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내 남자친구래요.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주지훈이잖아요.”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부모님은 듣자마자 표정이 다 굳어지더니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을 꺼내 하나씩 보여주며 물었다. 나는 임경준은 잊고 주지훈만 인정했다.임경준은 별로 개의치 않고 내가 퇴원한 날 조정아에게 밥을 사주러 달려갔다.그는 조정아에게 여러 번 만나자고 했지만 그녀는 이번 딱 한 번만 허락했다. 그래서 그는 주저하지 않고 스포츠카를 타고 나갔다. 그의 차는 매우 비싸 조정아의 학교에서 논란이 일었다.차에 탄 조정아는 임경준을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청순한 모습으로 조용히 말했다.“여자친구 괜찮아요?”“무슨 일이 있겠어? 명이 길어.”임경준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오후 내내 임경준은 그녀를 데리고 여러 명품점에 가서 수억을 썼고, 결국 그녀를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었다.하지만 임경준이 그녀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을 때 그녀는 그가 준 사치품을 거절했다.임경준은 이런 여자아이에게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감정이 오랫동안 가라앉지 않자 흥분한 마음을 안고 친구들을 데리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축하하였다.누군가는 그에게 축하한다며, 그가 하루빨리 조정아를 손에 넣기를 바란다고 했다.하지만 그의 친구 강현승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경준아, 너 성연이랑 곧 결혼한다며? 너 이러면 성연이한테 미안한 거 아니야? 게다가 방금 병원에서 나왔는데 잘 보살펴야 하지 않아?”강현승이 귀띔했다.임경준은 이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코웃음을 치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남자가 결혼 전에 이러지 않으면 언제 자유롭게 살겠어? 게다가 내가 3년을 참았다가 모처럼 나랑 맞는 사람을 만난 거니 내 좋은 일을 방해하지 마.”그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이 말을 들은 친구 몇 명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가 정말 너를 잊을까 봐 두렵지 않아?”강현승이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술잔을 들고 입술에 갖다 대던 그는 순간 얼굴빛이 살짝
주지훈의 몸에는 은은한 남성 향수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맡을 수 있었다.나는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감은 채 눈빛은 그의 목젖을 스쳐 지나갔다. 그의 그 깊고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나는 활짝 웃으며 불렀다.“지훈아.”소리가 꿀처럼 달콤했다.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나를 쳐다보았는데 동공은 움츠러들었고 눈 밑에는 망설임이 스쳐 갔다.“놔!”임경준은 우리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달려들어 나를 주지훈에게서 떼어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성연아, 너 뭐 하는 거야? 남자친구가 있는데 다른 남자를 유혹하다니!”나는 그의 우악스럽고 억지스러운 모습에 놀라 그의 손을 뿌리치고 주지훈의 뒤로 숨었다.“지훈아, 이 사람 미쳤나 봐. 나를 오래 스토킹했는데 무서워.”나는 손으로 그의 양복 자락을 가볍게 꼭 잡은 채 공포에 찬 표정을 짓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쳤다'는 단어를 들은 임경준은 한순간에 폭발하였다.그는 바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성연아, 연기 그만해.내가 너를 바다로 밀어 넣은 것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하지만 넌 이제 괜찮은데 기억을 잃은 척할 필요까지 있어? 주지훈은 너의 남자친구가 아니야! 나야말로 네 남자친구라고!”바 안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이론이 분분했다.이렇게 한바탕 겪은 후 강성의 모든 사람은 내가 경성 갑부의 아들과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얼마 전에 임경준은 생방송으로 나한테 프러포즈를 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주지훈이 내 남자친구야!”나는 한사코 주지훈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눈빛에서 망설임이나 거짓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주지훈은 그 말을 듣고 눈을 살짝 찌푸렸다.그가 곁눈질로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눈빛이 한껏 어두워졌다. 나는 그의 눈빛에서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임경준은 우리가 마주 보는 것을 보고 질투심이 확 타올라 나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나는 한사코 주지훈을
