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집에 돌아가서 야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퇴근 후 차를 몰고 방송국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마침 고전엽의 차가 앞을 지나가며 반대편으로 향하는 걸 보았다.오지윤은 속으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저쪽은 고전엽이 집에 가는 길이 아니잖아.오지윤은 갑자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멀찍이 떨어져서 그 차를 따라갔다.그렇게 두 차가 앞뒤로 한 채, 한 고급스러운 클럽 문 앞에 도착했다.고전엽이 차에서 내리자 한 클럽 입구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나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차 안에 앉은 오지윤은 그 중년 남자가 어쩐지 낯이 익었다.그녀는 애써 떠올리려고 했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러다 다시 좌석에 기대어 계속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머릿속이 번쩍였다.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한바탕 검색을 하였고, 끝내 그 남자의 사진을 찾아냈다.TL 그룹 전무이사, 하우진.“국장님은 어떻게 하우진과 알고 지내는 사이지? 그것도 이렇게 남몰래 은밀하게 회원제 클럽에서 따로 만나고?”오지윤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 후, 그녀는 갑자기 뭔가 뇌리를 탁 스치고 지나갔다. 그 생각에 그녀는 멍해졌고, 이내 직업적인 센스로 모종의 연결점을 찾았다.“설마 정소희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언론인으로서 그녀도 당연히 TL 그룹과 KP에서 첨단 상권을 따내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혹시, TL 그룹에서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말인가?오지윤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그녀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인데 멀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하지만 직업본능으로 그녀는 이대로 손을 터는 게 너무 아쉬웠다.오지윤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술을 깨물고 차에서 내려 클럽을 향해 걸어갔다.“누구를 찾으십니까?”문 앞에서 어떤 사람이 그녀를 막아섰다.오유진은 자신의 기자증을 꺼내 보이며
오지윤은 깜짝 놀라 말했다.“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지나가는 중이었어요.”그렇게 말하며 오지윤은 급히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한발 먼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팔을 붙잡고 잽싸게 그녀의 휴대전화를 가로챘다.“뭐 하는 거야, 내놔!”오지윤은 황급히 소리쳤다.그 남자는 한 손으로 오지윤을 꽉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에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다.바로 그때 고전엽과 하우진이 기척을 듣고 방에서 나왔다.“네가 여길 뭐 하러 왔어?!”고전엽은 오지윤을 보자 순간 노여워 호통을 쳤고, 하우진은 음침한 얼굴로 그 옆에 서 있었다.오지윤은 옴짝달싹 못 하게 되자 할 수 없이 말했다.“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는데요.”“지나가던 길? 하필 여길 지나가?”고전엽은 당연히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오지윤을 잡고 있던 남자는 이때 휴대전화를 하우진한테 건넸다.하우진은 그 안의 동영상을 보고 고전엽한테 넘겨주며 말했다.“국장님, 동영상도 찍었네요.”고전엽은 그걸 보더니 노발대발하며 영상을 먼저 지우고 오지윤한테 욕사발을 퍼부었다.“이런, 제기랄. 감히 날 미행해? 너 이 바닥에 발을 그만 붙이고 싶어?!”“국장님, 저한테 맡기시죠. 다시는 입을 못 열게 만들겠습니다.”하우진이 음험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자 오지윤을 잡은 그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힘을 점점 더 세게 가하였다.고전엽은 그 상황을 보고 얼른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이깟 일로 그 큰 소란을 피울 것까지야.”하우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그제야 그 남자한테 그만두라고 눈치를 주었다.남자가 목을 조른 손을 놓자, 오지윤은 얼굴이 온통 뻘건 채로 캑캑거리며 숨을 겨우 돌렸다.고전엽은 그녀의 휴대전화를 옆에 있는 분수대에 훌러덩 내던지고 차갑게 말했다.“이번 일을 한 글자라도 입 밖에 내면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알겠습니다, 국장님.”오지윤은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그때 하우진은 그녀 앞에 우뚝 서서 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어 고개를
