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준은 눈을 번쩍 떴다.“성연아, 정말이야? 너 내가 떠올랐어?”그는 달려들어 내 어깨를 움켜쥐고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반대편.이 말을 들은 주지훈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응시했다.‘황량한 꿈이니 결국 깨어날 거야.’“내가 네 남자친구라는 게 떠올랐어?:임경준은 내가 말을 하지 않자 손에 힘을 더 주고 목소리도 다급해졌다.“기억나.”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임경준은 그 말을 듣고 격앙된 채 나를 안아주려 했지만 고개를 들어 그를 밀쳤다.“네가 나에게 3년 동안 계속 고백해서 동의한 것을 기억해. 내가 너의 고백을 받아주던 날 감격해서 울던 네 모습을 기억해. 네가 나에게 평생 함께하자고 약속하던 모습을 기억해.”말하다 보니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이것들, 넌 기억해?”내가 갑자기 되묻는 말에 임경준은 말문이 막혔다.“대학 다닐 때 밥 사주고 우산 갖다 줬다고 했는데 그건 갓 사귈 때의 잠깐이었어. 그 후 내가 널 위해 뭘 해줬는지 기억나?”나는 계속 물었다.임경준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나지막이 돌아가라고 설득했다.“너의 모습을 보니 기억하는구나. 네가 아플 때 난 밤새 네 곁을 지켰어. 술자리에서는 내가 대신 술을 마셔줬어.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 회사 일을 처리했고, 네가 저지른 사고도 처리해야 했어. 네가 맞을 때 내가 널 구하려다 갈비뼈가 부러진 적 있는데 이 모든 걸 넌 기억할 수 있어?”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쳤다.임경준을 위해 나는 모든 힘을 다 써버렸다.“성연아, 나 기억나.”임경준이 황급히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기억나?”나는 눈을 붉히며 손을 들었다.스크린에는 임경준과 다른 여자의 자는 모습이 반쯤 비쳤는데 여자는 다소곳이 임경준의 품에 안겨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목에는 키스 자국이 가득했다.하지만 그 여자는 분명히 내가 아니었다.임경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성연아, 너 왜 이렇게 뻔뻔해? CCTV를 설치한 거야?”임경준은 화가 나 소리 질렀
임경준은 할 말을 잃었다.“나는 조정아에게 진심이 아닌데 너는 주지훈에게 어땠어? 네가 뭔데 나를 그렇게 말해? 너도 주지훈이랑 잤지?”그는 구실을 찾아 나를 다그쳤다.“그렇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예전의 나는 네가 나를 바다에 밀어 넣는 순간 죽었어. 그 후 나의 모든 것은 너와 상관없어.”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다.임경준은 나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내 손을 잡았고 지금도 여전히 반박하고 있었다.“난 헤어지지 않을 거야. 조정아를 차버리면 되잖아. 나는 조정아를 전혀 사랑하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3년 동안의 감정이 그의 마음속에 뿌리내렸고, 그는 줄곧 내가 그를 계속 사랑할 것이라고 믿었다.나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그는 손에 더 힘을 줬다. 아빠가 이런 상황을 보고 걸어오셔서 나를 뒤로 숨기더니 임경준의 뺨을 세게 때렸다.“이 개자식! 징그럽지도 않아? 앞으로 감히 내 딸에게 한 발이라도 다가서면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아빠는 한마디 호통치고 나서 나를 끌고 나갔다.내가 떠나는 것을 본 임경준은 쫓아가려고 했지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이 바보 녀석! 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앞으로 임정호에게 너 같은 아들이 없다. 너 알아서 죽든지 살든지 해.”임정호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다가 임경준이 말을 잇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그는 찬물을 끼얹은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느껴졌다.그는 성연이를 잃었는데 아버지조차도 그를 버렸다.넋을 잃고 별장으로 돌아왔지만 조정아가 짐을 챙기고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말렸다.“뭐 하는 거야? 어디 가는 거야?”임경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가는 게 아니라 경준 씨가 가는 거예요. 여긴 내 집이에요!”조정아는 평소 부드럽던 태도와 달리 차가운 얼굴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임경준이 고개를 숙이고 보니 조정아가 옷을