쨍그랑.임경준은 술병 하나를 집어 강현승의 머리에 내리쳤고, 순간 강현승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내가 성연이랑 같아? 걔는 여자고 나는 남자잖아!”임경준은 당당하게 말했다.강현승은 상처받은 이마를 감싸며 그를 쳐다보다가 실망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나 강현승은 너 같은 친구가 없어.”강현승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를 떠났다.임경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과 계속 술을 마시며 계속 취하려 했다.친구 한 명 없다고 그의 삶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다음날도 햇살은 여전히 눈 부셨다.임경준은 일어나자마자 조정아를 찾아갔는데 지난번에 산 사치품도 챙겼다.조정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순수하고 맑았다.한 손에 사치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든 임경준을 훑어보던 그녀는 왼손에 들린 뜨거운 커피를 과감히 받아들었다.뜨거운 커피는 찬 바람 부는 이른 아침 그녀의 손바닥을 순식간에 따뜻하게 해줬다.임경준의 자상함은 극에 달하는 것 같았다.“아침 일찍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조정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없었지만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정아야,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임경준은 사치품을 조정아에게 건네며 웃었다.명품을 보던 조정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경준 오빠는 설마 옷 몇 벌 가지고 나를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나 조정아를 뭐로 보는 거예요?”조정아는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당연히 그런 게 아니야. 정아야, 네가 그런 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알아. 난 그냥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뿐이야. 난 너만 좋으면 돼.”임경준이 황급히 말했다.그가 오랫동안 설득해서야 조정아는 선물을 받았다.조정아를 잘 달래고 다음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잡고 나서야 임경준은 비로소 차를 몰고 성씨 저택으로 갔다.“아저씨, 아줌마, 뭐라고요? 성연이 밤새 안 돌아왔어요?”임경준은 성연이의 부모님을 보며 하마터면 욕설을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남자의 흔적을 보지 못한 임경준은 나의 옷깃을 잡으며 큰 소리로 물었다.“간통한 남자를 어디에 숨겼어?”나는 그의 이 모습에 흠칫 놀라 머리가 아파 났다.경찰이 앞으로 다가가 임경준을 떼어놓자 나는 아픈 머리를 감싸고 땅에 앉아 신음했다.“머리가 너무 아파, 머리가 너무 아파.”말을 마친 나는 기절했다.“이 여자는 어젯밤에도 혼자 왔어요. 사람을 모함해도 유분수죠!”로비 매니저는 내가 쓰러진 것을 보고 급히 전화로 구급차를 부른 후 임경준에게 말했다.임경준은 그 자리에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 나를 본 임경준은 당황해 하며 구급 인원들과 함께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두 걸음도 걷지 못하고 경찰에게 붙잡혔다.“성연아...”임경준은 내가 구급차에 오른 것을 보고 나서야 목소리가 누그러졌다.하지만 경찰은 그에게 사랑 타령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오후가 되어서야 경찰서에서 나온 임경준은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퍽!아버지는 그를 보자마자 뺨을 한 대 때리고는 빨개진 두 눈을 부릅뜨며 호통쳤다.“네가 내 딸을 괴롭혔어? 무슨 염치로 병원에 와? 성연을 죽이고 싶어?”“아저씨, 저는...”임경준이 입을 열자마자 나는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아빠. 저는 이 미친놈을 보고 싶지 않아요. 지훈을 불러주세요. 저는 지훈을 보고 싶어요.”나는 이불속에 숨어 소리쳤다.주지훈만 언급하면 임경준은 순식간에 폭발했다.“성연! 나야말로 너의 남자친구야!”임경준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예전에는 그를 이렇게 불렀는데 지금은 그의 앙숙을 부르고 있으니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큰 소리로 울부짖는 임경준을 밖으로 끌어내며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경준아, 제발 성연을 자극하지 마. 성연은 기억을 잃었어. 이미 널 잊었어.”“미안해요...”임경준이 분노를 참으며 사과했다.윙...그의 휴대전화가 한 번 울렸다.임경준은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지만 문자를 보
