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월은 한숨을 쉬고는 떠나갔다.이민혁은 특별히 병원 입구에서 과일 세트를 사 들고 병원으로 들어갔다.같은 시각 침대에 누워있는 정소희는 떠오르는 웃음을 좀처럼 숨기지 못했다. 이 일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돈을 넘겨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이지 일거양득이었다.게다가 큰 권력을 쥔 사람이 그녀를 지켜준다고 했다. 2억 원이나 갖다준 상대방은 틀림없이 높은 신분일 테니, 그가 한 말도 믿음직할 것이었다. 그녀는 이제 무서울 게 없었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 하면 일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이때 이민혁이 과일 세트를 들고 들어와 그녀 앞에 섰다."정소희?"정소희는 이민혁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한 줄기 당황스러움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금세 회복하고는 말했다."왜 찾아오셨죠?"이민혁은 과일 세트를 내려놓고 창가의 의자에 앉아 천천히 말을 꺼냈다."내가 누군진 알죠? 당신이 올린 영상이 제게 큰 손해를 끼쳤어요. 해명했으면 좋겠는데."정소희는 영상을 편집할 때 그를 보았기에 상대방이 누군지 한 번에 알아봤다. 하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좋게 흘러갔기에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인정하기만 하면 본인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 것이었다!정소희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누구세요? 절 협박할 생각 마세요. 전 무섭지 않아요.""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무도 협박하지 않아요. 진실을 말했으면 하는 것뿐이에요. 이렇게 하면 당신 마음이 편해요?""돈 있고 권력 있다 해서 사람을 괴롭혀도 되는 거예요? 전 무섭지 않다고요."이민혁은 어이가 없었다. 대체 왜 이러지?한참 후 이민혁이 천천히 말했다."계속 절 모함하면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아직 젊은데, 바르게 살아야죠."또 협박하시는 거예요? 전 무섭지 않다고요. 절 죽이지 않는 한 전 꼭 당신을 폭로할 거예요."이민혁의 표정이 싸늘해졌지만 이내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기어이 고집을 꺾지 않으시네요?""제가 잘못했나요? 당신 같은 사람은 폭
정소희는 이 광경을 보고 기뻐 미칠 것 같았다. 관심도가 계속 높아진다면 구독자가 얼마나 오를지 몰랐다. 그럼 자연스럽게 돈도 많이 벌겠지?집에 돌아온 이민혁은 안수연과 서원이 거실에서 남지유와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에게 물었다."뭐 하러 왔어?"서원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됐지, 일이 커졌다며.""크면 얼마나 크다고 그래, 신경 쓰지 마."이민혁이 자리에 앉자 남지유가 찻잔을 건네며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이 학생, 내 앞에서도 거짓말을 하더군요. 너무하게.""그럴 줄 알았어요. 요즘 애들은 일 처리를 할 때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이때 안수연이 말했다."안심하세요. 기술팀에게 정소희 차량 블랙박스의 유심칩 수리를 맡겼습니다. 얼마 안 걸려 데이터가 복원될 겁니다. 원본 영상이 공개되면 뜬소문은 자연히 없어질 거고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심칩을 고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었다.안수연이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내일 경찰이 병원에 가 정소희를 심문할 겁니다. 정소희의 책임이라는 게 밝혀지면 여론은 잠잠해질 거예요."이민혁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정소희가 계속 고집부리면 어떡하죠?""안심하세요, 현장 감식을 통해 정소희의 책임이라는 건 이미 밝혀졌어요. 다만 그녀가 병원에 있기에 심문을 미룬 것뿐입니다. 아무리 고집부려도 증거 앞에서는 소용없어요."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요. 며칠 기다려봅시다. 어차피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어요."이때 남지유가 말했다."대표님, KP정보팀의 말에 의하면 포레 주택 단지가 이미 들통났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이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야 상관없었지만 남지유는 여성이기도 했고, KP의 대표이기도 했기에 어떤 일도 생겨서는 안 됐다.이때 서원이 말했다."정소희 너무하네. 형님, 제가 경고라도 할까요?""뭘 또 그렇게까지 해, 아직 학생이야. 가서 협박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하지만 그 애
