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이민혁이 물었다.남지유가 웃으며 말했다."일이 커졌어요.""무슨 일인데요?""그 여자애 말이에요, 우리가 걜 위협한다고 했어요. 지금 뜬소문들이 너무 많이 퍼져있어요. KP 그룹이 갑질한다고요. 대표님 정보도 캐내고 있을 거예요."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이민혁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너무하네요, 이렇게 뜬소문을 만들어대다니, 뒷감당이 무섭지 않나 봐요?"남지유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사람들은 팔로워 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어요. 대표님 신분이 드러나면 전국적으로 욕먹게 될 거예요.""좋은 방법이 없나요?""있긴 있죠. 사고를 담당했던 교통경찰을 불러 무삭제본 영상을 올리면 되죠. 정소희는 허위사실유포로 경찰서에 가게 될 거예요. 하지만...""하지만, 뭐요?""어떤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 해요. 이 일들은 그저 그들이 날뛰기 위한 도구예요. 그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기에 진실이 드러나도 멈추지 않을 거예요.""그렇군요."이민혁은 짧게 침묵한 후 말을 이었다."확실히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여학생한테는 과한 수단이에요. 다른 방법은 없어요?""아직도 정소희를 배려하세요? 걘 팔로워 수를 위해서 대표님을 이용했어요. 대표님 입장 따위 신경도 안 썼다고요.""별일 아니지 않아요?"남지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인터넷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나 본데, 많은 연예인의 논란과 정치인들의 몰락은 모두 인터넷의 힘이에요.""전 별다른 논란도 없는데 무서울 게 뭐에요?""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표님 뜬소문을 만들고 명예에 영향 줄까 봐요. 주변에 서원 씨 무리도 있는데, 일 크게 만들어서 좋을 거 없어요."이민혁은 드디어 신중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서원이 연루된다면 일이 복잡해질 것이었다. 그에게는 오점이 있으면 안 됐다."우리 차에는 카메라가 없나요?"이민혁이 물었다. 남지유가 고개를 흔들었다."이 차는 회사 비즈니스용 차라서,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어
김지현은 굳은 얼굴로 냉정하게 말했다."걔가 싫다 하면 안 할 거야? 너희 일이 뭔지는 알아?""네, 네, 알겠습니다."부하직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고는 급히 자리를 떴다.김지현은 차갑게 웃으며 천천히 담배를 피웠다. 그녀의 얼굴에 의미 모를 웃음이 떠올랐다.TL 그룹과 KP는 엘리트 상권을 만들기 위해 한창 싸우는 중이었다.김지현은 TL이 가진 자금과 인맥으로 LP사 정도는 쉽게 가져올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난데없이 KP가 참전해 그들의 계획을 망치고 심지어 공격까지 했었다.TL 내부는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었다. TL 경성지부의 대표로서 이런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의 행동으로 쌍방 모두 큰돈을 들여 LP 그룹의 실질적 통제권을 빼앗고 있었다.하지만 LP는 이미 KP의 자회사가 되겠노라 발표했다. 김지현이 사람을 몇 명 매수했더라도 내부 주권은 여전히 열세에 처해있어 매우 불리했다.그런데 마침 KP에서 논란이 터졌다.이 사실을 안 그녀는 이 일이 커질수록 좋다고 빠르게 판단했다. 하지만 정소희 한 명으로는 KP를 상대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생각해 냈다. KP가 작정한다면 정소희는 금세 제압당하고, 이 일도 묻어가게 될 것이다.그래서 김지현은 정소희에게 힘을 실었다. 정소희가 계속 KP에 시비를 걸어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큰 추문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했다. 그럼, 그녀는 이 사실을 이용하여 여론을 장악하고 KP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김지현이 만족스레 웃었다. 그녀는 비서가 따른 위스키 한 잔을 천천히 음미했다....이민혁의 집.이민혁이 전화를 건 지 한 시간쯤 뒤 안수연이 전화를 걸어왔다. 정소희의 차가 수리센터에 있는데, 블랙박스 하드웨어가 고장 나 원 영상을 뽑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정소희의 아이클라우드에만 원본 영상이 있다고 했다.이민혁은 이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한 뒤 전화를 끊었다."하필이면 이때?"남지유가 믿기 힘들다는 듯 말했다.이민혁도 믿기 힘들기는 마찬가
