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유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지금 우리 KP에 이런 구린 수를 쓸 상대는 TL 그룹밖에 없어요. 지금 한창 경쟁이 불붙었을 때잖아요.”“TL 그룹이?”이민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송국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는 TL 그룹밖에 없다고 봐요. 평소 같았으면 저희 KP를 상대로 누가 감히 이런 짓을 하겠어요.”이민혁은 그 말을 듣고 방안에서 서성거리면서 뭔가 고심하고 있었다.이때 안수연이 말했다.“정소희와 방송국 둘 다 문제 있어요. 하지만 정소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저흰 증거가 없으니 곤란하네요.”“그렇지만 방송국에서 보는 눈이 한둘도 아니고, 털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사람 시켜 방송국에 가서 좀 알아보면 혹시나 무슨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서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그 말에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좋겠어. 근데 어떻게 알아봐, 누굴 시켜서?”“그건 쉬워요. 제가 홍보팀에 전화해서 방송국에 아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무슨 냄새나는 일이 없었는지?.”서원이 말했다.이때 남지유가 급히 입을 열었다.“크게 떠벌리면 그 사람들이 오히려 냄새 맡을 수 있어.”“그러면 이렇게 해요.”서원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제가 그들한테 사적인 관계를 통해 내부 사람을 찾아서 은밀히 알아보라 할게요. 그러면 혹시 뭐가 나올지도 모르니까.”그 말에 남지유는 머리를 끄덕였고 이민혁도 다른 의견이 없어 보여 서원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뒤, 서원이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단서를 찾았어요.”“뭔데?”남지유가 얼른 물었다.“홍보팀 한 직원이 서경 방송국에 있는 배향미라는 대학 동기한테 물어봤대요. 그 배향미는 이 기사가 처음엔 신인 수습기자인 오지윤이 맡아서 취재했는데, 나중에 어떻게 된 건지 오지윤은 국장한테 해고당하고 국장이 자기한테 이 기사를 넘겨줬대요. 그 여자는 그저 고전엽 국장 지시대로 한 것밖에 없다고 그러고요. 그리고 그 여
“공수처에서 나왔습니다. 오지윤 씨 계세요?”오지윤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천천히 빵을 내려놓고 집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반듯한 차림의 세 사람이 서 있었다.그중 제일 상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김춘재라고 합니다.”“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오지윤은 갑자기 그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해고까지 됐는데 더 어쩔 셈이에요?!”오지윤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김춘재는 얼른 그녀를 달랬다.“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그저 고전엽 국장에 대해 알아보러 왔습니다. 오지윤 씨를 조사하러 온 게 아니고요.”“고전엽이요?”오지윤은 얼떨떨해서 물었다.김춘재가 고개를 끄덕이면 답했다.“맞아요, 저희는 고전엽 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상황을 조사하러 왔습니다.”오지윤은 그 말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아무것도 몰라요.”오지윤은 고전엽이 이 바닥에서 입김이 꽤 세다는 걸 알고 있다. 홀로 서경에서 밥벌이하는 그녀가 건드릴 만한 인간이 아니니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어제까지만 해도 하우진한테서 목숨이 위협당했었는데, 입도 뻥끗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김춘재는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오지윤 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고전엽을 신고한 사람은 일반인이 아닙니다. 고전엽은 꼭 처벌받을 겁니다.”김춘재의 말뜻은 매우 간단명료했다.신고한 사람의 신분 지위로, 고전엽이 문제가 있든 없든 막론하고 그를 잡아넣는 것은 이미 정해졌단 얘기였다. 그러니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서경에서 사는 것이 고단해질 거라는 협박도 들어있었다.오지윤은 반신반의하는 눈초리로 김춘재를 쳐다보았고, 김춘재는 그녀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며 숨기지 않고 말했다.“신고자는 서영광 총독님의 자제분입니다. 뭘 의미하는지 아시겠어요?”“헉!”오지윤은 놀란 숨을 들이켰다.서영광 총독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의 아들이 실명 제보를 했
