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사람 살려!”기윤미는 마치 끓는 물에 덴 것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감싼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의 얼굴에 붉은 여드름이 하나둘씩 생기고 여드름 속은 온통 고름으로 가득 찼다.자칫 잘못하면 고름이 흘러나와 얼굴에 잔뜩 묻을 것만 같았다.피부에 고름이 닿자 마치 황산에 부식된 것처럼 통증이 더 심해졌다.순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맵부심이 강한 기윤미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좀 전에 강책이 했던 말이 무리수는 아니었다. 기윤미는 정말 매운 음식에 부작용을 보였다.조해인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여보, 왜 그래?”그가 손을 뻗어 어루만지려 하자 기윤미가 냉큼 막아 챘다.“다치지 마. 아파 죽겠단 말이야.”조성열이 황급히 강책에게 물었다.“강책 씨, 윤미가 왜 이래요? 얼굴에 왜 갑자기 고름이 가득 찬 여드름이 생긴 거죠?”강책이 대답했다.“이 닭은 일반 닭들과 조금 달라 사모님의 체질에 안 맞을 겁니다. 거기에 청양고추까지 더하니 충돌이 더 심해져서 갑자기 발병했어요. 사모님이 매운 음식을 잘 드셔서 이만큼 버텨낸 거예요. 보통 사람들은 아마 얼굴 전체가 망가졌을 겁니다.”이렇게 심각하다고?뭇사람들은 식겁하여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폭식은 금물이라더니 기윤미는 결국 매운 닭볶음탕 요리에 ‘과민’ 하고 말았다.매운 닭볶음탕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그녀에겐 치명적인 음식이었다. 적당히 먹으라는 권유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술까지 기울이더니 체내 독소의 발효를 가속했다.의식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강책이 얼른 물었다.“제가 침을 챙겨오지 못했어요. 혹시 집에 침 있나요?”강책은 그녀의 병을 치료해 줄 기세였다.‘안돼, 이럴 순 없어!’정말 강책에게 치료를 받게 된다면 기윤미의 체면은 어디에 둬야 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그의 기를 확 꺾어버릴 참이었는데 졸지에 치료를 받게 된다면 기윤미만 제압당하는 꼴이 된다!그녀는 절대
“그럼 다행이고요.”한우식의 말을 들은 뭇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치료하기 어려운 큰 병만 아니면 천만다행이었다.곧이어 한우식이 기윤미에게 약을 몇 첩 지어주었다.그는 약 처방전을 조해인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여기 적힌 대로 약을 지으세요.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해요. 이 병은 미룰 수 없거든요.”“네, 알겠어요.”조해인이 이제 막 약을 지으러 가려는데 강책이 또다시 시큰둥하게 말을 꺼냈다.“이 처방전 문제 있어요. 사모님께서 이대로 약을 드시면 병을 치료하지 못할뿐더러 설상가상으로 더 심해질 겁니다. 그때 되면 수습하기 힘들어요.”‘뭐라고?’한우식은 고개 돌려 언짢은 표정으로 강책을 쳐다봤다.의사가 가장 꺼리는 말이 바로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한우식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전부 순한 약재들이고 사모님의 체질에 맞춰서 드린 처방인데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죠? 게다가 난 사모님의 개인 주치의예요. 사모님의 컨디션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수년간 단 한 번도 약을 잘못 처방한 적이 없는데 당신 따위 외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삿대질하는 거죠?”조해인이 하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화내지 말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제 아내의 병을 치료하고 공로를 빼앗을까 봐 걱정돼서 저러는 거예요.”한우식은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가소롭군요! 병을 치료하고 목숨을 살리는 일에 어떻게 시기와 질투를 느끼죠? 어이없네요 정말.”두 사람은 서로 맞장구를 쳐주며 강책의 존엄을 한없이 짓밟았다.선심을 베풀려다가 졸지에‘공로’ 를 빼앗는다는 죄명을 뒤집어쓰다니, 강책도 그저 어이없을 따름이었다.조해인은 더이상 아무 말 없이 허둥지둥 처방전대로 약을 구해와 정성껏 달인 후 기윤미에게 먹였다.기윤미가 약그릇을 들 때 강책이 마지막으로 일침했다.“사모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이 약 드시면 안 돼요!”기윤미는 머뭇거렸다.아까도 강책의 말을 안 듣다가 발병했는데 지금 또 같은 문제에 부딪혔다. 만약 또 강책의 말이