유진월은 한숨을 쉬고는 떠나갔다.이민혁은 특별히 병원 입구에서 과일 세트를 사 들고 병원으로 들어갔다.같은 시각 침대에 누워있는 정소희는 떠오르는 웃음을 좀처럼 숨기지 못했다. 이 일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돈을 넘겨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이지 일거양득이었다.게다가 큰 권력을 쥔 사람이 그녀를 지켜준다고 했다. 2억 원이나 갖다준 상대방은 틀림없이 높은 신분일 테니, 그가 한 말도 믿음직할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무서울 게 없었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 하면 일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이때 이민혁이 과일 세트를 들고 들어와 그녀 앞에 섰다."정소희?"정소희는 이민혁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한 줄기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회복하고는 말했다."왜 찾아오셨죠?"이민혁은 과일 세트를 내려놓고 창가의 의자에 앉아 천천히 말을 꺼냈다."내가 누군진 알죠? 당신이 올린 영상이 제게 큰 손해를 끼쳤어요. 해명했으면 좋겠는데."정소희는 영상을 편집할 때 그를 보았기에 상대방이 누군지 한 번에 알아봤다. 하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좋게 흘러갔기에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인정하기만 하면 본인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 것이었다!정소희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누구세요? 절 협박할 생각 마세요. 전 무섭지 않아요.""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무도 협박하지 않아요. 진실을 말했으면 하는 것뿐이에요. 이렇게 하면 당신 마음이 편해요?""돈 있고 권력 있다 해서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 거예요? 전 무섭지 않다고요."이민혁은 어이가 없었다. 대체 왜 이러지?한참 후 이민혁이 천천히 말했다."계속 절 모함하면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아직 젊은데, 바르게 살아야죠."또 협박하시는 거예요? 전 무섭지 않다고요. 절 죽이지 않는 한 전 꼭 당신을 폭로할 거예요."이민혁의 표정이 싸늘해졌지만 이내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기어이 고집을 꺾지 않으시네요?""제가 잘못했나요? 당신 같은 사람은 폭
정소희는 이 광경을 보고 기뻐 미칠 것 같았다. 관심도가 계속 높아진다면 구독자가 얼마나 오를지 몰랐다. 그럼 자연스럽게 돈도 많이 벌겠지?집에 돌아온 이민혁은 안수연과 서원이 거실에서 남지유와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에게 물었다."뭐 하러 왔어?"서원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됐지, 일이 커졌다며.""크면 얼마나 크다고 그래, 신경 쓰지 마."이민혁이 자리에 앉자 남지유가 찻잔을 건네며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이 학생, 내 앞에서도 거짓말을 하더군요. 너무하게.""그럴 줄 알았어요. 요즘 애들은 일 처리를 할 때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이때 안수연이 말했다."안심하세요. 기술팀에게 정소희 차량 블랙박스의 유심칩 수리를 맡겼습니다. 얼마 안 걸려 데이터가 복원될 겁니다. 원본 영상이 공개되면 뜬소문은 자연히 없어질 거고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심칩을 고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었다.안수연이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내일 경찰이 병원에 가 정소희를 심문할 겁니다. 정소희의 책임이라는 게 밝혀지면 여론은 잠잠해질 거예요."이민혁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정소희가 계속 고집부리면 어떡하죠?""안심하세요, 현장 감식을 통해 정소희의 책임이라는 건 이미 밝혀졌어요. 다만 그녀가 병원에 있기에 심문을 미룬 것뿐입니다. 아무리 고집부려도 증거 앞에서는 소용없어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요. 며칠 기다려봅시다. 어차피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어요."이때 남지유가 말했다."대표님, KP정보팀의 말에 의하면 포레 주택 단지가 이미 들통났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야 상관없었지만 남지유는 여성이기도 했고, KP의 대표이기도 했기에 어떤 일도 생겨서는 안 됐다.이때 서원이 말했다."정소희 너무하네. 형님, 제가 경고라도 할까요?""뭘 또 그렇게까지 해, 아직 학생이야. 가서 협박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하지만 그 애
