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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소요왕이 웃었다.

“고민 털어놓을 상대를 잘못 찾은 거 같아요. 당신도 결정하지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어요? 절 너무 과대평가했어요.”

“그럼 내가 국가, 왕, 강씨 가문에서 어느 쪽에 서야 되죠?”

소요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고민해 봤자 소용없어요.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알게 되겠죠. 우리 최동을 데리고 술 마시러 가요.”

지금 강서준의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

비록 4대고족의 원한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4대고족이 소유한 그림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30년 전 강씨 집안 내부 갈등 때문에 10년 전 강서준의 가문이 불에 탄 소식도 들었다.

그렇다고 외부인이 강서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다.

소요왕이 아직도 멍 때리는 강서준에게 재촉했다.

“멍 때리지 말고 얼른 일어나요.”

강서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갑시다.”

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소요왕은 어느새 사복으로 갈아입고 최동과 함께 검정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강중의 어느 포장마차에 도착한 세 사람은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했다.

최동이 챙겨온 술을 꺼내 한바탕 술을 마셨다.

강서준은 취하고 싶었지만 점점 정신이 맑아졌다.

이미 취한 소요왕과 최동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테이블에 박고 뻗어버렸다.

진기를 수련한 강서준은 알코올에 면연력이 생겼다.

쓰러진 소요왕과 최동을 힐끗 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포장마차에서 나왔다.

그리고 북적거리는 골목을 걸었다. 황급히 걸어가는 행인들을 봤더니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살면서 지금처럼 막막한 적이 없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갑자기 김초현이 보고 싶었다. 데릴사위로 살던 일상이 그리웠다. 장 보고 집에 가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다. 그때는 참 걱정거리도 없고 자유로웠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서청희가 떠올랐다.

남황까지 쫓아가서 고독에 걸린 자신을 돌봐 주었던 사람이다.

윤정아 얼굴도 떠올랐다.

천자에게 끌려가 짐승처럼 괴롭힘을 당했지만 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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