다들 의아한 눈길로 강책을 쳐다봤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잘난 척 하다니?한우식이 기윤미의 병을 다 치료했는데 왜 한사코 변명하는 걸까?조성열은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강책 씨가 아무래도 체면을 너무 중히 여기나 봐.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를 악물고 버티는 걸 거야.’하지만 사실이 눈앞에 보란 듯이 펼쳐져 있는데 억지로 버틸수록 본인만 더 초라해지는 게 아닐까?그는 강책에게 이젠 그만하라고 타이르고 싶었지만, 돌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어느덧 5분이 다 되었다.한우식은 기윤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고름은 싹 다 없어지고 딱딱한 각질만 남아있어 벗겨내면 그만이었다.한우식이 손을 뻗어 각질을 벗기려 할 때 놀랍게도 각질과 새 살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아니 이게...”한우식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각질과 새 살이 함께 붙어있다니?“의사 선생님, 왜 그래요?”한우식은 말문이 막혀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손에 살짝 힘주며 낡은 각질을 떼어내려 하자 기윤미가 곧바로 아프다며 비명을 질렀다.“아파요, 아프다고요. 지금 대체 뭐 하는 거예요?”한우식은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망했어, 낡은 각질을 아예 떼어낼 수가 없어.’그는 기윤미의 울퉁불퉁한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용모가 철저히 무너졌다는 걸 알아챘다.이젠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 걸까?기윤미도 바보가 아닌지라 한우식의 당황한 모습을 보더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거울, 당장 거울 줘봐요!”곧이어 누군가가 거울을 가져왔다. 기윤미는 거울을 들여다보더니 사색이 되어 말까지 더듬거렸다.“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고름은 없어졌지만 그 자리에 남은 낡은 각질과 새 살이 함께 자라면서 얼굴이 울퉁불퉁해졌다. 마치 비 오는 날 트럭이 지나간 진흙탕 길처럼 추하기 짝이 없었다.기윤미는 안 그래도 미모에 엄청 신경 쓰는 여자인데 얼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리다니
그의 말을 들은 한우식은 그제야 알아챘다.스킨케어 제품과 약 처방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 거라니, 그래서 한우식이 좀처럼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의사들은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알아내기 힘드니까.다만 강책은 단지 코로 냄새를 맡았을 뿐인데 기윤미가 천연 성분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다는 걸 알아챘다. 일반 의사들은 이런 능력을 지닐 수 없다.“그럼... 이젠 어떡해야 하죠?”기윤미가 겁에 질린 채 물었다.강책은 차분하게 대답했다.“두 가지 선택이 있어요. 첫 번째, 계속 이 밸런스를 유지하며 각질과 새 살이 전부 자라난 후 정상적으로 세안할 수 있어요.”“그건 안 되죠. 어떻게 각질과 새 살이 함께 자라도록 놔두겠어요? 울퉁불퉁한 얼굴로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고요!”기윤미는 첫 번째 선택을 단호하게 거부했다.“그럼 두 번째 선택뿐이네요.”강책이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처럼 회복할 순 있지만 그 과정이 조금 힘드실 겁니다.”“말씀만 하세요. 원래대로 회복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힘든 과정도 다 견뎌낼 수 있어요.”강책이 말했다.“제가 침을 놓을 겁니다. 아직 완전히 붙지 않은 낡은 각질과 새 살을 떼어낼 거예요. 하지만 이 과정이 엄청 고통스러워요. 뼈를 깎는 정도의 고통이에요. 참다가 기절하실까 봐 걱정이네요.”“마취제를 놓을 순 없나요?”“그건 안됩니다.”“아 네...”기윤미는 자초한 결과에 미친 듯이 후회됐다. 진작 강책의 말대로 했다면 이 지경까지 이를 필요도 없었을 텐데!그녀는 결국 마지못해 강책의 침을 맞기로 했다.고통을 참을 순 있어도 추악한 몰골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이어서 사람들은 방 하나를 비워둔 채 침대를 마련하여 임시로 병실을 만들었다. 한우식은 자신이 챙겨온 침을 전부 강책에게 건넸다.기윤미의 허락하에 뭇사람들은 그녀를 병상에 꽁꽁 묶어두고 혀 깨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입에 수건을 물게 했다.“준비됐어요?”강책이 물었다.기윤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스마 넘치던 그녀는 끝내 두 눈에 두려움