이민혁과 남지유는 깜짝 놀랐다. 안수연이 왜 이렇게나 건방지게 말하지?서원은 벌떡 일어나더니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너한테 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난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아. 한 번만 더 큰소리치면...""어허?"안수연이 일어나 주먹을 꽉 쥐고 냉소했다."맞을 만큼 맞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리 와, 얼마나 대단한지 보게!"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을 할 듯했다.이민혁은 상황 파악을 못한 채 일단 말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말했다."어어, 뭐 하는 거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어릴 적부터 나만 괴롭히고, 이제 못 참겠어!"서원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어릴 적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제 사촌 누나예요. 주먹 좀 쓴다고 절 진짜 많이 괴롭혔어요."이민혁은 이 소리를 듣고는 박장대소했다. 두 사람이 이런 관계였을 줄이야.남지유가 안수연을 끌어앉히고 웃으며 말했다."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싸워?"안수연은 이겼다는 표정으로 앉아 서원을 농락했다. 서원은 화난 눈초리로 응수했다.이민혁이 웃으며 말했다."안 팀장, 어린 나이에 어떻게 부팀장까지 맡았나 했더니 이런 빽이 있었군.""대표님, 저 경찰학과 석사입니다. 국가대표이기도 하고요. 부팀장 직을 맡은 건 인맥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안수연이 조금은 서운한 듯 말했다.이민혁은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대단하군. 서원이 말이야. 빨리 앉아. 수행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설치는 거야? 넌 아직 안수연한테 안 돼."서원은 방금 수행을 시작한 지라 일반인보다 아주 조금 힘이 센 수준이었다.하지만 안수연은 국가대표이고, 격투술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았다. 전투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서원과는 차원이 달랐다.투지가 끓어오르던 서원은 그 말을 듣자 금세 차게 식은 채 풀이 죽어 이민혁의 옆에 앉아있었다. 안수연은 더욱 득의양양했다.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남지유도 작게 웃었다....다음 날 오전, 서경방송국 국장 고전엽의 사무실.고전엽은 사
“긍정적인 기사 말씀입니까?”오지윤은 의문스러워 물었다.“국장님, 저희 뉴스 하는 사람은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러자 고전엽은 얼굴색이 확 가라앉으며 말했다.“시키는 대로 해. 정규직 전환하기 싫어?”오지윤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결국엔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국장님.”“오 기자, 기억해.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세상 물정을 알아야지. 말을 잘 안 듣는 친구는 직장생활 오래 하기 어려운 거, 알지?”고전엽이 말했다.오지윤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국장님.”“알면 됐어, 내가 나중에 또 기회를 많이 줄게. 그래, 가봐.”“감사합니다. 국장님.”오지윤은 국장 사무실을 나와 자신의 책상 앞에 다가가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장님의 말뜻은 즉 편향적 기사를 쓰라는 건데, 그건 그녀의 직업윤리와 맞지 않는다.한참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인터뷰를 해보기로 하고, 카메라를 챙겨 병원으로 갔다.그 시각, 고전엽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TL 그룹에서 큰돈을 싸 들고 저를 찾아왔으니, 그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할 터.새로 온 오지윤은 그가 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친구다.젊으니까 확실히 좋아. 얼굴도 이쁘고, 활력으로 차 넘쳐 팔딱팔딱 뛰는 게, 저랑은 달랐다. 자신은 이제 생기가 없고 피로만 쌓이는 중년일 뿐.그러나 저런 여자의 몸 위에 타고 한바탕 달릴 수만 있다면야, 십 년은 젊어질 것만 같았다.오지윤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녀가 방송국에 있는 한 절대 못 벗어나지...여기까지 생각한 고전엽은 콧노래를 흥얼흥얼했다.한날한시, 오지윤은 카메라를 들고 병원으로 와 정소희를 찾았다.그때 병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았는데 오지윤이 찾아온 용건을 얘기하자, 그녀도 매우 흔쾌히 승낙하고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전반 과정은 이러했다.정소희는 제네시스 차량이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의 차
