군요. 저더러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성원과 안수연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민혁의 일은 너무도 신비하고 복잡했기에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이민혁은 잠깐 생각한 후 대답했다.“그를 도와준 것은 당신을 도와 은혜를 갚은 것이니 이 돈은 돌려주도록 해요.”“그렇게 말했는데, 제 은혜는 이미 갚았고 다시는 저와 왕래하지 않을 것이니 이 돈은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고...”“그럼 받죠. 하지만 전 돈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좋은 곳에 기부하도록 해요.”“예, 대사님. 이 일은 남 대표님께 맡기겠습니다. 이쪽은 잘 몰라서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월은 남지유를 보호해야 했기에 이런 일까지 할 시간이 없었다. 그가 남지유에게 말했다.“그냥 KP의 이름으로 기부해요. 재단은 찾지 말고요, 한 단계씩 지나다 보면 실제로 쓰이는 금액은 얼마 안 될 거예요. 몇 사람을 불러 직접 산골 마을에 기부해요.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독하고요.”“네, 내일 바로 시작할
이민혁은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사람은 딱 봐도 취한 것 같았다.성원의 미간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 얼굴에는 이미 짜증이 가득 쓰여 있었다.안수연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취했으면 집에 기어들어가 쳐 자기나 해, 깔짝거리지 말고.”남지유는 이민혁에게 기대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정장남은 화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기도 전에 그의 등 뒤에 선 두 남자가 안수연에게 소리쳤다.“건방진 것, 우리 형님이 누군 줄 알아?”“내 알 바 아니고, 빨리 꺼져.”안수연이 차갑게 답했다.“씨발, 우리 이 형님은 상무국 사람이야. 우리 모두 여기선 이름있는 사람이라고. 감히 이런 식으로 우리 형님을 대해?”“하, 그렇게나 대단하신 분이셔?”안수연은 더 이상 화를 참기 힘든 듯 했다. 하지만 이 몇 사람은 이미 매우 화내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깎인 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형님이라 불린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친절한 내가 알려줄게, 내게 밉보인 사람들은 네가 뭘 하든 안 좋은 꼴을 당하게 될 거야.”“우리 형님과 노래나 몇 곡 부르러 가, 하룻밤 놀고 나면 이 일은 없던 거로 해줄게. 그러지 않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이 말을 들은 이민혁과 서원의 얼굴이 굳었다. 남지유만이 이민혁의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이렇게 설치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참지 못한 안수연이 주먹을 날려 남자의 눈을 강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고꾸라졌다. 그가 완전히 넘어지기도 전에 안수연의 주먹이 다시 남자의 복부를 파고들었다.아!남자가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안수연의 두 주먹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 광경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여자 한 명이 이렇게나 싸움을 잘하다니? 남자의 뒤에 있던 부하들이 망설이며 싸울 태세를 취했다.이때 서원이 소리쳤다.“씨발, 죽고 싶어?”“너 씨발 누구야?”한 부하가 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컸지만, 기세에서 밀리는 게
만약 정말 그 집 친척이라면, 이동수의 인생은 끝장이었다.이동수는 온몸의 아픔을 무릅쓰고 기어 일어나 바닥에 꿇어앉은 채 성원 일행에게 사과했다.“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눈이 삐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당장 꺼져, 밥 먹는 데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성원이 차갑게 말했다.이동수는 본능적으로 더 이상 사과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계속 이들을 언짢게 했다가는 회사에서 잘리는 정도로 넘어가기도 힘들 터였다. 그는 아픔을 참고 일어나 성원 일행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다시 한번 사과한 뒤 황망히 자리를 떴다.이 광경은 식당의 모든 손님을 놀라게 했다. 이 여자의 실력도 심상찮았고, 저 소년의 말 몇 마디만으로 이렇게나 놀라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이때 안수연이 직원에게 물었다.“방은 청소했어요?”직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수연과 그 일행은 급히 방으로 들어가 손님들의 시선을 피했다. 방에 들어선 네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웃고는 고개를 내저었다.정말 별사람이 다 있구먼. 조그마한 권력을 쥔 주제에 취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다니. 