강책은 기윤미의 얼굴에 연고를 바른 뒤, 붕대로 그 부분을 감싸고는 그녀에게 매일 한 번씩 연고를 갈아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일주일이 지나면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강책은 몸을 돌려 한쪽 옆으로 가서 맑은 물에 손을 씻었다.조해인은 얼른 사람을 시켜 기윤미를 묶은 밧줄을 풀어주라고 했다. 기윤미는 어느덧 힘이 빠진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날 기운조차 없었다. 조해인은 그녀를 휠체어에 앉히고 자리를 떠났다.떠나기 전 기윤미는 마지막으로 강책을 되돌아보더니 고맙다는 말만 남겼다.강책이 아니라면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강책은 그녀에게 모진 굴욕을 당했음에도 더 따지지 않고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말끔히 처리해 주었다. 그의 인품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큰 은혜를 입은 기윤미는 이 일을 평생 간직하며 후에 꼭 보답하리라 다짐했다.강책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화와 복은 서로 공존해요. 사모님도 너무 속상해하실 필요 없어요. 이번의 ‘변화’ 로 피부가 적어도 10살은 젊어지셨잖아요.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오매불망 그리던 일인가요? 오히려 ‘축하’ 드린다고 말하고 싶네요.”뭐라고?10살 젊어지다니?장내에 있던 모든 여인이 가슴이 설렜다. 세상 어느 여자가 10살 젊어지는 걸 원치 않겠는가? 남자들도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한 중년 여성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강책 씨, 10살 젊어진다는 말이 진짜인가요?”강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럼요. 다만 우연의 일치일 뿐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좀 전의 고통을 겪고 죽거나 폐인이 됐을 거예요. 사모님의 의지가 강하고 운이 따라줬으니 좋은 결과를 얻은 거죠.”“그렇군요...”중년 여성은 곧바로 포기했다.좀 전의 광경은 모두가 보다시피 젊어지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휠체어에서.기윤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순간 손해를 보았지만 이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방금 그 고통을 겪은 후 10살 더 젊어진 것은 참으로 보람찬 일이었다
뭇사람들은 나란히 외쳤다.“네, 알겠습니다!”옆에 있던 조연진과 조성열은 서로 마주 보더니 동시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강책을 향한 조해인의 앙금이 드디어 풀리다니, 오늘의 식사는 그야말로 ‘성공적’ 이었다.조성열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그는 조연진의 귓가에 속삭였다.“연진아, 이젠 너한테 달렸어”“네? 제가 뭘요?”조연진은 어리둥절해졌다.“바보야, 지금 아빠한테 모른 척하는 거야?”조성열이 강책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제부터 갖은 수단으로 이 남자를 차지해야지!”“그게...”조연진은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비록 말은 이렇게 해도 그녀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조성열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속삭였다.“걱정 마 연진아, 널 홀로 내버려 두진 않아. 네가 강책 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아빠가 도와줄게!”그들은 몰래 의논할 뿐 강책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한차례 비극이 곧 펼쳐질 듯싶었다.그 시각.한우식은 호텔에서 나와 풀이 죽은 채로 직접 운전하여 자신의 개인 병원에 돌아갔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짙어졌다.한우식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후 컵을 바닥에 힘껏 내팽개치며 분노를 터트렸다.“재수가 없으려니 멀쩡한 직업 하나 잃었잖아. 이젠 매달 수입이 몇천만 원은 줄어들게 생겼어, 젠장!”기윤미의 개인 의사직에서 잘린 그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문 앞에 고급스러운 차가 한 대 도착했다.차 문이 열리고 마스크를 낀 중년 여자가 내렸는데 고개 들어 병원 간판을 확인한 후 머리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왔다.한우식은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었다. 중년 여자의 옷차림을 훑어보자마자 그녀가 결코 일반인이 아님을 알아챘다.기윤미 정도의 부자는 아니더라도 절대 평범한 집안 출신이 아닐 거로 장담했다.한우식은 곧바로 싱글벙글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중년 여자는 한우식을 쳐다보며 물었
