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뻔뻔해질 수 있다!한우식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좀 전에 사모님의 얼굴에 난 고름을 치료해드려 다시 용모를 되찾게 해줬거든요. 저는 수년간 기윤미 사모님의 개인 주치의로 일하면서 사모님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어요.”그는 개인 주치의직에서 잘렸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그의 말을 들은 중년 여자가 희열을 금치 못했다.한우식이 정말 기윤미의 병을 치료했다는 걸 확인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기윤미의 개인 주치의이기에 분명 훌륭한 의술을 갖고 있을 거로 여겼다.기윤미가 10살 젊어졌다는 말을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드디어 믿게 되었다.중년 여자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그녀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쉰 살은 돼 보이고 얼굴에 선명한 여드름도 몇 개 나 있었다.세월에 빛이 바랜 늙은 얼굴에 여드름까지 나다니, 이는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중년 여자가 말했다.“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리라고 해요. 아주 작은 부탁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어요.”강예리?한우식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라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불쑥 생각이 났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강씨 집안 가주님의 여동생이신가요?”강예리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네, 맞아요.”강씨 집안은 경주 3대 가문 중 하나로 도씨 집안, 조씨 집안과 어깨를 견주며 막강한 실력과 수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강예리는 바로 강씨 집안 세대주의 친여동생이다.그러니 한우식이 어찌 감히 푸대접하겠는가?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예리를 안으로 정중하게 모셨다.“아이고,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해요. 문 앞에만 서 있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에서 얘기 나눠요 우리.”“네, 그래요.”강예리도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말했다.아마 그녀의 기품인 듯싶었다.그녀의 뒤에 경호원이 두 명 따라왔는데 덩치가 너무 커 문안에 들어설 때 허리를 굽혀야 했다. 근육으로 다부진 몸
결론적으로 그는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가득 남겼다. 강예리는 이틀 뒤 병이 재발하여 어쩔 수 없이 또 한우식을 찾아왔다.그녀는 의술을 전혀 모르는 데다 한우식의 근거 없는 헛소리까지 더해져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한우식에게 ‘뇌물’ 을 줄 뿐만 아니라 그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무료로 홍보까지 해주어 수많은 여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왔다.한우식은 순식간에 경주의 ‘뷰티 마스터’ 로 불렸다.모리 하이테크.강책이 사무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 때 비서 정단이 콧노래를 부르며 안으로 들어와 수중의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회장님, 이 서류들을 퇴근 전까지 모두 검토하셔야 합니다. 부디 시간 잘 체크해 주세요.”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매일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실로 피곤할 따름이었다.이제 막 펜을 들고 검토하려는데 문득 이상한 냄새가 났다.강책은 고개 들어 정단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이에 정단이 화들짝 놀랐다.‘왜 이러시는 거지?’그녀는 수줍은 듯 얼굴이 빨개졌다.“회장님, 왜... 그러세요?”그녀는 오늘 예쁘게 차려입은 덕에 강책의 호감을 얻은 거로 여기며 몰래 기뻐했다.다만...강책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정단 씨, 누가 얼굴 만졌죠?”뭐?정단은 흠칫 놀라더니 바로 알아채고 대답했다.“그걸 바로 알아보다니, 회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의술이 진짜 뛰어나세요.”강책이 계속 캐물었다.“어딜 어떻게 시술했는지 상세하게 말해봐요.”정단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대답했다.“피부과 의원에 가서 침을 몇 대 맞고 연고를 조금 발랐을 뿐, 딱히 한 거 없어요.”“그래서 지금 느낌이 어때요?”“느낌이요? 아주 좋은데요. 시술을 마친 후 얼굴이 시원해져서 꽤 좋았어요. 게다가 얼굴에 난 몇 개의 여드름도 다 사라졌고요. 전혀 아프지 않더라고요.”