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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는 두 눈이 시뻘겋게 되었지만 정말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

이젠 친구도 없고 형제도 없고 애인도 없다.

임경준은 갑자기 대학을 막 졸업했을 때 사고를 쳐서 상대방을 병원에 입원시켰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났지만 성연이 도와서 그를 곤경에서 꺼낸 것이 생각났다.

예전엔 전화 한 통, 문자 하나면 성연이 서슴없이 다가왔다.

“성연아...”

임경준은 우리 집 앞에 한참 앉아 있다가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나 소리쳤다.

나는 발걸음을 멈칫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임경준을 올려다보며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맞아서 코가 붓고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두 눈은 예전의 빛을 잃었고, 옷에는 진흙이 묻어 있었다.

“임경준 씨, 무슨 일 있어?”

나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임경준 씨'라는 한마디를 들은 임경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범벅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성연아, 네가 기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임경준이 울먹였다.

나는 냉소를 지으며 그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을 비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사실 널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넌 내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지. 임경준, 내 마음은 이미 너로 인해 상처투성이야. 나는 지금 널 볼 때마다 역겹다는 생각만 들어! 진심을 저버린 사람은 바늘 만 개를 삼킨 것처럼 아파야 해!”

내가 차갑게 뱉은 말에 임경준은 몸을 흠칫했다.

“성연아, 너 왜... 왜 기억상실로 나를 속인 거야? 그것도 주지훈을 선택하면서 말이야.”

임경준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두 눈이 충혈된 채 말했다.

“네가 나를 밀치는 순간부터 나는 너에게 마음이 식었어. 너도 나의 고통을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그를 보는 내 두 눈에 미움만 가득했다.

병원 응급실에 있을 때 나는 각종 의료기기 소리를 듣고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고 머릿속은 온통 임경준과 조정아의 비웃음뿐만 맴돌았다.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던 나는 결국 살아났다.

병원 병상에서 임경준을 보는 순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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