주지훈의 목을 끌어안으며 휴대전화를 꺼낸 나는 그의 볼에 뽀뽀하며 찰칵 사진을 찍었다. 뽀뽀하는 순간 주지훈의 눈빛이 살며시 떨렸다.“카카오스토리에 올려야겠어. 아니면 너 도망갈 수 있어.”주지훈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카카오스토리를 업데이트한 후 자연스럽게 그가 가져온 도시락을 열었다.모락모락 김이 나며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모두 내가 대학교 때 즐겨 먹던 음식인데 생선요리부터 탕수육, 그리고 기타 고기반찬과 나물 무침까지 정교하게 담겨져 있었다. 보온통에는 갈비탕이 있었다.나는 이 음식들을 보고 조금 멍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곧 차분해졌다.즐겁게 먹는 나를 본 엄마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주지훈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지훈아, 고마워. 성연이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려던 참인데 마침 네가 맛있는 걸 챙겨 왔네.”“별말씀을요.”주지훈은 예의 바르게 웃었다.엄마와 아빠는 내가 밥 먹는 틈을 타 주지훈을 몰래 데리고 나갔다.“지훈아, 성연이는 얼마 전에 사고가 나서 널 경준으로 착각한 것 같아. 폐를 끼쳐 미안해. 넌 성연을 상대할 필요가 없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게.”엄마가 조용히 말했다.“괜찮아요.”주저 없이 말하고 난 주지훈은 얼마 안 되어 전화를 받고 그는 서둘러 회사로 돌아갔다.다음날.나와 주지훈의 사진이 카카오스토리에 퍼졌고 임경준도 이 사진을 보았다.호텔에서 방금 깨어난 그는 어제 조정아와 뜨겁게 키스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잠자리를 같이하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이건 그녀가 순수하고 선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자세히 비교해 보면 조정아는 성연보다 훨씬 순수하고 착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임경준의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진동했다.휴대전화를 열어보니 그더러 카카오스토리를 보라는 문자가 가득했다. 임경준은 카카오스토리를 열자마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펑!그는 휴대전화를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집어던지며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성연, 파렴치한 년!”임경준은 화가 나 폐가
나는 여전히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쌀쌀하게 임경준을 바라봤다.“임경준 씨, 그만해! 더는 나를 찾아와 시끄럽게 하지 마! 나의 남자친구는 단 한 명뿐인데 바로 주지훈이야. 지훈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람 외 난 아무도 원하지 않아.”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임경준을 타일렀다.화가 나 눈시울이 붉어진 임경준은 나를 때리려고 손을 들었으나 부모님이 옆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 그는 악의에 찬 눈빛으로 주지훈을 흘겨보며 차에 올라 병원 쪽을 향해 운전했다.그가 떠나자마자 나는 즉시 돌아서서 주지훈을 바라보며 그의 목덜미를 문질러주었다.“방금 그 미친놈이 널 아프게 하지 않았어?”서늘한 촉감에 주지훈은 멍해지며 눈 밑에 잠깐 애절한 감정이 돌았다.“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말을 마친 그는 서둘러 부모님과 작별을 고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의 당황하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방금 지훈의 귀가 빨개진 거 같은데?’사흘 후.나는 집에 더 있을 수 없어 치장한 후 이력서와 가방을 들고 주현 그룹으로 갔다.인사부에서는 나의 이력서를 보고 격동되어 급히 주지훈을 찾아갔다.“대표님, 전에 스카우트하려던 건축사 성연 씨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높은 영봉으로 고용할까요?”“어디에 있어?”:주지훈이 벌떡 일어섰다.“휴식실에 있습니다.”인사부 담당자가 웃으며 답했다.말을 끝나자마자 조금 전까지 앞에 서 있던 주지훈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뒤늦게야 반응을 한 인사부 담당자가 쫓아가 보니 줄곧 침착하고 냉정하던 대표님이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얼마든지 요구하는 대로 주며 꼭 입사시켜.”주지훈이 분부하자 인사부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후 인사부 담당자는 보고하러 주지훈의 사무실로 갔다.“대표님, 성연 씨는 이미 초빙했고 급여에 대한 요구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인재도 인입한걸 보면 틀림없이 제가 낸 채용 광고가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주지훈은 인사 담당자를