정단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다만 기쁘기엔 아직 너무 일렀다.강책은 서랍에서 녹색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곧이어 정단이 따뜻한 물을 들고 들어와 속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회장님, 물 이 정도면 돼요?”강책이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해요. 세안만 하는 거지 샤워하는 게 아니잖아요.”그는 손을 넣어 물 온도를 체크하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일단 물에 얼굴을 담가요. 얼굴 전체가 물에 닿아야 해요. 특히 연고를 바른 부위는 따뜻한 물에 헹궈야 해요.”정단은 그의 말대로 얼굴 전체를 따뜻한 물에 담갔다.몇 초 후 물속에 검은색 물체가 나타나더니 잉크를 떨군 듯 물이 점점 더 혼탁해졌다.강책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약물의 위력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제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그렇게 정단은 몇 번이고 물에 얼굴을 헹궜다.“이젠 됐어요.”강책이 깨끗한 수건을 건네며 얼굴을 닦으라고 했다.정단은 꼼꼼히 얼굴을 닦은 후 눈을 뜨고 물을 내려다봤는데 기존에 맑기만 하던 물이 어느덧 탁하기 그지없었다.“이게 다... 제 얼굴에서 나온 거라고요?”“맞아요.”“너무 더러워요.”“그래요.”강책이 설명했다.“정단 씨 얼굴에 난 여드름이 정말 제거된 줄 알았어요? 전혀요. 그 돌팔이가 정단 씨 얼굴에 독소를 발라 강제로 제압한 거예요. 자극적인 약물로 억지로 제압해버렸어요. 단시간 내엔 확실히 피부가 깨끗해진 것 같겠지만 실은 체내의 독소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독소를 너무 심하게 억제한 탓에 좀처럼 배출할 수가 없어 더 많이 쌓였어요. 마치 스프링처럼 세게 누를수록 스프링의 힘이 더 세지고 더 높게 튕겨지잖아요.”정단은 식겁하여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어쩐지 그 의사가 처음부터 이 병이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면서 장기간 치료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니. 후유증이 있을 줄 알고 계속 내 돈을 뜯어내려던 거였네요. 진짜 최악이에요.”이때 강책이 편작 신침을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옷 벗고 여기 누워봐요.”“네?”정단은 두 손으로 가슴을 안은 채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옷을 왜 벗어요?”
다만 그녀는 한편으로 이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평생 강책과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몸을 최대한 평평하게 유지해요.”강책이 말했다.“네? 지금도 충분히 평평한데요.”정단이 대답했다.“그래요?”강책은 힐끗 보다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회복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정단은 더욱 쑥스러워졌다.“제 탓은 아니잖아요? 저도 어쩔 수 없다고요!”강책은 마지못해 작은 베개를 가져와 그녀의 배에 깔아주었다. 그제야 몸이 대체로 평평해졌다.그는 계속 침을 놓았다.30분쯤 지난 후 강책은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말했다.“다 됐어요. 전신의 혈 자리가 다 뚫렸으니 이젠 옷을 입어도 돼요.”“네, 그럴게요.”정단은 잠시 머리가 흐릿해져 강책이 옷을 입어도 된다는 말에 곧바로 일어나 옷을 챙겼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깜빡 잊었다.“으악!!!”정단은 비명을 지르며 강책을 가리켰다.“얼른 돌아서요, 얼른.”강책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왠지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다 봤는걸요.”정단은 수줍고 초조한 마음에 작은 베개를 강책에게 내던졌다.“난 몰라, 얼른 돌아서라고요.”강책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정단은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아무 이상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 후 소파에 앉아 강책의 뒷모습만 한참 바라봤다.그녀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말했다.“다 됐어요, 이젠 돌아서도 돼요.”강책은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누워봐요. 마지막으로 정단 씨 얼굴의 혈 자리를 풀어줘야 해요.”정단은 또다시 소파에 평평하게 누웠다.강책은 그녀의 얼굴에 침을 하나둘씩 놓으며 돌팔이가 막아놓은 혈 자리를 전부 뚫어주어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켰다.10분 후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강책은 편작 신침을 제자리에 넣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다 됐어요. 이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더이상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정단은 거울을 들여다봤다.얼굴형도 회복되고 여드름도 전부 되돌