“국장님,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 일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을 거고요.”오지윤이 억울해서 말했다.고전엽은 그런 그녀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이게 너한테 주는 처벌이야. 하기 싫으면 네 발로 나가.”오지윤은 너무 화가 났다. 분명 자기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런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억울하고 분했다.“이것만 기억해. 네가 여길 떠나면 서경시 전체, 심지어 전 진무도에서까지 다시는 이 바닥 방송업계에 발도 못 들여놓을 거야. 알아들었어?”“국장님, 제가 이미 시말서도 썼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시말서 한 장으로 끝날 줄 알았어?”고전엽은 화를 벌컥 냈다.“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살아남을 수나 있었을 거 같아?!”이 말을 들은 오지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녀는 기자증을 책상 위에 팽개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그만둘게요, 그럼! 뭐 대수라고! 기자 못하면 짜장면 배달이나 하면 되죠, 그렇다고 내가 굶어 죽기까지 하겠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억울한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방송국을 떠나 집으로 가버렸다.고전엽은 노기가 잔뜩 한 얼굴로 욕지거리했다.“젠장, 언제까지 그렇게 박박 대드나 보자. 언젠가는 고분고분 돌아와서 나한테 빌 날이 있을 거야.”그리고 잠시 후, 그는 비서를 불러들였다.“배향미를 좀 오라고 해.”“네, 국장님.”“아, 그리고, 오지윤 사직 보고서에 심각한 직무 유기로 인해 회사에서 해고당했다고 써.”“알겠습니다.”비서가 나가자, 고전엽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오지윤이 방송 사업에 열정이 많아 미련을 못 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력서에 이런 한 줄을 보태고 자신의 인맥까지 합치면, 그녀가 진무도에서 같은 부류의 직장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나중에 갈 길이 없게 되면 또 자신을 찾게 될 거고, 그때 가서 그는 오지윤한테 어떤 대가를 치러야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게 될지 똑바로 보여줄 것
남지유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지금 우리 KP에 이런 구린 수를 쓸 상대는 TL 그룹밖에 없어요. 지금 한창 경쟁이 불붙었을 때잖아요.”“TL 그룹이?”이민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송국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는 TL 그룹밖에 없다고 봐요. 평소 같았으면 저희 KP를 상대로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겠어요.”이민혁은 그 말을 듣고 방안에서 서성거리면서 뭔가 고심하고 있었다.이때 안수연이 말했다.“정소희와 방송국 둘 다 문제 있어요. 하지만 정소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저흰 증거가 없으니 곤란하네요.”“그렇지만 방송국에서 보는 눈이 한둘도 아니고, 털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사람 시켜 방송국에 가서 좀 알아보면 혹시나 무슨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서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그 말에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좋겠어. 근데 어떻게 알아봐, 누굴 시켜서?”“그건 쉬워요. 제가 홍보팀에 전화해서 방송국에 아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무슨 냄새나는 일이 없었는지?.”서원이 말했다.이때 남지유가 급히 입을 열었다.“크게 떠벌리면 그 사람들이 오히려 냄새 맡을 수 있어.”“그러면 이렇게 해요.”서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제가 그들한테 사적인 관계를 통해 내부 사람을 찾아서 은밀히 알아보라 할게요. 그러면 혹시 뭐가 나올지도 모르니까.”그 말에 남지유는 머리를 끄덕였고 이민혁도 다른 의견이 없어 보여 서원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서원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단서를 찾았어요.”“뭔데?”남지유가 얼른 물었다.“홍보팀 한 직원이 서경 방송국에 있는 배향미라는 대학 동기한테 물어봤대요. 그 배향미는 이 기사가 처음엔 신인 수습기자인 오지윤이 맡아서 취재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된 건지 오지윤은 국장한테 해고당하고 국장이 자기한테 이 기사를 넘겨줬대요. 그 여자는 그저 고전엽 국장 지시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그러고요. 그리고 그 여
“공수처에서 나왔습니다. 오지윤 씨 계세요?”오지윤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빵을 내려놓고 집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반듯한 차림의 세 사람이 서 있었다.그중 제일 상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김춘재라고 합니다.”“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오지윤은 갑자기 그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해고까지 됐는데 더 어쩔 셈이에요?!”오지윤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김춘재는 얼른 그녀를 달랬다.“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그저 고전엽 국장에 대해 알아보러 왔습니다. 오지윤 씨를 조사하러 온 게 아니고요.”“고전엽이요?”오지윤은 얼떨떨해서 물었다.김춘재가 고개를 끄덕이면 답했다.“맞아요, 저희는 고전엽 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상황을 조사하러 왔습니다.”