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진이 정소희를 납치하고 고전엽까지 죽이려다 지금 붙잡혔으니, 이건 중범죄야. 이렇게 되면 감형하기 위해서 불지 말아야 할 것들을 불 수도 있어. 그러면 그룹에 영향을 미칠 거야.”최도현은 말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김지현은 잠시 침묵했다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지금의 이런 상황은, 네가 가서 처리 좀 해야겠다. 하우진은 반드시 죽어야 해. 가능하면 그 여자애까지 같이 없애버려.”“알겠습니다, 대표님.”김지현은 최도현을 힐끔 보다가 말했다.“네 가족은 그룹에서 잘 알아서 보살필 거야. 그리고 네 일은 내가 아가씨한테 잘 보고드릴 테니 안심하고 가 봐.”“감사합니다. 대표님.”최도현은 여전히 무표정인 얼굴로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김지현은 담배를 한 모금 힘껏 빨며 중얼거렸다.“빌어먹을 하우진이 참 쓸모가 없네. 아까운 최도현을 이렇게 써버려야 된다니...아가씨한테 뭐라고 설명을 해야 돼?”말하면서 그녀는 담배꽁초를 화풀이하듯이 재떨이에 힘세게 짓누르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시각, 최도현은 TL 그룹 건물에서 나와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새벽 두 시, 순찰하는 대원들 말고는 경찰청 안에는 거의 텅 비어 적막하였다..안수연은 사무실에서 꼬아올린 다리를 건들건들하며 의자에 한가롭게 앉아있었고, 그녀의 조수는 열심히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정소희, 고전엽, 그리고 하우진까지 이미 다 자백했고, 모든 사건은 완벽한 증거 사슬 형성하여 기소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게다가 폭스바겐 비틀의 블랙박스 메모리칩도 이미 복구되어 그 안에 있는 동영상이 완전하게 복원되었기 때문에, 이민혁한테 잘못이 없음을 증명했고 KP의 명예도 회복되어 사건은 완벽히 해결되었다.이번에도 그녀는 큰 공을 세웠다.안수연은 요즘 꽤 많은 사건을 해결했는지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정석형의 도박사건, 병골 밀가루 사건, 그리고 이번의 고전엽 비리 사건까지 연달아 큰 사건을 3건이나 해결했다.그녀는 기쁨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팀장이 생각나 가
그 사람은 바로 최도현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정소희의 목을 조르고 자신의 몸 전체를 정소희 뒤에 숨겼다.영적인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 잠행 능력은 쓸 수 없어 몸체를 드러내게 되었다.그와 같은 시각, 감시를 맡은 1팀이 우선 도착하여 방을 에워싸고, 파괴된 벽 속에 총을 밀어 넣어 최도현을 조준했다.“움직이지 마. 정소희를 내려놔.”반장이 그를 향해 큰 소리로 경고했다.그러나 최도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비록 여기에 올 때는 죽을 결심을 하고 왔지만, 도망칠 기회만 있다면 살아남아서 가족들과 만나고 싶었다.임무만 완성하면 그룹에서도 그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이때, 안수연이 도착했다. 그녀는 총으로 최도현을 겨누며 물었다.“넌 누구야, 하우진을 왜 죽였어?”안수연은 지금 분노가 폭주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경찰청으로 들어와 중요한 범인을 죽였다는 것은 중징계감일 뿐만 아니라 크나큰 치욕이다. 그의 손안에 인질만 없었다면 그녀는 당장에라도 그와 육박전을 벌였을 것이다.“차 안에 기름을 가득 넣고, 너희들은 다 여기서 떠나. 내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이 여자 놓아줄 거야.”최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널 뭘 믿고 떠나보내. 지금 항복하는 게 좋을 거다.”안수연이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그러자 최도현은 목을 조른 손에 점점 더 힘을 주었고, 정소희의 비명이 들려왔다.안수연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천천히 총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히며 하우진의 시체를 보고는, 눈앞에 있는 저 자식이 아무런 기척 없이 경찰청으로 잠입한 것에 대해 그 원인을 찾아냈다.“말로 해. 인질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뭐든지 상의할 수 있어.”안수연은 한쪽으로 최도현을 설득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휴대전화를 살며시 꺼내 이민혁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또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밀어 넣고 계속하여 최도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이민혁은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를 두 번 불렀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젠장, 안수연한테 일이 생겼
