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은 어떻게 하면 송나나 체내의 한기를 자신의 몸으로 옮길지 계획이 다 있었다.하지만 그 방법이 조금 난감했다.“나나 씨, 내게 방법이 있긴 한데 문제는 옷을 다 벗어야 해요.”“네?”송나나가 깜짝 놀랐다.“다 벗어야 된다고요?”“네.”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은침을 이용해 나나 씨 혈도를 막고 체내의 한기를 모을 거에요. 그 사이 어떠한 실수도 있어선 안 돼요. 한기가 모이면 강력한 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실수하면 나나 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어요.”“그래요?”송나나는 난감했다.지난번 은침으로 체내 한기를 제거할 때도 부끄러웠다.갑자기 그때 장면이 떠오르며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한참을 생각하던 송나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서준 씨를 도와줄 수 있다면 기꺼이 할게요. 만약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은 목숨이 됐을 텐데. 벗는 게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고 그렇죠?”송나나가 장난스럽게 웃자 강영이 말했다.“동의했으니 지금 시작하죠. 필요한 거 있어요?”강서준이 분부했다. “은침이 필요해.”“알았어요. 지금 준비할게요.”그때 이준성이 일어서며 말했다.“그런 일은 저한테 맡기세요.”그리고 밖에 나가 북림에 있는 송진에게 연락했다.소식을 전해들은 송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이 녀석이 겁도 없이, 순결을 이렇게 잃는다는 거야?”그동안 이준성에게서 계속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러니 당연히 강서준에게 여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강서준은 호색한 인간은 아니지만 그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들이 너무 많아 송나나가 끼어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처음에 강서준과 송나나가 함께 하길 바랬다. 하지만 예상밖으로 여자들이 계속 나타났다.김초현, 서청희, 지금은 윤정아라는 여자까지.그래서 지금은 오로지 송나나의 한기를 치료해주기만 바랬다.“어르신, 어떻게 할까요? 제가 막을까요?”잠시 생각을 하던 송진이 입을 열었다.“됐어. 마음대로 하게 냅둬. 막는다고 그게 막아지냐? 무술인들은 나도 들은
이준성은 은침을 사 들고 별장 2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그 사이 송나나는 몸을 씻은 후 가운만 걸치고 침대로 다가왔다.강서준은 이미 양반다리를 하고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강영이 송나나를 보며 물었다.“나나 씨, 준비됐어요?”송나나는 방금 샤워를 마친 탓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강서준의 앞에 서서 가운을 벗었다.다행히 팬티는 입고 있었다. 젊은 나이라 그런지 몸매가 상당히 좋았다.강서준은 명상하면서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혔다.강영이 박스를 열고 은침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강서준이 분부했다.강영은 지시에 따라 송나나 몸에 은침을 꽂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송나나의 몸엔 은침으로 가득했다.그때 송나나는 체내에서 기가 신속하게 모이는 것을 감지했다.강서준이 말했다.“나나 씨, 두 손 들어요.”“네.”송나나가 손을 들자 강서준이 손을 뻗어 두 손바닥을 맞붙였다.“강영, 네 진기로 한기를 통제해.”송나나 체내의 한기가 모였지만 본인이 그걸 통제할 줄 몰랐다. 은침으로 한기를 전부 모으려면 외부적 힘이 필요했다.강영이 두 손을 들고 송나나의 등에 대더니 진기로 한기를 통제했다. 한기가 신속하게 경맥을 따라 흘렀다. 마치 한 마리의 뱀처럼 팔에 굵은 핏줄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한기가 송나나의 손바닥으로 향해 움직이더니 신속하게 강서준의 손바닥으로 흘러 들어갔다. 한기를 느낀 강서준이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기 때문에 체내 혈액이 얼어붙은 것처럼 흐름 속도가 느려졌다.“휴.”강서준이 긴 숨을 들이마셨다.얼마 안 되는 한기일 뿐인데 감당하기 힘들었다. 송나나의 체질은 정말 신기했다. 전에 그렇게 많은 한기를 견뎌낸 걸 보면 한빙진기를 수련하기에 아주 좋은 체질이다. 정말 그렇다면 송나나도 일류 고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한기가 강서준의 체내로 들어왔으니 이제부터 한기를 통제하고 흡수하여 자신의 진기로 전환해야 한다.강서준이 귀띔했다.“강영, 나나 씨
