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기윤미의 얼굴에 연고를 바른 뒤, 붕대로 그 부분을 감싸고는 그녀에게 매일 한 번씩 연고를 갈아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일주일이 지나면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강책은 몸을 돌려 한쪽 옆으로 가서 맑은 물에 손을 씻었다.조해인은 얼른 사람을 시켜 기윤미를 묶은 밧줄을 풀어주라고 했다. 기윤미는 어느덧 힘이 빠진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날 기운조차 없었다. 조해인은 그녀를 휠체어에 앉히고 자리를 떠났다.떠나기 전 기윤미는 마지막으로 강책을 되돌아보더니 고맙다는 말만 남겼다.강책이 아니라면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망가졌을 것이다.강책은 그녀에게 모진 굴욕을 당했음에도 더 따지지 않고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말끔히 처리해 주었다. 그의 인품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큰 은혜를 입은 기윤미는 이 일을 평생 간직하며 후에 꼭 보답하리라 다짐했다.강책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화와 복은 서로 공존해요. 사모님도 너무 속상해하실 필요 없어요. 이번의 ‘변화’ 로 피부가 적어도 10살은 젊어지셨잖아요.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오매불망 그리던 일인가요? 오히려 ‘축하’ 드린다고 말하고 싶네요.”뭐라고?10살 젊어지다니?장내에 있던 모든 여인이 가슴이 설렜다. 세상 어느 여자가 10살 젊어지는 걸 원치 않겠는가? 남자들도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한 중년 여성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강책 씨, 10살 젊어진다는 말이 진짜인가요?”강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럼요. 다만 우연의 일치일 뿐 모두가 똑같은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좀 전의 고통을 겪고 죽거나 폐인이 됐을 거예요. 사모님의 의지가 강하고 운이 따라줬으니 좋은 결과를 얻은 거죠.”“그렇군요...”중년 여성은 곧바로 포기했다.좀 전의 광경은 모두가 보다시피 젊어지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휠체어에서.기윤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순간 손해를 보았지만 이로 인해 이익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방금 그 고통을 겪은 후 10살 더 젊어진 것은 참으로 보람찬 일이었다
뭇사람들은 나란히 외쳤다.“네, 알겠습니다!”옆에 있던 조연진과 조성열은 서로 마주 보더니 동시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강책을 향한 조해인의 앙금이 드디어 풀리다니, 오늘의 식사는 그야말로 ‘성공적’ 이었다.조성열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그는 조연진의 귓가에 속삭였다.“연진아, 이젠 너한테 달렸어”“네? 제가 뭘요?”조연진은 어리둥절해졌다.“바보야, 지금 아빠한테 모른 척하는 거야?”조성열이 강책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제부터 갖은 수단으로 이 남자를 차지해야지!”“그게...”조연진은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아빠,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비록 말은 이렇게 해도 그녀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조성열은 수염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속삭였다.“걱정 마 연진아, 널 홀로 내버려 두진 않아. 네가 강책 씨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게 아빠가 도와줄게!”그들은 몰래 의논할 뿐 강책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한차례 비극이 곧 펼쳐질 듯싶었다.그 시각.한우식은 호텔에서 나와 풀이 죽은 채로 직접 운전하여 자신의 개인 병원에 돌아갔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짙어졌다.한우식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후 컵을 바닥에 힘껏 내팽개치며 분노를 터트렸다.“재수가 없으려니 멀쩡한 직업 하나 잃었잖아. 이젠 매달 수입이 몇천만 원은 줄어들게 생겼어, 젠장!”기윤미의 개인 의사직에서 잘린 그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때 갑자기 문 앞에 고급스러운 차가 한 대 도착했다.차 문이 열리고 마스크를 낀 중년 여자가 내렸는데 고개 들어 병원 간판을 확인한 후 머리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왔다.한우식은 눈치가 제법 빠른 편이었다. 중년 여자의 옷차림을 훑어보자마자 그녀가 결코 일반인이 아님을 알아챘다.기윤미 정도의 부자는 아니더라도 절대 평범한 집안 출신이 아닐 거로 장담했다.한우식은 곧바로 싱글벙글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중년 여자는 한우식을 쳐다보며 물었