그녀는 자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집에 돌아가서 야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퇴근 후 차를 몰고 방송국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마침 고전엽의 차가 앞을 지나가며 반대편으로 향하는 걸 보았다.오지윤은 속으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저쪽은 고전엽이 집에 가는 길이 아니잖아.오지윤은 갑자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멀찍이 떨어져서 그 차를 따라갔다.그렇게 두 차가 앞뒤로 한 채, 한 고급스러운 클럽 문 앞에 도착했다.고전엽이 차에서 내리자 한 클럽 입구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나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차 안에 앉은 오지윤은 그 중년 남자가 어쩐지 낯이 익었다.그녀는 애써 떠올리려고 했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러다 다시 좌석에 기대어 계속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머릿속이 번쩍였다.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한바탕 검색을 하였고, 끝내 그 남자의 사진을 찾아냈다.TL 그룹 전무이사, 하우진.“국장님은 어떻게 하우진과 알고 지내는 사이지? 그것도 이렇게 남몰래 은밀하게 회원제 클럽에서 따로 만나고?”오지윤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 후, 그녀는 갑자기 뭔가 뇌리를 탁 스치고 지나갔다. 그 생각에 그녀는 멍해졌고, 이내 직업적인 센스로 모종의 연결점을 찾았다.“설마 정소희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언론인으로서 그녀도 당연히 TL 그룹과 KP에서 첨단 상권을 따내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혹시, TL 그룹에서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말인가?오지윤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그녀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인데 멀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하지만 직업본능으로 그녀는 이대로 손을 터는 게 너무 아쉬웠다.오지윤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술을 깨물고 차에서 내려 클럽을 향해 걸어갔다.“누구를 찾으십니까?”문 앞에서 어떤 사람이 그녀를 막아섰다.오유진은 자신의 기자증을 꺼내 보이며
오지윤은 깜짝 놀라 말했다.“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지나가는 중이었어요.”그렇게 말하며 오지윤은 급히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한발 먼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팔을 붙잡고 잽싸게 그녀의 휴대전화를 가로챘다.“뭐 하는 거야, 내놔!”오지윤은 황급히 소리쳤다.그 남자는 한 손으로 오지윤을 꽉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에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다.바로 그때 고전엽과 하우진이 기척을 듣고 방에서 나왔다.“네가 여길 뭐 하러 왔어?!”고전엽은 오지윤을 보자 순간 노여워 호통을 쳤고, 하우진은 음침한 얼굴로 그 옆에 서 있었다.오지윤은 옴짝달싹 못 하게 되자 할 수 없이 말했다.“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는데요.”“지나가던 길? 하필 여길 지나가?”고전엽은 당연히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오지윤을 잡고 있던 남자는 이때 휴대전화를 하우진한테 건넸다.하우진은 그 안의 동영상을 보고 고전엽한테 넘겨주며 말했다.“국장님, 동영상도 찍었네요.”고전엽은 그걸 보더니 노발대발하며 영상을 먼저 지우고 오지윤한테 욕사발을 퍼부었다.“이런, 제기랄. 감히 날 미행해? 너 이 바닥에 발을 그만 붙이고 싶어?!”“국장님, 저한테 맡기시죠. 다시는 입을 못 열게 만들겠습니다.”하우진이 음험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자 오지윤을 잡은 그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힘을 점점 더 세게 가하였다.고전엽은 그 상황을 보고 얼른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이깟 일로 그 큰 소란을 피울 것까지야.”하우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그제야 그 남자한테 그만두라고 눈치를 주었다.남자가 목을 조른 손을 놓자, 오지윤은 얼굴이 온통 뻘건 채로 캑캑거리며 숨을 겨우 돌렸다.고전엽은 그녀의 휴대전화를 옆에 있는 분수대에 훌러덩 내던지고 차갑게 말했다.“이번 일을 한 글자라도 입 밖에 내면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알겠습니다, 국장님.”오지윤은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그때 하우진은 그녀 앞에 우뚝 서서 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어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