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빠진 오빠들

광기에 빠진 오빠들

에:  물안개의숲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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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 오빠는 의붓 여동생에게 누명이 씌워진 나를 좁고 숨 막히는 지하실에 가두고 말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오빠들에게 나가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여태 사소하게 연지를 괴롭힌 일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먹인 건,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고!” “너처럼 악랄한 사람이 불쌍한 척하면서 핑계를 대다니, 그 안에서 반성이나 해!” 그렇게 오빠들은 고통에 떨고 있는 의붓 여동생을 안고 병원으로 떠났고, 지하실에 갇힌 나는 오빠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히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자, 점차 고갈되는 산소 탓에 호흡이 힘들어졌고, 결국 나는 그 좁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삼 일 후, 의붓 여동생과 집으로 돌아온 세 오빠는 그제야 나를 떠올렸지만, 처절히 죽어간 나의 시체는 알아볼 수 없게 부패되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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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산소 부족으로 지하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나는 다시 깨어난 후, 내 영혼이 세 오빠의 곁에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집은 넓은 전원주택이었고, 세 오빠는 막 집에 돌아왔다. 큰오빠 한경호와 둘째 오빠 한경민은 의붓여동생 소연지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병원에 늦지 않게 가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순 없었을 테니까.” 셋째 오빠 한경준이 끝없는 관심을 표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는 아직 몸이 너무 약하니까 영양을 잘 보충해야 한대.” 셋째 오빠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연지의 그릇에 고기 한 덩어리를 놓아주자, 옆에 있던 가정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도련님, 예슬 아가씨께서는 이미 3일째 지하실에서 꼼짝도 못 하고 계세요...”큰오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오늘은 연지가 퇴원한 날인데, 그런 재수 없는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겁니까?” 가정부는 계속 말하려 했지만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의 차가운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심한 X 같으니라고. 한예슬은 연지한테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해산물 죽 한 솥을 만들어 논 걸 거야.” “허, 일찍부터 연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줄 알았는데, 다 계획이 있었던 거라고!” 소연지는 일부러 두려운 척하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예슬 언니가 저 때문에 너무 큰 벌을 받는 것 같아요. 이미 지하실에 너무 오래 있었는데, 나와서 저한테 해코지하는 건 아니겠죠?” 큰오빠가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연지야, 걱정하지 마. 우리가 그동안 걔를 너무 오냐오냐 대했어. 단 한 번도 벌을 준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 제대로 된 벌을 받고 나면 다시는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큰오빠는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꺼내어 나와의 채팅창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나와 큰오빠의 기록은 여전히 3일 전에 머물러 있었는데, 내가 3일간 연락을 단 한 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큰오빠의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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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챕터
제1화
산소 부족으로 지하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나는 다시 깨어난 후, 내 영혼이 세 오빠의 곁에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집은 넓은 전원주택이었고, 세 오빠는 막 집에 돌아왔다. 큰오빠 한경호와 둘째 오빠 한경민은 의붓여동생 소연지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병원에 늦지 않게 가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순 없었을 테니까.” 셋째 오빠 한경준이 끝없는 관심을 표했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는 아직 몸이 너무 약하니까 영양을 잘 보충해야 한대.” 셋째 오빠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연지의 그릇에 고기 한 덩어리를 놓아주자, 옆에 있던 가정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도련님, 예슬 아가씨께서는 이미 3일째 지하실에서 꼼짝도 못 하고 계세요...”