인간은 돈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뻔뻔해질 수 있다!한우식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좀 전에 사모님의 얼굴에 난 고름을 치료해드려 다시 용모를 되찾게 해줬거든요. 저는 수년간 기윤미 사모님의 개인 주치의로 일하면서 사모님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어요.”그는 개인 주치의직에서 잘렸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그의 말을 들은 중년 여자가 희열을 금치 못했다.한우식이 정말 기윤미의 병을 치료했다는 걸 확인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기윤미의 개인 주치의이기에 분명 훌륭한 의술을 갖고 있을 거로 여겼다.기윤미가 10살 젊어졌다는 말을 반신반의했는데 이젠 드디어 믿게 되었다.중년 여자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그녀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쉰 살은 돼 보이고 얼굴에 선명한 여드름도 몇 개 나 있었다.세월에 빛이 바랜 늙은 얼굴에 여드름까지 나다니, 이는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중년 여자가 말했다.“의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강예리라고 해요. 아주 작은 부탁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어요.”강예리?한우식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라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불쑥 생각이 났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강씨 집안 가주님의 여동생이신가요?”강예리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네, 맞아요.”강씨 집안은 경주 3대 가문 중 하나로 도씨 집안, 조씨 집안과 어깨를 견주며 막강한 실력과 수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강예리는 바로 강씨 집안 세대주의 친여동생이다.그러니 한우식이 어찌 감히 푸대접하겠는가?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예리를 안으로 정중하게 모셨다.“아이고,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바로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해요. 문 앞에만 서 있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에서 얘기 나눠요 우리.”“네, 그래요.”강예리도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말했다.아마 그녀의 기품인 듯싶었다.그녀의 뒤에 경호원이 두 명 따라왔는데 덩치가 너무 커 문안에 들어설 때 허리를 굽혀야 했다. 근육으로 다부진 몸
결론적으로 그는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가득 남겼다. 강예리는 이틀 뒤 병이 재발하여 어쩔 수 없이 또 한우식을 찾아왔다.그녀는 의술을 전혀 모르는 데다 한우식의 근거 없는 헛소리까지 더해져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한우식에게 ‘뇌물’ 을 줄 뿐만 아니라 그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무료로 홍보까지 해주어 수많은 여자들이 입소문을 타고 찾아왔다.한우식은 순식간에 경주의 ‘뷰티 마스터’ 로 불렸다.모리 하이테크.강책이 사무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 때 비서 정단이 콧노래를 부르며 안으로 들어와 수중의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회장님, 이 서류들을 퇴근 전까지 모두 검토하셔야 합니다. 부디 시간 잘 체크해 주세요.”강책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매일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실로 피곤할 따름이었다.이제 막 펜을 들고 검토하려는데 문득 이상한 냄새가 났다.강책은 고개 들어 정단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이에 정단이 화들짝 놀랐다.‘왜 이러시는 거지?’그녀는 수줍은 듯 얼굴이 빨개졌다.“회장님, 왜... 그러세요?”그녀는 오늘 예쁘게 차려입은 덕에 강책의 호감을 얻은 거로 여기며 몰래 기뻐했다.다만...강책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정단 씨, 누가 얼굴 만졌죠?”뭐?정단은 흠칫 놀라더니 바로 알아채고 대답했다.“그걸 바로 알아보다니, 회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의술이 진짜 뛰어나세요.”강책이 계속 캐물었다.“어딜 어떻게 시술했는지 상세하게 말해봐요.”정단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대답했다.“피부과 의원에 가서 침을 몇 대 맞고 연고를 조금 발랐을 뿐, 딱히 한 거 없어요.”“그래서 지금 느낌이 어때요?”“느낌이요? 아주 좋은데요. 시술을 마친 후 얼굴이 시원해져서 꽤 좋았어요. 게다가 얼굴에 난 몇 개의 여드름도 다 사라졌고요. 