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바퀴 둘러보고 2층 침실에서 주지훈을 찾았다.술기운으로 침대 옆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주지훈은 와인병을 손에 쥔 채 액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셔츠의 단추가 반쯤 풀리고 하얗고 튼튼한 가슴이 공기에 노출됐다.내가 손을 뻗어 와인병을 잡자 그가 손을 놓았다.하지만 내가 액자를 잡았을 때 그는 순간 두 눈을 뜨더니 어둡고 그윽한 눈동자로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만지지 마.”그의 목소리는 조금 이색을 띠고 있다.그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 웃으며 물었다.“나에게 보여주면 안 돼?”“안 줘.”그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이렇게 고집이 센 것을 보고 나도 더는 말리지 않고 그를 부축하여 일으켜 침대에 눕히고 신발을 벗긴 후 뛰쳐나가 물 한 잔을 따랐다.그가 물을 마시는 틈을 타서 나는 액자를 살짝 보았다.내가 뽀뽀할 때 찍은 사진이었다.‘이게 무슨 보배라고 끌어안고 있어?’“주지훈, 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이건 너답지 않아.”나는 갑자기 목소리가 가라앉히고 물을 마시는 주지훈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그는 물을 마시고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내 얼굴에 떨어졌다.나는 어리둥절해있다가 그의 눈빛의 뜨거움과 그윽함을 알아차렸다.주지훈은 시선을 거두며 물컵을 내려놓고 서랍에 액자를 넣은 후 말했다.“기억을 되찾았다니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겠지?”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내가 기억을 잃은 적이 없다고 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너 지금 임경준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는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췄다.“난... 사실 기억 상실었던 적 없어. 너를 이용해서 미안해.”미안한 어투로 하는 내 말에 주지훈은 멍해졌다.“오늘 너에게 고백하러 왔어. 사실, 나는 처음에 단지 너의 이름을 이용하려고 했을 뿐인데 너를 끌어들여 다치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나는 차마 그를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그래서... 임경준과 헤어졌어?”주지훈이 물었다.‘?’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 주지훈의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었다.이것은 우리의 첫 키스였다.전에 내가 그에게 뽀뽀를 한 번 했던 건 단지 볼에 뽀뽀했을 뿐이다.그는 고개를 들어내 뒤통수를 잡더니 이 키스를 더욱 깊게 했다. 한참 키스하던 그는 몸을 돌려 나를 침대에 눕히고 머리를 숙이더니 미친 듯이 내 입술에 키스했다.거센 기운과 함께 공기가 건조하고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지훈아, 지훈아.”숨이 막히고 혀가 저리는 것 같아 나는 그의 가슴을 밀치며 얼굴이 빨개졌다.“우리가 너무 조급한 거 아니야?”주지훈은 눈빛이 어두워지며 떨어지기 아쉬워하는 듯했다.“미안해. 내가 좀 취했나 봐.”말을 하던 그는 몸이 뒤척이더니 나의 허리를 안은 채 잠이 들었다.나는 몸부림을 쳐봤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나는 곁눈질로 그를 한 번 보았는데, 그의 이목구비는 입체감이 깊어 정말 잠든 것처럼 보였다.어쩔 수 없이 나는 그렇게 주지훈의 집에서 하룻밤을 잤다.이튿날 아침, 나는 몸을 뒤척이다가 따뜻한 품으로 떨어졌는데 눈을 떠보니 주지훈이 옆에 누워 있었다.그런데 자세히 보니 옷을 갈아입고 세수까지 했다.나는 급히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내가 움직이자 주지훈도 따라서 깨어났다. 그는 손을 뻗어 침대에서 내려오려는 나를 붙잡았다.“나... 아침밥을 만들었어.”그는 잠시 머뭇거렸다.“그래, 먼저 먹고 세수하고 올게.”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더니 세면대에 세면도구가 준비된 것이 보였는데 주지훈이 일찍 일어난 것임을 확인시켜줬다.화장실에서 나온 후 나는 주지훈이 문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지훈아, 너 먼저 먹어도 돼.”나는 웃으며 말했다.“기다리고 싶었어.”주지훈은 덤덤한 척하고 있었지만 귀가 빨개지는 걸 봤다.평소에 주지훈은 늘 정색을 하고 있었는데 귀가 이렇게 쉽게 빨개질 줄은 몰랐다.“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지?”식사를 마친 뒤 갑자기 주지훈이 물었다.나는 웃으며 대꾸했다.“당연하지.”주지훈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꼬리를