큰오빠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오늘은 연지가 퇴원한 날인데, 그런 재수 없는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겁니까?” 가정부는 계속 말하려 했지만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의 차가운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심한 X 같으니라고. 한예슬은 연지한테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해산물 죽 한 솥을 만들어 논 걸 거야.” “허, 일찍부터 연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줄 알았는데, 다 계획이 있었던 거라고!” 소연지는 일부러 두려운 척하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예슬 언니가 저 때문에 너무 큰 벌을 받는 것 같아요. 이미 지하실에 너무 오래 있었는데, 나와서 저한테 해코지하는 건 아니겠죠?” 큰오빠가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연지야, 걱정하지 마. 우리가 그동안 걔를 너무 오냐오냐 대했어. 단 한 번도 벌을 준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 제대로 된 벌을 받고 나면 다시는 널 괴롭히지 않을 거야.” 큰오빠는 무의식중에 핸드폰을 꺼내어 나와의 채팅창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나와 큰오빠의 기록은 여전히 3일 전에 머물러 있었는데, 내가 3일간 연락을 단 한 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큰오빠의 눈빛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서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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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소연지는 큰오빠 한경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빠, 화내지 마세요. 제가 괜히 해산물 알레르기를 가지고 태어나서 벌어진 일이에요. 예슬 언니도 일부러 그런 걸 아닐 테니, 너무 언니를 나무라진 마세요... 엉엉...” 삽시간에 얼굴색이 변한 큰오빠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못된 계집애 같으니라고! 어릴 때부터 너무 오냐오냐 키웠더니 거만하고 건방진 사람으로 자란 거야!” 둘째 오빠 한경민의 눈빛에는 더욱 강렬한 분노가 번쩍였다. “어쩐지 자랄수록 마음이 좁아지는 것 같더라니까? 한예슬만 아니었어도 연지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어!” 바로 이때, 소연지는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알레르기를 오빠들 앞에 드러냈는데, 그곳에는 여전히 붉은기가 서려 있었다. 셋째 오빠 한경준이 붉은기가 서린 피부를 애틋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은 괜찮아, 연지야?” 소연지는 고개를 숙인 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프진 않아요... 아프진 않은데...” 둘째 오빠는 마음속 분노가 완전히 불타올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병원에 조금이라도 늦게 갔다면, 연지는 생명이 위독했을 거야.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연락 한 통이 없다니, 한예슬은 정말 반성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녀석인 거라고!” 큰오빠는 더욱 분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서 한예슬을 데려와서 무릎 꿇고 연지한테 사과하게 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면서 사과하지 않는 모습은 봐 줄 수가 없으니까!”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는 마찬가지로 화를 내며 말했다. “고집을 부리는 건 우리가 여태 오냐오냐했기 때문이잖아? 이제부터라도 잘못한 일에 대한 벌을 줘야겠어!!” 세 사람은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의 기색을 드러내며 가정부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겁니까?! 어서 가서 그 불여시를 데려오세요. 아, 그리고 채찍도 가져오세요. 그 X이 일부러 죽에 해산물을 넣지 않았더라면, 연지가 병원에서 3일 동안 고생할 일은 없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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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세 오빠의 뒤를 따라가던 나의 마음은 더욱 서늘해졌고, 바람에 일렁이는 분노를 느끼던 세 오빠는 나의 육체가 잠든 지하실 앞에 다다랐다. “한예슬, 안에 숨어서 찍소리 안 하면 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지하실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둘째 오빠 한경민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한예슬, 대체 무슨 꿍꿍이야? 어서 나와서 연지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해?!” “그 안에 꼭꼭 숨어서 핸드폰을 끄고 우리한테 연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일부러 연지를 다치게 한 일이 사라지진 않아!” 셋째 오빠 한경준 역시 분노가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한예슬, 너 정말 교묘하구나? 