진정한 권력자에게 그들은 그저 한주먹거리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네 사람은 먹고 마시며 방금 있었던 일을 잊어버렸다.방금 일을 생각할수록 무서워하던 이동수가 그만 심장병으로 병원에 실려 간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네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해호섬에 돌아가 잠들었다....이 시각, 김지현의 사무실.김지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가 통하자, 김지현이 일어나 말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 최도현이 죽었습니다. 불필요한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고급세력범위를 포기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얼마 후 힘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알았어. 별일 아니야. 지금은 M계획이 가장 중요해. M계획은 별일 없지?”“M계획은 무사합니다.”“응,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려야 해
그는 오른손에 가방 하나를 들고 왼팔에 붕대를 감은 채 꼿꼿이 서 있었다.이민혁은 그의 얼굴을 보고는 놀라 물었다.“양예찬?”그가 빠른 걸음으로 양예찬의 앞에 와 그의 팔을 보며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왔나?”“초자연현상 연구 방위국, 1급 전투 인원 양예찬, 이 대표님께 인사드립니다.”양예찬이 거수경례하며 말했다.이민혁은 뒤의 차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뭔데?”“우리 방위국의 기구와 직원들입니다.”“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국장님께서 진무도의 관련 부문에 명령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이민혁의 말문이 막혔다. 그럼 틀림없이 서영광일 터였다. 동시에 놀라기도 했다. 방위국 권리가 너무 큰 거 아닌가? 서영광은 진무도의 총독이고 총책임자였다. 상경 고위층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인데, 고상도가 직접 그에게 명령할 수 있다니?그는 양예찬 뒤의 차들을 보며 말했다.“일단은 기다리라고 해. 넌 따라오고.”이민혁은 양예찬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온 뒤 그의 팔을 보며 물었다.“크게 다친 거로 아는데,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복귀한 거야?”“방위국에서 생물 기술로 근육을 재건해 줬어요. 지금은 그저 골절이 문제일 뿐, 별 영향은 없어요.”이민혁은 조금 놀랐다. 이 생물 기술은 정말 대단했다. 그때 양예찬의 한쪽 팔은 거의 못 쓸 지경이었는데.얼마 후 이민혁이 입을 열었다.“네가 사람들을 데리고 여기 온 건 무슨 뜻이야?”“일할 장소가 필요해서요. 어떤 기구들은 설치도 해야 하고요.”“설마 내가 그걸 허락할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저흰 비밀스럽고 조용한 환경이 필요해요,”“방위국이 알아서 다른 곳을 찾으라고 해. 여긴 내 개인적인 공간이야.”“임대료가 있어요. 매달 2,000만 원이요.. 활동 경비 4,000만 원도 따로 지급하고요.”“임대료고 뭐고는 안 중요하고, 업무 때문에 어렵게 허락하는 거야.”“네, 대표님.”“그리고, 활동 경비는 뭔데?”“매달 고정적인 경비입니다. 특별 행동이 있으면 특별 경비
네 명의 직원들은 이미 기구를 설치하고 있었다. 먼저 지붕에 원형 레이더를 설치하고는 각종 기구를 방 안에 늘어놓기 시작했다.“이게 다 뭔데?”이민혁이 묻자 양예찬이 답했다.“위성신호접수기, 수사망 시스템, 방위국 전용 슈퍼컴퓨터요.”“아아.”위성접수기는 당연히 위성 신호를 접수할 때 쓸 것이었다. 이는 전용 선로보다 더 안정적이었다.수사망 시스템도 알고 있었다. 이는 국가의 보안 계획으로 전국의 모든 공공 CCTV를 연결해 언제나 영상을 돌려볼 수 있었다.슈퍼컴퓨터에 대해선 잘은 몰랐지만 아주 빠른 컴퓨터라는 것은 알았다.이 기구들은 진무도청의 기구보다도 강했다. 방위국의 권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최고부문의 허락이 없다면 이는 범법행위였다.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일이었기에 결코 작은 일이 될 수 없었다.양예찬의 지휘하에 그들은 하루 종일 기구를 설치했다.이때 남지유, 성원, 안수연이 소식을 듣고 궁금해 달려왔다. 양예찬은 누군가 들어온 것을 보고는 방에서 걸어나가 성원 일행에게 말했다.“방위국 근무 지점입니다. 반경 10미터 이내 출입을 금지합니다.”성원 일행은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이민혁이 급히 말했다.“여긴 성 총독님의 아들 성원이고, 여긴 형사수사대 부대장 안수연, 여긴 내 여자친구야. 모두 우리 편이니, 걱정하지 마.”“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저와 대표님을 제외하곤 국장님의 허락이 없는 이상 그 누구도 진입할 수 없습니다.”양예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민혁도 민망해져 어떤 말을 할지 쩔쩔매고 있었다.이때 성원이 궁금한 듯 물었다.“방위국은 어떤 조직이에요? 전 왜 모르고 있죠?”“특수권리가 있는 곳이지, 아주 대단해.”안수연은 조금 씁쓸하게 답했다.이민혁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내 방에 가 얘기하자.”몇 사람은 이민혁을 따라 그의 방에 들어갔다. 이민혁이 자신의 사원증을 꺼내 두어 번 흔들고는 책상에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알아서 봐.”서원이 급히 사