안수연은 재빨리 뛰어올라 정소희를 받아 안아, 착지할 때 바닥에서 구르면서 충격을 완화했다. 그리고 정소희를 가볍게 바닥에 내려놓았다.정소희는 얼굴이 백지장 같았고, 숨결이 미약했다.이때 최도현은 이미 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을 최대로 밟아 대문을 향해 질주했다.그는 이미 하우진을 죽였고, 정소희도 이제 곧 죽을 테니, 이젠 고전엽 한 사람만 남았다.그러나 김 대표의 주요 타깃은 하우진이고 기타 두 사람은 기회가 있으면 죽이라고 했으니, 그는 임무를 완성한 셈이다.경찰청 바깥으로만 나간다면 그의 잠행 능력으로 누구든 자신을 찾아내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야심한 밤이다.여기만 나가면 그는 산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의 능력으로 맨발로라도 G국에 걸어갈 수 있다.그는 끝내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상봉할 생각을 하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5년이다. 경성에 온 지 5년이나 되었다. 끝내 집에 돌아갈 수 있다.그룹에 진 빚도 다 갚았고, 그는 이제 자유의 몸이다.바로 그때, 벤츠 한대가 마주하여 달려와 정면으로 들이받았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차는 고속도로에서 부딪혀, 차 앞부분이 부서지며, 엄청난 충격으로 두 차는 부딪히는 동시 공중에서 세워졌다가 또다시 부딪히고 그 후에야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안수연과 다른 사람들은 전부 놀라 대경실색하였다. 저 안에 만약 보통 사람이 들어있다면 저 충격만으로도 당장에서 숨을 거뒀을 것이다.그러나 최도현은 차 지붕을 뚫고 나와 뛰어올라 잽싸게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하지만 그때 이민혁도 차에서 뛰쳐나와 허공에서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최도현도 주먹으로 받아 쳐 두 갈래의 영적 에너지가 공중에서 부딪히며 폭음을 터뜨렸다.그 후 이민혁은 두 발로 착지하였고 최도현은 그 거대한 영적 에너지 충격으로 인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이민혁은 최도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눈썹을 찡그리고 물었다.“넌 누구야?”최도현은 아무 말 없이 숨만 고르며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안수연은 부하들에게
경찰대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안수연도 걱정하는 눈치로 바라봤다. 왜냐면 수행자라면 어느 하나 쉬운 상대가 없으니까.그러나 이민혁은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한 손으로 간단한 주인을 맺고 손가락을 튕기며 주술을 불러냈다.“뇌광포!”순식간, 이민혁의 머리 위에는 두 개의 주먹만 한 크기의 뇌구가 나타났고 거기에서 두 갈래의 뇌광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 최도현의 두 그림자를 그대로 날려버렸다.그와 동시에 최도현의 본체에서는 영적 에너지 압이 폭발하더니 또 순간적으로 소실되었다.이민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뇌광포를 완성 시킨 다음 두 손으로 인을 맺어 우렁찬 소리로 외쳤다.“사상뇌옥!”엄청난 위력의 사상뇌옥이 다시 나타났다. 무수한 뇌사슬이 뇌구에서 세차게 뻗어져 나왔다. 이민혁이 마주한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최도현의 본체는 점점 위로 떠올라 사상뇌옥의 공간에 갇혀버렸다.이민혁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실력은 괜찮은데, 나랑 비교하면 넌 아직 멀었어.”최도현은 고통과 충격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민혁을 쳐다보았다.그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특수능력이 이렇게 이민혁 앞에서 와해되다니.그뿐 아니라 이민혁의 술법을 발동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그는 전혀 반응 시간이 없었다.최도현이 모르는 것은 이민혁이 진용결을 수련하고 나서부터 그의 정신력은 이미 매우 공포스러운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이민혁의 정신력 아래에서 최도현의 잠행, 화신과 같은 능력은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제압당할 수밖에 없다.안수연은 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수행자는 역시 같은 수행자가 상대를 해줘야 한다. 그녀는 아무리 해도 최도현을 못 잡았을 것이다.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뻗쳤다.최도현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그의 몸에서는 거센 영적 에너지 불길이 타오르며 영적 에너지 압이 점점 옆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경찰들은 바닥에 잘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휘청거렸고 얼른 그 기압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안수연도 정소희를 안고 뒤로 피했다.
