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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자기가 내 남자친구래요.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주지훈이잖아요.”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부모님은 듣자마자 표정이 다 굳어지더니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을 꺼내 하나씩 보여주며 물었다. 나는 임경준은 잊고 주지훈만 인정했다.

임경준은 별로 개의치 않고 내가 퇴원한 날 조정아에게 밥을 사주러 달려갔다.

그는 조정아에게 여러 번 만나자고 했지만 그녀는 이번 딱 한 번만 허락했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스포츠카를 타고 나갔다. 그의 차는 매우 비싸 조정아의 학교에서 논란이 일었다.

차에 탄 조정아는 임경준을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청순한 모습으로 조용히 말했다.

“여자친구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겠어? 명이 길어.”

임경준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오후 내내 임경준은 그녀를 데리고 여러 명품점에 가서 수억을 썼고, 결국 그녀를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임경준이 그녀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을 때 그녀는 그가 준 사치품을 거절했다.

임경준은 이런 여자아이에게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감정이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자 흥분한 마음을 안고 친구들을 데리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축하하였다.

누군가는 그에게 축하한다며, 그가 하루빨리 조정아를 손에 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친구 강현승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경준아, 너 성연이랑 곧 결혼한다며? 너 이러면 성연이한테 미안한 거 아니야? 게다가 방금 병원에서 나왔는데 잘 보살펴야 하지 않아?”

강현승이 귀띔했다.

임경준은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코웃음을 치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

“남자가 결혼 전에 이러지 않으면 언제 자유롭게 살겠어? 게다가 내가 3년을 참았다가 모처럼 나랑 맞는 사람을 만난 거니 내 좋은 일을 방해하지 마.”

그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친구 몇 명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연이가 정말 너를 잊을까 봐 두렵지 않아?”

강현승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술잔을 들고 입술에 갖다 대던 그는 순간 얼굴빛이 살짝 굳어지더니 이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잊었다고? 그 여자 만나기 전에 내가 얼마나 정성을 보였지 못 봤어? 성연이가 잊을 수 있겠어? 잊었다고 해도 뭐가 달라져? 그년의 천한 꼴이 나는 진작에 눈에 거슬렸거든.”

그 사이 강현승은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몇 번 잡아당겼다.

그러나 임경준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오랫동안 참아왔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성연이처럼 가식적이고 도도한 모습이 이젠 역겨워. 정아랑 비교가 안 돼.”

임경준의 어조는 경박하고 비아냥거림이 역력했다.

강현승은 그의 뒤를 가리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성연이 왔어.”

임경준은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진 채 고개를 돌려 내가 그의 뒤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놀라서 덜덜 떨며 말했다.

“성, 성연아. 너 오늘 방금 퇴원했는데 왜, 왜 바에 왔어?”

그는 술잔을 내팽개치고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열심히 웃음을 짜냈다.

나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한번 훑어보았지만 그가 한 말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임경준은 나의 담담하면서도 냉정한 눈빛을 보고 멍해졌다.

예전의 내가 그 말을 들었더라면 그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갔을 텐데, 이번에는 울지도 보지도 않고 그저 낯선 사람 보듯 그를 쳐다보았다.

“성연아?”

그가 또 나를 불렀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치켜올렸는데 다갈색의 눈동자도 밝아졌다.

임경준은 이런 나를 보고 화를 내지 않을 줄 알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를 스쳐 곧장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달려가 두 팔을 벌리고 그를 꼭 껴안고 웃으며 소리쳤다.

“지훈아,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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