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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강천이 입을 연 순간, 강서준은 그가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름 아닌 어릴 적부터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던 할아버지 말이다.

강서준은 바닥에 엎드려 심연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고대 문자를 공부하던 기억, 한의학을 공부하던 기억, 그리고 화재 속에서 할아버지를 잃었던 기억... 강씨 집안사람들의 절망 섞인 비명에 강서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만약 김초현이 없었더라면 그도 화재 속에서 죽었을 것이다. 10년 후, 그는 또 무기력하게 할아버지가 심연 속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강서준은 독기 서린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고는 바위 위에 서 있는 사람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강영은 강서준이 자칫 이성을 잃을까 봐 그를 덥석 잡으며 말했다.

"오빠, 진정해요. 초현 씨가 아직 저 사람 손에 있어요."

"강서준, 네가 만약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말하지 않는다면 김초현도 이곳에서 떨어지게 될 거야. 이곳에서 떨어진다면 뼈밖에 남지 않겠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또다시 말했다.

"담도 크군."

이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린 강서준은 갑자기 나타난 노인을 발견했다.

"할아버지!"

강영은 즐거운 기색으로 말했다.

"드디어 오셨네요."

그 노인은 바로 강지였다. 강영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강지에게 모든 일을 알렸고 걱정됐던 강지는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강지가 나타나자마자 또다시 손가락을 튕겨 무형의 기운을 만들어 내 김초현의 밧줄을 끊고 후다닥 도망갔다.

김초현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다. 이 장면을 본 강서준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너무 충격받은 나머지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강지는 몸을 흠칫 떨더니 빠르게 앞으로 날아가 김초현을 잡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절벽을 타서 바닥에 도착했다.

강서준은 뒤늦게 반응하고 소리를 질렀다.

"초현 씨!"

강지는 김초현을 강서준에게 넘겨줬다. 강지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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