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강서준이 이해했다.화월산거도의 심법을 혼자서 수련하면 문제가 생기고 두 사람이 수련해야 성공하는 것이었다.“그런데…”강영이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음양을 융합하고 서로 보완해야 수련할 수 있다는 건,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진기가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나나 씨의 체내 한기는 확실히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지음지한이예요. 체질도 한기를 품을 조건을 갖추었고요. 하지만 그 외에 강력한 지양지강의 진기도 필요해요.”강영이 강서준을 보며 물었다.“서준 오빠의 진기는 어떤 성질이죠?”“그, 그건 나도 모르지.”자신의 진기가 어떤 성질인지 알 리가 없었다. “내가 한번 볼게요.”강영이 말했다.“어떻게?”“손을 내밀고 진기를 움직여 봐요.”강서준은 시키는 대로 손을 뻗어 강영의 손바닥에 갖다 댔다.그리고 온몸의 진기를 움직여 손바닥에 모았다.강영이 강서준의 진기를 감지했다. 힘이 매우 강하고 난폭했다.하지만 한기를 흡수해 수련한 진기이기 때문에 음의 힘이 섞여 있어 지양지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 송나나의 한기와 서로 보완하고 융합하지 못한다.만약 이런 상태에서 화월산거도에 기재된 내가심법을 수련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강서준의 진기를 감지한 강영이 입을 열었다.“됐어요.”강서준이 손바닥을 떼고 물었다.“어때?”“안 돼요. 오빠의 진기는 음의 성질이 섞여 있어서 나나 씨와 같이 수련할 수 없어요.”“무조건 서로 다른 성질인 진기가 있어야 수련할 수 있어?”강서준은 이해되지 않았다.“그럼요. 아주 중요한 조건이에요.”강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생각에 잠겼다.“내가 가문 고대서적에서 봤어요. ‘화보제’라는 기이한 과일이 있는데 화산 입구에서 자라더라고요. 이 과일을 먹으면 자신의 진기를 지양지강으로 전환할 수 있어요.”‘화보제?’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름이라 강서준이 어리둥절했다.“화월산거도의 심법을 수련하려고 듣도보도 못한 화보제를 찾아야 된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냥
늙은이 한 명과 젊은이 한 명이 산봉우리에 나타났다.노인은 하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었고 젊은 여자는 검은 긴 머리를 드리우고 검정 원피스를 입었다.“할아버지, 여긴 무슨 일이에요?”여자가 물었다.늙은이는 맞은편에 우뚝 선 산을 바라봤다.그 산봉우리 끝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늙은이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화산 입구에서 용암을 분출하지. 내가 여기 온 건 기이한 과일을 찾기 위해서다.”두 사람은 바로 강천과 김초현이다.김초현은 화산인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곳에 온 순간, 뜨거운 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겨울이라 혹독한 추위인 데도 이곳은 너무나 더워 땀이 주르륵 흐를 지경이다.“과일을 찾아서 뭐 하려고요?”강천이 말했다.“화산 근처에서만 자라는 화보제라는 과일이 있어. 과일엔 아주 뜨거운 에너지가 있어 보통 사람이 그걸 먹으면 오장육부가 타면서 죽게 되지. 하지만 무술인이 먹으면 지양지강의 진기로 전환할 수 있어.”“더는 못 걷겠어요.”김초현이 멈춰 섰다.그러더니 체면을 차릴 여유도 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손부채를 해댔다.강천도 가던 길을 멈추고 김초현을 내려다보았다.“4대고족이 보호하고 있는 4개 그림 말이야. 각 그림마다 신비한 수련공법이 기록되어 있어. 강씨 화월산거도에 기재된 심법은 혼자서는 무리야. 무조건 지양지강의 진기를 가진 남자와 지음지한의 진기를 가진 여자가 서로 융합해야 수련할 수 있거든. 지금 서준 옆에 지음지한의 체질을 가진 사람이 있어. 훌륭한 수련 조건이지만 서준의 진기는 아쉽게도 지양지강이 아니란 말이야.”그 말에 김초현이 강천을 바라봤다.“할아버지. 화월산거도의 비밀을 풀었어요?”“허허.”강천이 담담하게 웃었다.“30년 전에 풀었다.”“서준 씨한테 가르칠 셈이에요?”“그래!”강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온 목적은 화보제를 찾기 위해서다. 화보제를 찾으면 넌 그걸 들고 서준에게 가거라.”잠시 생각을 하던 김초현이 물었다.“할아버지가 구씨 가문과 지씨 가문의