주지훈은 성연을 음악 동아리 공연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성연은 무대 아래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었다.여름밤 매미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던 그 날 은은한 음악 소리와 함께 성연은 응원용 봉 두 개를 쥐고 흔들었다.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파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피부가 희고 눈이 밝고 활력이 넘쳤는데 주지훈은 한눈에 반했다.그는 성연의 뒤에 섰지만 성연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주지훈의 품에 안겼다.“죄송합니다.”성연은 그를 향해 웃었는데 미소가 매우 해맑고 감미로웠다.주지훈은 그렇게 그녀의 매력에 빠졌다.이후 성연을 찾아다니며 이름을 묻고 싶었지만 가족들에 의해 해외로 끌려가 2년간 휴학했다.돌아왔을 때 성연은 이미 임경준과 함께 있었고, 성연이 임경준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 말을 듣고 그는 미칠 것 같았다.혼자 성연을 때린 무리를 찾아가서 싸웠는데 용서를 빌 때까지 두들겨 패고 그들이 자진해서 성연에게 사과한 후에야 그만두었다.그는 매년 성연에게 선물을 주지만 그녀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올해 그는 임경준이 성연에게 청혼하는 것을 보고 체념하고 내려놓으려고 했다.그는 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올해 성연이를 위해 준비한 목걸이도 선물하지 못했다.그런데 어느 날 저녁, 그는 바에 초대되어 술을 마시다가 몇 잔 마시고 막 떠나려 할 때 성연이 천사처럼 그에게 웃으며 달려와 손을 뻗어 끌어안고 다정하게 ‘지훈아’라고 불렀다.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고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손을 들었지만 성연이를 만질 수 없었다. 그녀를 만지면 꿈에서 깰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임경준이 나타나서야 그는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때의 성연이는 기억을 잃었고 그를 임경준으로, 남자친구로 여겼다.그는 이것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또 망설였다. 그는 성연이 임경준을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조만간 떠날 것이라 마음먹었다.하지만 그녀가 병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내 남자친구는 경성 도련님 임경준이다. 그는 항상 제멋대로였고 돈도 마음 가는 대로 썼으며 주변에 여자가 부족하지 않았다.나는 그의 곁에서 3년을 지냈고, 지난 3년 동안 그는 줄곧 나에게 매우 순종적이었는데 결국 청혼까지 했다.하지만 최근에 그는 새로운 사냥감을 찾았다.젊고 예쁜 대학생은 피부가 희고 풋풋하고 도도했는데 이런 순진하고 착한 여학생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는 내 생일날 망설임 없이 나를 바다로 밀어 넣었다....구름 한 점 볼 수 없을 정도로 맑은 하늘 아래 잔잔한 수면에 큰 물보라가 튀었다. 나는 물에서 끊임없이 허우적거리며 절망적인 얼굴로 요트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하얀 치마를 입은 채 순수한 눈빛으로 보트 옆에 서 있던 여학생은 물에 빠진 낭패한 나의 모습에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그녀는 예쁘게 웃었고 임경준도 그녀의 옆에서 함께 웃었다.매우 상쾌하게 웃는 그는 찌푸리고 있던 미간이 조금 펴지는 것 같았다. 그가 구원해달라는 나의 외침을 들었을 때 나는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다.물에 빠진 나는 차츰 숨이 막혀왔다.나는 어렸을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물을 무서워했다. 원래는 요트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임경준의 거듭되는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하지만 요트에 오니 평소 보던 친구 말고도 낯선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그녀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임경준은 그녀를 매우 잘 보살폈다. 그녀에게 음료를 따라주고 과일을 잘라주었으며 케이크를 자른 후 첫 조각도 그녀에게 먼저 가져다주는 등 그의 정성은 극치에 달했다.그는 오랫동안 나에게 이렇게 대해주지 않았다.그때 나는 곧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끝내 그를 의심하지 않았는데 내가 그에게 떠밀려 바다로 빠질 때에서야 비로소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임경준은 마음이 변했다.그는 내가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보더니 천천히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가늘게