오지윤은 그 말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아무것도 몰라요.”오지윤은 고전엽이 이 바닥에서 입김이 꽤 세다는 걸 알고 있다. 홀로 서경에서 밥벌이하는 그녀가 건드릴 만한 인간이 아니니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어제까지만 해도 하우진한테서 목숨이 위협당했었는데, 입도 뻥끗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김춘재는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오지윤 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고전엽을 신고한 사람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고전엽은 꼭 처벌받을 겁니다.”김춘재의 말뜻은 매우 간단명료했다.신고한 사람의 신분 지위로, 고전엽이 문제가 있든 없든 막론하고 그를 잡아넣는 것은 이미 정해졌단 얘기였다. 그러니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서경에서 사는 것이 고단해질 거라는 협박도 들어있었다.오지윤은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로 김춘재를 쳐다보았고, 김춘재는 그녀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며 숨기지 않고 말했다.“신고자는 서영광 총독님의 자제분입니다. 뭘 의미하는지 아시겠어요?”“헉!”오지윤은 놀란 숨을 들이켰다.서영광 총독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의 아들이 실명 제보를 했
고전엽은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의원님, 공수처에서 절 찾아왔습니다.”건너편에서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도록 해. 자네 와이프랑 아이도 있지 않은가. 그들 생각도 해야지, 안 그래?”말을 마치자 그는 전화를 끊었고, 인제야 고전엽은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윗사람은 자기를 위해 나설 의사가 전혀 없고, 오히려 경고하는 의미가 다분한 말만 남겼다.자기가 입을 잘못 놀렸다간 가족들도 봉변당할 참이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 위에 있는 그 분도 권세라면 누구한테 빠지지 않을 분인데, 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인지...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었던 건, 서원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소식을 윗분들은 일찌감치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만 빠져나가도 천만다행인데, 고전엽을 챙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고전엽은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려 넋이 나가 버렸다.이때 김춘재가 힘 있게 지시를 내렸다.“데려가! 사무실을 차압하고 수색을 시작해!”“네.”수하들이 대답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료를 있는 족족 쓸어 담고 고전엽한테는 수갑을 채웠다.고전엽이 잡혀간다는 소식이 퍼지자, 방송국은 발칵 뒤집혔다.그가 수년간 이곳에서 갑질을 해 온 탓에, 그의 몇몇 심복들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여태껏 화를 삼키며 눈치만 보면서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축제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왜 잡혀가는지 알지 못하였다. 대체 누구길래 이만한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바로 그때, 배향미가 나서서 잡혀가는 고전엽에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고 국장, 당신도 오늘 같은 날이 다 있네?”“너, 너 무슨 뜻이야 그게?”고전엽은 아직까지도 대꾸할 기운이 남아있었다.배향미는 입술을 가리며 호호 웃었다. 그녀는 이번에 위에서 전달이 내려온 만큼 고전엽은 이제 끝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받았던 수모를 돌려줄 수 있는 날이 왔으니 절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고전엽
잠시 후, 하우진의 사무실에는 클럽에서 오지윤을 붙잡았던 그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들어왔다.하우진은 의자에 기대어 최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도현아, 너 나랑 이제 몇 년이지?”“4년 됐습니다, 전무님.”“4년이라...”하우진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또 말했다.“내 지금 어려움에 좀 처했어. 그룹의 골칫거리이기도 한데, 네가 좀 나서야 되겠다.”“말씀하십시오, 전무님.”“고전엽을 죽여. 그가 아직 구치소는 아니고 유치장에 있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하우진은 냉랭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오늘 밤에 가겠습니다.”“그래, 수고 좀 해.”“다른 일이 있으십니까, 전무님?”“당분간은 없어. 일 끝나고 나면 2억, 그리고 한 달간 동안 휴가다.”“감사합니다, 전무님.”최도현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나갔다.하우진은 길게 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먼저 고전엽을 해결하고, 그다음 정소희를 해치워야 한다.만약 고전엽을 살해하는 데 실패하면 정소희를 죽일 필요도 없다. 고전엽이 안 죽으면 정소희를 해치워도 별 의미가 없고 살인죄만 추가 될 뿐이다.최도현은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건물 꼭대기 층인 김지현의 사무실로 올라가 비서한테 말했다.“대표님을 좀 뵈어야겠습니다.”비서는 최도현을 힐끗 보고 전화를 눌러 말했다.“대표님, 최도현 씨가 뵙길 원합니다.”“들어오라고 해요.”비서가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어주자, 최도현은 천천히 안에 들어갔다.김지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최도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하 전무님께서 저더러 고전엽을 죽이라 시키셨습니다.”“허허.”김지현은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우린 합법적 기업인데 그 사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김지현은 그를 힐끔 보고는 담배 연기를 후 불며 말했다.“하우진 밑에서 몇 년 됐지?”“4년 됐습니다.”“고작 4년 됐다고 제 밑에 사람인