그는 두 눈이 시뻘겋게 되었지만 정말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이젠 친구도 없고 형제도 없고 애인도 없다.임경준은 갑자기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 사고를 쳐서 상대방을 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났지만 성연이 도와서 그를 곤경에서 꺼낸 것이 생각났다.예전엔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면 성연이 서슴없이 다가왔다.“성연아...”임경준은 우리 집 앞에 한참 앉아 있다가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소리쳤다.나는 발걸음을 멈칫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임경준을 올려다보며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맞아서 코가 붓고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두 눈은 예전의 빛을 잃었고, 옷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임경준 씨, 무슨 일 있어?”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임경준 씨'라는 한마디를 들은 임경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범벅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그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아, 네가 기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임경준이 울먹였다.나는 냉소를 지으며 그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을 비웃었다.“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사실 널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넌 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지. 임경준, 내 마음은 이미 너로 인해 상처투성이야. 나는 지금 널 볼 때마다 역겹다는 생각만 들어! 진심을 저버린 사람은 바늘 만 개를 삼킨 것처럼 아파야 해!”내가 차갑게 뱉은 말에 임경준은 몸을 흠칫했다.“성연아, 너 왜... 왜 기억상실로 나를 속인 거야? 그것도 주지훈을 선택하면서 말이야.”임경준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두 눈이 충혈된 채 말했다.“네가 나를 밀치는 순간부터 나는 너에게 마음이 식었어. 너도 나의 고통을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그를 보는 내 두 눈에 미움만 가득했다.병원 응급실에 있을 때 나는 각종 의료기기 소리를 듣고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고 머릿속은 온통 임경준과 조정아의 비웃음뿐만 맴돌았다.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던 나는 결국 살아났다.병원 병상에서 임경준을 보는 순간 나는
나는 한 바퀴 둘러보고 2층 침실에서 주지훈을 찾았다.술기운으로 침대 옆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주지훈은 와인병을 손에 쥔 채 액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셔츠의 단추가 반쯤 풀리고 하얗고 튼튼한 가슴이 공기에 노출됐다.내가 손을 뻗어 와인병을 잡자 그가 손을 놓았다.하지만 내가 액자를 잡았을 때 그는 순간 두 눈을 뜨더니 어둡고 그윽한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만지지 마.”그의 목소리는 조금 이색을 띠고 있다.그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 웃으며 물었다.“나에게 보여주면 안 돼?”“안 줘.”그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이렇게 고집이 센 것을 보고 나도 더는 말리지 않고 그를 부축하여 일으켜 침대에 눕히고 신발을 벗긴 후 뛰쳐나가 물 한 잔을 따랐다.그가 물을 마시는 틈을 타서 나는 액자를 살짝 보았다.내가 뽀뽀할 때 찍은 사진이었다.‘이게 무슨 보배라고 끌어안고 있어?’“주지훈, 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이건 너답지 않아.”나는 갑자기 목소리가 가라앉히고 물을 마시는 주지훈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그는 물을 마시고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내 얼굴에 떨어졌다.나는 어리둥절해있다가 그의 눈빛의 뜨거움과 그윽함을 알아차렸다.주지훈은 시선을 거두며 물컵을 내려놓고 서랍에 액자를 넣은 후 말했다.“기억을 되찾았다니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겠지?”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내가 기억을 잃은 적이 없다고 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너 지금 임경준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는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췄다.“난... 사실 기억 상실었던 적 없어. 너를 이용해서 미안해.”미안한 어투로 하는 내 말에 주지훈은 멍해졌다.“오늘 너에게 고백하러 왔어. 