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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강책이 수저를 들기도 전에 기윤미가 선뜻 닭고기를 집어 자기 그릇에 담았다. 그녀는 강책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은 채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기윤미는 그릇 안의 닭고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 이 닭 혹시 반년 전에 아버님이 먼 산에서 거금을 들여 사 온 후 전문 인사를 찾아 정성껏 키운 그 닭이에요? 그 닭이 지금 닭볶음탕으로 변한 거예요?”

조성열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호탕하게 웃었다.

“맞아! 내가 이 닭들에 심혈을 적잖게 기울였지. 웬만해선 꺼내지 않는다고.”

조성열은 닭의 소중함을 말하며 오직 강책에게만 이 닭을 대접한다는 마음을 표하고 싶었다.

다만 기윤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무리 예쁘고 소중한 닭도 결국 닭일 뿐이죠. 평소에 잘 먹이고 잘 키워도 나중에 삶아서 고기를 먹기 위해서잖아요. 어떤 이는 자신의 위치를 똑똑히 알고 있어야 해요. 닭은 닭일 뿐, 절대 하늘을 날 수 없어요.”

이는 엄연히 강책을 겨냥한 말이었다.

기윤미는 닭으로 강책을 비유하며 제 분수를 지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절대 ‘봉황’ 이 될 수 없으니 조씨 일가의 권력을 탐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조씨 일가에서 지금 그에게 친절해도 언젠가는 식탁 위의 ‘고기’ 가 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무조건 그를 잡아먹는다는 뜻이었다.

사실 기윤미의 말은 조성열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그는 강책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정중하게 초대하고 싶었는데 그녀의 말 때문에 오히려 강책에게 압력만 가하는 꼴이 되었다.

조성열은 졸지에 양쪽에게 모두 미움을 사버렸다.

“아니, 난... 그게 아니라...”

조성열은 해명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주위 사람들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조해인은 몰래 웃음을 훔쳤다. 강책이 드디어 곤경에 빠지다니, 그는 마냥 깨고소할 따름이었다.

한편 강책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자신이 조씨 일가를 도와준 것 때문에 기윤미의 시기와 질투를 받다니, 그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기윤미는 그릇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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