“제길,”이민혁의 입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들어와.”양예찬이 걸어들어왔다.이민혁은 양예찬을 한참 바라보다 물었다.“무슨 일을 하려고?”“요구에 따라, 지금 사무실로 가셔서 비밀번호를 설정하시길 바랍니다.”이민혁은 놀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놀랐잖아.”이민혁은 남지유 일행더러 기다리라고 한 뒤 양예찬을 따라 사무실로 왔다. 직원들은 기구를 모두 설치하고 떠났기에 그들 둘밖에 없었다.양예찬은 먼저 이민혁에게 기구의 사용법을 알려준 뒤 비밀번호를 설정하게 했다. 위성 연결 비밀번호, 컴퓨터 비밀번호, 개인 조작 2급 비밀번호, 기계 초기화 비밀번호까지. 이민혁은 일여덟 개의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게다가 모두 길고 어려운 번호들이었다. 그가 엄청난 기억력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모두 잊어버렸을 것이다.설정이 모두 끝나자 양예찬은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이민혁이 물었다.“너 밥 할 줄 알아?”“식사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습니다.”양예찬이 차갑게 답했다.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쌀쌀맞기는.“그래, 일 봐. 나 방해하지 말고.”말을 맺은 이민혁은 몸을 돌려 떠났다.양예찬은 인상을 쓰고 이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이민혁은 방으로 돌아와 남지유 일행과 방금 있었던 일을 말했다. 그들은 모두 양예찬이 특이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조직은 너무도 신비해 그들도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화제는 자연스럽게 돌려졌다.“형, 내일 홍보팀이 방송국에 간대요. 형은 안 가세요?”성원이 물었다.이민혁은 멍해졌다.“내가 가선 뭘 하게?”“거기서 오지윤을 복귀시키고 상까지 준대요. KP를 위해 이렇게나 고생했는데, 가서 인사라도 하고 오시죠?”이민혁은 잠깐 생각하고는 남지유를 보며 말했다.“그럼 가야지. 당신이 다녀와요. KP를 알릴 기회이기도 하고.”“네, 제가 갈게요.”남지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음 날 오전.KP와 홍보팀의 차량 몇 대가 서경 방송국에
국장 사무실에 앉은 배향미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커다란 책상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얼굴에 차차 웃음이 떠올랐다.모든 노력은 값진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곧 냉정하게 이 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각은 정소희가 올린 영상 속 모자이크된 남자에게로 행했다.이 사람은 꼭 무언가 있었다. KP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일 것이었다.이 일에 서원까지 연루됐으니, 평범한 사람일 수 있겠는가?생각하던 그녀는 곧 KP와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고, 오지윤더러 이 일을 맡게 했다. 기획안을 쓴 그녀는 득의양양해졌다. 그녀와 오지윤은 모두 이 일의 수혜자였다. 그럼 이참에, KP에 좋은 이미지로 기억돼야지. 이 일로 그 신비한 남자를 알게 된다면 그녀에게 출세의 길이 열릴 테니 더없이 좋을 것이었다.남지유에 대해서는, 그녀와 아는 사이가 됐더라도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지유가 만약 여자를 좋아한다면...배향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며 입술을 축여댔다.이때, 오지윤도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감격에 겨워 있었다. 짧은 며칠 사이에 그녀의 인생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빠르게 변했다. 실직부터 부국장이 되기까지,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이 일을 통해 오지윤도 신념이 생겼다. 그녀는 좋은 사람에겐 꼭 좋은 일이 따른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오지윤은 조용히 기자로서의 신념을 다졌다....저녁.남지유는 해호섬에 돌아와 이민혁의 방에 들어갔다. 이민혁은 막 명상을 끝낸 참이었다.“왔어요?”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소영 씨와 얘기했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요. 한 번 가보는 건 어때요?”“소영이가 왜요?”이민혁은 이제야 최근 일이 바빠 유소영을 신경 쓰지 못한 게 생각났다.남지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물어도 대답하지 않아요. 저도 계속 묻기가 뭐해서...”“네, 내일 가볼게요.”이때 남지유가 이민혁에게 기대 그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잘해요.”“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모를 거로 생각했어요? 소영 씨는 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