문이 열리자마자 몇 명의 우람진 덩치의 남자들이 뛰어 들어와 그녀를 에워쌌다.“뭐 하는 거야?”상황이 잘못된 걸 알아차린 정소희는 소리를 질렀다.앞장선 한 젊은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몸 뒤져봐.”“뭐야, 뭐 하는 거야?”정소희는 큰소리로 저항했지만, 뺨을 두 번 얻어맞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그들은 그녀의 온몸을 뒤져 다른 통신수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만두었다.정소희는 전전긍긍하며 앞장서고 있는 젊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그녀와 비슷한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두 팔에는 타투로 알록달록했다.그를 따라온 몇몇 사람들도 하나같이 용이나 호랑이 문신이 몸에 새겨져 있었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희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정소희는 겁에 질려 물었다.그 젊은 남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알 거 없고, 고생하지 않게 얌전히 있어.”정소희는 그 말에 더 겁을 먹고 가만히 있었다“여기 괜찮은데, 이웃도 없고 외진 곳이라,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겠다.”젊은 남자는 말하다가 웃었다.정소희는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하므로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찾아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좀 외딴곳에 세를 들었는데, 오히려 여기가 더 위험한 곳이 될 줄은 몰랐다.“철이 형님, 여기도 좋습니다. 제가 술 좀 사 올게요. 천천히 마시면서 형님 전화 기다립시다.”철이 형님이라 불리는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서 사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까 많이 사.”......해호섬.남지유는 매우 급히 이민혁의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정소희한테 일이 좀 생겼어요.”한창 명상 중이었던 이민혁은 눈을 뜨고 물었다.“무슨 일?”“사건 발생 후부터 정소희한테 줄곧 사람을 붙여 지켜봤는데, 어젯밤에 퇴원해서 집에 돌아간 후에 어떤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나서는 지금까지 집에서 안 나왔어요.”남지유가 설명했다.이민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 여자 주소 나 줘요, 내가 당장 갔다
남지유가 반쯤 잠든 채로 계속 뒤척이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이민혁의 몸이 반응했다.순간, 이민혁은 남지유를 안고 방에 가서 그녀를 덮치고 싶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멈칫했다.애초에 그의 수련 공법에 큰 문제가 있었기에 만약 체질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거기에 지금 혈신교 일까지 더해졌다.혈신교의 사도조차도 이렇게 강한데 그들의 보스는 더 강할 것이다.지금 혈신교와는 철천지원수가 되었으니, 그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민혁 본인도 편히 있지 못할 것이다.이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남지유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혹시라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남지유는 하루아침에 과부가 되지 않겠는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력으로 남지유의 영혼을 쓰다듬어 그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뒤, 그녀를 번쩍 안아서 안방의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까지 잘 덮어줬다.그러고는 거실로 나와서 잡념을 떨치고 명상을 시작했다....해골의 땅,두개골 왕좌에는 거대한 남자가 여전히 조각상처럼 비스듬히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두개골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또다시 왕좌 앞에 서서는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존경하는 피의 지존님, 제7 사도의 영혼의 불이 꺼졌습니다. 체내에 있던 피의 알도 신호가 끊겼습니다.”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거대한 그림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충분히 거대한 강자가 나타났나 보군.”“그런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지존님.”또 한참의 침묵이 끝나고 그림자가 말했다.“제9 사도더러 가라고 하게. 피의 알도 하나 가지고 가라고 해.”“피의 알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제9 사도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요?”노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싸우러 가라는 게 아니라 그 강자를 찾아서 피의 알을 전해주라는 뜻이야.”“네? 그 이유가 뭐죠? 그건 우리의 성물입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어요.”노인이 이해되지 않는