고전엽은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의원님, 공수처에서 절 찾아왔습니다.”건너편에서는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실하게 조사에 임하도록 해. 자네 와이프랑 아이도 있지 않은가. 그들 생각도 해야지, 안 그래?”말을 마치자 그는 전화를 끊었고, 인제야 고전엽은 자신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윗사람은 자기를 위해 나설 의사가 전혀 없고, 오히려 경고하는 의미가 다분한 말만 남겼다.자기가 입을 잘못 놀렸다간 가족들도 봉변당할 참이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 위에 있는 그 분도 권세라면 누구한테 빠지지 않을 분인데, 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인지...하지만 그가 모르고 있었던 건, 서원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소식을 윗분들은 일찌감치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만 빠져나가도 천만다행인데, 고전엽을 챙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고전엽은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려 넋이 나가 버렸다.이때 김춘재가 힘 있게 지시를 내렸다.“데려가! 사무실을 차압하고 수색을 시작해!”“네.”수하들이 대답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료를 있는 족족 쓸어 담고 고전엽한테는 수갑을 채웠다.고전엽이 잡혀간다는 소식이 퍼지자, 방송국은 발칵 뒤집혔다.그가 수년간 이곳에서 갑질을 해 온 탓에, 그의 몇몇 심복들 말고는 나머지 사람들은 여태껏 화를 삼키며 눈치만 보면서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축제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왜 잡혀가는지 알지 못하였다. 대체 누구길래 이만한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바로 그때, 배향미가 나서서 잡혀가는 고전엽에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고 국장, 당신도 오늘 같은 날이 다 있네?”“너, 너 무슨 뜻이야 그게?”고전엽은 아직까지도 대꾸할 기운이 남아있었다.배향미는 입술을 가리며 호호 웃었다. 그녀는 이번에 위에서 전달이 내려온 만큼 고전엽은 이제 끝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받았던 수모를 돌려줄 수 있는 날이 왔으니 절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고전엽
잠시 후, 하우진의 사무실에는 클럽에서 오지윤을 붙잡았던 그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들어왔다.하우진은 의자에 기대어 최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도현아, 너 나랑 이제 몇 년이지?”“4년 됐습니다, 전무님.”“4년이라...”하우진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또 말했다.“내 지금 어려움에 좀 처했어. 그룹의 골칫거리이기도 한데, 네가 좀 나서야 되겠다.”“말씀하십시오, 전무님.”“고전엽을 죽여. 그가 아직 구치소는 아니고 유치장에 있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야.”하우진은 냉랭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오늘 밤에 가겠습니다.”“그래, 수고 좀 해.”“다른 일이 있으십니까, 전무님?”“당분간은 없어. 일 끝나고 나면 2억, 그리고 한 달간 동안 휴가다.”“감사합니다, 전무님.”최도현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나갔다.하우진은 길게 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먼저 고전엽을 해결하고, 그다음 정소희를 해치워야 한다.만약 고전엽을 살해하는 데 실패하면 정소희를 죽일 필요도 없다. 고전엽이 안 죽으면 정소희를 해치워도 별 의미가 없고 살인죄만 추가 될 뿐이다.최도현은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바로 건물 꼭대기 층인 김지현의 사무실로 올라가 비서한테 말했다.“대표님을 좀 뵈어야겠습니다.”비서는 최도현을 힐끗 보고 전화를 눌러 말했다.“대표님, 최도현 씨가 뵙길 원합니다.”“들어오라고 해요.”비서가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어주자, 최도현은 천천히 안에 들어갔다.김지현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최도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하 전무님께서 저더러 고전엽을 죽이라 시키셨습니다.”“허허.”김지현은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우린 합법적 기업인데 그 사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김지현은 그를 힐끔 보고는 담배 연기를 후 불며 말했다.“하우진 밑에서 몇 년 됐지?”“4년 됐습니다.”“고작 4년 됐다고 제 밑에 사람인
