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임경준은 술병 하나를 집어 강현승의 머리에 내리쳤고, 순간 강현승의 이마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내가 성연이랑 같아? 걔는 여자고 나는 남자잖아!”임경준은 당당하게 말했다.강현승은 상처받은 이마를 감싸며 그를 쳐다보다가 실망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나 강현승은 너 같은 친구가 없어.”강현승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를 떠났다.임경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과 계속 술을 마시며 계속 취하려 했다.친구 한 명 없다고 그의 삶이 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다음날도 햇살은 여전히 눈 부셨다.임경준은 일어나자마자 조정아를 찾아갔는데 지난번에 산 사치품도 챙겼다.조정아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순수하고 맑았다.한 손에 사치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든 임경준을 훑어보던 그녀는 왼손에 들린 뜨거운 커피를 과감히 받아들었다.뜨거운 커피는 찬 바람 부는 이른 아침 그녀의 손바닥을 순식간에 따뜻하게 해줬다.임경준의 자상함은 극에 달하는 것 같았다.“아침 일찍 무슨 일로 찾아왔어요?”조정아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없었지만 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다.“정아야,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임경준은 사치품을 조정아에게 건네며 웃었다.명품을 보던 조정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경준 오빠는 설마 옷 몇 벌 가지고 나를 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나 조정아를 뭐로 보는 거예요?”조정아는 두 발짝 뒤로 물러섰다.“당연히 그런 게 아니야. 정아야, 네가 그런 걸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알아. 난 그냥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뿐이야. 난 너만 좋으면 돼.”임경준이 황급히 말했다.그가 오랫동안 설득해서야 조정아는 선물을 받았다.조정아를 잘 달래고 다음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잡고 나서야 임경준은 비로소 차를 몰고 성씨 저택으로 갔다.“아저씨, 아줌마, 뭐라고요? 성연이 밤새 안 돌아왔어요?”임경준은 성연이의 부모님을 보며 하마터면 욕설을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남자의 흔적을 보지 못한 임경준은 나의 옷깃을 잡으며 큰 소리로 물었다.“간통한 남자를 어디에 숨겼어?”나는 그의 이 모습에 흠칫 놀라 머리가 아파 났다.경찰이 앞으로 다가가 임경준을 떼어놓자 나는 아픈 머리를 감싸고 땅에 앉아 신음했다.“머리가 너무 아파, 머리가 너무 아파.”말을 마친 나는 기절했다.“이 여자는 어젯밤에도 혼자 왔어요. 사람을 모함해도 유분수죠!”로비 매니저는 내가 쓰러진 것을 보고 급히 전화로 구급차를 부른 후 임경준에게 말했다.임경준은 그 자리에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 나를 본 임경준은 당황해 하며 구급 인원들과 함께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두 걸음도 걷지 못하고 경찰에게 붙잡혔다.“성연아...”임경준은 내가 구급차에 오른 것을 보고 나서야 목소리가 누그러졌다.하지만 경찰은 그에게 사랑 타령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오후가 되어서야 경찰서에서 나온 임경준은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퍽!아버지는 그를 보자마자 뺨을 한 대 때리고는 빨개진 두 눈을 부릅뜨며 호통쳤다.“네가 내 딸을 괴롭혔어? 무슨 염치로 병원에 와? 성연을 죽이고 싶어?”“아저씨, 저는...”임경준이 입을 열자마자 나는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아빠. 저는 이 미친놈을 보고 싶지 않아요. 지훈을 불러주세요. 저는 지훈을 보고 싶어요.”나는 이불속에 숨어 소리쳤다.주지훈만 언급하면 임경준은 순식간에 폭발했다.“성연! 나야말로 너의 남자친구야!”임경준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예전에는 그를 이렇게 불렀는데 지금은 그의 앙숙을 부르고 있으니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큰 소리로 울부짖는 임경준을 밖으로 끌어내며 엄마는 눈시울을 붉혔다.“경준아, 제발 성연을 자극하지 마. 성연은 기억을 잃었어. 이미 널 잊었어.”“미안해요...”임경준이 분노를 참으며 사과했다.윙...그의 휴대전화가 한 번 울렸다.임경준은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지만 문자를 보