마설현도 급히 이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빠, 괜찮아요?”전화를 받자마자 마설현이 다급히 물었다.“괜찮아. 거기 사장이 나랑 친해서 얘기 좀 하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마설현이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다행이네요. 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요.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우리 오빠한테 뭐라고 해요.”“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시에서는 좀 힘이 있으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내가 꼭 해결해 줄 테니까.”“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가 괜찮다니 이제 됐어요.”“그래. 안녕.”“안녕.”전화를 끊은 마설현의 마음속에는 작은 의혹이 생겼다.(듣고 보니 오빠 말처럼 민혁 오빠의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 근데 민혁 오빠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오빠도 말해주지 않고, 참 이상하네.)그때, 백수민이 상심한 얼굴로 들어왔다.김하늘이 물었다.“왜 그래?”“연락이 안 돼. 전화가 아예 꺼져있어.”백수민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우하영이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고 대표님같이 높으신 분이 무슨 일이 있겠어. 내가 걱정하는 건, 민혁 오빠가 이렇게 난리를 쳐서 만약 고 대표님이 화가 나시면 앞으로 다들 가깝게 지내지 못할 게 뻔하잖아.”백수민이 마설현을 보며 말했다.마설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마설현은 흥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화장을 지우러 갔다. 누가 봐도 그녀는 마설현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필경 고기명은 그녀 마음속의 황금알 낳는 거위니까.이민혁은 막 해호도에 도착하자마자 안수연의 연락을 받았다.안수연이 웃으며 말했다.“덕분에 또 한 건 했네요.”“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줘 봐.”이민혁이 대답했다.“걱정 하지 마세요. 이제 밥 살게요.”“그 약속 언제 지키는지 기다릴게.”말을 마친 이민혁이 전화를 끊고 자기 방으로 향했다.(앞으로 고기명 패거리는 설현이를 건드릴 생각을 못 하겠지.)이민혁이 허허 웃고는 방
유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 사람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너희들이 대단하신 선배님도 못 알아보고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선배님이 너희들의 한쪽 다리만 부러뜨리라고 하지 않았으면 오늘 내 손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었을 거야!”고기명은 유천이 계속 다가오자, 무서움에 말까지 더듬었다.“유 사장, 당신 나한테 손대기만 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유천은 망설이지 않고 고기명의 복부를 가격했고, 그 충격으로 고기명은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움츠렸다.유천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곧이어 이민혁의 명령대로 고기명의 한 쪽 다리를 사정없이 부러뜨렸고, 고기명은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노호와 석한 또한 놀란 표정으로 한순간 제압당한 고기명을 바라보았다.다음 순간, 유천은 두 명의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들은 노호와 석한을 단번에 제압해 버렸다.유천은 주저 없이 그들한테 다가가서 한 쪽 다리를 밟아 부러뜨렸다.고기명과 친구들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모두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울부짖으며 식은땀을 흘렸다.유천은 이민혁의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한 후, 또다시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께서 시키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제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그러자 이민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괴로운 얼굴로 고통을 호소하는 고기명과 친구들에게 다가갔다.“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의견이 없지만 설현이를 괴롭히거나 귀찮게 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의 의미로 다리 하나만 부러뜨렸지만, 다시 내 귀에 이런 일이 들리면 각오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에 겁나서 고개만 끄덕였다.이민혁은 고기명의 주위에 떨어진 파란 알약에 시선이 갔고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면서 물었다.“그녀들한테 감히 이런 걸 먹이려고?”고기명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설명했다.“그냥 저희끼리 먹으려고 가지고 다녔을 뿐, 그녀들에게 먹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내 생각