문이 열리자마자 몇 명의 우람진 덩치의 남자들이 뛰어 들어와 그녀를 에워쌌다.“뭐 하는 거야?”상황이 잘못된 걸 알아차린 정소희는 소리를 질렀다.앞장선 한 젊은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몸 뒤져봐.”“뭐야, 뭐 하는 거야?”정소희는 큰소리로 저항했지만, 뺨을 두 번 얻어맞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그들은 그녀의 온몸을 뒤져 다른 통신수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만두었다.정소희는 전전긍긍하며 앞장서고 있는 젊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남자는 그녀와 비슷한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두 팔에는 타투로 알록달록했다.그를 따라온 몇몇 사람들도 하나같이 용이나 호랑이 문신이 몸에 새겨져 있었고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희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정소희는 겁에 질려 물었다.그 젊은 남자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알 거 없고, 고생하지 않게 얌전히 있어.”정소희는 그 말에 더 겁을 먹고 가만히 있었다“여기 괜찮은데, 이웃도 없고 외진 곳이라,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겠다.”젊은 남자는 말하다가 웃었다.정소희는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하므로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찾아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좀 외딴곳에 세를 들었는데, 오히려 여기가 더 위험한 곳이 될 줄은 몰랐다.“철이 형님, 여기도 좋습니다. 제가 술 좀 사 올게요. 천천히 마시면서 형님 전화 기다립시다.”철이 형님이라 불리는 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서 사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까 많이 사.”......해호섬.남지유는 매우 급히 이민혁의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정소희한테 일이 좀 생겼어요.”한창 명상 중이었던 이민혁은 눈을 뜨고 물었다.“무슨 일?”“사건 발생 후부터 정소희한테 줄곧 사람을 붙여 지켜봤는데, 어젯밤에 퇴원해서 집에 돌아간 후에 어떤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나서는 지금까지 집에서 안 나왔어요.”남지유가 설명했다.이민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 여자 주소 나 줘요, 내가 당장 갔다
그제서야 정소희는 온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았고, 그게 이민혁이라는 걸 알아채고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아! 제발 날 때리지 마세요, 내가 사과할게요. 잘못했어요.”“무서워 마세요. 난 그런 사람 아니니까.”이민혁은 앞으로 나가 정소희를 묶은 밧줄을 풀고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는, 자신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정소희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이민혁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오늘 밤의 일 때문에 그녀는 정말 호되게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이민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짧게 쉬었다.“당신, 내가 얘기했잖아요.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말라고. 봐요, 얼마나 위험한지.”정소희는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이민혁은 그 바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을 찡그렸다.한참 만에야 정소희는 울음을 그치고 이민혁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보며 말했다.“이렇게 큰일이 생길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절대 안 그랬을 거예요.”“당신은 지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걸 알아요, 몰라요?”이민혁이 천천히 사실을 얘기했다.정소희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알아요. 내가 잘못 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이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소희도 이제 갓 20대 초반밖에 안 되었고 아직 어린 여자애라 이민혁도 그녀를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안수연은 경찰들을 데리고 도착해 현장을 지켜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공로는 오빠가 다 뺏어갔네요.”“다 네가 한 걸로 하자, 그럼.”이민혁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때 안수연이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내자, 부하들이 즉시 철을 비롯한 기타 양아치들을 수갑에 채웠다.“정소희 씨, 당신도 우리와 같이 가야 해요.”안수연이 말했다.그러나 정소희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얼른 이민혁을 향해 불쌍한 눈길을 보냈다.“제발 나를 잡아가게 하지 마세요. 내가 잘못을 다 인정했잖아요. 내가 다시 사과드릴게요.”“이게 사과로 끝날 일인 줄 아세요?”안수연은 차갑게 말했다.“당