전혀 아프지 않더라고요.”정단은 정말 즐거워 보였다.다만 기쁘기엔 아직 너무 일렀다.강책은 서랍에서 녹색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곧이어 정단이 따뜻한 물을 들고 들어와 속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회장님, 물 이 정도면 돼요?”강책이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해요. 세안만 하는 거지 샤워하는 게 아니잖아요.”그는 손을 넣어 물 온도를 체크하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일단 물에 얼굴을 담가요. 얼굴 전체가 물에 닿아야 해요. 특히 연고를 바른 부위는 따뜻한 물에 헹궈야 해요.”정단은 그의 말대로 얼굴 전체를 따뜻한 물에 담갔다.몇 초 후 물속에 검은색 물체가 나타나더니 잉크를 떨군 듯 물이 점점 더 혼탁해졌다.강책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약물의 위력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제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그렇게 정단은 몇 번이고 물에 얼굴을 헹궜다.“이젠 됐어요.”강책이 깨끗한 수건을 건네며 얼굴을 닦으라고 했다.정단은 꼼꼼히 얼굴을 닦은 후 눈을 뜨고 물을 내려다봤는데 기존에 맑기만 하던 물이 어느덧 탁하기 그지없었다.“이게 다... 제 얼굴에서 나온 거라고요?”“맞아요.”“너무 더러워요.”“그래요.”강책이 설명했다.“정단 씨 얼굴에 난 여드름이 정말 제거된 줄 알았어요? 전혀요. 그 돌팔이가 정단 씨 얼굴에 독소를 발라 강제로 제압한 거예요. 자극적인 약물로 억지로 제압해버렸어요. 단시간 내엔 확실히 피부가 깨끗해진 것 같겠지만 실은 체내의 독소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독소를 너무 심하게 억제한 탓에 좀처럼 배출할 수가 없어 더 많이 쌓였어요. 마치 스프링처럼 세게 누를수록 스프링의 힘이 더 세지고 더 높게 튕겨지잖아요.”정단은 식겁하여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어쩐지 그 의사가 처음부터 이 병이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면서 장기간 치료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니. 후유증이 있을 줄 알고 계속 내 돈을 뜯어내려던 거였네요. 진짜 최악이에요.”이때 강책이 편작 신침을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옷 벗고 여기 누워봐요.”“네?”정단은 두 손으로 가슴을 안은 채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옷을 왜 벗어요?”
다만 그녀는 한편으로 이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평생 강책과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몸을 최대한 평평하게 유지해요.”강책이 말했다.“네? 지금도 충분히 평평한데요.”정단이 대답했다.“그래요?”강책은 힐끗 보다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회복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정단은 더욱 쑥스러워졌다.“제 탓은 아니잖아요? 저도 어쩔 수 없다고요!”강책은 마지못해 작은 베개를 가져와 그녀의 배에 깔아주었다. 그제야 몸이 대체로 평평해졌다.그는 계속 침을 놓았다.30분쯤 지난 후 강책은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말했다.“다 됐어요. 전신의 혈 자리가 다 뚫렸으니 이젠 옷을 입어도 돼요.”“네, 그럴게요.”정단은 잠시 머리가 흐릿해져 강책이 옷을 입어도 된다는 말에 곧바로 일어나 옷을 챙겼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깜빡 잊었다.“으악!!!”정단은 비명을 지르며 강책을 가리켰다.“얼른 돌아서요, 얼른.”강책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왠지 모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다 봤는걸요.”정단은 수줍고 초조한 마음에 작은 베개를 강책에게 내던졌다.“난 몰라, 얼른 돌아서라고요.”강책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정단은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아무 이상 없는지 꼼꼼히 체크한 후 소파에 앉아 강책의 뒷모습만 한참 바라봤다.그녀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말했다.“다 됐어요, 이젠 돌아서도 돼요.”강책은 몸을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누워봐요. 마지막으로 정단 씨 얼굴의 혈 자리를 풀어줘야 해요.”정단은 또다시 소파에 평평하게 누웠다.강책은 그녀의 얼굴에 침을 하나둘씩 놓으며 돌팔이가 막아놓은 혈 자리를 전부 뚫어주어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켰다.10분 후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강책은 편작 신침을 제자리에 넣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다 됐어요. 이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더이상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정단은 거울을 들여다봤다.얼굴형도 회복되고 여드름도 전부 되돌