강서준의 몸이 서서히 녹으면서 얼음이 사라졌다.대략 30분 뒤에 눈을 뜬 강서준이 화색을 띄며 말했다.“됐어. 한기를 전부 진기로 바꿨어.”강영이 재촉했다.“서둘러요. 나나 씨 몸에 뭉친 한기가 이미 한계에 달했어요. 좀만 더 있으면 나도 통제 못해요.”“알았어. 한기를 내 몸으로 전달해.”강영이 진기를 움직이자 송나나의 몸에 들어갔다.한기가 송나나의 손바닥을 따라 강서준의 몸으로 들어갔다.강서준은 한기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3시간을 거쳐 한기를 흡수하고 진기로 전환했다.그러자 강서준의 진기가 더 강해졌다. 좀만 움직여도 강물처럼 흐르는 것 같았다.“됐어요.”강영이 말했다.“최근 나나 씨 몸에 생긴 한기를 다 흡수했어요.”그제야 강서준이 손을 뗐다.강영은 송나나의 몸에 꽂힌 은침을 빼고 옆에 놓인 가운을 건넸다.송나나는 가운을 걸치고 몸을 가렸다.강영이 물었다.“서준 오빠, 어때요? 진기가 강해졌어요?”강서준은 피식 웃으며 손을 번쩍 들더니 주먹을 허공에 찔렀다.그러자 강력한 힘이 환화되더니 멀리 떨어진 벽에 부딪쳤다.펑!벽에 붙었던 타일이 순식간에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졌다.“너무 강력한데요?”송나나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강영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잘했어요. 반나절만에 진기를 1단 절정으로 이끌었어요. 며칠 뒤에 나나 씨 몸에 한기가 더 생기면 다시 흡수해요. 그럼 2단에 오를 수 있어요. 정말 놀랍네요.”강영은 너무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20년을 죽도록 연마해서 겨우 2단에 이르렀는데 강서준은 며칠 만에 그 단계에 이르렀다.‘타고난 재질은 정말 어쩔 수 없나 봐.’“나나 씨, 고마워요.”강서준이 진심을 말했다.“무슨 소리에요? 서준 씨를 도울 수 있다니 나도 기뻐요.”송나나는 강서준만 물끄러미 바라봤다.“서준 씨, 심법을 나한테도 전수할 수 있어요?”“당연하죠.”강서준이 흔쾌히 대답했다.“잠깐만요.”그때 뭔가 생각난 강영이 강서준과 송나나를 바라봤다.강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강영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강서준이 이해했다.화월산거도의 심법을 혼자서 수련하면 문제가 생기고 두 사람이 수련해야 성공하는 것이었다.“그런데…”강영이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음양을 융합하고 서로 보완해야 수련할 수 있다는 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진기가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나나 씨의 체내 한기는 확실히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지음지한이예요. 체질도 한기를 품을 조건을 갖추었고요. 하지만 그 외에 강력한 지양지강의 진기도 필요해요.”강영이 강서준을 보며 물었다.“서준 오빠의 진기는 어떤 성질이죠?”“그, 그건 나도 모르지.”자신의 진기가 어떤 성질인지 알 리가 없었다. “내가 한번 볼게요.”강영이 말했다.“어떻게?”“손을 내밀고 진기를 움직여 봐요.”강서준은 시키는 대로 손을 뻗어 강영의 손바닥에 갖다 댔다.그리고 온몸의 진기를 움직여 손바닥에 모았다.강영이 강서준의 진기를 감지했다. 힘이 매우 강하고 난폭했다.하지만 한기를 흡수해 수련한 진기이기 때문에 음의 힘이 섞여 있어 지양지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송나나의 한기와 서로 보완하고 융합하지 못한다.만약 이런 상태에서 화월산거도에 기재된 내가심법을 수련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강서준의 진기를 감지한 강영이 입을 열었다.“됐어요.”강서준이 손바닥을 떼고 물었다.“어때?”“안 돼요. 오빠의 진기는 음의 성질이 섞여 있어서 나나 씨와 같이 수련할 수 없어요.”“무조건 서로 다른 성질인 진기가 있어야 수련할 수 있어?”강서준은 이해되지 않았다.“그럼요. 아주 중요한 조건이에요.”강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생각에 잠겼다.“내가 가문 고대서적에서 봤어요. ‘화보제’라는 기이한 과일이 있는데 화산 입구에서 자라더라고요. 이 과일을 먹으면 자신의 진기를 지양지강으로 전환할 수 있어요.”‘화보제?’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름이라 강서준이 어리둥절했다.“화월산거도의 심법을 수련하려고 듣도보도 못한 화보제를 찾아야 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냥