“오지윤은, 괜찮은 건가?”이민혁이 물었다.안수연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정소희는 좀 다쳤고요.”이민혁은 정소희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영적 에너지를 사용해 정소희의 내장을 보호했기에 외상이 심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이민혁이 옆에 선 것을 본 정소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말할 기력조차 없었다. 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얼마나 두려운 상황에 말려들어 가 목숨을 잃을 뻔했는지 알게 되었다.이 세계는 자신이 본 게 다가 아니라 이런 사람들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무서운 존재였다.이민혁은 정소희의 불안과 공포를 보아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거 봐요,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고. 앞으로는 사고 치지 마요.”정소희가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어도 다음은 없을 것이었다.이때 구급차가 도착했다. 안수연은 정소희를 병원에 데려가도록 지시했다.이민혁의 제의로 두 사람은 오지윤의 거처로 향했다. 오지윤은 혐의가 없었기에 구금실이 아닌 독방에 있었으며 일정한 자유가 있었다.이민혁과 안수연이 들어오자, 오지윤은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방금의 전투가 그녀를 놀라게 했다이민혁이 그녀를 위로했다.“무서워 마요.”오지윤은 최대한 진정하려고 했다.이민혁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밤 본 것은 잊어버려요. 이것들은 모두 기밀 사항입니다.”“알아요.”오지윤이 급히 대답했다.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수연에게 말했다.“별 위험은 없을 것 같군. 돌려보내지.”“네.”안수연이 대답했다.이민혁은 손을 흔들며 오지윤과 작별하고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오지윤은 이민혁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다음날, 점심.안수연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원과 해호섬에 와 이민혁의 방으로 들어갔다.명상하던 이민혁은 눈을 뜨고 물었다.“어떻게 됐어?”안수연이 머리를 저으며 답했다.“조사했습니다. 사망자는 최도현, G국 사람입니다. 5년 전 입국했고, 아무 조직에도 들어가지 않았고요
이때 서원이 말했다.“TL이 확실한 증거를 공식에, 또 KP에 남겨주진 않았지만 하우진이 KP를 모함하고, 최도현이 사람을 죽여 입막음하려 했다는 건 모두 엄연한 사실이에요. 이 점에 있어서는 TL이 어느 정도 양보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KP는 이 기회를 틈타 그들에게 트집 잡고, 큰 비즈니스 위기를 만들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러니 형님 말이 맞아요.”안수연은 바로 이해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은 KP가 유리하겠네.”“그것도 형님의 실력이지, 최도현이 사람을 죽이고 떠나버리게 뒀으면 기껏해야 비긴 거지, TL은 양보하지 않을뿐더러 우쭐해할 수도 있어.”안수연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그런 복잡한 거 몰라.”서원이 굳은 얼굴로 외쳤다.“이건 정치적 전략이야, 네 머리로는...”“지금 내가 멍청하다는 거야?”안수연이 화난 눈으로 서원을 노려봤다.이민혁은 금방이라도 싸울 기세인 두 사람을 급히 제지했다.“그만해, 이런 거로도 싸우다니.”이민혁의 말은 어느 정도 힘이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았다.이민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남매 정말 대단해...이때 안수연이 이민혁을 쳐다보며 비밀스레 말했다.“오빠, 물어볼 게 있어요.”“뭔데?”“어젯밤에 보여주신 거 말이에요, 뭐랄까, 법술이요. 번개 폭탄이랑, 그 뭐더라, 감옥 같은 거요. 정말 대단하던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그건 수행자들만 할 수 있는 거야.”“알아요, 제게도 가르쳐주시면 안 돼요? 저는 수행자에겐 안 되는 것 같아서.”“그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그리고 네 나이는 이미 최적의 나이를 지났어.”“서원이도 수행에 들어갔잖아요.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이민혁은 말문이 막힌 채 서원을 쳐다보았다.서원은 피식 웃고는 말했다.“지난번에 형도 말했잖아요, 저도 지나가는 말로 한 것뿐이에요.”이민혁도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행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집
