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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6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몽연은 강책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할 말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지만, 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랐다.

결국, 정몽연이 말을 먼저 건넸다.

“강책, 채무 위기에서 벗어난 걸 축하해.”

강책은 매우 미안하다는 듯 대답했다.

“미안해, 이틀 동안 채무 관계 때문에 너까지 고생시켜서.”

일이 해결된 마당에, 초반의 불쾌감과 갖가지 고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정몽연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흥, 당연히 고생했지, 좀만 더 있었으면 나는……”

그녀는 말을 끝까지 내뱉지 않고 삼켜버렸다.

정몽연은 소개팅 한 사실을 강책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말했다간 강책의 화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그와 정계산과의 관계도 악화될 것이 보였다.

빚을 다 갚은 이상 이런 시답잖은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강책은 궁금한 듯 물었다.

“좀만 더 있었으면 어떻게 됐는데?”

정몽연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좀만 더 있었으면 널 버릴 뻔했다고, 돈 많고 능력 있는 남자랑 재혼하려 했지.”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강책은 화는 커녕 마음이 한편 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왜냐하면 정몽연의 조건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곧장 이혼이 가능했기에 소식이 전해지면 남자들이 줄을 설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정몽연은 강책을 5년 동안이나 과부의 몸으로 기다렸고, 또 그에게 더없이 충성을 다하며 그의 고통을 나눠지려 했다.

이런 여자를 어디 가서 찾을 수나 있을까?

강책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정몽연을 지키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맞다, 난 또 다른 처리할 일이 있으니까 먼저 집에 가있어.”

“아, 그럼 저녁은 집에서 같이 먹자, 기다릴게.”

“응, 알겠어.”

두 사람이 헤어진 뒤, 강책은 차 한 대를 불러 가위로 166번지의 원앙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정해가 나와 그를 반겼다.

“오, 큰 도련님, 웬일로 시간이 비어서 오셨어요?”

그러자 강책은 정해의 손목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정 아저씨,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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