주지훈의 목을 끌어안으며 휴대전화를 꺼낸 나는 그의 볼에 뽀뽀하며 찰칵 사진을 찍었다. 뽀뽀하는 순간 주지훈의 눈빛이 살며시 떨렸다.“카카오스토리에 올려야겠어. 아니면 너 도망갈 수 있어.”주지훈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나는 카카오스토리를 업데이트한 후 자연스럽게 그가 가져온 도시락을 열었다.모락모락 김이 나며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모두 내가 대학교 때 즐겨 먹던 음식인데 생선요리부터 탕수육, 그리고 기타 고기반찬과 나물 무침까지 정교하게 담겨져 있었다. 보온통에는 갈비탕이 있었다.나는 이 음식들을 보고 조금 멍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곧 차분해졌다.즐겁게 먹는 나를 본 엄마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주지훈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지훈아, 고마워. 성연이에게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려던 참인데 마침 네가 맛있는 걸 챙겨 왔네.”“별말씀을요.”주지훈은 예의 바르게 웃었다.엄마와 아빠는 내가 밥 먹는 틈을 타 주지훈을 몰래 데리고 나갔다.“지훈아, 성연이는 얼마 전에 사고가 나서 널 경준으로 착각한 것 같아. 폐를 끼쳐 미안해. 넌 성연을 상대할 필요가 없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게.”엄마가 조용히 말했다.“괜찮아요.”주저 없이 말하고 난 주지훈은 얼마 안 되어 전화를 받고 그는 서둘러 회사로 돌아갔다.다음날.나와 주지훈의 사진이 카카오스토리에 퍼졌고 임경준도 이 사진을 보았다.호텔에서 방금 깨어난 그는 어제 조정아와 뜨겁게 키스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잠자리를 같이하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이건 그녀가 순수하고 선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자세히 비교해 보면 조정아는 성연보다 훨씬 순수하고 착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임경준의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진동했다.휴대전화를 열어보니 그더러 카카오스토리를 보라는 문자가 가득했다. 임경준은 카카오스토리를 열자마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펑!그는 휴대전화를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집어던지며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성연, 파렴치한 년!”임경준은 화가 나 폐가
나는 여전히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쌀쌀하게 임경준을 바라봤다.“임경준 씨, 그만해! 더는 나를 찾아와 시끄럽게 하지 마! 나의 남자친구는 단 한 명뿐인데 바로 주지훈이야. 지훈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람 외 난 아무도 원하지 않아.”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임경준을 타일렀다.화가 나 눈시울이 붉어진 임경준은 나를 때리려고 손을 들었으나 부모님이 옆에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 그는 악의에 찬 눈빛으로 주지훈을 흘겨보며 차에 올라 병원 쪽을 향해 운전했다.그가 떠나자마자 나는 즉시 돌아서서 주지훈을 바라보며 그의 목덜미를 문질러주었다.“방금 그 미친놈이 널 아프게 하지 않았어?”서늘한 촉감에 주지훈은 멍해지며 눈 밑에 잠깐 애절한 감정이 돌았다.“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말을 마친 그는 서둘러 부모님과 작별을 고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의 당황하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가볍게 웃었다.‘방금 지훈의 귀가 빨개진 거 같은데?’사흘 후.나는 집에 더 있을 수 없어 치장한 후 이력서와 가방을 들고 주현 그룹으로 갔다.인사부에서는 나의 이력서를 보고 격동되어 급히 주지훈을 찾아갔다.“대표님, 전에 스카우트하려던 건축사 성연 씨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높은 영봉으로 고용할까요?”“어디에 있어?”:주지훈이 벌떡 일어섰다.“휴식실에 있습니다.”인사부 담당자가 웃으며 답했다.말을 끝나자마자 조금 전까지 앞에 서 있던 주지훈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뒤늦게야 반응을 한 인사부 담당자가 쫓아가 보니 줄곧 침착하고 냉정하던 대표님이 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감히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얼마든지 요구하는 대로 주며 꼭 입사시켜.”주지훈이 분부하자 인사부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몇 분 후 인사부 담당자는 보고하러 주지훈의 사무실로 갔다.“대표님, 성연 씨는 이미 초빙했고 급여에 대한 요구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인재도 인입한걸 보면 틀림없이 제가 낸 채용 광고가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주지훈은 인사 담당자를