유천은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기며과 친구들이 VVIP였기 때문에 이민혁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 전까지는 움찔해서는 안 되고 최대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민혁은 담담하게 유천에게 자기 신분을 말했다.“잘 들어! 장호를 주먹으로, 민경호를 칼로 베어 죽인 사람이 바로 나야! 이제 내 정체를 알았으니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일에 내가 나선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고기명과 친구들은 이민혁의 말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가 더욱 오만한 태도로 나오는 것이 더욱 맘에 들지 않아 유천에게 따졌다.“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정신이 어떻게 된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네!”“유 사장,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으니 빨리 처리해!”그들은 이민혁의 싸움 실력을 본인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겁다는 걸 알기에 유천이 빨리 나서서 처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유천은 전에 장호와 민경호가 모두 이씨 성을 가진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민혁의 말이 사실임을 알기에 얼굴이 창백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는 이민혁이 소문으로 들었던 그 젊은이라면 네 사람이 결코 무사하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민혁은 얼굴이 창백해진 유천을 보고는 웃으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물었다.“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한테 연락해서 확인까지 시켜줘야 하나?”이때 유천은 겁에 질린 얼굴로 갑자기 이민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선배님, 잘못했습니다. 아까는 제가 눈이 멀어서 높으신 분한테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유천은 이민혁이 민씨 가문의 현 수장인 민준까지 안다는 걸 보면 그 전설 속의 인물이 틀림없는 것 같아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기명과 친구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유천이 갑자기 몇 마디에 무릎까지 꿇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고기명이 먼저 멀뚱멀뚱 유천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유
이민혁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넌 또 누구야?”유천은 어이없는 듯 웃었다.“서경에서 나 유천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유천? 처음 들어보는데?”유천은 그 말에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좋게 해결하려고 했더니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면 나도 더 이상 못 참지!”고기명도 이민혁의 도발에 더욱 화가 났다.“유 사장, 당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유천은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장사꾼인지라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 차갑게 말했다.“고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거야? 당장 이분들한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여기서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도록 만들 테니까 조심해!”이민혁도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사과? 먼저 건방지게 행동하면서 다른 사람 심기를 건드린 건 저놈들인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 하지? 당신이 저놈들 정신 차리게 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그렇지 않다면 네 사람 모두 다시는 서경에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하게 될 거야!”고기명과 친구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유천에게 한마디씩 했다.“유 사장, 건방지게 떠드는 걸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아?”“유 사장, 처리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저놈이 다시는 건방진 말을 못 하도록 당장 처리해!”하지만 유천은 오랫동안의 사업 경력으로 보아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반응하는 이민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이민혁을 떠보기로 마음먹었다.“젊은이, 쓸데없는 유혈 사태는 피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이 강호 쪽 사람이라면 얼른 이름을 말해.”이민혁은 그 말에 유천을 더 비웃었다.“당신 보아하니 강호 쪽 사람인 것 같은데 어디 함부로 겁도 없이 내 이름을 묻는 거지?”유천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당신 설마 민씨 가문에 대해서 아는 거야? 장호에 대해서 아는 거야?”“그럼, 네가 민씨 가문의 사람인 건가?”하지만 유천은 쉽게 답할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 민씨 가문이 정씨 가문,