강서준은 진기를 수련하기 위해 다시 송나나의 체내에서 한기를 흡수했다.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1단 정점에 도달했고 곧 2단에 이르게 된다.송나나의 체질은 참으로 신기했지만 매일 생성할 수 있는 한기도 한계가 있었다.그동안 강영이 진기를 이용해 대부분의 한기를 배출했다.그러니 강서준이 다시 흡수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강서준이 먼저 방을 나가자 송나나가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강영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강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부터 내가 직접 나나 씨의 수련을 가르칠 거예요. 체질이 특이해서 몇 가지만 터득해도 충분할 거 같아요. 나나 씨의 진기가 신속하게 향상된다면 오빠보다 약하진 않을 거예요.”“확실히 그래.”강서준도 인정했다.“나나 씨 몸은 냉동고 같아서 끊임없이 한기를 생성해. 그러니 생성하는 즉시 흡수한다면 진기를 수련할 수 있어.”“앞으로 7일에 한 번씩 한기를 흡수해요. 7일 동안 축적된 한기를 하루에 흡수하고 전환하면 문제없을 거예요.”“알았어.”강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술 방면에서 이제 입문 단계에 도달했을 뿐이다.강영은 강씨 가문에서 자란 덕에 어릴 적부터 무술을 연마했으니 무술 대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강영이 뭔가 떠올랐다.“참, 할아버지께서 장서각 출입을 허락했어요. 거기에 가면 선조들이 남긴 무술비책을 볼 수 있어요. 지금 진기를 수련했지만 응용할 줄 모르니까 자신에게 알맞은 무술을 선택해서 배워요.”“나중에 보자.”지금은 특수 상황이다. 김초현 일행의 행방도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도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모른다.”소요왕한테 가야겠어.”강서준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주차장에 가서 차를 몰고 군부대로 향했다.한참 회의 중이던 소요왕은 강서준이 찾아오자 바로 종료했다.소요왕이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강서준은 소파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었다.“왔어요?”그러면서 담배를 건넸다.“저도 최선을 다했어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알아봤지만 윤정아를 납치한 차가 어떻게 CC
소요왕이 웃었다.“고민 털어놓을 상대를 잘못 찾은 거 같아요. 당신도 결정하지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어요? 절 너무 과대평가했어요.”“그럼 내가 국가, 왕, 강씨 가문에서 어느 쪽에 서야 되죠?”소요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정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고민해 봤자 소용없어요.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알게 되겠죠. 우리 최동을 데리고 술 마시러 가요.”지금 강서준의 심정을 모르는 게 아니다.비록 4대고족의 원한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4대고족이 소유한 그림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30년 전 강씨 집안 내부 갈등 때문에 10년 전 강서준의 가문이 불에 탄 소식도 들었다.그렇다고 외부인이 강서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다.소요왕이 아직도 멍 때리는 강서준에게 재촉했다.“멍 때리지 말고 얼른 일어나요.”강서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갑시다.”두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왔다.소요왕은 어느새 사복으로 갈아입고 최동과 함께 검정색 승용차에 올라탔다.강중의 어느 포장마차에 도착한 세 사람은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했다.최동이 챙겨온 술을 꺼내 한바탕 술을 마셨다.강서준은 취하고 싶었지만 점점 정신이 맑아졌다.이미 취한 소요왕과 최동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테이블에 박고 뻗어버렸다.진기를 수련한 강서준은 알코올에 면연력이 생겼다.쓰러진 소요왕과 최동을 힐끗 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포장마차에서 나왔다.그리고 북적거리는 골목을 걸었다. 황급히 걸어가는 행인들을 봤더니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살면서 지금처럼 막막한 적이 없었다.어디로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갑자기 김초현이 보고 싶었다. 데릴사위로 살던 일상이 그리웠다. 장 보고 집에 가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었다. 그때는 참 걱정거리도 없고 자유로웠다.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렸다.그리고 서청희가 떠올랐다.남황까지 쫓아가서 고독에 걸린 자신을 돌봐 주었던 사람이다.윤정아 얼굴도 떠올랐다.천자에게 끌려가 짐승처럼 괴롭힘을 당했지만 강서준
