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촌 동생은 뷰티 블로거다. 나는 그녀의 모델이 되는 것을 항상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관뚜껑을 연 장례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할머니의 엄숙한 시신에는 하이라이터와 글리터로 가득했다. 내가 라이브 방송을 막자 그녀는 나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내 결혼 전날 그녀는 갑자기 찾아와서 말했다. “언니, 내 기술 또 늘었어. 오늘 최고의 신부 메이크업을 해줄게, 응?” 나는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본 적도 없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바라보며 허락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그녀의 속셈이라면 내가 뻔히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View More곧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신비감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부모님과 함께 직접 찾아가겠다고 했다. 주성훈은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었지만 혼수로 집 한 채 더 추가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두말없이 허락했다.동시에 나는 강채원에게 2시간 일찍 와서 메이크업을 해달라고 했다. 요즘 천문학적인 배상금에 시달리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기세가 많이 꺾였다. 그래서 내 말에도 별다른 반박은 하지 않았다.이렇게 내 계획은 모두 준비되었다.‘기대해, 주성훈.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보여줄 테니까.’나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결혼식장으로 갔다. 결혼식은 이미 시작되었다.장엄한 음악과 함께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힘껏 밀려났다. 상대의 정체를 제대로 보고 난 사람들은 숨을 들이쉬었다.주성훈은 충격에 말까지 더듬었다.“너! 너 왜 이 꼴이 됐어!”강채원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녀는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발견했다.나는 곧바로 놀랍고, 슬프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강채원은 무슨 영문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내가 슬퍼하는 걸 보고 바로 주성훈의 팔짱을 꼈다.“나예요, 오빠. 날 봐서 기쁘죠?”그녀는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주성훈은 반사적으로 팔을 빼며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 토하기 시작했다.거울이 강채원 앞에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얼굴을 본 하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충격에 빠졌다. 그와 동시에 원래는 나와 주성훈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 주려고 했던 스크린에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영상이 재생되었다.강채원은 자신의 부패한 반쪽 얼굴을 만지며 절규했다.“아니야! 이거 내가 아니야!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나는 가슴을 움켜잡고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둘이 나 몰래 만났던 거야? 이런 식으로 나를 속여?”내가 한마디 하자마자 강채원은 날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너지! 악독한 년,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죽여버리겠어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은 강채원의 기술을 비판하는 댓글로 가득 찼다.[이런 공식만 따른 메이크업이 대체 어디가 예쁘다는 거야?][난 이해할 수 없어. 팬들은 저 귀신 얼굴에 대고 뭘 칭찬하는 거야?][늙은 마녀 같아. 전에는 유명해지려고 죽은 사람 얼굴에도 화장을 했다던데. 미쳤다, 정말.]강채원은 비난의 물결 속에서 얼어붙었다.예전에는 그녀의 명성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을 하며 팬층을 확보했었다.그 과정에서 칭송받던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기술이 최고라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방송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팬들이었고 그들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았다.급히 방송을 종료한 그녀를 향해 나는 가볍게 말을 던졌다.“다들 네 기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네. 그럼 결혼식 메이크업은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게 낫겠어.”강채원은 당황하며 소리쳤다.“그건 모델이 너무 못생기고 나이 들어서 그래! 언니처럼 예쁜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를 거야.”그 말을 듣고 있던 주성훈의 어머니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비용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끄덕였다.“내가 어찌 됐든 공짜니까 꼭 이쪽에서 받아.”이 사건으로 강채원의 평판은 완전히 추락했다. 주성훈의 어머니도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을 만큼 망신을 당했다.강채원은 나중에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빗자루를 든 나에게 쫓겨났다. 그사이 나는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강채원의 방송에서 잠깐 등장했던 내 모습이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었다. 그들은 나에게도 비슷한 콘텐츠를 하라고 권했다. 내 메이크업 실력도 강채원보다 훨씬 낫다는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이 소식을 들은 강채원은 분노에 차서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나를 향해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너 일부러 내 명성을 망치려고 그랬지! 내 흉내를 내서 유명해지려고!”심지어 그녀는 나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까지 했다. 법원에서 소환장을 받았을 때 나는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그녀를 제대로 단죄할 기