사실, 나는 처음에 단지 너의 이름을 이용하려고 했을 뿐인데 너를 끌어들여 다치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나는 차마 그를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그래서... 임경준과 헤어졌어?”주지훈이 물었다.‘?’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 주지훈의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었다.이것은 우리의 첫 키스였다.전에 내가 그에게 뽀뽀를 한 번 했던 건 단지 볼에 뽀뽀했을 뿐이다.그는 고개를 들어내 뒤통수를 잡더니 이 키스를 더욱 깊게 했다. 한참 키스하던 그는 몸을 돌려 나를 침대에 눕히고 머리를 숙이더니 미친 듯이 내 입술에 키스했다.거센 기운과 함께 공기가 건조하고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지훈아, 지훈아.”숨이 막히고 혀가 저리는 것 같아 나는 그의 가슴을 밀치며 얼굴이 빨개졌다.“우리가 너무 조급한 거 아니야?”주지훈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떨어지기 아쉬워하는 듯했다.“미안해. 내가 좀 취했나 봐.”말을 하던 그는 몸이 뒤척이더니 나의 허리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나는 몸부림을 쳐봤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나는 곁눈질로 그를 한 번 보았는데, 그의 이목구비는 입체감이 깊어 정말 잠든 것처럼 보였다.어쩔 수 없이 나는 그렇게 주지훈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이튿날 아침, 나는 몸을 뒤척이다가 따뜻한 품으로 떨어졌는데 눈을 떠보니 주지훈이 옆에 누워 있었다.그런데 자세히 보니 옷을 갈아입고 세수까지 했다.나는 급히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내가 움직이자 주지훈도 따라서 깨어났다. 그는 손을 뻗어 침대에서 내려오려는 나를 붙잡았다.“나... 아침밥을 만들었어.”그는 잠시 머뭇거렸다.“그래, 먼저 먹고 세수하고 올게.”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더니 세면대에 세면도구가 준비된 것이 보였는데 주지훈이 일찍 일어난 것임을 확인시켜줬다.화장실에서 나온 후 나는 주지훈이 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지훈아, 너 먼저 먹어도 돼.”나는 웃으며 말했다.“기다리고 싶었어.”주지훈은 덤덤한 척하고 있었지만 귀가 빨개지는 걸 봤다.평소에 주지훈은 늘 정색을 하고 있었는데 귀가 이렇게 쉽게 빨개질 줄은 몰랐다.“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지?”식사를 마친 뒤 갑자기 주지훈이 물었다.나는 웃으며 대꾸했다.“당연하지.”주지훈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꼬리를
주지훈은 성연을 음악 동아리 공연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성연은 무대 아래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었다.여름밤 매미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던 그 날 은은한 음악 소리와 함께 성연은 응원용 봉 두 개를 쥐고 흔들었다.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파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피부가 희고 눈이 밝고 활력이 넘쳤는데 주지훈은 한눈에 반했다.그는 성연의 뒤에 섰지만 성연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주지훈의 품에 안겼다.“죄송합니다.”성연은 그를 향해 웃었는데 미소가 매우 해맑고 감미로웠다.주지훈은 그렇게 그녀의 매력에 빠졌다.이후 성연을 찾아다니며 이름을 묻고 싶었지만 가족들에 의해 해외로 끌려가 2년간 휴학했다.돌아왔을 때 성연은 이미 임경준과 함께 있었고, 성연이 임경준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 말을 듣고 그는 미칠 것 같았다.혼자 성연을 때린 무리를 찾아가서 싸웠는데 용서를 빌 때까지 두들겨 패고 그들이 자진해서 성연에게 사과한 후에야 그만두었다.그는 매년 성연에게 선물을 주지만 그녀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올해 그는 임경준이 성연에게 청혼하는 것을 보고 체념하고 내려놓으려고 했다.그는 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올해 성연이를 위해 준비한 목걸이도 선물하지 못했다.그런데 어느 날 저녁, 그는 바에 초대되어 술을 마시다가 몇 잔 마시고 막 떠나려 할 때 성연이 천사처럼 그에게 웃으며 달려와 손을 뻗어 끌어안고 다정하게 ‘지훈아’라고 불렀다.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고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손을 들었지만 성연이를 만질 수 없었다. 그녀를 만지면 꿈에서 깰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임경준이 나타나서야 그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때의 성연이는 기억을 잃었고 그를 임경준으로, 남자친구로 여겼다.