이민혁과 남지유는 깜짝 놀랐다. 안수연이 왜 이렇게나 건방지게 말하지?서원은 벌떡 일어나더니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너한테 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난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아. 한 번만 더 큰소리치면...""어허?"안수연이 일어나 주먹을 꽉 쥐고 냉소했다."맞을 만큼 맞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리 와, 얼마나 대단한지 보게!"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주먹다짐을 할 듯했다.이민혁은 상황 파악을 못한 채 일단 말리고 보자는 생각으로 말했다."어어, 뭐 하는 거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어릴 적부터 나만 괴롭히고, 이제 못 참겠어!"서원이 씩씩거리며 소리쳤다."어릴 적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제 사촌 누나예요. 주먹 좀 쓴다고 절 진짜 많이 괴롭혔어요."이민혁은 이 소리를 듣고는 박장대소했다. 두 사람이 이런 관계였을 줄이야.남지유가 안수연을 끌어앉히고 웃으며 말했다."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싸워?"안수연은 이겼다는 표정으로 앉아 서원을 농락했다. 서원은 화난 눈초리로 응수했다.이민혁이 웃으며 말했다."안 팀장, 어린 나이에 어떻게 부팀장까지 맡았나 했더니 이런 빽이 있었군.""대표님, 저 경찰학과 석사입니다. 국가대표이기도 하고요. 부팀장 직을 맡은 건 인맥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안수연이 조금은 서운한 듯 말했다.이민혁은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대단하군. 서원이 말이야. 빨리 앉아. 수행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설치는 거야? 넌 아직 안수연한테 안 돼."서원은 방금 수행을 시작한 지라 일반인보다 아주 조금 힘이 센 수준이었다.하지만 안수연은 국가대표이고, 격투술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았다. 전투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서원과는 차원이 달랐다.투지가 끓어오르던 서원은 그 말을 듣자 금세 차게 식은 채 풀이 죽어 이민혁의 옆에 앉아있었다. 안수연은 더욱 득의양양했다.이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남지유도 작게 웃었다....다음 날 오전, 서경방송국 국장 고전엽의 사무실.고전엽은 사
“긍정적인 기사 말씀입니까?”오지윤은 의문스러워 물었다.“국장님, 저희 뉴스 하는 사람은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그러자 고전엽은 얼굴색이 확 가라앉으며 말했다.“시키는 대로 해. 정규직 전환하기 싫어?”오지윤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결국엔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국장님.”“오 기자, 기억해.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세상 물정을 알아야지. 말을 잘 안 듣는 친구는 직장생활 오래 하기 어려운 거, 알지?”고전엽이 말했다.오지윤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국장님.”“알면 됐어, 내가 나중에 또 기회를 많이 줄게. 그래, 가봐.”“감사합니다. 국장님.”오지윤은 국장 사무실을 나와 자신의 책상 앞에 다가가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장님의 말뜻은 즉 편향적 기사를 쓰라는 건데, 그건 그녀의 직업윤리와 맞지 않는다.한참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일단 인터뷰를 해보기로 하고, 카메라를 챙겨 병원으로 갔다.그 시각, 고전엽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TL 그룹에서 큰돈을 싸 들고 저를 찾아왔으니, 그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할 터.새로 온 오지윤은 그가 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친구다.젊으니까 확실히 좋아. 얼굴도 이쁘고, 활력으로 차 넘쳐 팔딱팔딱 뛰는 게, 저랑은 달랐다. 자신은 이제 생기가 없고 피로만 쌓이는 중년일 뿐.그러나 저런 여자의 몸 위에 타고 한바탕 달릴 수만 있다면야, 십 년은 젊어질 것만 같았다.오지윤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녀가 방송국에 있는 한 절대 못 벗어나지...여기까지 생각한 고전엽은 콧노래를 흥얼흥얼했다.한날한시, 오지윤은 카메라를 들고 병원으로 와 정소희를 찾았다.그때 병실에는 그녀 혼자만 남았는데 오지윤이 찾아온 용건을 얘기하자, 그녀도 매우 흔쾌히 승낙하고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전반 과정은 이러했다.정소희는 제네시스 차량이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의 차