내가 주성훈에게 차갑게 대하며 연락을 끊은 지 열흘이 넘었다. 그는 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않자 눈에 띄게 초조해졌다.그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집안이 좋고, 외모도 출중하고, 가져갈 혼수는 그가 평생 벌어도 얻을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의 조건으로는 나와 같은 여자를 다시 찾기 어려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며 정중히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만나자마자 그는 다정한 말을 쏟아냈고, 그의 어머니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했다며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했다. 결혼식도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덧붙였다.나는 그의 변명에 관심이 없었다. 이 초대를 받아들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가 강채원과 어떤 사이인지 내막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결혼은 이미 접었다. 그의 어머니는 가정을 장악하려는 지배욕이 강했고 결혼 후에도 나를 힘들게 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주성훈은 마마보이였다. 이런 집안에 들어가 고생할 생각은 없었다.내 목표는 강채원과 주성훈의 관계를 파악하여 이후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강채원이 여러 차례 나를 공격했기에 다음에도 가만히 당할 수는 없었다.이번 만남에서 나는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식사 중 주성훈은 계속해서 내게 술을 권했다. 나는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숙취해소제를 복용하고 술을 더 독한 술로 교체했다.결국, 나는 멀쩡했지만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 이 틈을 이용해 나는 그의 휴대폰을 열어 모든 진실을 알아냈다.알고 보니 우리가 약혼하던 날, 강채원과 주성훈은 이미 내통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혼 후 내 재산을 모두 가져가 도망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어머니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그와 그의 어머니의 대화 내용을 보게 되었다.[우선 임신하게 만들어. 그럼 걔 부모가 우리한테 결혼해달라고 빌게 될 거야. 그때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게 되고 원하는 혼수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어.]이번 만남조
주성훈이 언제 강채원과 한통속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주성훈이 그녀를 위해 나를 속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내가 대신 합의했어.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가족끼리 일을 더 키우는 게 좋지 않잖아.”순간 억울함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내가 합성된 사진으로 고통받을 때 그는 한 번도 내 편에 서주지 않았다. 반대로 그는 범인에게 동정심을 보이며 감싸고 있었다.나는 그의 약혼녀 아닌가?“큰 잘못이 아니라고? 내가 사진 원본을 찾아내지 못했으면 우리 결혼도 끝장났을 거야!”“왜 소리 질러? 우리 엄마는 애초부터 이 결혼 반대했어. 근데 왜 모든 걸 남 탓만 하려고 해? 네가 밖에서 사진이나 찍히지 않았다면 그런 사진을 합성할 기회도 없었겠지. 우리 엄마가 네 직업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거고.”“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그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내가 도둑질을 했어? 사기를 쳤어? 왜 너희들은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깎아내리는데! 그리고 네 아버지 수술비 누가 냈는지 기억해? 네 월급으로 그 돈을 감당이나 했겠어?”말이 튀어나오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주성훈은 자존심이 매우 강했고, 나는 늘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물러날 수도 없었다.그는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좋아, 강정원. 드디어 본심이 나왔네. 나랑 결혼하는 게 그렇게 억울했어? 네가 얼마나 천박한 짓을 했는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마. 엄마가 이미 양보했으니까, 오늘 밤 꼭 와야 해. 안 오면 우린 끝이야.”그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혼란에 빠졌다.그가 내 직업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모욕적인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강채원을 두둔하며 나에게 화를 내다니, 두 사람이 언제 이렇게 가까워졌는지도 가늠이 안 됐다.나는 일이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에 그날 저
모델로 활동하며 찍힌 폐기 사진은 보통 즉시 파기된다. 이런 사진이 유출되면 개인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폐기 사진들을 파기하는 일을 담당했던 사람은 바로 내 어시스턴트였다.얼마 전 그녀는 고향에 다녀오겠다며 휴가를 냈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내 직원 중에서 포토샵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나는 직원들에게 항상 관대했지만, 그녀가 예전에 중요한 광고 계약을 망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녀에게 충고를 했고 뒤에서 몰래 그 손해를 메워줬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강채원과 손을 잡고 나를 공격했다.어찌 됐든 이 문제는 원본 사진만 찾으면 금방 해결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내 폐기 사진을 완벽히 파기해 버려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녀들이 나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그 집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나는 직접 강채원을 찾아갔다.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 사진들, 네가 성훈 씨한테 보낸 거 맞지?”그녀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난 전혀 모르겠는데.”하지만 그녀의 눈에 담긴 희열은 감출 수 없었다.“그만 연기해. 나 다 알고 있어.”“그래, 내가 보냈다. 어쩔 건데? 네가 날 이렇게 망가뜨렸으니, 나도 네 인생을 망가뜨릴 거야. 난 팬들을 위해 마음 썼을 뿐인데 네가 그걸 망쳤어. 그러니 나도 네 남자 친구한테 네 실체를 보여줄 거야.”“그건 조작된 사진이야. 너도 알잖아.”“그래서? 이제 와서 누가 그걸 믿어? 원본은 다 파기했어. 사람들은 그게 진짜라고 믿을 거야.”나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확신해?”“당연하지.”나는 사진 몇 장을 그녀 앞에 내던졌다. 그녀가 파기했다고 말한 사진이었다.강채원은 충격에 빠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럴 리가 없어! 내가 직접 파기하는 걸 봤다고!”나는 팔짱을 끼고 그녀가 허겁지겁 사진을 집어 찢는 것을 지켜보았다.“안타깝게도 난