고기명은 마설현이 계속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더 이상 볼 것 없으니 그냥 때려!”그 말에 노호와 석한은 술병을 집어 들고 이민혁을 에워쌌다.마설현은 놀라서 소리쳤다.“뭐 하는 거야! 경찰에 신고할 거야!”백수민은 마설현을 끌고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너 미쳤어? 그냥 겁주는 거잖아! 설마 무슨 일 있겠어? 학교에 알려지면 복잡해지니까 빨리 돌아가자!”그녀들이 나가자, 이민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친구 여동생 앞이라 너희들 체면을 세워줬더니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까부는 거야?”그 말에 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고기명은 화를 내면서 술병을 깨뜨렸다.“제기랄, 아무것도 아닌 놈이 죽지 못해서 안달 났네!”이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발로 고기명을 구석으로 걷어차 버렸고, 소파에 천천히 걸터앉으면서 말했다.“이놈들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뛰네!”노호와 석한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멍해 있었고, 고기명은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 쥐면서 발악했다.“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끝났어!”“그래, 네가 뭘 하든 기꺼이 상대해 줄게.”이민혁은 남자들이 돈만 믿고 싹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소롭게만 느껴졌다.이때, 고기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군가에게 급히 연락했다.“유 사장, 내가 황족 노래방에서 어디서 나타난 건지도 모르는 놈한테 맞았는데 당신은 지금 어디서 뭐 하는 거지?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줄 알아!”잠시 후, 고기명은 전화를 끊고 이민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넌 끝났어! 오늘 널 내 앞에 무릎 꿇게 못 하면 내가 네 성을 따르지.”“하하하! 난 너같이 재수 없는 아들을 둘 생각이 없는데?”고기명은 계속되는 비꼬는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딱 기다려! 유 사장이 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고!”“유 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너 같은 놈이 알 수가 없지! 유천이라고 황족 노래방의 대표이자 서
고기명은 썩은 웃음을 한번 짓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서경에서 누가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내가 만든 자리를 망치려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그러자 백수민이 마설현에게 말했다.“설현아, 네 맘은 알겠지만 더 이상 고 대표님 심기 건드리지 말고 빨리 보내.”백수민은 고기명과 친구가 된 반년 동안 그의 주변 부자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그에게서 값비싼 선물과 돈도 받았었다.그녀는 젊고도 돈 많은 부자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해서든 고기명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은 인생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백수민은 갑자기 나타난 이민혁 때문에 고기명의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그녀는 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별 볼 일 없는 이민혁을 감싸고 도는 마설현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설현은 끝까지 방을 나가려고 했다.“됐어, 민혁 오빠랑 먼저 갈 테니 재밌게 놀아!”마설현과 이민혁이 방을 나가려고 일어서자, 석한이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이민혁 씨, 오늘 당신이 두 발로 방을 빠져나간다면 내가 당신 성을 따르지.”마설현은 그의 선포에 놀랐다.“뭐 하려는 거야?”노호도 덩달아 일어나면서 소리쳤다.“네가 막무가내로 나오는데 우리도 네 체면을 세워줄 필요 없는 거 아니야?”그러자 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설현아,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너 먼저 가.”백수민은 당당한 이민혁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웃겨! 당신이 뭐라고 여기를 맡기고 가라는 거죠?”마설현은 무례한 백수민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민혁 오빠, 안 돼요! 같이 가야죠!”고기명은 계속되는 고집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설현, 그만해! 