“그 인간이라고요?”‘한우식’ 이란 세 글자를 들은 강책은 실소를 터트렸다.“회장님도 아세요?”정단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그럼요. 알고 말고요.”강책은 한우식의 만행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사모님의 병을 치료하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뻔뻔스럽게 강책의 공로를 전부 제 앞으로 빼돌리다니.이 일로 그는 ‘뷰티 마스터’ 로 거듭나 여자들의 미용 시술에 전념했다.교정, 여드름 제거, 미백 등 못 하는 게 없었다.사실 그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만행을 저지를 뿐 환자들의 상태는 전혀 관심이 없다.강책이 정단에게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을 찾아가지 말아요.”정단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냐고요?”강책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단 씨뿐만 아니라 분명 다른 사람들도 해쳤을 거예요. 이렇게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른 자는 벌받을 게 뻔해요. 3일 내로 천벌을 받을 거예요. 어디 한번 지켜보세요.”정단은 반신반의하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지켜볼게요!”맑고 상쾌한 어느 날.한우식은 자신의 개인 병원 소파에 누워 한가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돈을 세어보았다.일주일 사이로 그는 엄청난 매출액을 달성했다.여자의 돈이 이렇게 벌기 쉬웠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뷰티’ 사업에 뛰어들 것을, 전엔 왜 이런 숨은 시장을 발견하지 못했을까?그는 너무 늦게 시작한 자신이 미웠다.그렇게 한창 기쁨에 겨워 있을 때 연이은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심히 들어보니 바닥을 내딛는 하이힐 소리였다.이건 바로 여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소리, 돈이 들어오는 소리였다!한우식은 재빨리 수표를 치우고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싱글벙글 웃으며 문 앞으로 나갔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그를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단골손님 강예리였다.“어머 예리 씨가 어쩐 일로 찾아오셨어요?”그의 예측대로라면 강예리는 아직 며칠 더 있어야 부작용이 일어난다.
한우식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마냥 고고하고 지적일 것만 같던 강예리가 이토록 모질게 변하다니.역시 여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온순할 것만 같던 사람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니 아예 감당이 되지 않았다.강예리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곧이어 덩치 큰 두 사내가 들어와 한우식의 머리를 짓누르고 그의 두 손 모두 책상에 짓눌렀다.팔뚝이 엄청 굵은 다른 한 사내가 장작 패는 도끼를 들고 들어오더니 높게 치켜들었다.밖에는 한우식에게 사기당한 수많은 여자들이 둘러싸여 그를 맹비난했다.다들 더 예뻐지기 위해 한우식을 찾아왔건만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고 후유증도 심해져서 시도 때도 없이 병이 재발한다.이런 나날을 대체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악마 같은 한우식이 처벌을 받는 모습에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후련했다. 아무도 그를 위해 나서는 이가 없었다.강예리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봤어 한우식? 현장에 모인 수십 명 중에 단 한 명도 널 위해 나서는 자가 없어. 네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젠 알겠어? 모두가 너 때문에 분노를 삭일 수 없어. 다들 네가 천벌받길 바라고 있어! 이 인간의 두 손을 당장 잘라버려. 두 번 다시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말이야!”그녀의 명령을 거부할 자는 없었다.덩치 좋은 사내가 도끼를 치켜들더니 한우식의 손을 토막 내려 했다.안달이 난 한우식이 비명을 질렀다.“예리 씨, 제가 예리 씨의 얼굴을 철저히 치료해 드릴게요. 이번엔 절대 후유증 없을 겁니다!”순간 강예리의 마음이 흔들렸다.사실 그녀는 가슴에 쌓인 분노를 삭이기 위해 한우식의 두 손을 잘라버리라고 했다.그 분노는 과연 무엇일까?사기당한 건 제쳐두고 강예리의 얼굴이 전보다 더 미워진 것이 포인트였다.대체 어느 여자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겠는가?한우식의 절규를 들은 그녀는 완치할 확률이 아주 낮다는 걸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했다.“멈춰.”그녀는 한우식을 째려보며 물었다.“내 얼굴을 철저히 치료해 주겠다고?”