그녀는 자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집에 돌아가서 야근해야겠다고 생각했다.퇴근 후 차를 몰고 방송국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돼, 마침 고전엽의 차가 앞을 지나가며 반대편으로 향하는 걸 보았다.오지윤은 속으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저쪽은 고전엽이 집에 가는 길이 아니잖아.오지윤은 갑자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멀찍이 떨어져서 그 차를 따라갔다.그렇게 두 차가 앞뒤로 한 채, 한 고급스러운 클럽 문 앞에 도착했다.고전엽이 차에서 내리자 한 클럽 입구에서 한 중년 남자가 나와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두 사람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차 안에 앉은 오지윤은 그 중년 남자가 어쩐지 낯이 익었다.그녀는 애써 떠올리려고 했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그러다 다시 좌석에 기대어 계속 생각을 하다가, 드디어 머릿속이 번쩍였다.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한바탕 검색을 하였고, 끝내 그 남자의 사진을 찾아냈다.TL 그룹 전무이사, 하우진.“국장님은 어떻게 하우진과 알고 지내는 사이지? 그것도 이렇게 남몰래 은밀하게 회원제 클럽에서 따로 만나고?”오지윤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 후, 그녀는 갑자기 뭔가 뇌리를 탁 스치고 지나갔다. 그 생각에 그녀는 멍해졌고, 이내 직업적인 센스로 모종의 연결점을 찾았다.“설마 정소희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언론인으로서 그녀도 당연히 TL 그룹과 KP에서 첨단 상권을 따내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면 혹시, TL 그룹에서 이번 일을 계획했다는 말인가?오지윤은 갑자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다.그녀로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인데 멀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하지만 직업본능으로 그녀는 이대로 손을 터는 게 너무 아쉬웠다.오지윤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술을 깨물고 차에서 내려 클럽을 향해 걸어갔다.“누구를 찾으십니까?”문 앞에서 어떤 사람이 그녀를 막아섰다.오유진은 자신의 기자증을 꺼내 보이며
오지윤은 깜짝 놀라 말했다.“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지나가는 중이었어요.”그렇게 말하며 오지윤은 급히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한발 먼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팔을 붙잡고 잽싸게 그녀의 휴대전화를 가로챘다.“뭐 하는 거야, 내놔!”오지윤은 황급히 소리쳤다.그 남자는 한 손으로 오지윤을 꽉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에 녹화된 영상을 확인했다.바로 그때 고전엽과 하우진이 기척을 듣고 방에서 나왔다.“네가 여길 뭐 하러 왔어?!”고전엽은 오지윤을 보자 순간 노여워 호통을 쳤고, 하우진은 음침한 얼굴로 그 옆에 서 있었다.오지윤은 옴짝달싹 못 하게 되자 할 수 없이 말했다.“그냥 지나가던 길이었는데요.”“지나가던 길? 하필 여길 지나가?”고전엽은 당연히 그 말을 믿을 리 없었다.오지윤을 잡고 있던 남자는 이때 휴대전화를 하우진한테 건넸다.하우진은 그 안의 동영상을 보고 고전엽한테 넘겨주며 말했다.“국장님, 동영상도 찍었네요.”고전엽은 그걸 보더니 노발대발하며 영상을 먼저 지우고 오지윤한테 욕사발을 퍼부었다.“이런, 제기랄. 감히 날 미행해? 너 이 바닥에 발을 그만 붙이고 싶어?!”“국장님, 저한테 맡기시죠. 다시는 입을 못 열게 만들겠습니다.”하우진이 음험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러자 오지윤을 잡은 그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힘을 점점 더 세게 가하였다.고전엽은 그 상황을 보고 얼른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이깟 일로 그 큰 소란을 피울 것까지야.”하우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그제야 그 남자한테 그만두라고 눈치를 주었다.남자가 목을 조른 손을 놓자, 오지윤은 얼굴이 온통 뻘건 채로 캑캑거리며 숨을 겨우 돌렸다.고전엽은 그녀의 휴대전화를 옆에 있는 분수대에 훌러덩 내던지고 차갑게 말했다.“이번 일을 한 글자라도 입 밖에 내면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알겠습니다, 국장님.”오지윤은 용서를 빌 수밖에 없었다.그때 하우진은 그녀 앞에 우뚝 서서 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밀어 고개를