수민이만 아니었으면 진작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이때 김하늘과 우하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일어나서 말렸다.“설현아, 그만해! 고 대표님도 진정하시고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헤어지고 다음에 기분 좋게 또 마셔요.”백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마설현의 말에 세 남자는 서로를 한 번 쳐다보았다.노래를 부르던 남자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면서 이민혁에게 물었다.“설현이 친구면 뭐라고 불러야죠?”“이민혁입니다.”그러자 백수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마설현에게 말했다.“마설현, 사람이 왔으면 네가 소개를 해줘야지.”“아는 사이에 그냥 놀면 되지 무슨 소개가 필요해.”백수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민혁에게 말했다.“그러면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이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수민은 노래를 부르던 남자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분은 JS그룹의 고기명 대표님이신데 자신이 600억 원 정도 되고 저와는 오래된 친구 사이입니다.”“고 대표님, 안녕하세요.”이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고, 고기명은 그저 웃기만 했다.“그리고 이분은 HT그룹 노호 사장님이시고 연봉이 6억 원 정도 되십니다.”“노 사장님, 안녕하세요.”“마지막으로 이분은 음료를 만드는 에너지 회사의 석한 대표님이시고 연간 매출이 100억 원이 넘습니다.”“석 대표님, 안녕하세요.”백수민은 소개를 하면서 자기가 이러한 고위계층의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어깨가 으쓱했다.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고기명이 물었다.“이민혁 씨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지금은 별일 없이 한 기업의 잔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이민혁은 KP그룹에서 아직 제대로 된 직함이 없어 잔심부름을 해준다고 말했다.고기명은 그를 비웃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테이블 위의 양주 몇 병을 가리켰다.“이민혁 씨, 테이블 위에 있는 이 술들이 가격이 얼마인지 아시나요?”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더니 말했다.“글쎄요, 제가 양주는 잘 안 마셔서 모르겠네요.”고기명은 계속 비꼬면서 말했다.“양주 몇 병에 600만 원 이상이 나오니까, 오늘 전체 소비가 적어도 1000만 원은 나오겠네요.”이민혁은 고기명의 돈 자랑에도 끄떡없이 웃으면서 말했다.“역시 사장님들이라 그런지 규모가 남다르시네요, 대단하세요!”이민혁이 살짝 비꼬면서 말하자, 고기명의 얼굴이 급
남지유는 이민혁에게 퉁명스럽게 물었다.“민혁 씨, 또 무슨 일이에요?”이민혁은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마장현의 여동생이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그녀는 얼굴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면서 이민혁의 팔을 붙잡았다.“그래요, 선영이랑 좋은 시간 보냈으니, 이제는 대학생을 만나러 가는 건가요?”이민혁은 그녀의 말이 황당하기만 했다. “무슨 소리예요? 친구 동생일 뿐이에요.”남지유는 이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계속 물었다.“그럼, 중해에서 선영이랑 무슨 일 있었던 거죠?”이민혁은 황급히 답했다.“맹세하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선영이도 민혁 씨랑 같은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명색에 연예인이잖아요.”이민혁은 몹시 당황했지만, 더 이상의 해명을 하지 않고 급하다는 핑계로 빠져나왔다.“설현이가 지금 급하다고 연락이 와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남지유는 이민혁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선영이 이민혁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민혁이 중해에 가 있던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속 시원하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엄청 괴로웠다.이민혁의 공식 여자 친구로서 항상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들을 대하고 싶어도 엄청난 능력과 매력을 겸비한 이민혁을 여자들이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신경 쓰이고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럼에도 남지유는 자기의 선택을 원망도 후회도 할 수 없었고 이민혁을 믿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녀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파에 누운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이민혁은 떠나기 전, 그는 마설현에게 문자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마설현의 말로는 백수민이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 자기를 포함한 세 명의 룸메이트를 데리고 나갔고 백수민의 친구들이 2차로 기어코 노래방을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고 했다.하지만 과음으로 인해 수위와 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