그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또 망설였다. 그는 성연이 임경준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조만간 떠날 것이라 마음먹었다.하지만 그녀가 병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내 남자친구는 경성 도련님 임경준이다. 그는 항상 제멋대로였고 돈도 마음 가는 대로 썼으며 주변에 여자가 부족하지 않았다.나는 그의 곁에서 3년을 지냈고, 지난 3년 동안 그는 줄곧 나에게 매우 순종적이었는데 결국 청혼까지 했다.하지만 최근에 그는 새로운 사냥감을 찾았다.젊고 예쁜 대학생은 피부가 희고 풋풋하고 도도했는데 이런 순진하고 착한 여학생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는 내 생일날 망설임 없이 나를 바다로 밀어 넣었다....구름 한 점 볼 수 없을 정도로 맑은 하늘 아래 잔잔한 수면에 큰 물보라가 튀었다. 나는 물에서 끊임없이 허우적거리며 절망적인 얼굴로 요트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하얀 치마를 입은 채 순수한 눈빛으로 보트 옆에 서 있던 여학생은 물에 빠진 낭패한 나의 모습에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그녀는 예쁘게 웃었고 임경준도 그녀의 옆에서 함께 웃었다.매우 상쾌하게 웃는 그는 찌푸리고 있던 미간이 조금 펴지는 것 같았다. 그가 구원해달라는 나의 외침을 들었을 때 나는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다.물에 빠진 나는 차츰 숨이 막혀왔다.나는 어렸을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물을 무서워했다. 원래는 요트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임경준의 거듭되는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하지만 요트에 오니 평소 보던 친구 말고도 낯선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그녀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임경준은 그녀를 매우 잘 보살폈다. 그녀에게 음료를 따라주고 과일을 잘라주었으며 케이크를 자른 후 첫 조각도 그녀에게 먼저 가져다주는 등 그의 정성은 극치에 달했다.그는 오랫동안 나에게 이렇게 대해주지 않았다.그때 나는 곧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끝내 그를 의심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에게 떠밀려 바다로 빠질 때에서야 비로소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임경준은 마음이 변했다.그는 내가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보더니 천천히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가늘게
“성연아,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 나는 너의 남자친구 임경준이야.”임경준은 다시 내 손을 잡고 웃었다.그러나 그는 내가 겁에 질린 눈빛을 보고도 내가 농담하고 있는 줄 알며 말투가 점점 짜증스러워졌다.“너를 바다에 밀어 넣은 것은 내 잘못이지만 너도 이럴 필요 없잖아. 너 지금 이렇게 살아있잖아”“남자친구? 무슨 소리야? 내 남자친구는 주지훈인데!”나는 그의 손을 홱 뿌리치고 베개로 앞을 막으며 날카롭고도 경계심이 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그를 전혀 모른다.“뭐? 네 남자친구가 누구라고?”임경준은 순식간에 두 눈이 충혈된 침대 머리맡 탁자를 내리치며 분노에 차 소리쳤다.주지훈은 어릴 때부터 그의 라이벌이다.어릴 때부터 주지훈에게 져서 뼛속까지 원한을 품고 있기에 언급한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나는 텅 빈 병실을 바라보며, 또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는 임경준을 바라보며 불안하게 소리쳤다.“만지지 마! 난 널 몰라!”네가 소리치자 의사가 달려왔다.간호사는 내가 이렇게 임경준에 저항하는 것을 보고 그를 병실에서 불러내어 문 앞에서 기다리게 했다.의사는 일련의 검사와 많은 질문을 한 후 편히 쉬라고 했다.문 앞에 서 있던 임경준은 잠시 숨을 돌린 뒤 의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물었다.“선생님, 제 여자친구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왜 나를 몰라봐요? 또 다른 남자를 남자친구로 착각해요.”“머리에 자극을 받아 기억이 흐트러진 것 같은데 좀 있으면 괜찮아질 테니 그동안 자극하지 마세요.”의사가 한마디 당부했지만 임경준은 듣고도 전혀 믿지 않았다.어떻게 자기만 잊었을 수 있다는 말인가.의사가 가자마자 그는 병실로 뛰어들어 나를 병상에 눕히며 흉악한 표정을 지은 채 따져 물었다.“내가 널 바다에 밀어 넣었다고 이러는 거잖아. 기억을 잃은 척할 필요까지 있어?”간호사가 그 말을 듣고 다가와서 그를 끌고 나갔다.“이게 무슨 남자친구예요? 들어가서 환자를 자극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평생 당신을 기억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