도도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조정아는 부드럽고 대범했는데 이는 시시콜콜 따지기만 하던 성연과 사뭇 달랐다.“미안한데 임경준 씨, 당신과 친하지 않으니 누구를 데려오든 나랑 상관없어.”나는 쌀쌀하게 말하며 조정아를 힐끗 보았다.“계속 치근덕거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성연아, 난 정말 너의 남자친구야.”임경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를 향해 걸어오는 주지훈을 보며 나는 임경준을 밀쳐버렸다.“미안해, 내 남자친구가 왔어.”나는 앞으로 다가가서 주지훈과 팔짱을 꼈다.“지훈아, 어디에 갔었어? 오랫동안 기다렸어.”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는 얼굴로 주지훈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봤다.주지훈이 임경준을 바라보며 내 질문에 대답하려던 참에 마침 사업가들이 다가와 그를 둘러쌌다.“주 대표님께서 여자친구를 데려오는 것을 거의 못 봤어요. 이 여자분은 좀 눈에 익네요.”“우리 회사 직원, 성연씨에요.”주지훈이 소개하자 임경준은 더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나를 별장 문 앞으로 끌어갔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성연 씨는 임 대표님 여자친구가 아닌가요? 그럼 이 여성분은...”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조정아에게 쏠렸다.당황해진 조정아는 치맛자락을 들고 서둘러 별장을 나섰는데 문 앞에 이르자 임경준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들었다.“성연아! 넌 너무한 거 아니야? 날 잊은 것도 모자라 임성 그룹 직원인 것도 잊었어? 왜 주현 그룹에 취직했어?”임경준은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병이 나은 후 주현 그룹에서 일한 지 한 달이 됐어. 이젠 정규직이야.”내가 담담하게 말하자 임경준은 멍해졌다.한 달 동안 조정아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다 보니 다른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이힐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울리자 조정아가 기세등등해서 그들의 옆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정아가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귀띔한 것이 틀림없다.조정아가 불쾌한 기색을 보이자 임경준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붙잡았다.“정아야, 어디 가?”임경준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조
사무실 안에서 인기척을 들은 주지훈은 고개를 들어 노기등등한 임경준을 얼핏 보고는 담담하게 마지막 문서에 사인했다.주지훈의 평온한 얼굴을 본 임경준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먹으로 그의 책상을 내리쳤는데 책상 위의 물건들이 모두 흔들렸다.“주지훈, 수단이 대단하네. 감히 내 신분을 도용해서 성연에게 접근한 것도 부족해서 이젠 회사로 끌어들였어? 너 무슨 속셈이야?”노발대발하며 한바탕 말했어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주지훈을 보며 임경준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성연을 돌려줘! 이 도둑놈아!”‘주지훈이 성연을 훔쳤고 나에 대한 사랑도 훔쳤어.’“미안해, 난 그렇게 할 수 없어.”주지훈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임경준은 화가나 웃어버리며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성연은 내 거야! 지금 너를 나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니 계속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성연은 누구의 물건이 아니니 내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야.”주지훈은 손을 쓰지 않았지만 눈빛은 꿋꿋했다. 이 말을 들은 임경준은 주지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선생님은 성연이 이번 달이면 기억을 되찾을 거라고 했어. 기억을 되찾으면 내 곁에 돌아올 거야! 성연은 나를 사랑해!”임경준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도도하게 말하자 주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주지훈도 선생님에게 물어봤는데 이번이 마지막 달이었다.“임경준! 미친놈아. 저리 가.”주지훈 비서의 손에서 사무실 열쇠를 가진 나는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자마자 주지훈의 입가에 피가 흘리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가 임경준을 세게 밀쳤다.나는 주지훈의 곁으로 달려가 그의 얼굴을 만지며 애틋하게 물었다.“지훈아, 아파?”주지훈은 말없이 내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애잔한 눈빛으로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성연아, 끼어들지 마. 내가 오늘 이 파렴치한 놈을 제대로 혼내줄게!”임경준이 주지훈을 때리려고 하자 나는 과일칼을 꺼내 그를 겨누었다.“나쁜 놈, 감히 손을 대기만 해봐!”내가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자