강예리는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버럭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지금 내가 만만해? 하이테크 회사의 회장이 어떻게 병을 치료한다는 거야? 너 설마 나랑 강책 씨 사이를 이간질하고 발 빼려는 건 아니지?”한우식은 식겁하여 사색이 되었다.그는 연신 고개를 내저으며 변명했다.“아닙니다, 오해예요. 예리 씨, 강책 씨는 회장님일 뿐만 아니라 의술이 뛰어난 의사라 저보다 100배는 더 훌륭해요. 사실 기윤미 사모님을 치료해드린 것도 제가 아니라 강책 씨였어요. 강책 씨가 신기한 침술로 사모님의 병도 치료하고 10살 더 어려지게 했어요.”“그래?”강예리가 의심 어린 눈길로 되물었다.“네가 한 말 다 진짜야?”한우식이 대답했다.“네, 전부 사실 그대로예요. 만약 거짓말이면 언제든지 이 팔을 자르세요.”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도 더는 거짓말을 할 엄두가 안 났다.사실 꼼꼼하게 조사해보면 그가 한 말이 진실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한우식은 굳이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다만...강예리는 울화가 더욱 치밀었다.그녀는 정색한 얼굴로 쏘아붙였다.“그러니까 내가 처음 왔을 때부터 감쪽같이 속인 거야? 네 공로도 아니면서 전부 제 앞으로 빼돌렸어? 그걸 빌미로 나한테 사기 치고 내 돈을 잔뜩 뜯어내?”한우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랬다.강예리의 말이 전부 사실이었다.그녀는 한우식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인간도 아니야!”한편 그녀는 화가 치솟는 와중에도 차분함을 유지했다. 한우식을 징벌하는 것은 최종목적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병다시치료받아 예뻐지는 것이다.만약 강책이 정말 그녀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그녀뿐만 아니라 밖에 있는 여자들도 전부 같은 생각이었다.모두가 한우식 때문에 얼굴이 망가져 절망에 휩싸였다. 평생 다른 사람을 마주할 수 없을 거로 여겼다.그런 와중에 강책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되자 그녀들은 희망이 생겼다.문제는 이들 모두가 고귀한 신분인 것은 아니
모리 하이테크. 강책은 사무실에 앉아서 급한 문서를 처리하고 있었다.정단은 활짝 핀 얼굴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강 회장님, 역시 회장님 말씀이 맞았어요. 그 돌팔이 의사 한우식이 사고를 쳤어요!”강책은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물었다.“무슨 짓을 한 거래요?”정단이 흥분하며 말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봐요. 우리 같은 소시민들만 속인 게 아니라 3대 집안 중 하나인 강씨 집안 가주의 누나도 속였대요. 그러다가 들통나서 하마터면 손까지 잘릴 뻔했다고 하던데요.”‘어라?’강책은 펜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하마터면이라고요?”정단은 씩 웃으며 말했다.“마지막에 전부 실토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저희 모리 하이테크 문 앞에 무릎 꿇고서 회장님이 대신 해명해 주길 바라고 있어요. 회장님, 회장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그 사람 오늘 손발 전부 다 잘릴 거예요. 회장님은 모르시겠지만 그 사람 지금 저희 회사 문 앞에 무릎 꿇은 채로 눈물 콧물 질질 흘리고 있어요. 이제야 세상 무서운 줄 알았을걸요.”강책은 웃었다.비록 상황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으나 결과는 괜찮았다.정단이 말했다.“회장님, 그 돌팔이는 그냥 무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계속 무릎 꿇고 있으라고 해요. 그러면 그 사람 두 손 두 발 다 잘리는 걸 볼 수 있겠죠. 흥, 앞으로는 절대 사기 치지 못할걸요?”일반인이라면 그걸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강책은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다.그는 덤덤히 말했다.“복수하면 당장은 속 시원하겠지만 이 일로 다른 사람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어요?”정단이 물었다.“회장님, 무슨 다른 생각이 있으세요?”“네.”“그게 뭔데요?”“잠시 뒤면 알 수 있을 거예요.”정단은 입을 비죽였다.“매번 미리 저한테 알려주시지도 않고 알쏭달쏭한 말만 하시네요. 이러는 거 정말 얄미워요!”강책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일단 계속 무릎 꿇고 있게 해요. 그 사람은 좀 더 꿇어야 해요. 일단 이 세상이 얼마나 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