우리 연지가 잘하는 걸 보기 싫어서, 일부러 조용한 척하면서 연지를 괴롭히려고 한 거지?” “지하실에 숨어서 우리랑 말조차 하지 않으면, 우리가 널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지하실 안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전해지지 않았는데, 큰오빠와 셋째 오빠는 벌벌 떨고 있는 가정부들을 보며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 겁니까? 혹시, 벌써 저 나쁜 X한테 매수당한 겁니까? 당신들이 몰래 그 X을 풀어준 거 아니냐고요!” 둘째 오빠는 콧방귀를 뀌었다.“정말 그럴지도 몰라. 악독한 한예슬이라면 우리가 떠난 후에 지하실에선 버틸 수가 없다며 가정부들에게 풀어달라고 했을 거야” 셋째 오빠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연지를 죽일 뻔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다니, 네가 그러고도 우리 동생이라고 할 수 있어?” “아, 우리한테 동생은 너뿐이라고 생각한 건가?” 이때, 가정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경호 도련님, 저희가 어떻게 도련님의 명령 없이 아가씨를 풀어줬겠어요...” “예슬 아가씨는 정말 지하실에서 꼬박 3일을 보내셨습니다.” 이때까지 평온한 표정으로 지하실을 바라보던 셋째 오빠의 눈동자에 불안한 기색이 번뜩였다. 셋째 오빠 한경준은 곧장 나아가 지하실 입구를 몇 번이고 세게 당겼지만 지하실 문을 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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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바깥의 빛이 쏟아지듯 내리쬐자, 지하실 안의 어둠이 흩어졌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나의 시체를 마주했는데, 어둡고 습한 지하실에 밀폐되어 있던 나의 시체는 죽은 지 3일 만에 열흘 정도 지난 시체처럼 변해 있었다. 이미 썩기 시작한 시체에는 수많은 벌레가 뒤엉켜 알을 깠고, 숨이 막혀 시퍼렇고 검게 변한 얼굴은 3일 동안 부패하면서 누구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처참한 시체를 보이고 싶지 않아 얼른 세 오빠의 앞을 막아섰다. ‘죽어서라도 나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나의 자그마한 행동은 헛수고에 불과했다. 뒤이어 들어온 큰오빠 한경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소리 없는 소란 속에서 멈추지 못하고 당황한 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큰오빠는 입술을 계속 떨며 입을 열었다. “저게... 뭐지?”심한 악취와 하염없이 밀려드는 공포의 장면은 큰오빠마저 혐오감 가득한 얼굴로 도망가게 했다. “얼른 치워버리세요. 역겨워 죽겠다고요!”옆에 있던 가정부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경호 도련님, 저건... 예슬 아가씨예요. 예슬 아가씨의 시체라고요!” 큰오빠가 쌀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겨우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시체가 저렇게 썩는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쥐새끼 시체 몇 마리 쌓아 놓고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고요!!” “한예슬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지하실에서 몰래 빠져나간 거예요, 그렇죠? 어쩐지 아무리 불러도 기척이 없더라니, 그럴 줄 알았다고요!” 큰오빠의 거친 말에 목소리를 내려던 가정부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둘째 오빠 한경민과 셋째 오빠 한경준은 급히 달려온 소연지를 껴안았다. “연지야, 가지 마. 거기엔 더럽고 역겨운 게 있단 말이야!” 애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빠들의 표현을 들으며, 나는 잠시나마 마음속에 피어올랐던 한 줄기의 기대감이 완전히 깨지는 것을 느꼈다. 오빠들은 내 시체를 마주하고도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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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세 오빠는 소연지와 함께 재빨리 거실로 돌아왔고, 큰오빠 한경호는 소연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갔다. “예슬이에게 준 모든 은행카드를 동결해.” “참, 그리고 예슬이가 지출한 모든 내역을 다 조사한 다음에 부모님이 사시던 옛날 집도 확인해 봐.” “3일 동안 어디에서 무슨 짓을 한 건지 확실히 알아야겠어!” 큰오빠는 차가운 명령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는데, 지출 내역을 조사하기만 하면 내가 3일 동안 구체적으로 어디를 다녔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듯했다. ‘철저히 조사하고 나를 제대로 벌하려는 걸 거야.’ ‘허...’나는 비웃음을 터뜨렸다.‘벌써 잊은 모양이네?’ ‘이전에 본인 명의의 회사에 결책이 하나 있었고, 그것 때문에 회사가 거의 파산할 지경이라 회사의 많은 주주들이 일제히 자금을 회수했던 일을 말이야.’ ‘막다른 길에 몰렸던 큰오빠는 내가 가진 모든 돈을 쏟아붓고 나서야 겨우 회사 부도를 막을 수 있었어.’ ‘거기엔 오빠들이 나한테 준 모든 돈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빠와 엄마가 나한테 물려준 부동산도 있었다고.’ ‘그런데 나한테 무슨 돈이 남았겠어?’ 한편, 둘째 오빠 한경민은 텅 빈 거실을 둘러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한예슬, 정말 독하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연지를 돌볼 때, 걔는 지하실에서 고생하는 게 싫어서 밖으로 도망쳤던 거잖아?” “내가 회사마다 가서 물어볼게. 내 체면 때문에 그 망할 X을 받아들인 건 아닌지!” 셋째 오빠 한경준은 더욱 어두운 얼굴로 낮게 말했다. “나한테도 화실이 몇 개 있잖아. 그 화실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어.” 큰오빠가 콧방귀를 뀌었다.