인간은 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뻔뻔해질 수 있다!한우식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좀 전에 사모님의 얼굴에 난 고름을 치료해드려 다시 용모를 되찾게 해줬거든요. 저는 수년간 기윤미 사모님의 개인 주치의로 일하면서 사모님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어요.”그는 개인 주치의직에서 잘렸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그의 말을 들은 중년 여자가 희열을 금치 못했다.한우식이 정말 기윤미의 병을 치료했다는 걸 확인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기윤미의 개인 주치의이기에 분명 훌륭한 의술을 갖고 있을 거로 여겼다.기윤미가 10살 젊어졌다는 말을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드디어 믿게 되었다.중년 여자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그녀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쉰 살은 돼 보이고 얼굴에 선명한 여드름도 몇 개 나 있었다.세월에 빛이 바랜 늙은 얼굴에 여드름까지 나다니, 이는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중년 여자가 말했다.“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리라고 해요. 아주 작은 부탁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어요.”강예리?한우식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라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불쑥 생각이 났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강씨 집안 가주님의 여동생이신가요?”강예리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네, 맞아요.”강씨 집안은 경주 3대 가문 중 하나로 도씨 집안, 조씨 집안과 어깨를 견주며 막강한 실력과 수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강예리는 바로 강씨 집안 세대주의 친여동생이다.그러니 한우식이 어찌 감히 푸대접하겠는가?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예리를 안으로 정중하게 모셨다.“아이고,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해요. 문 앞에만 서 있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에서 얘기 나눠요 우리.”“네, 그래요.”강예리도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말했다.아마 그녀의 기품인 듯싶었다.그녀의 뒤에 경호원이 두 명 따라왔는데 덩치가 너무 커 문안에 들어설 때 허리를 굽혀야 했다. 근육으로 다부진 몸
결론적으로 그는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가득 남겼다. 강예리는 이틀 뒤 병이 재발하여 어쩔 수 없이 또 한우식을 찾아왔다.그녀는 의술을 전혀 모르는 데다 한우식의 근거 없는 헛소리까지 더해져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한우식에게 ‘뇌물’ 을 줄 뿐만 아니라 그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무료로 홍보까지 해주어 수많은 여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왔다.한우식은 순식간에 경주의 ‘뷰티 마스터’ 로 불렸다.모리 하이테크.강책이 사무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 때 비서 정단이 콧노래를 부르며 안으로 들어와 수중의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회장님, 이 서류들을 퇴근 전까지 모두 검토하셔야 합니다. 부디 시간 잘 체크해 주세요.”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매일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실로 피곤할 따름이었다.이제 막 펜을 들고 검토하려는데 문득 이상한 냄새가 났다.강책은 고개 들어 정단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이에 정단이 화들짝 놀랐다.‘왜 이러시는 거지?’그녀는 수줍은 듯 얼굴이 빨개졌다.“회장님, 왜... 그러세요?”그녀는 오늘 예쁘게 차려입은 덕에 강책의 호감을 얻은 거로 여기며 몰래 기뻐했다.다만...강책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정단 씨, 누가 얼굴 만졌죠?”뭐?정단은 흠칫 놀라더니 바로 알아채고 대답했다.“그걸 바로 알아보다니, 회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의술이 진짜 뛰어나세요.”강책이 계속 캐물었다.“어딜 어떻게 시술했는지 상세하게 말해봐요.”정단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대답했다.“피부과 의원에 가서 침을 몇 대 맞고 연고를 조금 발랐을 뿐, 딱히 한 거 없어요.”“그래서 지금 느낌이 어때요?”“느낌이요? 아주 좋은데요. 시술을 마친 후 얼굴이 시원해져서 꽤 좋았어요. 게다가 얼굴에 난 몇 개의 여드름도 다 사라졌고요. 전혀 아프지 않더라고요.”정단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다만 기쁘기엔 아직 너무 일렀다.강책은 서랍에서 녹색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