이민혁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결국은 스스로 강해져야 하죠. 이 바닥에서 죽고 죽이는 건 어쩔 수 없을 때만 쓰는 최후의 수단이에요.”서원이 말했다.“그럼 일단은 놓아주도록 해요. 이렇게나 좋은 일인데, 밤에 소소하게라도 축하주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남지유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오늘은 KP가 쏩니다. 마음껏 먹고 마시세요.”“좋아요.”서원과 안수연이 동시에 외쳤다.이민혁도 웃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무리 빌어도 불러내지 못했을 두 사람이 제 일에 이렇게나 열정을 가지고 임해주다니, 정말 자기 사람이 된 듯싶었다.이때 유진월이 갑자기 문밖에서 이민혁을 불렀다. 이민혁은 그더러 들어오게 했다.“대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유진월은 방 안의 사람들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눌러 담았다.“괜찮아요, 모두 우리 편입니다. 하시려던 말씀 하세요.”“네. 도영찬 수장님이 200억을 보내왔습니다. 구해주신 보답이라고 하더군요. 저더러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성원과 안수연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민혁의 일은 너무도 신비하고 복잡했기에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이민혁은 잠깐 생각한 후 대답했다.“그를 도와준 것은 당신을 도와 은혜를 갚은 것이니 이 돈은 돌려주도록 해요.”“그렇게 말했는데, 제 은혜는 이미 갚았고 다시는 저와 왕래하지 않을 것이니 이 돈은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고...”“그럼 받죠. 하지만 전 돈을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좋은 곳에 기부하도록 해요.”“예, 대사님. 이 일은 남 대표님께 맡기겠습니다. 이쪽은 잘 몰라서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월은 남지유를 보호해야 했기에 이런 일까지 할 시간이 없었다. 그가 남지유에게 말했다.“그냥 KP의 이름으로 기부해요. 재단은 찾지 말고요, 한 단계씩 지나다 보면 실제로 쓰이는 금액은 얼마 안 될 거예요. 몇 사람을 불러 직접 산골 마을에 기부해요.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독하고요.”“네, 내일 바로 시작할
이민혁은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눈앞의 사람은 딱 봐도 취한 것 같았다.성원의 미간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 얼굴에는 이미 짜증이 가득 쓰여 있었다.안수연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취했으면 집에 기어들어가 쳐 자기나 해, 깔짝거리지 말고.”남지유는 이민혁에게 기대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정장남은 화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기도 전에 그의 등 뒤에 선 두 남자가 안수연에게 소리쳤다.“건방진 것, 우리 형님이 누군 줄 알아?”“내 알 바 아니고, 빨리 꺼져.”안수연이 차갑게 답했다.“씨발, 우리 이 형님은 상무국 사람이야. 우리 모두 여기선 이름있는 사람이라고. 감히 이런 식으로 우리 형님을 대해?”“하, 그렇게나 대단하신 분이셔?”안수연은 더 이상 화를 참기 힘든 듯 했다. 하지만 이 몇 사람은 이미 매우 화내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깎인 데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형님이라 불린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친절한 내가 알려줄게, 내게 밉보인 사람들은 네가 뭘 하든 안 좋은 꼴을 당하게 될 거야.”“우리 형님과 노래나 몇 곡 부르러 가, 하룻밤 놀고 나면 이 일은 없던 거로 해줄게. 그러지 않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이 말을 들은 이민혁과 서원의 얼굴이 굳었다. 남지유만이 이민혁의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 이렇게 설치는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참지 못한 안수연이 주먹을 날려 남자의 눈을 강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고꾸라졌다. 그가 완전히 넘어지기도 전에 안수연의 주먹이 다시 남자의 복부를 파고들었다.아!남자가 그제야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안수연의 두 주먹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 광경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여자 한 명이 이렇게나 싸움을 잘하다니? 남자의 뒤에 있던 부하들이 망설이며 싸울 태세를 취했다.이때 서원이 소리쳤다.“씨발, 죽고 싶어?”“너 씨발 누구야?”한 부하가 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컸지만, 기세에서 밀리는 게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