임경준은 주현 그룹을 떠나 곧장 조정아의 학교로 향했다.조정아는 임경준의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차 밖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의 기분이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성연이 멍청한 거 아니야? 왜 하필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 지금 나한테 칼을 겨누고 있다니!”임경준은 방금 장면을 떠올리며 억울한 마음에 핸들을 몇 번 두드렸다.임경준의 말을 듣고 조정아는 자초지종을 알아차렸다.“성연 언니가 오빠를 그렇게 사랑한 게 아닐지도 모르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조정아는 그의 허벅지에 가볍게 손을 얹으며 말했는데 임경준을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나 같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을 거고 때리지도 않았을 거예요.”임경준은 그 말을 듣고 감동해 마지않았다.조정아는 젊고 예쁜 데다 단순하기까지 하니 성연보다 천 배 만 배나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천천히 다가갔지만 조정아는 이번에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으로 임경준을 달랬고 임경준도 곧 그녀의 부드러움에 도취하였다.두 사람이 한바탕 뒤엉킨 후 임경준은 자신도 젊어지는 것을 느끼며 조정아에게 미친 듯이 돈을 부었다. 옷이 적다며 옷, 신발, 가방을 사줬는데 심지어 별장까지 사줬다.나는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누군가 이런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잠시 걸음을 멈추었지만 그마저도 그냥 잠시 주춤하는 것에 그쳤다.오늘 나는 주현 그룹을 대표해서 모교 강사로 돌아왔는데 먼저 설비를 익혀야 했다. 일찍 교실에 갔다가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온 나는 돌아올 때 안에서 몇몇 여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들었다.“정아야, 그 임경준이 별장 한 채 사줬다고 하던데 정말이야?”“당연히 정말이지. 온갖 사치품을 다 쓸 수도 없어.”조정아는 아첨하는 룸메이트 몇 명을 힐끗 쳐다보고는 글로벌 한정판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소식이 빠르네.”몇 사람이 한창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끼어들었다.“하지만 정아야, 임경준은 약혼녀
나는 표정을 잠시 멈칫하다가 입을 살짝 벌리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주지훈이 나를 말렸다.“쇼핑하다가 목걸이가 예쁜 걸 보고 사 왔어.”그는 내가 거절하든 말든 박스에서 꺼내서 조심스럽게 걸어주었는데 마치 내가 거절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동작이 느리고 조심스러웠다.회사에서 그가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평소에는 거의 웃지 않다가 갑자기 이렇게 소심하니 나는 조금 적응이 안 되었다.하지만 그는 겸사겸사 많은 일을 했다.병원에 날 보러 가고 밥도 사주고 꽃도 사주고 목걸이도 사 주고 있다.“예쁘네. 마음에 들어.”나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가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의 얼굴이 여전히 굳은 것을 본 나는 그에게 벤치에 앉자고 했다. 앉자마자 그는 내 손을 잡았고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내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나는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들어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눈빛도 차츰 어두워졌다.“지훈아, 나도 생각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잠시 후, 나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려서 달래며 말했다.“부탁이 있어.”주지훈이 엄숙하게 대답했다.“말해.”“앞으로 목걸이를 버리지 말아 줄래? 뭐가 떠오르든 절대 버리지 마.”주지훈의 말투는 애원을 조금 띠고 있었다.“이렇게 예쁜데 내가 왜 버려?”나는 서둘러 목걸이를 가리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지훈을 바라보며 웃었다.“밥을 먹든, 잠을 자든, 샤워하든, 어디로 가든지 착용할 거야.”주지훈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안색이 조금 좋아졌다.“자, 사진 찍자.”나는 그의 팔을 껴안고 그와 함께 많은 사진을 찍고 예쁜 사진을 몇 장 골라 카카오 스토리에 올렸다.밤이 되자 임경준이 직접 찾아왔는데 사진 얘기가 아니라 조정아를 위해서였다.“성연아, 너 왜 이렇게 악랄해? 조용히 있다가 학교에 찾아가서 모욕주다니! 바다에 한 번 빠졌을 뿐인데 머리도 나빠진 거야? 나를 잊으면 그만이지 조정아처럼 이렇게 순수한 여자를 왜 괴롭혀? 늘 씩씩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