“그 인간이라고요?”‘한우식’ 이란 세 글자를 들은 강책은 실소를 터트렸다.“회장님도 아세요?”정단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그럼요. 알고 말고요.”강책은 한우식의 만행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사모님의 병을 치료하지 못해 집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뻔뻔스럽게 강책의 공로를 전부 제 앞으로 빼돌리다니.이 일로 그는 ‘뷰티 마스터’ 로 거듭나 여자들의 미용 시술에 전념했다.교정, 여드름 제거, 미백 등 못 하는 게 없었다.사실 그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만행을 저지를 뿐 환자들의 상태는 전혀 관심이 없다.강책이 정단에게 말했다.“당분간 그 사람을 찾아가지 말아요.”정단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냐고요?”강책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단 씨뿐만 아니라 분명 다른 사람들도 해쳤을 거예요. 이렇게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른 자는 벌받을 게 뻔해요. 3일 내로 천벌을 받을 거예요. 어디 한번 지켜보세요.”정단은 반신반의하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지켜볼게요!”맑고 상쾌한 어느 날.한우식은 자신의 개인 병원 소파에 누워 한가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돈을 세어보았다.일주일 사이로 그는 엄청난 매출액을 달성했다.여자의 돈이 이렇게 벌기 쉬웠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뷰티’ 사업에 뛰어들 것을, 전엔 왜 이런 숨은 시장을 발견하지 못했을까?그는 너무 늦게 시작한 자신이 미웠다.그렇게 한창 기쁨에 겨워 있을 때 연이은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심히 들어보니 바닥을 내딛는 하이힐 소리였다.이건 바로 여자가 병원에 들어오는 소리, 돈이 들어오는 소리였다!한우식은 재빨리 수표를 치우고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싱글벙글 웃으며 문 앞으로 나갔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그를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단골손님 강예리였다.“어머 예리 씨가 어쩐 일로 찾아오셨어요?”그의 예측대로라면 강예리는 아직 며칠 더 있어야 부작용이 일어난다.
한우식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마냥 고고하고 지적일 것만 같던 강예리가 이토록 모질게 변하다니.역시 여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온순할 것만 같던 사람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니 아예 감당이 되지 않았다.강예리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곧이어 덩치 큰 두 사내가 들어와 한우식의 머리를 짓누르고 그의 두 손 모두 책상에 짓눌렀다.팔뚝이 엄청 굵은 다른 한 사내가 장작 패는 도끼를 들고 들어오더니 높게 치켜들었다.밖에는 한우식에게 사기당한 수많은 여자들이 둘러싸여 그를 맹비난했다.다들 더 예뻐지기 위해 한우식을 찾아왔건만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고 후유증도 심해져서 시도 때도 없이 병이 재발한다.이런 나날을 대체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악마 같은 한우식이 처벌을 받는 모습에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후련했다. 아무도 그를 위해 나서는 이가 없었다.강예리가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붙였다.“봤어 한우식? 현장에 모인 수십 명 중에 단 한 명도 널 위해 나서는 자가 없어. 네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젠 알겠어? 모두가 너 때문에 분노를 삭일 수 없어. 다들 네가 천벌받길 바라고 있어! 이 인간의 두 손을 당장 잘라버려. 두 번 다시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말이야!”그녀의 명령을 거부할 자는 없었다.덩치 좋은 사내가 도끼를 치켜들더니 한우식의 손을 토막 내려 했다.안달이 난 한우식이 비명을 질렀다.“예리 씨, 제가 예리 씨의 얼굴을 철저히 치료해 드릴게요. 이번엔 절대 후유증 없을 겁니다!”순간 강예리의 마음이 흔들렸다.사실 그녀는 가슴에 쌓인 분노를 삭이기 위해 한우식의 두 손을 잘라버리라고 했다.그 분노는 과연 무엇일까?사기당한 건 제쳐두고 강예리의 얼굴이 전보다 더 미워진 것이 포인트였다.대체 어느 여자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겠는가?한우식의 절규를 들은 그녀는 완치할 확률이 아주 낮다는 걸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했다.“멈춰.”그녀는 한우식을 째려보며 물었다.“내 얼굴을 철저히 치료해 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