“국장님,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 일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을 거고요.”오지윤이 억울해서 말했다.고전엽은 그런 그녀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이게 너한테 주는 처벌이야. 하기 싫으면 네 발로 나가.”오지윤은 너무 화가 났다. 분명 자기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런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억울하고 분했다.“이것만 기억해. 네가 여길 떠나면 서경시 전체, 심지어 전 진무도에서까지 다시는 이 바닥 방송업계에 발도 못 들여놓을 거야. 알아들었어?”“국장님, 제가 이미 시말서도 썼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시말서 한 장으로 끝날 줄 알았어?”고전엽은 화를 벌컥 냈다.“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살아남을 수나 있었을 거 같아?!”이 말을 들은 오지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녀는 기자증을 책상 위에 팽개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그만둘게요, 그럼! 뭐 대수라고! 기자 못하면 짜장면 배달이나 하면 되죠, 그렇다고 내가 굶어 죽기까지 하겠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억울한 눈물을 머금고 그대로 방송국을 떠나 집으로 가버렸다.고전엽은 노기가 잔뜩 한 얼굴로 욕지거리했다.“젠장, 언제까지 그렇게 박박 대드나 보자. 언젠가는 고분고분 돌아와서 나한테 빌 날이 있을 거야.”그리고 잠시 후, 그는 비서를 불러들였다.“배향미를 좀 오라고 해.”“네, 국장님.”“아, 그리고, 오지윤 사직 보고서에 심각한 직무 유기로 인해 회사에서 해고당했다고 써.”“알겠습니다.”비서가 나가자, 고전엽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오지윤이 방송 사업에 열정이 많아 미련을 못 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력서에 이런 한 줄을 보태고 자신의 인맥까지 합치면, 그녀가 진무도에서 같은 부류의 직장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나중에 갈 길이 없게 되면 또 자신을 찾게 될 거고, 그때 가서 그는 오지윤한테 어떤 대가를 치러야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게 될지 똑바로 보여줄 것
남지유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지금 우리 KP에 이런 구린 수를 쓸 상대는 TL 그룹밖에 없어요. 지금 한창 경쟁이 불붙었을 때잖아요.”“TL 그룹이?”이민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송국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는 TL 그룹밖에 없다고 봐요. 평소 같았으면 저희 KP를 상대로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겠어요.”이민혁은 그 말을 듣고 방안에서 서성거리면서 뭔가 고심하고 있었다.이때 안수연이 말했다.“정소희와 방송국 둘 다 문제 있어요. 하지만 정소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저흰 증거가 없으니 곤란하네요.”“그렇지만 방송국에서 보는 눈이 한둘도 아니고, 털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사람 시켜 방송국에 가서 좀 알아보면 혹시나 무슨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서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그 말에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좋겠어. 근데 어떻게 알아봐, 누굴 시켜서?”“그건 쉬워요. 제가 홍보팀에 전화해서 방송국에 아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무슨 냄새나는 일이 없었는지?.”서원이 말했다.이때 남지유가 급히 입을 열었다.“크게 떠벌리면 그 사람들이 오히려 냄새 맡을 수 있어.”“그러면 이렇게 해요.”서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제가 그들한테 사적인 관계를 통해 내부 사람을 찾아서 은밀히 알아보라 할게요. 그러면 혹시 뭐가 나올지도 모르니까.”그 말에 남지유는 머리를 끄덕였고 이민혁도 다른 의견이 없어 보여 서원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서원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단서를 찾았어요.”“뭔데?”남지유가 얼른 물었다.“홍보팀 한 직원이 서경 방송국에 있는 배향미라는 대학 동기한테 물어봤대요. 그 배향미는 이 기사가 처음엔 신인 수습기자인 오지윤이 맡아서 취재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된 건지 오지윤은 국장한테 해고당하고 국장이 자기한테 이 기사를 넘겨줬대요. 그 여자는 그저 고전엽 국장 지시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그러고요. 그리고 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