“성연아,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 나는 너의 남자친구 임경준이야.”임경준은 다시 내 손을 잡고 웃었다.그러나 그는 내가 겁에 질린 눈빛을 보고도 내가 농담하고 있는 줄 알며 말투가 점점 짜증스러워졌다.“너를 바다에 밀어 넣은 것은 내 잘못이지만 너도 이럴 필요 없잖아. 너 지금 이렇게 살아있잖아”“남자친구? 무슨 소리야? 내 남자친구는 주지훈인데!”나는 그의 손을 홱 뿌리치고 베개로 앞을 막으며 날카롭고도 경계심이 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는 그를 전혀 모른다.“뭐? 네 남자친구가 누구라고?”임경준은 순식간에 두 눈이 충혈된 침대 머리맡 탁자를 내리치며 분노에 차 소리쳤다.주지훈은 어릴 때부터 그의 라이벌이다.어릴 때부터 주지훈에게 져서 뼛속까지 원한을 품고 있기에 언급한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나는 텅 빈 병실을 바라보며, 또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다가오는 임경준을 바라보며 불안하게 소리쳤다.“만지지 마! 난 널 몰라!”네가 소리치자 의사가 달려왔다.간호사는 내가 이렇게 임경준에 저항하는 것을 보고 그를 병실에서 불러내어 문 앞에서 기다리게 했다.의사는 일련의 검사와 많은 질문을 한 후 편히 쉬라고 했다.문 앞에 서 있던 임경준은 잠시 숨을 돌린 뒤 의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물었다.“선생님, 제 여자친구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왜 나를 몰라봐요? 또 다른 남자를 남자친구로 착각해요.”“머리에 자극을 받아 기억이 흐트러진 것 같은데 좀 있으면 괜찮아질 테니 그동안 자극하지 마세요.”의사가 한마디 당부했지만 임경준은 듣고도 전혀 믿지 않았다.어떻게 자기만 잊었을 수 있다는 말인가.의사가 가자마자 그는 병실로 뛰어들어 나를 병상에 눕히며 흉악한 표정을 지은 채 따져 물었다.“내가 널 바다에 밀어 넣었다고 이러는 거잖아. 기억을 잃은 척할 필요까지 있어?”간호사가 그 말을 듣고 다가와서 그를 끌고 나갔다.“이게 무슨 남자친구예요? 들어가서 환자를 자극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평생 당신을 기억할
“자기가 내 남자친구래요.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주지훈이잖아요.”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부모님은 듣자마자 표정이 다 굳어지더니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을 꺼내 하나씩 보여주며 물었다. 나는 임경준은 잊고 주지훈만 인정했다.임경준은 별로 개의치 않고 내가 퇴원한 날 조정아에게 밥을 사주러 달려갔다.그는 조정아에게 여러 번 만나자고 했지만 그녀는 이번 딱 한 번만 허락했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스포츠카를 타고 나갔다. 그의 차는 매우 비싸 조정아의 학교에서 논란이 일었다.차에 탄 조정아는 임경준을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청순한 모습으로 조용히 말했다.“여자친구 괜찮아요?”“무슨 일이 있겠어? 명이 길어.”임경준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오후 내내 임경준은 그녀를 데리고 여러 명품점에 가서 수억을 썼고, 결국 그녀를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었다.하지만 임경준이 그녀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을 때 그녀는 그가 준 사치품을 거절했다.임경준은 이런 여자아이에게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감정이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자 흥분한 마음을 안고 친구들을 데리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축하하였다.누군가는 그에게 축하한다며, 그가 하루빨리 조정아를 손에 넣기를 바란다고 했다.하지만 그의 친구 강현승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경준아, 너 성연이랑 곧 결혼한다며? 너 이러면 성연이한테 미안한 거 아니야? 게다가 방금 병원에서 나왔는데 잘 보살펴야 하지 않아?”강현승이 귀띔했다.임경준은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코웃음을 치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남자가 결혼 전에 이러지 않으면 언제 자유롭게 살겠어? 게다가 내가 3년을 참았다가 모처럼 나랑 맞는 사람을 만난 거니 내 좋은 일을 방해하지 마.”그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친구 몇 명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가 정말 너를 잊을까 봐 두렵지 않아?”강현승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술잔을 들고 입술에 갖다 대던 그는 순간 얼굴빛이 살짝