나는 집 안에서 몰래카메라를 발견했다. 강채원이 전에 도움을 요청하며 두고 간 것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우리는 친하지 않을 뿐 딱히 원한을 살 만한 일도 없었다. 하지만 내 거절 한 번에 그녀는 내 인생을 망치려고 했다.만약 내가 소리를 듣지 못했거나 욕실에 숨을 곳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지금쯤 내 명예는 완전히 끝장이 났을 것이다. 같은 여자인 그녀가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를 이렇게 망치려고 한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녀가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했다.나는 우선 그녀의 라이브 방송을 며칠간 몰래 보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녀에게 꾸준히 선물을 보내는 팬 몇 명을 발견했는데, 그중 1순위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나의 알몸을 보려고 했던 사람이다.강채원은 그와 비밀리에 연락하며 꽤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녀에게 더 과감한 방송을 요구했지만 그녀는 원치 않았고, 대신 나를 내세우는 꼼수를 썼다.그날 실패로 남자가 화를 내자, 그녀는 그를 달래며 선물을 받기 위해 온갖 애를 썼다. 게다가 강채원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여러 팬과 연결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팬들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었다.이 정도 정보면 충분했다.나는 몇몇 팬들에게 접근해 상황의 전말을 알렸고, 그들을 하나의 그룹 채팅방에 초대했다. 그 후는 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팬들의 전투력은 생각 이상이었다. 결국 며칠 뒤, 강채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강정원! 네가 그 사람들한테 말한 거지? 네가 뭔데 그래? 그 사람들이 날 좋아하는 건 내 능력이야. 부러우면 네가 직접 방송해! 왜 내 돈줄을 끊어? 너 가만 안 둘 거야!”그녀가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격분하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통쾌했다.팬들의 지원이 끊기자 강채원의 라이브 방송은 금세 무너졌다. 그녀는 집에서 물건을 부수며 분노를 표출했고, 결국 고모부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두고 내연녀
강채원을 거절한 이후로 나는 마음이 계속 불안했다. 그녀는 결코 쉽게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평소와 달리 너무 조용했다.방송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평소 화장실 가는 것조차 방송으로 보여주려던 애가 말이다. 하지만 나도 일이 너무 바빠 그녀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야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은 사촌 오빠 결혼식에 갔고 집에는 나 혼자였다. 나는 씻고 쉬려고 옷을 벗었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소리가 났다. 마치 누군가 문을 따는 소리 같았다.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부모님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리는 없다. 그들이 집에 올 때는 보통 먼저 초인종을 누른다.머릿속에 온갖 범죄 사례가 스쳐 지나갔다. 휴대폰은 욕실에 두지 않았고 옷도 욕실 밖에 있었다. 지금 나가서 도움을 요청하려면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자칫하면 범인과 정면으로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나는 숨을 죽이고 소리에 집중했다. 이때 낮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이상하네. CCTV로 봤을 땐 분명 욕실에 들어갔는데, 왜 물소리가 안 들리지?”강채원이었다.‘CCTV라니? 내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거야?’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살다 살다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그녀가 선을 넘었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발소리가 거실을 오가는 것을 들으며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고 그녀가 욕실에 들어올 때를 노려 옷을 급히 걸치고 뚫어뻥을 챙겨 욕실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우리 집 욕실에는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있었는데, 그 틈 안에 숨으면 들어오는 사람이 보지 못한다. 이곳이 처음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된 셈이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지켜보기로 했다.욕실 문이 열리자 강채원은 휴대폰을 들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야, 우리 언니 모델이에요. 몸매도 저보다 훨씬 좋아요! 제가 오빠한테 보여드리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오늘 큰 선
나는 참다못해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뭐 하는 짓이야? 나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야! 이러면 내 팬들이 뭐가 돼!”나는 차갑게 대꾸했다.“널 키워준 할머니보다 네 자기들이 더 소중하단 말이야?”우리의 말싸움은 결국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몇몇 삼촌들은 관이 열린 것을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 그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물었다.“이게 누구 짓이야?”강채원은 일이 커지는 걸 보고 슬쩍 나를 힐끔거렸다. 고모는 내게 달려들어 때리려 했지만, 엄마가 막아섰다. 엄마는 강채원 뒤의 조명과 방송 장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딸은 절대 저런 짓 하지 않아요.”모두의 시선이 강채원에게 쏠리자,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그냥 메이크업 좀 한 건데 이렇게 호들갑 떨 필요 있어요? 