몸을 돌린 강서준은 위험한 기운을 갖고 있는 상대를 전혀 찾지 못했다. 그는 의아한 듯 혼잣말을 했다."뭐지? 왜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거야?"강서준은 자신이 술에 취했다고 생각하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이 또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는 마치 독사에게 노려지는 듯한 불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갔다.순간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홱 돌리자 수많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쓴 50대 남자였는데 쉽게 잊힐 평범한 용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강서준은 위험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달려들 독사를 상대하는 것처럼 말이다.조용히 서로 마주 보고 있다가 한 남자가 입꼬리를 쓱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어딘가로 떠났다.강서준은 말없이 따라갔고 곧 적막으로 휩싸인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잡았다. 남자는 가볍게 몸을 돌려 그의 손을 피했다.남자의 몸짓은 아주 신기했다. 그는 눈 깜빡할 새에 강서준의 뒤로 왔고 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비수를 꺼냈다.강서준은 깜짝 놀랐다. 그는 1단 장성에 달하는 무술인이었고 곧 있으면 2단으로 돌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남자의 움직임을 전혀 보아낼 수 없었다.'이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당신 누구야? 왜 나를 이곳으로 유인한 건데?"강서준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비수가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강서준은 몸을 돌렸다. 검은 옷의 남자는 이미 훌쩍 멀어졌다. 남자는 멀리서 편지 하나를 던졌고 강서준은 단번에 받아 들며 큰 소리로 물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남자는 말없이 강서준의 시선에서 사라졌다.강서준은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은 편지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열어봤다. 봉투 속에는 김초현의 사진이 있었고 사진의 뒷면에는 주소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만약 여자를 살리고 싶다면 3일
"당연히 가야죠. 그렇게 강한 사람이 찾아와서 오빠를 죽이기는커녕 편지를 줬다면서요. 그럼 당연히 다른 목적이 있겠죠. 정확히 어떤 목적인지는 가보면 알 거 아니에요. 혹시 불안하면 저도 같이 갈게요."강영이 말했다. 그녀는 당연히 강서준이 위험에 빠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강서준의 목숨이 목적이라면 오늘 진작에 손을 썼지 알라그산에 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좋아."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이며 이어서 말했다."사진에 메시지까지 적어줬는데 당연히 가야지.""제가 비행기 티켓을 살게요."송나나가 말하며 휴대전화를 들고 비행기 티켓을 찾기 시작했다.강서준과 강영은 편지를 준 사람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세 준비를 끝내고 송나나의 집에서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떠나기 전 강영은 송나나에게 내가수련심법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행히 강서준이 한기를 흡수한 덕분에 급하게 진기를 수련할 필요는 없었다.공항에 도착한 두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대하의 서북 변경에 가까운 알라그산으로 향했다. 그렇게 대하 서북에 있는 한성 시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공항 밖으로 걸어 나왔다."오빠, 공항에서 알라그산까지 300km 정도 돼요. 지도를 보니까 차도는 100km까지만 있어서 나머지는 걸어서 이동해야 할 것 같아요."강영의 말에 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 3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늦지만 않으면 되겠지. 하지만 초현 씨를 왜 그곳으로 데려갔는지, 또 나를 왜 그곳으로 부르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강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러게요. 저희 일단 렌트부터 해요.""응."강서준이 머리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차 한 대를 렌트하고 대충 배를 채우고는 먹거리를 챙겨서 한성 시를 떠나 알라그산으로 향했다.황막한 도로에는 오직 차 한대만 유유히 어둠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오빠, 이곳부터는 길이 없어서 도보로 이동해야 해요."강영이 차를 세우며 말했다.조수석에서 눈을 감고 있던 강서준이 앞을 막