“허, 이번엔 어디로 숨었을지 보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예슬이를 찾아서 연지한테 사과하게 해야 해!” 이 말을 끝으로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는 소연지의 눈앞에서 떠나갔다.내 영혼이 큰오빠인 한경호의 옆에 남아 있는 것은 아마 오빠가 내 시체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인 듯했다. 소연지는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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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큰오빠 한경호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수사자처럼 의연하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내가 왜 그 일을 잊은 거지?’ ‘예슬이는 나랑 회사가 가장 힘들 때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온갖 자원을 쏟아부었어.’큰오빠는 조금 전엔 너무 화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내가 돈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이나마 이성을 되찾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밀려오는 통증은 큰오빠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이 광경을 본 소연지는 불쌍한 척하며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큰오빠 한경호에게 건넸지만, 큰오빠는 손가락을 떨며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움켜쥘 뿐이었다. 오빠는 또 한 번 나와 나눈 채팅 기록을 뒤적였지만, 나와 그의 채팅 기록은 여전히 3일 전에 머물러 있었다.큰오빠는 초조한 듯 손가락으로 핸드폰 케이스를 두드렸다.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소연지가 연약한 척 입을 떼려 했지만, 큰오빠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큼성큼 나의 육체가 잠들었던 지하실로 달려갔다. 그는 지하실에 있던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못된 녀석 같으니라고. 혹시 어디서 실종된 거 아니야? 하, 진짜 우리한테 여동생이 본인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았던 거냐고!” 나는 큰오빠의 발걸음을 강제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차가운 눈빛을 머금은 나는 더 이상 큰오빠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큰오빠는 분노에 못 이겨 날카로운 구두 굽 소리를 내며 지하실로 향했다. 익숙한 부패한 냄새가 나는 곳.그는 창백한 얼굴로 지하실 입구에 다다랐다. 다만, 안을 들여다본 큰오빠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물었다. “안에 있던 거는요?”여전히 지하실에서 청소하고 있던 가정부가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 “도련님께서 저희더러 치우라고 하셨잖아요...”바로 이때, 한 가정부가 공포에 떨며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지하실에 아가씨의 핸드폰이 있었는데, 잠시 충전하니 전원을 켤 수 있었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자 이미 차게 식은 줄 알았던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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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소연지는 황급히 달려왔지만, 막 큰오빠에게 안기려던 순간 내쳐지고 말았다. “꺼져!”큰오빠의 목소리에 겁에 질린 소연지는 한쪽에 주저앉아 눈을 몇 번 깜빡인 뒤 눈물을 흘렸다. 다만 소연지의 그런 가식적인 태도는 큰오빠의 어떤 동정심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큰오빠는 두 눈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옆에 서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정부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시체, 이 안에 있던 시체를 어디로 옮겼죠?!” 가정부들은 줄줄이 몸을 움츠렸는데, 그중 한 명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경호 도련님, 도련님들께서 더럽다고 하시기에...”“방금 막 화장을 끝냈습니다.” 큰오빠는 이 말을 듣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두 다리가 나른해지는 듯했다. 따르릉-바로 이때, 큰오빠가 꼭 쥐고 있던 내 핸드폰이 울렸다. 내가 슬며시 다가가 확인해 보자, 둘째 오빠 한경민이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 둘째 오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예슬아, 연결돼서 정말 다행이야. 오해해서... 정말 미안해. 오빠가 널 오해했어.]큰오빠는 머리가 멍해졌을 때도 수화기 너머의 둘째 오빠의 울음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예슬아, 왜 말이 없어?] [화나서 그런 거야? 빌어먹을 소연지가 너를 모함한 걸 오빠가 늦게 발견한 탓이야! 정말 미안해.] [소연지가 일부러 알레르기 사건을 너한테 뒤집어씌웠던 거야. 우리가 널 오해한 거라고!][예슬아, 오빠를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될까?]나는 내 시체 옆에서 차디찬 조소를 터뜨렸다. 둘째 오빠 한경민은 신예 가수였는데, 나는 그의 뒤에서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여러 히트곡도 사실 내가 작곡한 것이었으니 말이다.