늙은이 한 명과 젊은이 한 명이 산봉우리에 나타났다.노인은 하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었고 젊은 여자는 검은 긴 머리를 드리우고 검정 원피스를 입었다.“할아버지, 여긴 무슨 일이에요?”여자가 물었다.늙은이는 맞은편에 우뚝 선 산을 바라봤다.그 산봉우리 끝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늙은이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화산 입구에서 용암을 분출하지. 내가 여기 온 건 기이한 과일을 찾기 위해서다.”두 사람은 바로 강천과 김초현이다.김초현은 화산인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곳에 온 순간, 뜨거운 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겨울이라 혹독한 추위인 데도 이곳은 너무나 더워 땀이 주르륵 흐를 지경이다.“과일을 찾아서 뭐 하려고요?”강천이 말했다.“화산 근처에서만 자라는 화보제라는 과일이 있어. 과일엔 아주 뜨거운 에너지가 있어 보통 사람이 그걸 먹으면 오장육부가 타면서 죽게 되지. 하지만 무술인이 먹으면 지양지강의 진기로 전환할 수 있어.”“더는 못 걷겠어요.”김초현이 멈춰 섰다.그러더니 체면을 차릴 여유도 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손부채를 해댔다.강천도 가던 길을 멈추고 김초현을 내려다보았다.“4대고족이 보호하고 있는 4개 그림 말이야. 각 그림마다 신비한 수련공법이 기록되어 있어. 강씨 화월산거도에 기재된 심법은 혼자서는 무리야. 무조건 지양지강의 진기를 가진 남자와 지음지한의 진기를 가진 여자가 서로 융합해야 수련할 수 있거든. 지금 서준 옆에 지음지한의 체질을 가진 사람이 있어. 훌륭한 수련 조건이지만 서준의 진기는 아쉽게도 지양지강이 아니란 말이야.”그 말에 김초현이 강천을 바라봤다.“할아버지.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풀었어요?”“허허.”강천이 담담하게 웃었다.“30년 전에 풀었다.”“서준 씨한테 가르칠 셈이에요?”“그래!”강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온 목적은 화보제를 찾기 위해서다. 화보제를 찾으면 넌 그걸 들고 서준에게 가거라.”잠시 생각을 하던 김초현이 물었다.“할아버지가 구씨 가문과 지씨 가문의
강서준은 진기를 수련하기 위해 다시 송나나의 체내에서 한기를 흡수했다.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1단 정점에 도달했고 곧 2단에 이르게 된다.송나나의 체질은 참으로 신기했지만 매일 생성할 수 있는 한기도 한계가 있었다.그동안 강영이 진기를 이용해 대부분의 한기를 배출했다.그러니 강서준이 다시 흡수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강서준이 먼저 방을 나가자 송나나가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강영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강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부터 내가 직접 나나 씨의 수련을 가르칠 거예요. 체질이 특이해서 몇 가지만 터득해도 충분할 거 같아요. 나나 씨의 진기가 신속하게 향상된다면 오빠보다 약하진 않을 거예요.”“확실히 그래.”강서준도 인정했다.“나나 씨 몸은 냉동고 같아서 끊임없이 한기를 생성해. 그러니 생성하는 즉시 흡수한다면 진기를 수련할 수 있어.”“앞으로 7일에 한 번씩 한기를 흡수해요. 7일 동안 축적된 한기를 하루에 흡수하고 전환하면 문제없을 거예요.”“알았어.”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술 방면에서 이제 입문 단계에 도달했을 뿐이다.강영은 강씨 가문에서 자란 덕에 어릴 적부터 무술을 연마했으니 무술 대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강영이 뭔가 떠올랐다.“참, 할아버지께서 장서각 출입을 허락했어요. 거기에 가면 선조들이 남긴 무술비책을 볼 수 있어요. 지금 진기를 수련했지만 응용할 줄 모르니까 자신에게 알맞은 무술을 선택해서 배워요.”“나중에 보자.”지금은 특수 상황이다. 김초현 일행의 행방도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도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모른다.”소요왕한테 가야겠어.”강서준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주차장에 가서 차를 몰고 군부대로 향했다.한참 회의 중이던 소요왕은 강서준이 찾아오자 바로 종료했다.소요왕이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강서준은 소파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다.“왔어요?”그러면서 담배를 건넸다.“저도 최선을 다했어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알아봤지만 윤정아를 납치한 차가 어떻게 CC