강천은 화보제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화보제는 찾지 못하고 백 년 된 불 뱀만 찾았다.불 뱀의 쓸개는 무술인의 수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더 이상 올라갈 경계가 없었던 강천은 불 뱀의 쓸개를 먹어도 소용없기에 김초현에게 줬고 그렇게 3단에 달하는 고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할아버지, 근데 서준 씨는 왜 이곳으로 부른 거예요? 화보제라면 제가 갖고 가도 되잖아요."김초현이 물었다. 강천이 강서준을 알라그산으로 부른 일이라면 그녀도 알고 있었다.강천은 김초현을 힐끗 보며 말했다."화보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냐? 난 아직 서준이한테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내 존재에 대해 추측하는 것도 싫고.""하지만 서준 씨는 이미 의심하고 있잖아요.""그래서 불러 들어야 하는 거야."강천이 웃으며 말했다."됐다, 나도 다 계획이 있으니 그만 묻거라. 서준이는 아마 내일 아침쯤 이곳에 도착할 거다. 우리도 이만 계획을 해야지."김초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몰래 숨어 강서준을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강서준을 돕는 일이라면 그녀는 무엇도 마다하지 않았다....같은 시각, 강서준과 강영은 여전히 알라그산으로 향하는 길에 있었다. 그래도 두 사람 다 무술인인 덕분에 달리기 속도는 꽤 빨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새 산길에서 달렸다.아침,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고 하늘이 환하게 밝혀졌다.밤새 발걸음을 재촉한 강서준과 강영은 알라그산의 산기슭에 멈춰 섰다. 강서준은 배낭에서 물 두 병을 꺼내 강영에게도 건네주며 말했다."이곳이 바로 알라그산이군. 사람 한 명 없는 산에 도대체 왜 나를 부른 걸까?"강영이 물을 마시고는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그래."강서준은 또 배낭에서 빵 몇 개를 꺼냈다. 두 사람은 산기슭에서 빵을 먹으며 잠깐 쉬고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화산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공기의 온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
"여기까지 왔는데 위험하다고 도망갈 수는 없지."강서준은 주저 없이 분출구 안으로 들어갔다. 강영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그녀는 강서준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할 줄은 몰랐다.분출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사면팔방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숨이 막혔고 아무리 무술인이라고 해도 강서준과 강영은 슬슬 버티기 힘들었다.두 사람은 진기로 고온을 밀어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고 입고 있던 옷이 흠뻑 젖었다."너무 더워요."강영이 손부채질을 하고 몸에 붙은 젖은 옷을 떼어내며 말했다.강서준은 또 한 병의 물을 강영에게 건네줬다."마셔..."물을 건네기 위해 몸을 돌린 순간, 강서준은 옷을 잡아당기고 손부채질하며 속옷 끈을 정리하는 강영의 모습을 발견했다.강영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뗐다."너, 너무 더워서 땀이 나니 속옷이 불편하네요."강영은 물을 받아 들었다. 강서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게. 이곳은 평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만약 초현 씨가 진짜 이곳에 있다면..."강서준은 그 결과를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강서준 네가 드디어 왔구나."이때 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강서준은 머리를 번쩍 들어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메아리가 너무 큰 나머지 목소리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강영은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앞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강서준은 빠르게 걸어갔다. 그리고 금세 절벽 끝까지 걸어왔다. 절벽 앞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두 사람이 밧줄로 매달려 있었다. 한 명은 노인, 한 명은 젊은이로 보였다.머리 위에는 거대한 출구가 있었는데 눈 부신 빛이 분출구 전체를 밝혔다. 반대로 발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이었다.바위 위에는 검은색 옷에 가면을 쓴 사람이 있었다. 그는 키가 170cm 정도로 되었는데 옷이 너무 큰 관계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