처음에 그녀는 KP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두려움이란 것도 전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이번 일이 KP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후로 유의했더니 KP가 글쎄 다국적 기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러나 그때 하우진이 자신한테 돈을 주며 계속 일을 크게 만들라고 했기에, 그녀도 잠깐 정신이 나가 KP라는 체급의 그룹이 몰고 올 공포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다.자신이 납치된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TL과 KP 같은 그룹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이미 깊이 후회하고 있고, 정말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지금 이민혁이 그녀 앞에 앉아 있다.거대한 국제재단의 최종 배후이자 미스터리한 고수... 이런 보이지 않는 압박에 그녀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이민혁은 정소희를 힐끔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두려워 안 해도 돼. 당신한테 화낼 것까진 없어.”“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대표님.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러겠어요.”“하아!”이민혁은 한숨을 내쉬었고, 안수연은 부하들에게 철과 정소희 등 사람들을 데리고 대대로 돌아가라고 했다.이민혁은 안수연한테 말했다.“같이 가줄까?”“오빠가 뭐 하러?”안수연은 이상하게 생각했다.이민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TL 그룹이 궁지에 몰려 누구라도 물까 봐.”“저희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에요? 경찰청에 가서 사람을 죽이려 한다고요? 그건 살고 싶지 않은 거죠.”안수연은 매우 자신 있게 얘기했다.그러니 이민혁은 어깨를 한번 들썩이며 말했다.“그래, 알았어.”안수연은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고 이민혁도 차를 몰고 해호섬 방향으로 향했다.이제 정소희도 진실을 얘기하기로 했고, 고전엽도 끝장났고, TL 그룹까지 끄집어냈으니 이번 싸움은 완승을 이뤘다.그 개인과 KP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금방 해소될 것이고, 오히려 TL 그룹은 스캔들에 휘말릴 것이다.TL 그룹은 이번에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인 격이다. 남지유의 능력으로 절대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
“하우진이 정소희를 납치하고 고전엽까지 죽이려다 지금 붙잡혔으니, 이건 중범죄야. 이렇게 되면 감형하기 위해서 불지 말아야 할 것들을 불 수도 있어. 그러면 그룹에 영향을 미칠 거야.”최도현은 말없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김지현은 잠시 침묵했다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지금의 이런 상황은, 네가 가서 처리 좀 해야겠다. 하우진은 반드시 죽어야 해. 가능하면 그 여자애까지 같이 없애버려.”“알겠습니다, 대표님.”김지현은 최도현을 힐끔 보다가 말했다.“네 가족은 그룹에서 잘 알아서 보살필 거야. 그리고 네 일은 내가 아가씨한테 잘 보고드릴 테니 안심하고 가 봐.”“감사합니다. 대표님.”최도현은 여전히 무표정인 얼굴로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김지현은 담배를 한 모금 힘껏 빨며 중얼거렸다.“빌어먹을 하우진이 참 쓸모가 없네. 아까운 최도현을 이렇게 써버려야 된다니...아가씨한테 뭐라고 설명을 해야 돼?”말하면서 그녀는 담배꽁초를 화풀이하듯이 재떨이에 힘세게 짓누르고,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 시각, 최도현은 TL 그룹 건물에서 나와 어둠 속에서 사라졌다.새벽 두 시, 순찰하는 대원들 말고는 경찰청 안에는 거의 텅 비어 적막하였다..안수연은 사무실에서 꼬아올린 다리를 건들건들하며 의자에 한가롭게 앉아있었고, 그녀의 조수는 열심히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정소희, 고전엽, 그리고 하우진까지 이미 다 자백했고, 모든 사건은 완벽한 증거 사슬 형성하여 기소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게다가 폭스바겐 비틀의 블랙박스 메모리칩도 이미 복구되어 그 안에 있는 동영상이 완전하게 복원되었기 때문에, 이민혁한테 잘못이 없음을 증명했고 KP의 명예도 회복되어 사건은 완벽히 해결되었다.이번에도 그녀는 큰 공을 세웠다.안수연은 요즘 꽤 많은 사건을 해결했는지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정석형의 도박사건, 병골 밀가루 사건, 그리고 이번의 고전엽 비리 사건까지 연달아 큰 사건을 3건이나 해결했다.그녀는 기쁨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팀장이 생각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