도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조정아는 부드럽고 대범했는데 이는 시시콜콜 따지기만 하던 성연과 사뭇 달랐다.“미안한데 임경준 씨, 당신과 친하지 않으니 누구를 데려오든 나랑 상관없어.”나는 쌀쌀하게 말하며 조정아를 힐끗 보았다.“계속 치근덕거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성연아, 난 정말 너의 남자친구야.”임경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를 향해 걸어오는 주지훈을 보며 나는 임경준을 밀쳐버렸다.“미안해, 내 남자친구가 왔어.”나는 앞으로 다가가서 주지훈과 팔짱을 꼈다.“지훈아, 어디에 갔었어? 오랫동안 기다렸어.”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는 얼굴로 주지훈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봤다.주지훈이 임경준을 바라보며 내 질문에 대답하려던 참에 마침 사업가들이 다가와 그를 둘러쌌다.“주 대표님께서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거의 못 봤어요. 이 여자분은 좀 눈에 익네요.”“우리 회사 직원, 성연씨에요.”주지훈이 소개하자 임경준은 더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나를 별장 문 앞으로 끌어갔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성연 씨는 임 대표님 여자친구가 아닌가요? 그럼 이 여성분은...”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조정아에게 쏠렸다.당황해진 조정아는 치맛자락을 들고 서둘러 별장을 나섰는데 문 앞에 이르자 임경준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었다.“성연아! 넌 너무한 거 아니야? 날 잊은 것도 모자라 임성 그룹 직원인 것도 잊었어? 왜 주현 그룹에 취직했어?”임경준은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병이 나은 후 주현 그룹에서 일한 지 한 달이 됐어. 이젠 정규직이야.”내가 담담하게 말하자 임경준은 멍해졌다.한 달 동안 조정아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다 보니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이힐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울리자 조정아가 기세등등해서 그들의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정아가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귀띔한 것이 틀림없다.조정아가 불쾌한 기색을 보이자 임경준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붙잡았다.“정아야, 어디 가?”임경준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조
사무실 안에서 인기척을 들은 주지훈은 고개를 들어 노기등등한 임경준을 얼핏 보고는 담담하게 마지막 문서에 사인했다.주지훈의 평온한 얼굴을 본 임경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먹으로 그의 책상을 내리쳤는데 책상 위의 물건들이 모두 흔들렸다.“주지훈, 수단이 대단하네. 감히 내 신분을 도용해서 성연에게 접근한 것도 부족해서 이젠 회사로 끌어들였어? 너 무슨 속셈이야?”노발대발하며 한바탕 말했어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지훈을 보며 임경준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성연을 돌려줘! 이 도둑놈아!”‘주지훈이 성연을 훔쳤고 나에 대한 사랑도 훔쳤어.’“미안해, 난 그렇게 할 수 없어.”주지훈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임경준은 화가나 웃어버리며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성연은 내 거야! 지금 너를 나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니 계속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성연은 누구의 물건이 아니니 내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야.”주지훈은 손을 쓰지 않았지만 눈빛은 꿋꿋했다. 이 말을 들은 임경준은 주지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선생님은 성연이 이번 달이면 기억을 되찾을 거라고 했어. 기억을 되찾으면 내 곁에 돌아올 거야! 성연은 나를 사랑해!”임경준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도도하게 말하자 주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주지훈도 선생님에게 물어봤는데 이번이 마지막 달이었다.“임경준! 미친놈아. 저리 가.”주지훈 비서의 손에서 사무실 열쇠를 가진 나는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자마자 주지훈의 입가에 피가 흘리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가 임경준을 세게 밀쳤다.나는 주지훈의 곁으로 달려가 그의 얼굴을 만지며 애틋하게 물었다.“지훈아, 아파?”주지훈은 말없이 내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애잔한 눈빛으로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성연아, 끼어들지 마. 내가 오늘 이 파렴치한 놈을 제대로 혼내줄게!”임경준이 주지훈을 때리려고 하자 나는 과일칼을 꺼내 그를 겨누었다.“나쁜 놈, 감히 손을 대기만 해봐!”내가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