할머니도 아무 말 없으셨잖아요! 다들 여기서 효자, 효녀인 척하지 마세요!”나는 차갑게 웃었다.“할머니가 말할 수 있다면 널 제일 먼저 데리고 갔을 거야.”고모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말은 곱게 해야지. 네가 겉으론 착해 보여도 속은 참 독한 애야.”강채원은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더욱 당당해졌다. 결국 삼촌들은 할머니의 안식을 위해 그녀를 가볍게 꾸짖는 것으로 끝냈다. 하지만 이 일이 그녀에게는 더 큰 자신감을 심어준 꼴이 되었다.나는 모델로 활동하며 강채원보다 더 유명했다. 그리고 강채원은 이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녀는 내 명성을 빌려 팬을 늘리고 싶어서 여러 번 방송을 제안했다.그녀의 메이크업은 늘 같은 스타일이라 내 이미지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번마다 거절했지만 그녀도 집요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채원이 할머니 장례식에서의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겠다며 찾아왔다.나는 처음에 만나길 꺼렸지만 부모님이 관계를 너무 악화시키지 말라고 해서 문을 열어줬다. 그녀는 지나치게 밝게 인사를 하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다행히 사과는 진지했고 나도 마음을 조금 풀었다. 그런데 그녀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네가 날
내 사촌 동생은 뷰티 블로거다. 그녀는 일반인에게 놀라울 정도로 퀄리티 높은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으로 방송한다.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블로거를 넘어 인풀루언서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몇 번은 라이브 방송 중에 우리를 등장시키기도 했다.나는 이런 행위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자신의 방송에 등장하는 건 우리의 영광이라고 하면서 말이다.다행히 우리 두 집안은 친하지 않았다. 가끔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상상도 못 했다. 그녀가 시선을 끌기 위해 할머니 장례식에서까지 장난을 칠 줄은 말이다.할머니는 아주 선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손주에게 똑같이 잘해줬다. 그녀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한참 슬퍼했다. 다른 사람들도 소식을 듣자마자 장례식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전통적인 성향의 할머니는 돌아가기 전에 이미 후사를 준비했다. 그녀는 화장을 거절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본가에 묻히기를 선택했다.장례식 마지막 날의 새벽, 나는 굉음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오늘은 고모 일가가 지키고 있을 날이다. 내가 후다닥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그곳은 아주 어두웠다. 떨리는 손으로 전등을 켠 다음에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봐버렸다.할머니의 시신이 있는 관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리고 내 사촌 동생 강채원은 낑낑대며 관뚜껑을 더 활짝 열려고 했다.나는 한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분노도 순식간에 끓어올라 곧장 달려가서 그녀를 밀어냈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강채원은 화들짝 놀랐다가 나인 것을 보고 투덜대기 시작했다.“이 새벽에 꼭 소리를 질러야겠어? 여기 장례식장이야. 이상한 거라도 끌어들이면 어떡하려고.”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쯤 열린 관뚜껑을 가리켰다.“관뚜껑을 함부로 열면 안 된다는 거 몰라? 네가 이러면 할머니는 어떡해!”그녀는 웃긴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키득대며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21세기에도 조선 시대에
내 사촌 동생은 뷰티 블로거다. 그녀는 일반인에게 놀라울 정도로 퀄리티 높은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으로 방송한다.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블로거를 넘어 인풀루언서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몇 번은 라이브 방송 중에 우리를 등장시키기도 했다.나는 이런 행위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자신의 방송에 등장하는 건 우리의 영광이라고 하면서 말이다.다행히 우리 두 집안은 친하지 않았다. 가끔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상상도 못 했다. 그녀가 시선을 끌기 위해 할머니 장례식에서까지 장난을 칠 줄은 말이다.할머니는 아주 선한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손주에게 똑같이 잘해줬다. 그녀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한참 슬퍼했다. 다른 사람들도 소식을 듣자마자 장례식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전통적인 성향의 할머니는 돌아가기 전에 이미 후사를 준비했다. 그녀는 화장을 거절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본가에 묻히기를 선택했다.장례식 마지막 날의 새벽, 나는 굉음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오늘은 고모 일가가 지키고 있을 날이다. 내가 후다닥 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그곳은 아주 어두웠다. 떨리는 손으로 전등을 켠 다음에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봐버렸다.할머니의 시신이 있는 관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리고 내 사촌 동생 강채원은 낑낑대며 관뚜껑을 더 활짝 열려고 했다.나는 한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았다. 분노도 순식간에 끓어올라 곧장 달려가서 그녀를 밀어냈다.“이게 뭐 하는 짓이야?”강채원은 화들짝 놀랐다가 나인 것을 보고 투덜대기 시작했다.“이 새벽에 꼭 소리를 질러야겠어? 여기 장례식장이야. 이상한 거라도 끌어들이면 어떡하려고.”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쯤 열린 관뚜껑을 가리켰다.“관뚜껑을 함부로 열면 안 된다는 거 몰라? 네가 이러면 할머니는 어떡해!”그녀는 웃긴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키득대며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21세기에도 조선 시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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