소요왕이 웃었다.“고민 털어놓을 상대를 잘못 찾은 거 같아요. 당신도 결정하지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어요? 절 너무 과대평가했어요.”“그럼 내가 국가, 왕, 강씨 가문에서 어느 쪽에 서야 되죠?”소요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정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고민해 봤자 소용없어요.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알게 되겠죠. 우리 최동을 데리고 술 마시러 가요.”지금 강서준의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비록 4대고족의 원한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4대고족이 소유한 그림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30년 전 강씨 집안 내부 갈등 때문에 10년 전 강서준의 가문이 불에 탄 소식도 들었다.그렇다고 외부인이 강서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다.소요왕이 아직도 멍 때리는 강서준에게 재촉했다.“멍 때리지 말고 얼른 일어나요.”강서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갑시다.”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왔다.소요왕은 어느새 사복으로 갈아입고 최동과 함께 검정색 승용차에 올라탔다.강중의 어느 포장마차에 도착한 세 사람은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했다.최동이 챙겨온 술을 꺼내 한바탕 술을 마셨다.강서준은 취하고 싶었지만 점점 정신이 맑아졌다.이미 취한 소요왕과 최동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테이블에 박고 뻗어버렸다.진기를 수련한 강서준은 알코올에 면연력이 생겼다.쓰러진 소요왕과 최동을 힐끗 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포장마차에서 나왔다.그리고 북적거리는 골목을 걸었다. 황급히 걸어가는 행인들을 봤더니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살면서 지금처럼 막막한 적이 없었다.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갑자기 김초현이 보고 싶었다. 데릴사위로 살던 일상이 그리웠다. 장 보고 집에 가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다. 그때는 참 걱정거리도 없고 자유로웠다.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다.그리고 서청희가 떠올랐다.남황까지 쫓아가서 고독에 걸린 자신을 돌봐 주었던 사람이다.윤정아 얼굴도 떠올랐다.천자에게 끌려가 짐승처럼 괴롭힘을 당했지만 강서준
몸을 돌린 강서준은 위험한 기운을 갖고 있는 상대를 전혀 찾지 못했다. 그는 의아한 듯 혼잣말을 했다."뭐지? 왜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거야?"강서준은 자신이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이 또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독사에게 노려지는 듯한 불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갔다.순간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홱 돌리자 수많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쓴 50대 남자였는데 쉽게 잊힐 평범한 용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위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들 독사를 상대하는 것처럼 말이다.조용히 서로 마주 보고 있다가 한 남자가 입꼬리를 쓱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어딘가로 떠났다.강서준은 말없이 따라갔고 곧 적막으로 휩싸인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남자는 가볍게 몸을 돌려 그의 손을 피했다.남자의 몸짓은 아주 신기했다. 그는 눈 깜빡할 새에 강서준의 뒤로 왔고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비수를 꺼냈다.강서준은 깜짝 놀랐다. 그는 1단 장성에 달하는 무술인이었고 곧 있으면 2단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자의 움직임을 전혀 보아낼 수 없었다.'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당신 누구야? 왜 나를 이곳으로 유인한 건데?"강서준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비수가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강서준은 몸을 돌렸다. 검은 옷의 남자는 이미 훌쩍 멀어졌다. 남자는 멀리서 편지 하나를 던졌고 강서준은 단번에 받아 들며 큰 소리로 물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남자는 말없이 강서준의 시선에서 사라졌다.강서준은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은 편지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열어봤다. 봉투 속에는 김초현의 사진이 있었고 사진의 뒷면에는 주소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만약 여자를 살리고 싶다면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