주지훈의 몸에는 은은한 남성 향수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맡을 수 있었다.나는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감은 채 눈빛은 그의 목젖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그 깊고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나는 활짝 웃으며 불렀다.“지훈아.”소리가 꿀처럼 달콤했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나를 쳐다보았는데 동공은 움츠러들었고 눈 밑에는 망설임이 스쳐 갔다.“놔!”임경준은 우리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달려들어 나를 주지훈에게서 떼어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성연아, 너 뭐 하는 거야?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를 유혹하다니!”나는 그의 우악스럽고 억지스러운 모습에 놀라 그의 손을 뿌리치고 주지훈의 뒤로 숨었다.“지훈아, 이 사람 미쳤나 봐. 나를 오래 스토킹했는데 무서워.”나는 손으로 그의 양복 자락을 가볍게 꼭 잡은 채 공포에 찬 표정을 짓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쳤다'는 단어를 들은 임경준은 한순간에 폭발하였다.그는 바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성연아, 연기 그만해.내가 너를 바다로 밀어 넣은 것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하지만 넌 이제 괜찮은데 기억을 잃은 척할 필요까지 있어? 주지훈은 너의 남자친구가 아니야! 나야말로 네 남자친구라고!”바 안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이론이 분분했다.이렇게 한바탕 겪은 후 강성의 모든 사람은 내가 경성 갑부의 아들과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얼마 전에 임경준은 생방송으로 나한테 프러포즈를 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주지훈이 내 남자친구야!”나는 한사코 주지훈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눈빛에서 망설임이나 거짓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주지훈은 그 말을 듣고 눈을 살짝 찌푸렸다.그가 곁눈질로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눈빛이 한껏 어두워졌다. 나는 그의 눈빛에서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임경준은 우리가 마주 보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확 타올라 나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나는 한사코 주지훈을
쨍그랑.임경준은 술병 하나를 집어 강현승의 머리에 내리쳤고, 순간 강현승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내가 성연이랑 같아? 걔는 여자고 나는 남자잖아!”임경준은 당당하게 말했다.강현승은 상처받은 이마를 감싸며 그를 쳐다보다가 실망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나 강현승은 너 같은 친구가 없어.”강현승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를 떠났다.임경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과 계속 술을 마시며 계속 취하려 했다.친구 한 명 없다고 그의 삶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다음날도 햇살은 여전히 눈 부셨다.임경준은 일어나자마자 조정아를 찾아갔는데 지난번에 산 사치품도 챙겼다.조정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순수하고 맑았다.한 손에 사치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든 임경준을 훑어보던 그녀는 왼손에 들린 뜨거운 커피를 과감히 받아들었다.뜨거운 커피는 찬 바람 부는 이른 아침 그녀의 손바닥을 순식간에 따뜻하게 해줬다.임경준의 자상함은 극에 달하는 것 같았다.“아침 일찍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조정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없었지만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정아야,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임경준은 사치품을 조정아에게 건네며 웃었다.명품을 보던 조정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경준 오빠는 설마 옷 몇 벌 가지고 나를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나 조정아를 뭐로 보는 거예요?”조정아는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당연히 그런 게 아니야. 정아야, 네가 그런 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알아. 난 그냥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뿐이야. 난 너만 좋으면 돼.”임경준이 황급히 말했다.그가 오랫동안 설득해서야 조정아는 선물을 받았다.조정아를 잘 달래고 다음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잡고 나서야 임경준은 비로소 차를 몰고 성씨 저택으로 갔다.“아저씨, 아줌마, 뭐라고요? 성연이 밤새 안 돌아왔어요?”임경준은 성연이의 부모님을 보며 하마터면 욕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