소연지가 알레르기의 원인이 된 조미료 봉지를 나에게 건네주던 날, 나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날은 내가 작곡한 곡을 둘째 오빠의 데뷔 2주년에 선물하려고 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예상지도 못 한 소연지의 모함으로 인해 오빠들의 손에 이끌려 지하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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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큰오빠가 벽을 짚고 일어날 때, 오빠의 손에 있던 나의 핸드폰이 또 한 번 울렸다. 내가 흘긋 확인해 본 결과, 그것은 바로 셋째 오빠 한경준이 걸어온 전화였다. 천재 화가인 셋째 오빠 한경준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깔을 아주 좋아했기에, 나는 4일 전에 셋째 오빠를 위한 아주 고급스러운 동백기름을 특별히 구해 두었다. 셋째 오빠가 그것을 보면 분명 만족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셋째 오빠가 그 서프라이즈를 발견하기 전에 내가 죽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큰오빠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의 셋째 오빠가 너그러운 말투로 말했다. [예슬아, 화내지 말고 들어봐.][어찌 됐든 네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어디에 있든지 빨리 돌아와. 오빠는 널 감싸줄게.]셋째 오빠가 쉴 새 없이 말하던 찰나, 큰오빠가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경민아, 지하실에 있던 걸 화장하라고 한 사람이 너였어?” “그게... 우리 예슬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그 순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그게 정말...][말도 안 돼. 예슬이가 그렇게 변했을 리 없어! 그냥 지하실에 3일간 가두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더러운 물건이 될 수 있다는 거야?] [형,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니다, 내가 지금 갈 테니까 돌아가는 대로 DNA 검사부터 해 보자. 어디서 들었는데 머리카락으로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우리 예슬이일 리 없잖아!] 셋째 오빠 한경준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큰오빠는 무릎을 꿇고 목 놓아 울었다.잠시 후, 한 가정부가 쭈뼛쭈뼛 유골함 하나를 들고 나왔다. “도련님, 아가씨의 유골입니다.” 큰오빠는 지금도 마음속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있는 듯했는데, 오빠는 앞에 서 있는 가정부를 향해 냉담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 “그게 내 여동생이라고요?” “한예슬, 그러니까 우리 여동생은 실종된 거지, 죽은 게 아니라고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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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큰오빠는 곧장 소연지의 핸드폰을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 앞에 내팽개쳤다. 두 사람은 모두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소연지의 핸드폰을 주워 들었지만, 곧장 얼굴색이 변하고 말았다. 그 핸드폰에는 소연지가 악행을 저질렀다는 모든 증거가 남아 있었다. [첫 번째, 나는 집에 오자마자 내 장난감을 밟아 부셔서, 오빠들이 한예슬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뒤, 오빠들이 한예슬에게 화를 내게 했다.][두 번째, 나는 3일 전에는 일부러 알레르기를 일으켜 한예슬을 모함했다.] 심지어 사진첩에는 내가 오빠들에게 욕을 먹는 장면과, 그 옆에 있던 소연지의 웃음소리가 담긴 영상이 있었다. 셋째 오빠는 가장 먼저 소연지의 얼굴을 걷어차며, 눈 주위가 붉어지고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그동안 우리가 예슬이한테 실망했던 일들이, 전부 네가 벌인 짓이었어?” “네가 우리 집에 올 수 있었던 건 다 예슬이 덕분이었다고!”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대체 왜!!!” 입안이 선혈로 가득 찬 소연지의 눈빛이 인차 매서워졌고, 소연지는 곧이어 오빠들을 매섭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한예슬을 모함했다는 거, 깔끔하게 인정할게요. 하지만 나는 당신들의 예쁨을 더 많이 받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잘못됐다는 거예요?!” “그리고, 결국 한예슬을 죽인 건 당신들이잖아요!”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요. 한예슬을 죽인 건 당신들인데, 왜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냐고요!” 화가 치밀어 올랐던 오빠들의 눈빛에 한 가닥의 당혹감이 스치자, 소연지는 큰오빠 한경호를 매섭게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당신들의 귀염을 받고 싶을 뿐이었지만, 당신들은요?” “당신들은 한예슬을 지하실에 가두고도 잊고 있었잖아요!” “물론 3일이면 살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3일간의 트라우마를 얻은 한예슬은 정신병에 걸리고 말았을걸요?” 큰오빠는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싸고 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소연지는 다시금 둘째 오빠와 셋째 오빠를 바라보았다.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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